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4화(16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4화
비석에 봉인되어 있을 드루이얼을 어떻게 깨울 것인가 고민하던 지은에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까망이와 이그니스가 대답했다.
[밥을 줘.]<맛있는 걸로 유혹해라.>
마치 제사를 지내듯 비석 앞에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주면 알아서 깨어날 거라며 자신하는 까망이와 이그니스의 말에 지은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자신들을 흘겨보는 지은에게 억울하다는 듯 까망이가 말했다.
<장담할 수 있다! 그 녀석은 밥에 진심인 정령이니까!>
살면서 밥에 진심인 사람은 많이 봤다. 당장 가까운 청명 길드원들만 봐도 다들 그렇지만, 밥에 진심인 정령이라니?
<드루이얼 그 녀석, 첫 계약자가 왕실 셰프였거든. 요리를 얼마나 잘했는지 매일 삼시 세끼에 디저트까지 꼬박 챙겨 먹는 걸 50년쯤 하고 난 뒤로는…….>
밥으로 대지의 정령왕을 유혹할 수 있다는 말은 정말 진심인 듯했다. 까망이의 의견에 이그니스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결국 지은은 봉인된 드루이얼을 깨우는 어딘가 미심쩍은 작전을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하세요!”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직화 구이. 짭조름하면서도 끝이 달콤한 간장소스가 발려진 간장구이와 매콤하면서 불향이 제대로 가미된 고추장구이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쌈 채소.
파절이는 물론이고 새콤한 양파절임, 거기에 고춧가루를 뿌려 칼칼한 시래깃국까지.
한국인이라면 절대 참을 수 없는 완벽한 밥상.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부채를 꺼내 든 지은이 비석 쪽으로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아아…… 고기가 다 식어 버려. 지금 먹어야 정말 맛있을 텐데.”
부채질을 하며 고기를 식히고 있는 건 본인이었음에도 정말로 고기가 식어 가는 것이 아깝다는 듯 연기하는 지은의 모습에 까망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마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지은의 연기에 이번 계획은 글렀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드드드드!
비석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실리아가 봉인에서 깨어날 때와 똑같은 전조 증상에 지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맛있는 냄새가 난다아아! 배고파!]이윽고 비석이 반절로 쩍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열렬하게 배고프다고 외치던 드루이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실리아와 다르게 타락의 기운에 물들어 있지 않은 드루이얼의 모습에 지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키드의 마수가 뻗치지 않은 모양이네.’
스스로 봉인을 풀고 모습을 드러낸 드루이얼은 다른 정령왕들과는 다르게 아주 친근한(?) 모습이었다.
‘귀여워!’
위엄이 넘치던 아실리아나 이그니스와는 다른 어린아이의 모습. 통통하게 차오른 볼살이 빵빵한 드루이얼이 완전히 드러나자 지은은 그 귀여움에 감격해 입을 텁 하고 틀어막았다.
[맛있는 냄새! 나한테 주는 거야?]차려 놓은 밥상을 가리키며 입맛을 다시는 드루이얼을 보며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주는 음식이 맞다는 사실에 감격했는지 두 손을 꼭 모은 드루이얼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맛있어 보인다!]<에라이, 이놈아.>
오직 눈앞의 밥상에만 관심이 있는 드루이얼의 뒤통수를 까망이가 풀쩍 뛰어올라 철썩! 내리쳤다. 불시의 습격을 받은 드루이얼이 얼얼한 뒤통수를 만지며 그제야 까망이와 눈을 마주쳤다.
[어! 아버지?]드루이얼이 눈을 크게 뜨고는 까망이를 내려다보았다.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틀림없는 까망이었다. 그런 드루이얼의 말에 까망이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타락의 기운에 씌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다만, 매일 먹을 것만 찾는 모습을 앞으로 또 볼 생각에 답답하구나.>
[내…… 내가 언제 먹을 것만 찾았다고!]그렇게 말하면서도 드루이얼의 시선은 계속 지은이 차려 준 밥상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까망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드루이얼을 째려보았다.
