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0화(16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0화
배신자라는 말을 들은 남운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그런 남운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주혁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다 떠올랐거든.”
“…….”
“지난 1회 차의 기억이 다 떠올라 버렸어.”
1회 차를 입에 담은 주혁의 말에 남운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런 그의 반응에 주혁이 더욱 몰아치듯 말을 뱉었다.
“배신자를 배신자라 불렀는데, 왜 그런 표정이지?”
“…….”
“너의 독단으로 지은 씨가 죽었어. 그런데 왜 네가 지금 지은 씨의 곁에 있는 거냐.”
남운의 어깨를 짚은 손에 힘을 주며 말하는 주혁의 얼굴에 선연한 살기가 떠올랐다. 그 기운을 말없이 받아 내던 남운이 말했다.
“너야말로 그런 말을 할 처지가 되나?”
“뭐?”
“너는 지은 씨를 믿지 않았잖아.”
“…….”
“힘들어하던 지은 씨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보기는 했나? 정말로 1회 차의 지은 씨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해서…….”
“내 말 안 끝났어.”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손을 쳐 낸 남운이 주혁의 말을 잘라 내고는 말을 이었다.
“나라고 그런 선택을 하고 싶어서 한 줄 알아?”
“내 방식을 인정하기 싫었겠지.”
“아니! 정말로 너는 네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나? 단 한 번도 지은 씨의 말을 들어 주려 생각하긴 했었나? 너는 지은 씨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만으로 어떻게 말했지?”
“…….”
“눈을 감으면 죽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귀를 막아도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 정령의 힘이 약해진 틈타 신의 정신 공격을 오롯이 혼자서 받아 내며 매일매일 제정신으로 살고 있었다고 생각하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을 텐데!”
“난 지은 씨가 죽는다면 창조의 정령도 이 세계를 포기할 거란 걸 알고 있었을 뿐이야.”
“그래서 창조의 정령을 설득할 시도라도 해 봤나?”
“해 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나!”
버럭 소리치는 주혁의 말에 담긴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주혁에게 끝까지 곁에서 자신을 지켜 달라 부탁했던 건 지은이었으니까. 주혁은 절대 지은을 위험에 빠트릴 수 없었다.
지은이 말했던 마지막 계획을 믿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애초 지은의 말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었고, 정말로 실현이 가능하다면 완벽한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지은 본인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주혁은 차마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약해지는 인간계에 대한 까망이의 영향력 때문에 신의 간섭을 온몸으로 받는 건 지은이었다. 그녀가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태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항상 곁에 있었던 주혁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건만, 조금만 더 찾으면 그녀와 세상을 동시에 구할 수 있었건만, 갑자기 등장한 또 다른 사도 남운에 의해 지은은 자신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었겠냐고 방금 네 입으로 말했지.”
“…….”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인 지은 씨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었다는 것 자체가 네가 지은 씨에게 너의 기대를 대신 투영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남운.”
“나는 지은 씨를 믿었을 뿐이야. 내가 지금까지 어떤 시간을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는지 너는 모르겠지. 지은 씨는 이 세상을 단 한 번도 포기한 적 없었어. 지은 씨가 포기할까 봐 전전긍긍했던 건 오히려 너와 창조의 정령뿐이었다.”
“…….”
“정말로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이 이 세상을 위해 자신의 힘을 다른 사람이 써 주길 바라며 많은 것을 바꿔 놨다고 생각하나? 1회 차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그렇다면 너도 알겠지. 1회 차의 우리는 던전에서 뭘 할 수 있었지?”
“하…….”
“한 번 패배했다고 생각했기에 지은 씨는 신이 만들어 놓은 판을 조금씩 뒤집을 방법을 우리에게 다 안배해 둔 거야. 바로 이 아홉 번째 세상에.”
“…….”
“너 또한 결국 지은 씨를 믿지 못했을 뿐이야. 신이 시간을 돌렸다는 걸 몰랐을 거라 생각하진 않겠지. 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지은 씨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금씩 판을 뒤집고 마침내 여기까지 왔어.”
“그렇다고 해서 지은 씨가 모든 걸 끌어안고 1회 차에서 그렇게 죽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어!”
<너희 모두의 말이 맞다.>
서로에게 핏대를 세우던 남운과 주혁의 곁에 어느새 나타난 목소리에 싸움을 멈춘 두 사람이 까망이를 바라보았다.
<너희의 잘못이 아니다. 모두 다 가장 주인을 믿었어야함에도 주인을 믿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난 한시도 주인을 잃기 싫었거든.>
* * *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낸 지은이 소망한 것은 오직 하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이었다. 그 당시의 지은에게 있어서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의미가 ‘자신이 창조의 대리자로 선택받지 않은 세계’라는 것을 남운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창조의 권능을 가진 대리자가 자신의 권능을 사용해 마지막으로 창조해 낸 것은 자신이 선택받지 않으면서도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세계였다.
