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3화(16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3화
“실례합니다…….”
설레는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며 현관에 들어선 하소연이 지은에게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지은이 씨익 웃어 보이며 그런 하소연을 집 안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이그니스와 계약을 했어요?”
“네,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어쩌다 보니’라니! 내가 친히 계약을 제안했건만!]오랜만에 보는 이그니스였다. 언젠가 누군가와 계약해서 전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하곤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그것도 자신의 파티원인 하소연과 계약을 했을 줄이야.
“그런데 어쩐 일로 왔어요?”
“이그니스 님이 무조건 오늘 지은이 너를 보러 가야 한다고 얼마나 재촉을 하던지.”
미국 파병을 갔다가 돌아온 지은에 대한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하소연은 곧바로 다른 활동 없이 휴식에 들어간 지은이 매일 푸드 코너에 대량의 음식을 등록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공급은 늘어났지만 수요가 그 몇 배는 상승했기에 유명 아이돌의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하는 전쟁터에서 몇 번이고 승리를 거둔 하소연이었다.
“마침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했는데 같이 갈래요?”
“아르바이트생?”
하소연의 눈이 반짝였다. 참김볶의 수혜자 중 한 명이었던 자신이 지금 푸드 트럭 아르바이트생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뻤는지 하소연이 지은의 손을 덥석 잡으며 소리쳤다.
“내가 우리 동네 전설의 아르바이트생이었어!”
* * *
정말 오랜만의 자율 판매였기에 지은은 헌터 게시판에 직접 판매 장소와 시간을 등록했다.
자유게시판 1page.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 민지은입니다.]오늘의 던전 현장 판매 일정을 알려 드리려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오늘 17시부터 20시까지 딱 세 시간!
1층 던전 [타락한 대지]의 대형 비석 앞에서 새로운 신메뉴를 판매할 예정이니 많이들 와 주세요!
└ ㅁㅊ…… 이거 진짜냐?
└ 푸드 트럭 사장님 오셨다!
└ 아! 왜! 왜 하필 오늘인데 왜!
└ 자유 게시판엔 영리 목적의 광고 글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푸드 트럭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 나 기다린다! 지금 비석 앞인데 기다린다!
상위 균열과 미국 파병으로 요즘 그 누구보다 주가를 올리고 있는 지은이 직접 헌터 게시판에 남긴 글은 무수한 댓글과 함께 올린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일간 최고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리 목적의 광고 글을 금지하는 헌터 게시판 운영자조차 던전으로 출발했다는 댓글을 남길 정도였으니, 그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크리스마스의 깜짝 이벤트 판매를 기억하고 있는 헌터들에게 오랜만의 자율 판매 소식은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지은이 드루이얼이 봉인되어 있을 비석 앞에 도착했을 땐, 푸드 트럭이 놓일 장소를 제외하고 빽빽하게 자리 잡은 헌터들이 선착순으로 번호표를 뽑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오셨다!”
지은이 등장하자마자 마치 홍해의 기적이 펼쳐지듯 운집했던 사람들이 앞다퉈 길을 비켜 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담긴 눈빛과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이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지은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비석 앞으로 전력 질주를 해야 했다.
“세상에…….”
헌터 게시판에 상주하고 있는 하소연은 지은의 인기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소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인벤토리에서 벽돌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화르륵!
전설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는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이그니스와 계약한 덕분에 화력이 더욱 강해진 샐러맨더들의 불쇼를 감상하러 몰려든 손님들이 연신 박수갈채를 보냈다.
오늘의 자율 판매 메뉴는 칼집을 낸 돼지 앞다리 살에 특제 고추장 양념과 간장 양념을 고루 발라 석쇠에 구워 내는 양념 석쇠 구이와 주먹밥이었다.
푸드 트럭이란 특징상 직접 불에 구워야 더욱 맛이 살아나는 석쇠 구이는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 메뉴였다. 고기 양념을 새로 개발했는데 막상 고기 굽기가 마땅치 않다는 지은에게 하소연은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쭉 펴고 말했다.
“불의 정령사인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니!”
아무런 걱정하지 말라던 하소연은 푸드 트럭의 안전 구역 안에서 벽돌을 이용해 완벽한 화덕을 만들어 냈다.
청명 길드 공채 면접 당시 특기란에 삼겹살 맛있게 굽기를 적어 냈을 정도로 하소연은 고기 굽기에 있어서 최고의 인재였다.
화덕 안에 짚불을 피우고 샐러맨더들로 계속 화력을 유지했다. 긴 석쇠에 꽂힌 양념 바른 고기들을 넣었다 뺐다하며 직화로 구워 내는 하소연의 모습은 장인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테이블을 펼 건데 도와주실 분 계신가요?”
그동안 시도하지 못한 넓은 야외 테이블.
스킬 레벨과 함께 무척 넓어진 안전 영역 안. 바싹 구워진 석쇠 구이의 냄새를 못 참은 헌터들이 기다란 테이블들과 의자들을 빠르게 설치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넓게 펴!”
“테이블 하나당 의자는 4개씩이요!”
“음식 서빙하시기 편하게 길도 잘 내주세요!”
모두가 달라붙어 테이블을 척척 펴내고 있으니 다량의 테이블이 금세 세팅되었다. 한 번에 100명은 족히 수용할 수 있도록 구색이 갖춰지자, 번호표대로 입장한 손님들이 한껏 기대감을 품고 의자에 앉았다.
은색 쟁반에 고기 한상 차림을 분주하게 세팅하는 지은의 손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김치와 양파절임, 쌈 채소와 쌈장, 소금, 마늘과 함께 쫑쫑 썰어 낸 청양고추까지.
