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6화(16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6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간 느낌이었다.
차가운 바람을 뿌리는 겨울이 슬슬 퇴장하고 다음 주인인 봄이 성큼 다가온 지금, 지은은 잃어버렸던 소소한 일상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어때? 맛있어?”
커피 차 형태로 바뀐 푸드 트럭 안. [열려라 신비의 문!] 스킬을 통해 사실상 [바퀴가 가는 대로]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지은이었다.
5층의 첫 던전인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 곳곳을 돌며 다음 던전의 입구를 찾는 것도 가능했고, 실제로 다음 던전으로 향하는 길을 찾았기에 조만간 던전의 토벌대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그니스와 계약한 하소연과 지옥의 양성소 교관 파견을 마친 수영과 새봄을 필두로 한 이번 토벌대에서, 하소연은 ‘제가 5층 토벌대의 선봉에 설 수 있을까요?’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파티 채팅으로 하소연을 했다.
아리아 길드의 부길드장이자 A급 힐러인 한설아가 포함된 고급 힐러들이 무려 10명이나 파견된 파격적인 토벌대의 규모는 다음 던전의 몬스터들이 모두 언데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은의 제보에 의한 결과였다.
던전을 계속해서 탐색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남은 세 속성의 정령왕을 찾기 위함이었다.
1회 차의 지은이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과 함께 희생한 결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정령왕이 봉인된 던전이 한국에 모두 모여 있는 상황.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조건은 만들어졌다고 지은은 생각했다. 그 증거로 드루이얼과 아실리아, 이그니스가 소멸되지 않은 지금, 까망이는 이제 마나 회복을 위해 전용 파우치에 들어가 있지 않아도 넘치는 마나를 펑펑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히 파괴되었던 정령계가 절반 이상 수복되었으니 그 정령계의 주인인 까망이의 힘이 점차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증거로 푸드 트럭의 내부 변형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된 지은은 매일같이 까망이에게 부탁해 그날그날 판매할 요리에 맞춰 푸드 트럭을 개조하고 있었다.
오늘의 판매 메뉴는 다름 아닌 향긋한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다양한 조각 케이크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만들어진 크림치즈 딸기 케이크를 시식한 까망이가 엄지를 치켜올렸다.
<역시 주인은 대단하다!>
“아냐, 은근히 쉬워. 너도 해 볼래?”
삼각형 모양의 케이크 틀에 케이크 시트를 넣고 미리 모양을 해치지 않게 도톰하게 썰어 둔 딸기를 틀에 붙이고 크림치즈를 가득 부어 주면 1차 준비는 끝이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자신의 옆에서 짤주머니에 담긴 크림치즈를 앞발로 쭉 짜내며 재밌다는 듯 웃어 보이는 까망이의 모습에 지은도 웃음을 터트렸다.
이후 지은이 꺼내 든 것은 산뜻한 분홍색의 딸기 케이크의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해 줄 식용 색소였다.
색소를 섞자 연한 분홍색의 크림치즈가 완성되었다. 미리 틀 위에 붙여 둔 시트지 위에 넘치지 않게 분홍색 크림치즈를 부어 예쁘게 모양을 잡아 주면 두 번째 준비도 끝이었다.
“원래라면 냉장실에서 1시간은 굳혀 줘야 하지만 우리에겐 이게 있지!”
지은이 꺼내 든 것은 바로 휴대용 손풍기였다.
여름 모드로 바꾸고 온도를 최대한 낮춰 설정한 뒤 냉장고에 손풍기를 넣으니 10분도 채 되지 않아 알맞게 굳은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잘 굳은 케이크 위로 슈가 파우더를 솔솔 뿌리고, 딸기를 세로로 예쁘게 썰어 올려 두자 보기에도 너무 예쁘고, 먹을 때도 상큼하면서도 크림치즈의 꾸덕한 맛이 입 안에 감도는 딸기 케이크가 금세 완성되었다.
