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2화(16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2화
“더 얻어 낼 정보는 없는 것 같네요.”
주혁의 말대로였다. 고작해야 키드의 끄나풀에 불과한 최성찬에게서 필요한 정보는 다 얻어 낸 것 같았다. 해방의 날개 길드의 본거지가 던전 안에 있다는 것과 함께, 키드가 균열을 모종의 방법으로 직접 심는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만으로도 최성찬의 쓰임은 끝났다.
“그렇다면……!”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말한 최성찬이 납작 엎드린 상태로 지은을 간절하게 올려다보았다. 주혁의 말에 고민하는 듯한 지은을 보며 최성찬은 약속한 대로 자신을 살려 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착해 보이는 태도에 지은이 틀림없이 자신을 ‘용서’할 것이라고 기대하던 최성찬의 얼굴은 이어진 지은의 말에 의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럼 다시 입을 막아 주세요.”
“……!”
지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이태서의 마법이 최성찬에게 덧씌워졌다. 충격을 받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최성찬에게 지은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그렇다 쳐도 당신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잖아요.”
각성의 시대가 시작되고 제대로 된 법이 바로 세워지기 전의 무법 시대. 암살자인 그의 무리들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지은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제가 아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있는데.”
“읍…… 읍!”
“그분이 당신을 다시 만나길 정말 기대하고 계실 거예요.”
이태서를 향해 미소 짓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말하는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눈치챈 최성찬은 차라리 자신을 죽여 달라며 소리쳤다.
물론 마법에 의해 그 처절한 목소리가 지은의 귀에 들리는 일은 없었다.
* * *
마일리를 압박한 이태서의 활약 덕분에 제임스의 죽음에 키드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결국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말을 따랐기에 그의 범행을 묵인했던 미국 정부는, 이번에는 끓어오르는 여론 때문에 키드를 압박하는 것을 선택했다.
1급 수배범이었던 키드를 S급 수배범으로 상향하고, 공식 랭킹에서 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사실상 완전한 추방령을 내렸다.
“어차피 그런 건 상관하지 않을 놈입니다.”
이번 맨해튼 상위 균열은 지은을 잡기 위해 설치한 덫이었다. 그 덫에서 빠져나온 것도 모자라 오히려 사냥꾼을 사냥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은이 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고는 말했다.
“돌아가죠, 한국에.”
그를 잡을 덫을 놓을 무대인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쥐 죽은 듯 던전 안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키드의 위치는 틀림없이 한국이었다.
미국 측에서 준비해 준 전세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수많은 환영 인파의 환대를 받으며 귀국한 지은은 청와대의 초대를 거절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여독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었지만, 집에 돌아온 지은은 며칠 동안 푸드 코너에 대량의 음식을 만들어 올리는 등 그간 너무 바빠 소홀했던 요리를 하며 오랜만의 휴식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상을 수령 가능한 퀘스트가 생겼다. 그 목록을 확인한 지은은 침대에 누워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보상 수령 가능 퀘스트 목록] [NEW!] – 분점 확장– 단계에 따라 확장할 수 있는 분점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 현재 사장님의 단계는 ‘신뢰받는 맛집 사장님’입니다.
– 확장 가능한 분점은 5개로, 원하는 위치에 분점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 분점에 판매할 레시피를 입력하면 해당 음식이 메뉴판에 추가됩니다. 모든 음식은 자동으로 조리됩니다.
– 철저한 키오스크 자동 주문을 통해서 음식이 제조됩니다. 반경 200M를 비추는 CCTV가 탑재되어 무전취식은 불가능합니다.
– 분점은 던전 안에 상시 설치되어 음식을 지정한 시간대에 3회 판매가 가능합니다.
– 본점과 동일하게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이 적용됩니다.
– 분점은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본사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본점의 위상에 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흐음…….”
미국 균열에서 비싸게 가격을 받고, 틈틈이 계속해서 푸드 코너에 음식을 올려서 판매했기에 창업 비용은 충분해졌다. 기존의 퀘스트들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직접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이 처음으로 도입됐는데, 분점 확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모두 모인 상태였다.
기본적으로 청명 길드에 가입하면서 받았던 계약금과 각종 수당은 사용할 수 없는, 오로지 지은의 능력으로 만들어 낸 음식을 판매한 금액으로만 분점을 설치할 수 있는 퀘스트였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지은은 그렇다고 한국에서 비싼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음…….”
1회 차의 기억과 회귀에 대한 비밀을 알아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수령 가능하게 된 5개의 분점.
이 또한 1회 차의 자신이 의도적으로 안배해 놓은 것이 아닐까. 고민하던 지은의 침대로 폴짝 뛰어오른 까망이가 지은의 팔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고 있나, 주인?>
“5개의 분점을 어디에 설치할까 고민 중이야.”
각성하기 전 꿈이었던 프랜차이즈 CEO가 되는 일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애초에 사장인 자신 대신 분점을 철저하게 관리해 주겠다는 본사(?)는 시스템인 것 같으니, 별다른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터였다.
“창업주를 모집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직원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자신의 레시피를 입력만 해 두면 키오스크를 통해 자동으로 음식을 만들어 주는, 그야말로 앉아서 돈을 버는 시스템!