어느 음식점 부럽지 않은 한상 차림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푸드 트럭이 아닌 음식점 수준이 되어 버린 엄청난 스케일에 손님으로 온 헌터들이 모두 엄지를 척 하고 치켜세웠다.
‘너무 바쁜데! 재밌어!’
첫 각성 이후 손님을 전혀 못 받았던 예전과 비교되는 지금의 모습에 지은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테이블에 앉은 모든 손님들에게 기본 상차림을 세팅하고 미리 준비한 밥을 취반기에 넣은 지은이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고기 나갑니다!”
대형 삽이나 다름없는 석쇠에 바짝 기름기를 뺀 불의 정령표 직화 구이가 나왔다는 소식에 아까 전부터 목을 쭉 빼고 하소연만 바라보고 있던 손님들이 차례대로 벌떡 일어나 고기를 받아 가기 시작했다.
바짝 구워져 감칠맛이 나는 불향까지 입혀진 고기를 젓가락으로 듬뿍 집어 상추와 깻잎 위에 올리고, 마늘과 청양고추를 올려 크게 싸 먹은 손님들의 얼굴에 이내 미소가 피어났다.
“저기 고기 굽는 정령 봤어?”
“세상에! 너무 귀여워!”
급하게 마련한 화덕은 세 개였다. 하나는 하소연이 고기를 굽고 있었고, 나머지 두 개의 화덕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샐러맨더들이었다.
이그니스와 계약하며 소환할 수 있는 정령의 수가 잔뜩 늘어난 덕분에 지금 푸드 트럭 안에는 샐러맨더뿐만 아니라 중급 정령인 피닉스와 상급 정령인 이프리트까지 나와 있었다.
그중에서도 고기를 직접 굽고 있는 건 선배 정령인 토치와 이터, 터보였다. 마치 다른 불의 정령들에게 ‘고기란 이렇게 굽는 것이다.’라고 알려 주는 듯 시범을 보이고 있는 샐러맨더 삼인방의 주변에 불의 정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손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충분했다.
화려한 정령들의 불쇼로 초벌된 고기가 짚불에 한 번 더 바싹 익혀져서 나오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후각적으로도 없던 식욕까지 불러일으켰다.
“여기 고추장구이 3인분 추가요!”
“여기 소주는 없나요?”
“사이다 한 병만 주세요!”
“한 테이블당 시간은 15분밖에 못 드립니다!”
지은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1분도 채 되지 않아 구워져 나오는 고기는 그보다 빠른 젓가락질에 금세 동이 나기 일쑤였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워낙 많았기에 즉석 밥과 함께 미리 준비한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시래깃국까지 모두 비운 손님들은 알아서 일어나 그릇을 정리했다.
종이 그릇들과 젓가락들까지 분리수거하고 계산대에서결제를 마친 손님들이 지은에게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제 양념장을 바른 고기도 매우 맛있었지만 양파절임부터 시래깃국까지 그 모든 맛이 일품이었다.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알맞은 석쇠 구이 상차림은 고작 1인 8천 포인트였다.
“세상에…… 이게 다 뭐야?”
뒤늦게 부랴부랴 던전으로 들어온 유라와 이태서, 남운이 끝없이 늘어져 있는 줄을 보며 입을 떡 하고 벌렸다.
“진짜…… 못 말린다니까.”
한눈에 봐도 엄청나게 바빠 보였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음식을 서빙하고 있는 지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유라가 픽하니 웃었다.
지은의 저런 미소를 보는 게 처음인 이태서와 남운의 입가에도 어느새 미소가 자연스럽게 번져 갔다. 그런 일행들과 시선이 마주친 지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 하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유라 언니!”
“저희도 있습니다만.”
“너희는 지은이 눈에 안 들어오나 보지. 뭐 해? 빨리 가서 서빙 안 하고?”
이미 아르바이트생으로 지정되어 있던 세 명이 팔을 걷어붙이고 푸드 트럭에 합류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음식을 나르기 시작한 남운과 손을 휘저어 마법으로 서빙하는 이태서. 그중에서도 자연스럽게 주방장인 지은의 옆자리이자 주방의 2인자인 주방 보조 자리를 차지한 것은 유라였다.
남운과 이태서가 그런 유라를 보며 뭐라 항의하려 했지만, 피식 비웃음을 흘리는 유라의 모습에 오히려 사기만 떨어질 뿐이었다.
“나한테 맡기고 비석으로 가.”
유라의 말에 시래깃국 간을 보고 있던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판매 장소를 대지의 정령왕이 봉인된 비석 앞으로 지정한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 유라가 눈을 찡긋했다. 덕분에 지은은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푸드 트럭 뒤편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주혁을 필두로 한 사냥조가 빈틈없이 던전 1층을 경계 중이었다. 키드가 아무리 던전 안을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다고 해도, 일부러 음식 판매로 헌터들을 가득 불러 놓은 이곳에 등장한다면 그 즉시 헌터들의 공격이 쏟아질 터였다.
제로급 수배자가 되어 버린 키드의 현상금은 어마어마했고 그의 얼굴을 모르는 헌터는 없었다. 그럼에도 대지의 정령왕을 키드가 노리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트럭으로 가려진 비석의 정중앙. 비석을 바라보고 있는 이그니스의 뒷모습을 보며 지은이 보를 씌워 둔 은쟁반을 비석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정말 드루이얼 님이 봉인을 직접 깨고 나온다고요?”
[그렇다니까.]<가능성이 있다.>
인간들의 손에 의해 소멸당하고 이 비석 안에 봉인된 드루이얼을 어떻게 깨울 것인가 고민하던 지은은 까망이와 이그니스가 하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지금도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워낙 강경하게 주장하는 까닭에 한번 믿어 보기로 결심한 지은이 은쟁반에 씌워 둔 보자기를 벗겨 내고는 말했다.
“드루이얼 님, 식사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