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5화(16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5화
까망이를 흘겨본 드루이얼이 뭔가 재밌는 생각이 났는지 지은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요리를 네가 한 게 맞느냐, 인간?]갑자기 목소리를 쫙 깔고 말하는 드루이얼이 무슨 속셈일까 싶어 지은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뭔가 보답을 하고 싶은데…….]드루이얼의 입에서 보답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이어서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시스템 알림 : 봉인된 드루이얼을 깨운 업적으로 드루이얼과의 계약이 가능해집니다!]“드루이얼 님과 계약…….”
시스템 알림창의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자신이 대지의 정령왕과 계약이 가능해졌다는 상황에 지은이 멍하니 드루이얼을 올려다보았다.
[어떠냐. 나, 대지의 정령왕 드루이얼과 계약할 자격을 너에게 주겠다.]“음…….”
드루이얼과 계약하게 된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엄청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지은은 드루이얼과 계약하겠다고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망설여졌다.
드루이얼의 제안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왜일까. 고민하던 지은은 고개를 돌린 곳에 서 있는 까망이를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주인이 나 말고 다른 정령왕과 계약…… 분명 주인에게 좋긴 할 텐데…… 아니, 좋긴 뭐가 좋아!>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 싸우고 있는 까망이의 표정은 체념과 분노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이윽고 감히 자신이 버젓이 버티고 있는데 지은에게 계약을 권유한 드루이얼에게 버럭 화를 내며 까망이가 소리쳤다.
<보상은 무슨! 뻔하지! 먹을 거에 환장하는 네 녀석이 주인을 네 전속 셰프로 부릴 생각인 걸 누가 모를 줄 알았나!>
[칫…… 들켰나.]기대감으로 얼굴이 흐물흐물해진 드루이얼의 뒤통수를 내리친 까망이가 지은의 품으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절대 안 뺏긴다! 주인은 오직 내 주인이어야 해!>
종속의 선언까지 했었기에 까망이의 지은에 대한 집착은 당연한 일이었다. 초롱초롱한 눈을 한 까망이가 지은의 품에 안긴 채로 시선을 마주쳐 왔다.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까망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난 너만 있으면 충분하지.”
<주인……!>
“그래서 드루이얼 님의 제안은 감사하지만 거절할게요. 보시다시피 제 유일한 정령이 저를 뺏기기 싫은가 봐요.”
[사실 아버지의 계약자인 너와 정말로 계약할 생각은 없었다. 아실리아에게 무슨 잔소리를 들으려고.]<인간들과 어울려 다니더니 거짓말이 늘었구나.>
[왜 계약 안 한다고 해도 뭐라고 하시는지 모르겠네.]<뭐 이 녀석아? 오랜만에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랴?>
으르렁대듯 하악질을 하는 까망이를 내려다보던 드루이얼이 고개를 돌리고는 ‘딸내미들만 좋아하는 고약한 아버지 같으니…….’라고 중얼거렸다.
마치 사고뭉치 둘째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 지은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드루이얼을 부탁한다고 했던 아실리아가 장녀인가?’
정령왕 가족들의 모습이 생각보다 인간 가족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지은은 시스템 알림창에 떠오른 계약 거절 버튼을 눌렀다.
[드루이얼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창조의 정령의 호감도가 더욱 상승했습니다. 더 이상 오를 것도 없는데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푸하하!”
시스템의 알림까지 더해지자 지은은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품 안에 안겨 있는 까망이를 쓰다듬었다. 갸르릉 대며 기분 좋은 티를 내는 까망이를 바라보던 드루이얼도 인상을 찡그렸다가 이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자, 그러면 계약은 실패했으니 난 원래 하던 것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겠어.]<정령계를 복구하는 것이 먼저다!>
[아! 왜요!]<일할 생각은 안 하고 탱자탱자 놀러 다닐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내가 너만 생각하면 속이 터진다, 이놈아!>
[내가 그래서 아버지 계약자랑 계약 물러 줬잖아요!]<물러 주긴 뭘 물러 줘! 어차피 거절한 건 내 주인인데!>
계약 문제가 마무리되자 이제는 다른 문제로 목소리를 높여 가며 까망이와 드루이얼이 말싸움을 벌였다. 둘이 싸우든 말든 지은은 테이블에 남은 접시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너 유희 금지령 내렸지.>
[어차피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마당에 나는 놀아야겠어요!]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긴 드루이얼이 순식간에 성인 남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모습을 바꾸는 폴리모프 마법. 아직도 인간 마법사들은 성공한 적 없는 고위 마법이었다.
[음…… 드루이얼이 많이 참긴 했지.]어느새 자신의 곁에 와 있던 이그니스의 말에 지은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뭘 많이 참아요?”
“유희라고요?”
[계약자가 있는 정령왕들은 언제나 자유롭게 계약자의 옆에서 인간 세상에 함께할 수 있지만, 계약자가 없는 정령왕은 그렇지 못하거든.]“아하.”
[그래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인간들의 틈에 어울리는 것을 우리는 유희라고 한다. 그리고 드루이얼 같은 경우에는 유희를 정말 좋아한다.]대지의 정령왕인 드루이얼. 지구의 땅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다 드루이얼의 관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땅 위에서 인간들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영역 위에 두 발을 딛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을 보고, 듣고, 느끼며 드루이얼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들을 사랑해 왔다.