애써 그런 까망이의 시선을 피하며 드루이얼이 슬금슬금 밥상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상추를 집어 들더니 이내 능숙하게 젓가락으로 고기를 올렸다. 한 번에 세 점의 간장구이를 올리고, 거기에 쌈장에 찍은 청양고추와 마늘을 추가해 능숙하게 쌈을 싼 드루이얼이 쌈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으음!]첫 쌈을 씹자마자 느껴지는 고기의 풍미에 드루이얼이 눈을 크게 떴다. 천천히 입 안에서 펼쳐지는 고기와 야채의 조화에 드루이얼이 만족스러운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맛있나요?”
[그야 당연히……!]당연히 맛있다고 말할 줄 알았던 드루이얼이 아직 한참 남은 고기들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말을 흐렸다. 그러더니 뭔가 결심한 듯 젓가락을 들어 올리며 다시 말했다.
아직 먹어 보지 못한 고추장구이 쪽에 시선을 주고 있는 드루이얼의 모습에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여야 했다.
지은의 고갯짓이 허락의 의미라는 것을 눈치챈 드루이얼이 곧바로 고추장구이를 들어 밥 위에 올리고는 숟가락 가득 밥을 퍼 입 안으로 가져갔다.
계속 먹어도 된다는 지은의 손짓에 구수하면서도 칼칼한 시래깃국까지 떠먹으며 본격적인 먹방을 시작하는 드루이얼이었다.
까망이 덕분에 정령이 식사를 하는 모습은 익숙했지만, 드루이얼은 정말이지 웬만한 너튜브의 먹방 비제이들을 위협할 정도로 먹을 것에 진심이었다.
‘그나저나…… 손님들이 많이 놀랐겠는데.’
정령사가 아닌 이상 정령왕인 드루이얼을 볼 수 없다곤 해도 가만히 있던 비석이 환한 빛과 함께 반절로 쩍 하고 갈라졌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다.
땅까지 울렸는데 너무나 평화로운 분위기에 지은이 앞쪽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려던 찰나였다.
“여기는 걱정 마시길.”
공간 왜곡 마법을 사용한 이태서가 마법진 앞에서 손을 흔들며 씨익 웃어 보이고 있었다.
저번 미국 파병 동안 너무 많은 일이 몰아친 탓에 처음에 설정해 둔 아르바이트생 명단이 아직 해제되지 않은 상태였다.
주혁과 유라, 이태서, 남운. 총 4명과 오늘 새롭게 추가된 신입 아르바이트생 하소연까지. 5명까지 지정 가능한 아르바이트생이 어느새 풀로 차 있었다.
“그렇습니다. 키드도 현재 미국에서 계속 도망쳐 다니는 중인 듯합니다.”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창을 빼 들고 트럭에 기대 있던 주혁이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이제 S급 수배자가 되어 버린 키드였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미국 정부가 뒤를 봐주고 있었던 탓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지만, 키드가 균열을 강제로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이 주혁에 의해 공표되면서 맨해튼 상위 균열에 휘말린 희생자들과 연이 있는 헌터들이 눈에 불을 켜고 키드를 추적 중이었다.
“아직 미국 본토 내에 키드가 원하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끈질기게 추적을 따돌리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던전 안으로 키드가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거네요.”
“조만간일 겁니다. 지금 노아가 혈안이 돼서 해방의 날개 길드의 본거지를 수색 중이니까요.”
“노아가요?”
주혁의 입에서 나온 노아의 이름에 지은이 고개를 갸웃했다. 노아는 호되게 지은 일행에게 당하고 난 이후 균열이 소멸되자마자 정식으로 길드를 통해 섭섭지 않은 보상이라는 이름의 막대한 합의금을 지불했다.
