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59화(16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59화
“하아…….”
“큰일이네.”
“큰일입니다.”
“정말 큰일입니다.”
의자에 앉아 있던 유라가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을 시작으로 똑같은 말을 내뱉은 이태서와 남운, 주혁이 한결같이 걱정을 표하고 있었다. 모두의 걱정스러운 시선과는 다르게 지은은 너무나 편안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정말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게 맞아?”
“나도 믿기지 않지만, 정말인데.”
“마법사가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이런 걸로 거짓말은 안 해.”
평소처럼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육체 강화 계열이랑은 말을 섞지 않겠다.’라며 받아칠 줄 알았는데,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지은을 내려다보며 대답하는 이태서답지 않은 대꾸에 유라가 머쓱해졌다. 뭐라 더 시비를 걸고 싶지만 할 말이 없었는지 입을 뻐끔뻐끔 벌리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그런 모습에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주혁과 눈이 마주친 유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뭐!”
“사랑 싸움도 좋지만, 분위기 파악은 좀 해.”
“……X친?”
만나면 유난스럽게 티격 대는 유라와 이태서. 그런 그들이 양성소 시절부터 이어진 애증의 관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주혁의 말에 유라가 대번에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 X친 반역의 왕자 프린스 송이 뭐라는 거야!”
“푸흡!”
반역의 왕자 프링스 송.
자신을 가리키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유라의 말에 이번에는 항상 진지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던 남운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무려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듯한 엄청난 별명의 장본인인 주혁은 이를 악물어야 했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다.”
“당신이…… 프린스 송?”
“예아!”
자신을 공격한 주혁의 반응에 이때다 싶어 유라가 추억의 드라마 대사를 내뱉자 이태서가 유쾌한 발음으로 반응했다. 매일 눈이 마주치면 싸우기 바쁜 두 사람이었지만, 또 이럴 때는 죽이 잘 맞는 편이었다.
“진짜 다 꺼져 버려.”
“하하하하!”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주혁은 진심으로 짜증을 내며 대꾸했다. 그러나 그 말조차 이어지는 대사와 엇비슷한 부분이 있었기에 간신히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던 남운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주혁이 듣기만 해도 시공간이 접힐 듯한 어마어마한 반역의 왕자 프린스 송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다.
보스 몬스터였던 빛의 정령왕 아실리아가 정화되며 자연스럽게 균열은 소멸되었고, 그 안에 갇혔던 펜타곤 길드원들도 무사히 구출되었다.
문제는 이번 균열이 무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되었고, 균열의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가 밝히기 싫어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마일리의 전방위 공간 왜곡 마법을 통해 이번 사건을 일반인들에게 숨기고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미국 정부의 바람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등장한 시스템 알림에 의해 철저하게 부서졌다.
[상위 균열이 소멸되었습니다!] [상위 균열이 소멸되어 토벌대의 공헌도를 산출 중입니다!]난데없이 등장한 상위 균열의 소멸 알림의 등장.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미국인들은 환호했다. 그동안 등장한 적이 없었던 상위 균열을 눈 깜짝할 사이 비밀리에 해치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헌터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이 순간 극도로 치솟았는지, 사람들은 SNS를 통해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린 상위 균열이 발생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안전한 헌터 종주국의 국민이다.’ 라는 글을 업로드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런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산산조각낸 것은 공헌도 순위가 산출된 직후, 가장 먼저 시스템에 의해 공인된 1위와 2위의 이름이었다.
1위 : 민까X
2위 : 노아
“민까X? 왓더 퍽?”
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의 뜬금없는 1위의 등장.
그동안 그 어떤 상황에서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던 미국의 자부심인 노아가 2위도 아닌 3위를 차지했을 때, 미국은 노아를 제친 초대형 루키의 새로운 등장인가 싶어 들썩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일리의 공간 왜곡 마법이 공헌도 순위 산출 완료와 함께 완전히 산산조각 나 사라지고, 그와 동시에 마일리의 마법 영향권 안에 들어와 있던 뉴욕 시민들은 완전히 폐허로 변한 맨해튼의 전경을 눈앞에 마주했다.
특종의 냄새를 맡은 방송사들과 함께 개인 방송 비제이들, 너튜브 운영자들이 몰려드는 건 한순간이었다. 균열의 소멸과 함께 한 달 만에 지상을 밟은 펜타곤 길드원들이 나타났을 때는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이 정도의 엄청난 피해를 드러나지 않게 숨길 수 있는 미국의 저력. 거기에 미국 본토에 처음으로 등장한 상위 균열을 소멸시킨 주역들이 자신들의 최강의 전력인 펜타곤 길드라는 사실에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그 뒤를 이어 등장한 한국 랭커들에 의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순식간에 돌변했다.
2위(공동) : 송주혁
잔인한 시스템 알림과 함께.
[반역의 왕자, 프린스 송이 왜 미국에 있는가?] [마침내 성공한 프린스 송의 반역? 노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다!]노아의 뒤를 잇는 월드 랭킹 2위인 송주혁의 얼굴은 미국인들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황제나 다름없는 노아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신창의 주인이며, 그 능력만큼이나 멀끔한 외모로 미국 내에서도 팬층이 매우 두터운 주혁.