이런 식으로 티라미수와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어 개조한 케이크 보관함에 넣어 메뉴 이름과 함께 가격을 적어 놓으니 카페 영업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
지은이 몇 종류의 케이크를 까망이와 함께 만드는 동안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고 온 나운과 성진이 안전 영역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으음! 향긋한 커피 냄새!”
“오랜만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네.”
남편과의 결혼 후 첫 여행을 길게 다녀온 나운과 함께 서류 더미의 산에 파묻혀 지옥의 야근을 하던 성진이 오랜만에 지은의 푸드 트럭에 합류했다.
제발 새로운 던전의 입구를 찾는 일에 자신을 데려가 달라며 간곡하게 부탁하는 성진의 부탁에 지은은 안쓰러운 마음에 길드에서 성진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너는 절대 못 가!’라고 외치며 뒷덜미를 잡아채려는 유라의 손아귀에서 간신히 벗어난 성진은 ‘저 독한 것…….’이라며 유라를 저주했다.
“고생하셨어요. 커피 한 잔씩 드세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헤이즐넛 시럽을 넣은 커피 한잔과 달콤 쌉싸래한 모카에 휘핑크림을 듬뿍 올리고 그 위에 초코 파우더를 솔솔 뿌린 아이스 초코 모카를 나운과 성진에게 지은이 건넸다. 망설임 없이 휘핑크림을 올린 초코 모카를 가져가는 성진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진짜 달콤한 거 좋아하네요.”
“커피는 너무 써. 난 이렇게 달달한 게 좋더라고.”
방금 전까지 몬스터를 후드려 패고 왔을 성진이 소중하게 휘핑크림을 빨대로 떠먹는 모습에 지은과 나운이 웃음을 터트렸다. 거기에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쉬운데?’라고 말하며 요리조리 접시를 돌리며 딸기 케이크를 감상하는 성진의 모습이 이젠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처음 만났을 때 성진의 얼굴이 무서워 기절까지 했지만, 이제 지은은 성진이 청명 길드의 그 누구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귀엽고 달콤한 디저트들을 사랑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크림치즈를 잔뜩 넣어 꾸덕하면서도 부드러운 딸기 케이크를 크게 떠 맛본 나운이 ‘이 정도면 진짜 재능이야.’라며 자신을 치켜세우자 지은의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
처음으로 만든 음식을 선보이고, 칭찬을 받으면 항상 기분이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
“그나저나 이번에 새로 발견한 던전의 입구가 서쪽이라길래 동쪽에도 뭐가 있을 줄 알았는데.”
보통 각 층의 첫 던전에선 다른 던전으로 가는 입구가 여러 개 발견되곤 했다. 입구가 많게는 5개 이상 발견된 적도 있었으니, 분명 이번에도 다른 입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았다.
벌써 세 번째 동쪽을 수색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에 나운이 아쉬웠는지 커피를 쭈욱 빨아들이고는 혀를 찼다.
“빨리 다른 던전들을 찾아야 할 텐데.”
타락한 정령왕이 있을 던전을 찾아내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는 것을 길드의 간부진들 또한 모두 알고 있었다. 아쉬워하는 나운에게 지은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너무 조급하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으니까요.”
“키드, 그놈이 아무것도 안 하고 도망만 다니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려.”
키드의 악행에 대해선 이미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강제로 균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엔 모두가 분노했다.
균열이 일어날 때마다 아무리 대처를 잘한다고 해도 결국 불필요한 희생은 꼭 일어나는 법이었다. 그것도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는 민간인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균열을 봉인하고 나서 휘말린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비석이 벌써 이 나라에 얼마나 많이 세워졌는지, 그 비석 앞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그날의 상처를 강제로 떠올려야 했다.
아그작!
입 안 가득 털어 넣은 얼음을 씹으며 나운이 정말로 화가 난다는 듯 중얼거렸다.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 같으니. 절대로 그런 놈은 편하게 생을 마감하게 두면 안 돼.”
“물론이지. 빛도 들지 않는 감옥에 집어넣고 평생을 늙어 죽을 때까지 고통받으며 살게 해야지.”