돈뿐만이 아니라 미국 던전에서 나온 다양한 상위 장비와 희귀한 재료 아이템들까지 청명 길드는 물론이고 태백 길드에까지 제공한 노아가 공항에 마중 나와 치를 떨던 모습이 기억났다.
“키드의 본거지를 찾아 없애거나, 키드를 직접 잡아 오면 금제를 풀어 주겠다고 약속했거든.”
지은의 질문에 대답해 준 것은 이태서였다.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지은과 그 일행에 대해 위해를 가할 수 없게 된 월드 랭킹 1위.
만약 주혁이나 다른 일행이 나쁜 마음을 먹고 노아의 목숨을 노린다 해도 노아는 금제 마법에 의해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할게 분명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노아와 같은 강한 전력을 잃는다는 건 뼈아픈 손실이기도 하거니와 애초에 그럴 생각도 전혀 없었지만, 족쇄가 채워진 입장의 노아는 당연히 눈이 뒤집혀 키드를 추적하고 있을 것이었다.
키드의 끄나풀인 해방의 날개 길드원들부터 남김없이 잡아들이고 있을 노아의 분노를 정면으로 맞게 될 키드가 불쌍해지려 했다. 미국의 모든 길드를 동원할 수 있는 마스터의 자격을 가진 노아는 던전에서도 지상에서도 키드를 쉼 없이 압박 중이었다.
거기에 미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발생한 균열이 키드와 그 끄나풀들에 의한 일이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각국의 헌터들이 해방의 날개 길드의 본거지를 찾기 위해 수색대를 꾸려 던전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모든 건 월드 랭킹 2위인 주혁의 발언을 1위인 노아가 지지하며 직접 행동으로 나서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노아야 금제 마법을 풀어 준다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혈안이 되어 움직이고 있는 거였지만, 다른 랭커들은 그런 속사정까진 알지 못할 테니까.
“그러니 걱정 마시고 지은 씨는 지은 씨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 주시길.”
밥상에 놓인 고기가 쉼 없이 사라지는 광경을 가리키며 주혁이 씨익 웃어 보였다. 정신없이 고기를 먹고 있는 드루이얼의 모습을 확인한 지은도 웃으며 말했다.
“잘 풀릴 거 같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 배부르다!]쉬지 않고 전투적인 식사를 마친 드루이얼이 만족스럽다는 듯 배를 두드리며 웃어 보였다. 정말이지 게 눈 감추듯 그 많던 음식을 짧은 시간 내에 해치운 드루이얼을 보며 지은이 말했다.
“만족스러우셨나요?”
[물론이다! 정말 맛있었다! 던전에 봉인된 이후론 20년이 넘게 아무런 음식도 먹지 못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였다!]신에게 대항해 봉인되기 전까지만 해도 여섯 정령왕들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정령왕이 바로 드루이얼이라고 했다. 먹을 것을 너무나 사랑하는 정령왕답게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자유롭게 인간들의 틈에서 식도락 여행을 즐겼다는 대지의 정령왕.
[오랜 소원을 네가 풀어 주었구나.]몬스터가 되어 인간의 손에 의해 소멸되었지만, 신의 계략에 의해 던전 안에 다시 봉인되면서 그렇게 사랑하던 인간들을 파멸로 인도할 뻔했던 드루이얼이 지은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실리아의 타락의 기운을 벗겨 내고 키드를 몰아넣지 않았다면, 드루이얼 역시 타락해 키드의 도구로 전락했을 것이었다.
환하게 웃는 드루이얼의 모습에 정말로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 느끼며 지은이 말했다.
“아직 고기가 남았는데 조금 더 드릴까요?”
[내가 지금까지 봤던 인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구나!]추가 서비스를 제안하는 지은의 모습에 감격한 드루이얼이 지은에게 엄지를 들어 올렸다. 그런 드루이얼을 보며 오직 까망이만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창조해 냈지만, 어디서 이런 녀석이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