거기에 대현자인 이태백의 아들이자, 그 자신도 대마법사의 칭호를 받은 이태서. 육체 강화형 딜러이자 탱커의 역할도 수행 가능한 전천후 딜러의 교과서라 불리는 유라. 한국 제일검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전 세계 검사들의 이상향 남운까지.
노아와 펜타곤 길드원들과 함께 난데없이 등장한 한국의 내로라하는 랭커들의 모습은 미국인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안겨 주기 충분했다.
황제라 불리는 노아와 펜타곤 길드원만으론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번 상위 균열이 벅찼다는 말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느 시민이 찍은 이른 아침 공항에서 어딘가로 이동하는 한국 랭커들의 사진이 SNS에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달아올랐던 ‘최강 미국!’ 분위기는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돌변했다.
[헌터 종주국으로 군림하던 미국의 숨기고 싶은 뒷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 미국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게 되었나?] [한국 랭커들의 입국과 함께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정리된 상위 균열. 진실은 어디에?] [기여도 1위와 2위까지 한국에 빼앗기다. 무너진 황제의 자존심.]비밀리에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유야무야하려던 미국 정부의 계획이 와장창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미국 현지의 반응은 자연스럽게 한국에도 전해졌고, 국보급 랭커들이나 다름없는 엄청난 파병 명단에 한국 또한 들고일어났다.
[국보급 랭커들을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해외에 파병을 보냈나?] [왜 우리는 아직도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고 있는가?] [국내 상위 길드 길드장 두 명이 파병 명단에 포함돼…… 규탄 시위 일어나]최소 국빈급의 대우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입국 사실을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위 선양을 한 파병대에게 미국 정부가 합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 정부에선 어쩔 수 없이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나, 전례 없는 극진한 대우와 함께 보상을 요구한 한국 정부의 선제공격에 미국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내부에서도 자신들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해 준 한국 랭커들에게 성대한 감사 표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헌터 종주국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라는 일종의 자정 의식이나 다름없는 의견대로, 미국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에 많은 이권을 약속했다.
그리고 상위 균열을 토벌한 기여도를 인정받은 토벌대는 단 하나의 보상도 빼놓지 않고 모두 다 수령했다.
다만 그 이유는 물질적인 보상이나 랭커로서의 명예 따위가 중요해서였기 때문이 아니라, 좀처럼 잠에서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은의 상태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두 나라가 서로 합의를 보고 나자 곧바로 새로운 화제가 등장했다.
송주혁과 노아를 제치고 기여도 1위를 차지한 ‘민까X’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 답을 알고 있는 파병단 일행은 집요한 이 질문에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닫고 모른 척해야 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민까X’이 지은과 계약한 창조의 정령이라는 사실은 파병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까망이의 존재가 이렇게 공개되도 되는 겁니까?”
“…….”
“말 좀 해 보시죠, 민까망 씨.”
“지은 씨와 상의된 일이 맞습니까?”
곧바로 한국으로 입국하지 않고 미국의 헌터 전문 병원에 입원한 지은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는 건 일행들뿐만이 아니었다.
초조해하는 일행들과는 달리 잠들어 있는 지은의 머리맡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귀찮다는 듯 하품을 내뱉고 있는 까망이의 얼굴을 보며 모두는 결국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심각한 표정을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남운을 바라보던 주혁이 말했다.
“남운 씨,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
자신을 호명하고는 마치 따라오라는 듯 병실 밖으로 나가는 주혁을 뒤따른 남운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옥상에 등장한 두 명의 모습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은 이내 주혁이 창을, 남운이 검을 진지한 얼굴로 뽑아 들자 경악하며 황급히 대피했다.
모든 구경꾼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주혁이 소환했던 창을 다시 집어 넣고는 말했다.
“왜 아직도 검을 뽑고 계십니까?”
검을 뽑은 자세 그대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남운을 보면서도 주혁의 말투는 평온했다.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은 남운이었지만, 주혁의 표정과 남운의 표정은 반대였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우리.”
“…….”
쇄애액!
분명 창을 소환 해제했음에도 순식간에 남운의 볼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주혁의 살기.
검을 뽑아 들고 있었음에도 주혁의 기운에 반응조차 할 수 없었던 남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는 것과 동시에 뺨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따지고 싶은 말은 많지만 여기까지만 할게.”
“송주혁, 당신. 설마…….”
항상 존댓말을 써 오던 주혁의 반말에 남운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신을 차가운 시선으로 쏘아보고 있는 주혁을 바라보던 남운이 들고 있던 검을 천천히 내리며 말했다.
“기억이…….”
“…….”
“어떻게? 분명히…….”
챙그랑!
눈에 띄게 당황한 남운이 이내 쥐고 있던 검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바닥에 떨어진 검이 나뒹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주혁이 남운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주혁의 모습에도 마치 바닥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움찔거리기만 할 뿐 남운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의 귓가에 속삭이는 주혁의 목소리에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시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
“…….”
“신의를 저버린, 우리의 배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