나운과 성진의 말에 지은과 까망이 역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죠.”
* * *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수색을 종료한 일행은 다시 지상으로 복귀했다. 지은 덕에 오랜만에 자유 시간을 얻게 된 성진이 시계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오늘 아르바이트가 늦게 끝났다고 유라에게 말해 줄 수 있어?”
“왜요? 어디 가시게요?”
“이러다가 여자 친구랑 헤어지게 생겼거든.”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는 성진의 모습에 지은은 안쓰러운 감정이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성진에게는 오래 사귄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연말부터 시작된 5층 토벌, 청명 길드 공채 신입 길드원 선발, 상위 균열의 출현, 거기에 주혁과 유라의 미국 파병으로 인해 길드의 모든 업무를 맡아서 한 건 다름 아닌 성진이었다.
거기에 이번 미국 파병 이후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던 일은 키드의 존재로 인해 더욱 불어나 요즘 성진은 여자 친구를 도통 만나지 못했다.
시간은 이른 저녁. 데이트를 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결국 성진의 부탁 아닌 부탁을 들어주기로 합의한 지은과 나운이 어서 가라며 그를 보내 주었다.
“고맙다……!”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자신들을 지나쳐 부리나케 뛰어가는 성진의 뒷모습을 보며 나운이 말했다.
“좋~을 때다. 그나저나 지은아, 차 타고 갈래? 우리 남편이 데리러 오기로 했거든.”
“아뇨, 저도 시간이 남아서 시장 조사나 조금 더 하려고요.”
“그렇게 일만 하지 말고…… 아니다. 노리는 녀석들은 많은 거 같으니 알아서 하겠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던 나운이 손을 흔들며 지은을 배웅했다. 푸드 트럭에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요리들을 떠올리기 위한 시장 조사는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시장으로 가 보자.”
시장이라고 해서 예전만큼 옛날 느낌이 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여러 젊은 사장님들이 모여 만든 먹거리 골목에는 지은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시장 골목 입구로 들어서는 지은의 발걸음이 경쾌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였다. 거기에 오늘은 뻥튀기와 아이스크림을 결합한 뻥튀기 아이스크림은 물론이고 매콤한 국물 닭발을 파는 가게가 들어오는 날이었다.
기대감을 가득 안고 먹거리 골목으로 들어선 지은은 가장 입구에 있는 못 보던 상표를 보고는 걸음을 멈춰 섰다. 입구긴 하지만 먹거리 골목이 시작되는 바깥에 있는 작은 가게여서인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옛날 짜장 떡볶이? 거기에 컵볶이라니!”
조명도 켜지 않은 가게 안. 손님이 없이 주인만 가게 안에 문을 닫고 앉아 있었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웠다.
옛날 짜장 떡볶이는 물론이고, 거기에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컵볶이. 철판 위에서 자글자글 끓고 있는 짜장 떡볶이 소스를 가득 머금고 있는 삶은 계란과 그 옆으로 보이는 어묵꼬치들까지.
이곳은 절대 지나칠 수 없다! 라고 생각한 지은이 닫혀 있는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장사하시나요?”
맛있는 떡볶이와 어묵을 사 먹을 생각에 미소를 가득 띠고 들어온 지은의 얼굴을 확인한 주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장사 안 혀!”
“네?”
“장사 안 하니까 퍼뜩 돌아가!”
“장사를 안 하신다니…… 저렇게 맛있어 보이는 떡볶이와 어묵이 있는데요?”
갑자기 장사를 안 한다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주인의 반응에 지은이 당황하며 밖에 조리된 떡볶이들을 가리켰음에도 가게 주인의 반응은 싸늘했다.
“빨리 돌아가! 오늘 장사는 안 한다니까!”
“그래도…….”
“빨리! 시간이 얼마 없어. 빨리 도망…….”
콰아아앙!
어딘가 절박해 보이는 가게 주인의 모습에 지은이 의아함을 느끼고 다가선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이 일어난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