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1화(16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1화
마치 긴 잠에서 깬 것 같았다. 부상을 입었다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기분과 함께 개운한 몸 상태를 느끼며 지은이 눈을 떴다.
“세상에! 지은아!”
“거봐, 문제없었다니까.”
눈을 뜨자마자 격하게 자신을 끌어안는 유라와 시큰둥하게 말하면서도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는 이태서. 그러나 지은은 곧 남운과 주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 밖으로 나갔는데?”
주혁이 남운을 데리고 나갔다는 유라의 말에 지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했다.
“둘이 어색한 줄 알았는데, 별일…….”
“어디로 갔어요! 그 두 사람!”
“어? 그건 나도 모르지?”
그리고 지금, 자신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혁과 남운의 기운을 쫓아 도착한 옥상.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고 있는 두 사람과 정령 사이로 지은이 뛰어들며 말했다.
“싸우고 있었던 거 맞죠?”
지은의 그런 행동에 언제 그랬냐는 듯 고양이의 모습으로 헌신했던 까망이가 주혁의 어깨에 올라탔다. 그와 동시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주혁과 남운이 악수를 건넸다.
<그게 무슨 소리냥? 주인.>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네, 한국으로 돌아가면 뭘 해야 할지 우선순위에 대해 토의하다 보니 목소리가 높아진 것뿐입니다.”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주혁과 시선을 피하는 남운,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까망이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쉰 지은이 말했다.
“저도 어느 정도 기억이 나긴 했는데.”
“…….”
“1회 차는 1회 차로 끝!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자고요, 우리.”
유라와 이태서가 뒤따라 옥상에 올라왔기에 작은 목소리로 소곤대며 말한 지은이 씨익 웃었다. 그런 지은의 웃음을 보며 까망이가 말했다.
<주인, 나와 다시 계약해 줘서 고맙다.>
“응?”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대리자로 선택받지 않길 원했던 지은이 다시 자신과 계약해 주었다는 것에 까망이가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 까망이를 안아 들며 지은이 말했다.
“그 당시의 내 감정을 지금 나는 잘은 모르지만.”
<…….>
“나도 내심 바라고 있었겠지. 모두와 함께하는 지금을 말이야.”
* * *
“제임스 씨가 죽었다고요?”
지은이 잠에서 깨어난 뒤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했던 제임스의 사망 소식을 접한 지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키드의 짓이군요…….”
상위 균열로 들어가기 전 조우했던 키드. 그의 끔찍한 검은 가시들을 떠올린 지은이 눈을 질끈 감았다. 문제는 제임스를 죽인 범인이 키드라는 심증만 있을 뿐이지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거였다.
제임스가 사망 직전까지 마주했던 것이 일행들이었기에 미국 정부에선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었다. 균열을 봉인하는데 큰 도움을 줬음에도 ‘대단히 감사하지만 그래도 이 건은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말할 만큼 랭커의 죽음은 심각한 국제 문제로 번지기 충분한 소재였다.
그뿐만 아니라 자국 내의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았던 미국 정부가 시선 돌리기용으로 제임스의 죽음을 방송과 기사로 연일 쏟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이태서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마일리를 족치면 돼. 자기가 펼친 마법진 안에서 일어난 일이니 마나의 간섭을 확인해 보면 끝날 일이야.”
“그래,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잘 해결될 거야.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균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었다.
유라의 질문에 주혁과 지은, 그리고 까망이까지 각자 겪은 사건을 이야기하며 말을 맞추고 나니 일목요연하게 상황이 정리되었다.
“지상과 던전을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있는 능력이라…….”
그제야 키드가 자신을 불쑥불쑥 찾아왔던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해한 이태서가 기가 차다는 듯 되뇌었다.
“한결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군.”
던전이 얼마나 넓은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키드가 정말 어느 나라에 존재하는 던전이든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를 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종합된 단서를 가지고 고민하던 유라가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이상한데?”
“뭐가?”
“국경 구분 없이 던전을 오고 갈 수 있다는 건 알겠어.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게 지금 상황에서 놀라운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도 나라별로 던전이 이어져 있지 않고서야…….”
“그러네…….”
던전을 오고 가는 것도 모자라서 던전 안의 몬스터를 다른 나라에 전이까지 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상 던전 안에 통로가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유라의 의문에 대답한 것은 까망이었다.
<원래 던전은 하나였다.>
“뭐?”
<너희들이 말하는 ‘층’의 개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어진, 지하 전체가 하나의 던전이었다는 소리다.>
던전의 비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연 까망이의 대답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한 개의 층을 개척하면 다음 층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던전. 과연 이 던전의 끝은 몇 층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살던 일행에게, 던전이 사실 하나의 공간이었다는 말은 쉽사리 믿겨지지 않았다.
“봉인된 정령왕들을 정화해야 신의 계획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봐라.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서 정령왕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나?>
“……!”
까망이의 말대로였다. 오직 한국의 던전에만 존재하는 계층 보스 몬스터. 대지의 정령왕은 1층, 빛의 정령왕은 4층, 불의 정령왕은 5층. 이들은 오직 한국의 던전에만 존재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의도한 거겠지.>
“도대체 누가…….”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까망이의 말에 유라와 이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주혁과 남운의 시선이 향한 곳은 지은이었다.