[그래도 지금은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저 녀석도 아마 고집을 꺾고 일을 하지 않을…….] [몰라! 나 놀러 갈 거야!]그렇게 외치며 순식간에 드루이얼이 모습을 감췄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까망이가 입을 떡 하고 벌렸다. 방금 전까지 말을 이어 가던 이그니스가 투정을 남기고 도망간 드루이얼의 빈자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정정하지. 드루이얼 저 녀석은 유희를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유희에 미쳐 있는 녀석이었지.]이그니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까망이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던전 안에 울려 퍼졌다.
<이…… 이 철딱서니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잡히기만 해 봐라. 정령계에 천 년은 처박아 둘 테다!>
* * *
봉인에서 풀려난 드루이얼이 유희라는 이름의 탈주를 거행해 버린 상황에서 일행은 별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지은은 미리 공지했던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자율 판매를 종료했다.
“안 돼! 왜 하필 우리 앞에서!”
소문이 어디까지 났는지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던전 안에서 헌터 게시판을 확인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다른 층에서 사냥을 하던 헌터들도 모여든 덕분에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다.
[현재 던전 안에 설치 가능한 분점은 6개입니다.] [7개 설치까지 남은 매출 : 2000만원.]분점의 개수가 늘어나는 조건은 다름 아닌 매출이었다. 설치 가능한 분점의 개수에 비례해 요구 조건인 매출도 증가했는데, 오늘 한 번의 영업만으로 5개에서 6개로 늘어나는데 필요한 매출액을 달성했다는 뜻이었다.
“히야…… 진짜 너무 맛있어!”
지은이 테이블에 앉아 고기를 입에 가득 넣고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오늘의 일등 공신인 하소연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소연 언니가 잘 구워 준 덕분이죠.”
“아냐! 아무리 고기를 잘 구워도 기본적인 양념이 별로면 맛있을 수가 없거든! 이 맛은 진짜야!”
지은이 각성하지 않았다면 아마 엄청난 맛집 사장님이 되었을 거라며 단언하는 하소연의 말에 고기를 흡입하고 있던 다른 일행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 오빠는 바쁘시죠?”
“제일 불쌍하게 됐어. 우리 길드장께서 키드 전용 위치 추적기가 되시는 바람에 꼼짝없이 길드에 갇혀서는…….”
노아의 펜타곤 길드로부터 받은 장비와 아이템을 분류하는 일부터, 키드와 해방의 날개 길드의 척살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모인 길드 연합의 주축으로 모든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성진이 요즘 달고 사는 말은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였다.
“마법사들은 분신 마법도 못 만들고 뭐 했나 몰라.”
“……마법이라고 모든 게 다 가능한 건 아니라고 내가 항상 말했을 텐데.”
어김없이 티격태격하는 유라와 이태서를 보며 지은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겉으로는 사사건건 의견을 대립하는 앙숙으로 보이지만 지은이 보기엔 저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기류가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지금도 쌈을 싫어하는 유라의 앞접시에 연신 상추와 깻잎을 놓아주면서도 ‘야채도 좀 먹어라, 이 육체 강화형아.’하고 핀잔을 주는 이태서에게 주먹을 들어 올리면서도 순순히 이태서가 건넨 상추에 고기를 올리는 유라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조만간 주변에서 커플이 탄생할 조짐이 보여…….”
남의 연애 감정은 본인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주변에서 보면 다 티가 난다고 하는 것이 딱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유라와 이태서를 힐끔힐끔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는 지은의 앞접시에 주혁이 잘 구워진 고기를 놓아주며 말했다.
“지은 씨도 드셔야죠.”
“아, 고마워요.”
주혁이 놓아 준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가져간 지은의 앞에 잔에 가득 담긴 사이다가 나타났다.
“목 막히실 텐데 드세요, 지은 씨.”
“마침 마시고 싶었는데 고마워요.”
이번에는 남운이 건넨 사이다를 쭈욱 들이켠 지은은 생각했다. 저렇게 대놓고 챙겨 주고 챙김 받는 사이에서 왜 본격적인 연애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정말이지 답답하다니까.
그런 지은의 속은 알지도 못한 채 주혁과 남운의 시선이 지은을 가운데에 두고 충돌했다. 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 뜨겁게 눈싸움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은 지은이 고기를 더 구워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제가 구워 오겠습니다!”
“제가 구워 오겠…….”
먼저 고기를 구워 오겠다고 말한 건 남운이었다. 남운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던 것도 잠시, 말이 살짝 늦었던 주혁이 곧바로 손가락으로 남운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고 하네요. 지은 씨는 조금 쉬고 계시죠. 많이 힘드셨을 텐데.”
지은이 일어나느라 뒤로 밀렸던 의자를 다시 앞으로 밀어 주며 주혁이 자연스럽게 말을 바꿨다. 지은과 함께 테이블 앞에 앉은 주혁을 보며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남운의 손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이는 주혁을 등진 채 지은이 남운에게 말했다.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남운 씨.”
“네…… 물론입니다.”
터벅터벅 두뇌 싸움에서 패배한 남운이 지은의 곁에서 화덕으로 이동한 사이, 주혁이 미리 빼두었던 고기를 지은의 접시에 계속해서 올려 주었다. 마치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음식을 주듯 앞접시에 계속해서 올라오는 고기를 받아먹는 지은이었다.
그런 지은의 뒷모습을 고기를 구우며 바라보고 있던 남운이 고개를 돌리곤 피식 비웃음을 짓는 주혁을 보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어딜.’
‘저게 진짜?’
1회 차부터 시작되었던 지은을 사이에 둔 대립이 다시 9회 차에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