모든 힘을 사용한 지은이 눈을 감았을 때, 강제로 계약이 끊어진 것을 느낀 까망이는 절규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얼마 남지 않았던 힘을 가지고 어둠의 정령왕을 지키고 있었던 까망이는 차갑게 식어 버린 지은의 몸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영겁의 세월 동안 처음으로 선택한 계약자를 잃은 슬픔에 까망이는 분노했다.
지은이 만들어 낸 기회를 잘 이용한다면 그 어떤 안배로도 자신이 지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는 신을 이길 수도 있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은이 마지막 직접 교감을 통해 남긴 부탁.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게.”
그렇게 말하며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난 지은의 곁을 지키고 있는 남운을 보며 까망이가 선언했다.
<그렇겐 못 하지.>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쥐어 준 기회. 그 기회를 까망이는 허투루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마지막까지 남았던 어둠의 정령왕에게서 창조의 기운을 직접 회수한 까망이는 자신의 존재를 걸고 정령의 선언을 했다.
<내 계약자는 오직 주인뿐이다.>
정령의 선언.
태초부터 존재해 온 정령의 무한한 삶을 걸고 이루어지는 완전한 종속.
인간의 시간은 짧고, 정령의 시간은 무한하다. 그 무한한 시간 동안 한 명의 인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종속의 선언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없어도 다른 사람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계획을 세워 두고 떠났다. 그러나 시간을 돌리는 주체가 되었어야 할 지은은 이미 이 자리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과 계약을 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까망이는 일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남운에게 형벌을 내렸다.
지상에 남은 유일한 정령이 계약자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 죄인인 남운에게 선언했다.
‘<너에게 내 주인이 세워 둔 계획을 이행할 형벌을 내리겠다.>’
‘…….’
‘<너는 모든 것을 기억한 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될 거다.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고 끝없이 반목하는 세상 속에서 신의 손에 놀아나며 고통받을 것이다. 내 주인이 느꼈던 고통들을 모두 느끼며 이번 생을 포함해 열 번의 삶을 다시 살 것이고. 그 끝에 구원은 없을 것이다.>’
까망이가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남운의 몸에 낙인처럼 새겨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계약자를 떠나보낸 신격 존재의 선언에 남운은 마치 그 처절한 분노가 자신의 영혼을 짓누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고통을 모두 참아 내며 남운이 말했다.
‘제가 당신의 계약자가 스스로 죽으려 하는 것을 알면서도 도운 이유를 아십니까?’
‘<…….>’
‘내리신 모든 형벌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니 창조의 정령이시여, 감히 바라건대 저에게도 마지막 기회를 주시길.’
‘<감히!>’
‘저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해도 모두 감내하겠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내려진 그 열 번의 시간 중에서 단 한 번이라도!’
‘<…….>’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제발, 저에게 지은 씨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모든 형벌을 감내하겠다고 하면서도 마지막 기회를 달라 간청하는 남운을 향해 까망이가 말했다.
‘<강제로 계약이 끊어진 기분을 네가 아느냐! 이 세상을 떠났는데,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겠냔 말이다!>’
‘저는 지은 씨가 정말로 이 세상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 믿습니다.’
‘<…….>’
‘제가 보기엔 오히려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은 당신처럼 보입니다.’
남운의 말에 까망이가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지은이 세상을 떠나는 선택을 했을 때, 까망이 역시 이 인간계를 유지할 생각을 모두 접었다.
모든 것이 부질없이 느껴졌다. 태초부터 존재해 무한한 시간을 살아오던 자신이 선택한 유일한 인간이었다.
그런 지은이 사라진 세상은 더 이상 까망이에게 의미가 없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남은 열 번의 기회라 말하며 남운에게 형벌을 내렸다. 자신이 선택한 인간인 지은이 스스로 희생하게 도운 남운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당연히 남운이 열 번의 형벌을 모두 마친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모든 힘을 쥐어 짜내 소멸할 터였다. 지은이 정말로 계약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신 역시 더 이상 존재할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모든 것을 섣불리 포기한 것은 자신이 아니냐 묻는 남운의 말에 까망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제가 형벌을 받는 기간 동안 지은 씨가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럴 리 없다.>’
‘그러니 그런 기적이 얼어난다면, 당신께서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해 주시겠습니까?’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내 주인이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오리라 생각하느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운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반드시 그녀가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 듯한 눈을 보며 까망이가 말했다.
‘<좋다. 약속하겠다. 다시 내 주인을 볼 수 있다면.>’
‘…….’
‘<그때는 내 모든 것을 걸고 신을 쓰러트리겠다. 그리고 그땐 너의 형벌도 진정 끝이 날 것이다.>’
* * *
1회 차에서 계획이 있으니 이곳에서 내보내 달라던 지은의 간절한 목소리가 주혁의 귓가에 쉼 없이 맴돌았다. 비틀거린 그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지은 씨를 믿지 못했던 게 아닙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주혁의 뒤에 굳게 닫혀 있던 옥상의 문이 벌컥 열렸다. 문을 발로 차며 뛰어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지은이었다.
얼마나 뛰어 올라왔는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지은이 구도자와 회귀자, 그리고 자신이 사라진 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정령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삽질 그마아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