‘내가 의도한 거라고?’
‘네가 빈 소원이 승리였으니까.’
1회 차의 지은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9회 차가 되어서 완성된 것이었다.
정령의 종속의 선언.
다른 계약자와는 계약하지 않겠다는 까망이의 종속의 선언을 신이 모를 리 없었다. 지은의 능력으로 회귀를 했다는 것 또한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정작 종속의 선언의 주체인 지은이 등장하지 않는 동안 신은 방심했다. 남운이 회귀의 주체가 되어 수많은 선택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던전에 도전하는 동안 신은 방만하게 관전했을 것이었다.
그 순간을 노렸다는 듯 지은이 9회 차에 다시 등장했다. 오만한 신의 심장에 비수를 꽂듯 완벽하게 개화한 창조의 권능을 품은 채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로.
“읍…… 읍!”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지은이 눈을 부릅떴다. 온몸이 꽁꽁 묶인 채 이태서의 마나 구속진 위에 제물처럼 놓여 있는 남자는 최성찬이었다.
지은을 상처 입혔다는 엄청난 죄목으로 유라에게 샌드백 신세를 면치 못했던 최성찬은 기절했다가 깨어날 때마다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쌓았던 업보를 그대로 되돌려 받아야 했다.
그나마 유라와 주혁, 그리고 남운은 지은을 상처 입힌 것에 대한 원한만 있었다. 최성찬은 이태서의 얼굴을 본 순간 차라리 죽여 달라며 빌어야 했다.
어린 나이에 떠나보낸 어머니와 여동생의 몫으론 한참 부족하지만, 이태서가 복수를 위해 행한 마법은 강제로 대상의 마나를 불태우는 마나 소멸이었다.
모든 마나를 소진할 때까지 버닝 상태가 되어 버린 최성찬은 이내 기절조차 하지 못한 채로 극렬한 고통을 받으며 반 미쳐 버린 상태가 되었다.
기절했던 최성찬이 깨어나 멀쩡히 살아 있는 지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머리를 땅에 연신 박았다. 제발 살려 달라는 무언의 몸짓에 지은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
“이 사람, 말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지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태서가 곧바로 손을 움직여 수십 개의 마법 중 하나를 해제했다. 순식간에 최성찬이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의자에 앉아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는 지은의 곁을 마치 수호하듯 버티고 서 있는 랭커들을 보며 최성찬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원하는 거요?”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다른 사람들에게 백 번을 빌어 봤자 결국 최종 결정권은 지은에게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최성찬이 최대한 처량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녀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알고 있는 모든 것이라…….”
“정말입니다. 한 치의 거짓말도 없을 겁니다!”
“좋아요. 그럼 말해 보세요.”
“네…….”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잖아요.”
“…….”
“그러니 일단 들어 보겠다고요.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판단하는 건 저희의 일이죠.”
헌터도 아닌데다 던전 안에서 파리 목숨 취급하며 가지고 놀았기에 만만하게 생각했다. 순진하게 생겨서 적당히 저자세로 나가면 살 수도 있을 것 같았건만, 결국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는 것은 지은이라는 사실을 최성찬은 깨달았다.
최성찬의 입에서 얻어 낸 정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길드원 전원이 범죄자인 해방의 날개 길드 본부의 위치가 다름 아닌 던전 안이라는 것. 그리고 신의 그림자인 키드의 권능이 바로 지상에 균열을 ‘심는’다는 것이었다.
“균열을 심는다?”
“한국에 발생했던 상위 균열은 S호텔에서 일어났지. 키드가 균열을 심을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균열을 심는 매개체가 있나?”
“알 같은 검은 물체였다. 그게 뭔지는 정말 나도 모른다.”
“……흠.”
최성찬의 자백을 통해 원하는 장소에 즉시 균열을 생성하진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중요한 단서를 얻은 셈이었다.
“그 기운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균열이 어디에 일어나는지 알고 대비할 수 있겠다만.”
자신을 스윽 바라보며 말하는 유라에게 이태서가 혀를 차고는 말했다.
“그런 상식 밖의 능력을 무슨 수로?”
“마법으로 못 해?”
“네 주먹으로는 되나?”
티격태격하는 유라와 이태서의 말다툼을 들으며 지은 역시 고민에 빠졌다. 던전 안에 본거지를 두고 예측하기 어려운 통로를 통해 계속해서 돌아다니는 키드를 무슨 수로 잡아야 할까.
한국의 던전 안에 봉인된 정령왕들을 1회 차의 자신이 몰아 놨으니, 그 사실은 신의 그림자인 키드도 알고 있을 터. 앞으로 그가 주로 활동하는 무대가 한국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다른 정령왕들을 정화하면 신에게 창조의 기운을 넘기지 않을 수 있으니,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해할 것이 분명한 지금.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던전 안에서 위험 요소를 끼고 싸우는 건 피해야 했다.
그런 지은의 고민을 덜어 준 것은 가만히 최성찬의 자백을 듣고 있던 주혁이었다.
“제가 키드를 쫓겠습니다.”
“네?”
“아무래도 저에게 지은 씨가 부여하신 이번 사명은 그림자를 지우는 것 같습니다.”
키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구도자.
주혁의 눈이 강한 의지를 담은 채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