인건비도, 관리비도, 거기에 재료비도 필요 없는 이 사기적인 분점 시스템에 지은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1회 차의 자신도 각성 전에는 분명 프랜차이즈 CEO를 꿈꿨을 텐데, 그 이루지 못한 소망을 이런 식으로 안배해 둔 것일까.
“물론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지.”
이 자체로 충분히 사기적인 분점 시스템이지만, 다섯 개의 분점을 던전 안에 설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시 말해 던전 안에 지은의 푸드 트럭을 포함한 총 여섯 개의 눈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패시브인 [이거 방탄 트럭이야!]가 적용되니 파괴될 위험도 없다. 물론 분점 다섯 개를 유지할 마나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지만, 전투를 하거나 상위 던전에 입장하지 않는 이상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새삼 느끼는 건데 나 많이 컸다. 그치?”
마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된 자신이 대견스러웠는지 뿌듯한 표정을 짓는 지은을 보며 까망이가 말했다.
<그래, 주인. 많이 컸다.>
“그런데 신에게 사실상 선전 포고를 한 거나 다름없는데 괜찮을까?”
신이 자신의 그림자를 앞세워 창조의 대리자인 지은을 잡기 위한 덫을 완벽히 깨부수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 일등 공신이 바로 창조의 정령인 ‘민까X’으로 공표까지 되었으니, 지금 신은 상당히 분노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지은의 질문에 담긴 뜻을 알아챈 까망이가 웃음 지으며 말했다.
<이젠 주인이 혼자가 아니니까.>
까망이의 말대로였다. 키드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주혁은 복귀하자마자 키드를 잡기 위한 특별 전담반을 길드에 창설했다.
인위적인 균열을 발생 시킬 수 있는 키드의 능력을 길드 연합에 알렸을 땐 다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믿지 않았다. 그러나 회담장에 등장한 이태백이 죄인처럼 끌고 온 최성찬의 자백에 의해 지금 길드 연합은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
지은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이태백은 굴러 들어온 원수에게 아낌없는 마법 연구를 쏟아붓고 있었다. 정부조차 1급 수배범인 최성찬의 신변을 이태백이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고 감히 반대하지 못했다.
“그래, 네 말대로 이젠 난 혼자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해도 된다, 주인.>
미뤄 뒀던 취미 생활을 즐기듯 요리를 해 푸드 코너에 음식을 등록하는 지은을 봐 왔던 까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기지개를 켠 지은이 상쾌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1층에서 현장 판매나 하러 갈까?”
<그거 좋지.>
지은이 말하는 1층이 어디를 뜻하는지는 뻔한 이야기였다. 대지의 정령왕 드루이얼이 잠들어 있을 [타락한 대지]에 키드는 나타날 수 없었다.
이미 주혁과 이태서에 의해 던전 전체에 덫이 놓아진 상황이었으니, 운신에 제한이 있는 키드가 감히 드루이얼을 손에 넣기 위해 잠입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대지의 정령왕인 드루이얼까지 지은이 정화한다면, 여섯 속성의 정령왕 중 무려 절반인 세 속성의 정령왕이 다시 정령계에 돌아오게 된다.
1회 차와는 다르게 이미 절반의 정령왕을 다시 소생시킬 수 있게 된 까망이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아, 그러고 보니.>
물론 나타나진 못하겠지만, 만에 하나의 경우를 대비해 현장 판매에 데리고 갈 아르바이트생을 누구로 할지 고민하고 있는 지은에게 까망이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그니스가 계약자를 찾았다.>
“뭐? 진짜?”
처음으로 정화한 정령왕인 이그니스. 좋은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다시 만나자며 인사했던 불의 정령왕이 계약자를 찾았다는 소식에 지은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지은의 반응을 보며 까망이가 씨익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현장 판매의 메뉴는 뭘로 할 생각인가?>
“음…… 새로운 메뉴를 실험해 보고 싶긴 해.”
아무래도 집과는 다르게 푸드 트럭에서 만들 수 있는 요리엔 한계가 있었다. 간편하면서도 휴대성이 좋고, 먹기에도 간편한 메뉴를 변형시켜 푸드 트럭 판매용으로 바꾸는 일을 지은은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었다.
<올 때가 됐는데…….>
“응? 누가?”
까망이가 시계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까망이의 모습에 지은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의 집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이내 까망이가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리며 말했다.
<누구긴 누구야. 같이 장사를 하러 갈 착실한 아르바이트생이지.>
띵-동!
까망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지은이 고개를 돌려 인터폰을 확인했다. 인터폰 너머에 보이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지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 여기가 진짜 지은이네 집이 맞아요?”
누군가에게 어색하게 말하고 있는 사람은 하소연이었다.
어색한 표정으로 인터폰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하소연을 본 지은이 기쁜 마음에 손뼉을 쳤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진 않겠지만, 지은의 눈에 또 다른 손님이 보였다. 하소연의 곁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이그니스였다.
[맞다니까 그러네. 계약자여, 너는 왜 나의 말을 도통 믿지 않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