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7화(16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7화
“아, 윽…….”
갑작스럽게 일어난 큰 폭발에 휘말린 지은이 뿌연 먼지 속에서 정신을 차리며 일어섰다. 온몸이 폭발이 일어났을 때의 충격으로 욱신거렸지만, 다행히 목에 걸고 있던 방어 아티팩트가 폭발에 휘말리는 것을 막아 주었다.
제일 먼저 키드의 표적이 될 게 분명한 지은을 보호하기 위해 이태서가 직접 방어 마법을 인챈트한 목걸이였다. 아티팩트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폭발의 잔여 마나를 감지하고 지은의 주위로 두텁게 방어 결계를 치고 있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한적한 시장 골목에서 이런 규모의 폭발이라니. 지은이 엉망이 되어 버린 가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으윽…….”
“괜찮으세요?”
함께 폭발에 휘말린 가게 주인이 쓰러진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순간 지은은 그에게 다가가려다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일반인이 아니야?’
아티팩트가 제대로 작동했으니 틀림없이 일반적인 가스 폭발이 아니라 마나가 간섭된 폭발이었다. 그런데 지금 저 남자는 이런 폭발에 휘말리고도 지은과 똑같이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당신…… 정체가 뭐죠?”
인벤토리에서 단검 한 자루를 꺼내 든 지은이 남자와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자신에게 단검을 겨누는 지은의 모습에 남자의 눈에 일순간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 마나를 통제하지 못하셨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정말입니다!”
“그게 정말이라면 클래스와 소속을 밝히세요.”
강한 어조로 말하는 지은의 모습에 남자가 자신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틀림없는 비전투 계열 각성자로 보였지만, 그런 모습과는 다르게 지은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마치 거대한 태산을 앞에 두고 있는 듯했다.
“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검은 제발 넣어 주시면 안 될까요?”
* * *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각성자 전담 특수반에게 가게 주인이 인도되어 나가는 모습을 팔짱을 끼고 바라보던 지은이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태서 씨가 주신 아티팩트 덕분에 전혀요.”
“그거 다행이군요.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지은의 말에 아티팩트를 만들어 낸 장본인인 이태서가 씨익 웃어 보였다. 이 지역의 각성자 범죄를 담당하는 곳이 태백 길드였기에, 지은이 마나 폭발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곧바로 접수한 이태서가 대응반이 도착하기도 전에 곧바로 공간 이동으로 날아온 것이었다.
“집에서 온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는지 그동안 보던 정장 차림이 아닌 편한 일상복 차림의 이태서는 심지어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런 지은의 지적에 멋쩍었는지 이태서가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사실 아티팩트가 발동되면 저도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자신의 마나를 넣어 둔 아티팩트였기도 했거니와, 수호 마법이 발동될 정도의 상황이라면 틀림없이 지은이 위험에 처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기에 걸어 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곧바로 수호 마법이 발동된 곳으로 이동 가능할 수 있도록 이태서에게 좌표도 곧바로 전해지는 상위 클래스의 마법 아티팩트였다.
이태서가 자신을 얼마나 신경 써 줬는지 알게 된 지은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신의 대리자인 이태서가 신을 거스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상황에서, 지은은 그에게 무한한 신뢰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갑자기 마나 폭주라니…….”
“던전 귀속 증후군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며칠 전부터 자신의 마나를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진정제는 아직 복용하지 않았고요.”
던전 귀속 증후군이라는 말에 지은이 착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각성했다는 이유만으로 헌터들은 던전 공략에 대한 부담감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던전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경지를 높여 가는 헌터들도 많았지만, 그만큼 던전에 더 진출하지 않고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신의 친구가, 동료가, 가족이 던전에서 무자비한 몬스터들에게 당해 쓰러지는 것을 버텨 낸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헌터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던전으로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인류를 위한다는 사명감보다 더욱 큰 고통에 휩싸인 헌터들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것을 지켜보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안전을 기도하고 있을 가족들을 위해서 그렇게 던전에서 등을 돌렸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그런 헌터들은 대개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던전 귀속 증후군.
던전을 거부하고 각성 전의 일상을 추구하던 헌터들은 마치 귀신에 씐 것처럼 이성을 잃고 폭주하거나, 다시 던전으로 들어갔다. 지긋지긋한 운명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처럼 무모하게 던전을 배회하다가 아무도 모르게 차가운 던전의 바닥에 누워 한 많은 생을 마쳤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신은 까망이와 시스템의 안배인 각성자들을 끊임없이 던전 안으로 불러들였다. 던전 안에 있는 여섯 정령왕들을 인간의 손으로 소멸시키고, 그 힘을 뺏기 위해서.
그런 사실을 1회 차의 모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모든 일을 일으킨 주범이 바로 신이었기에, 지은은 던전 귀속 증후군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꽈악 말아 쥐었다.
분노가 느껴졌다. 저 이름 모를 남자뿐만 아니라 다른 헌터들도 분명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폭주를 떠안고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너무나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하게 연구했지만 아직 폭주 현상의 비밀을 발견해 내진 못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 몸 안에 있는 마나를 강제로 잠재우는 약이 개발되었다.
약을 복용한 헌터들은 현저한 능력 감퇴를 보이고, 신체 능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을 느끼면서도 간절한 마음으로 약을 찾았다.
더 이상 자신들이 각성자임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런 부작용에도 평범한 삶을 되찾고자 하는 헌터들은 거리낌 없이 약을 달고 살았다. 아리아 길드와 마탑이 합작해 만들어 낸 일종의 마약이나 다름없는 마나 진정제는 센터의 철저한 관리하에 복용을 희망하는 헌터들에게 무상으로 지급되고 있었다.
“최근 들어 폭주 증상을 보이는 헌터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비단 헌터들뿐만 아니라 지은 씨처럼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도 마찬가지고요.”
“정말이지 잔인하네요, 신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되뇌는 지은의 말에 이태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정말이지 그렇습니다.”
엉망이 되어 버린 가게 안의 모습이 지금 지은의 심정을 대신 대변해 주는 듯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장 조사를 하러 왔던 지은은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마음을 품에 안은 채 결국 귀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태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동안 이어졌던 한가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하루라도 빨리 던전에 묶여 버린 세상을 이전처럼 평화롭게 돌려놓아야 했다.
* * *
[오늘 오전 7시,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마나 폭주가 발생했습니다. 마나 폭주를 일으킨 헌터는 E급의 전기 계열 헌터로, 이 폭주로 인해 민간인 세 명이 사망하고 서른 명이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센터는 각성자들의 마나 폭주 현상이 최근 대균열 직후보다 늘어난 것에 우려를 표하며 아직 신고를 하지 않은 각성자들의 조속한 자진 신고 및 마나 진정제 투약을 권고했습니다.]마나 폭주 현상에 지은이 휘말린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날을 기점으로 그동안 1년에 스무 건 남짓 보고되던 마나 폭주 현상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무려 열 건이 넘게 발생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지은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자신의 옆에서 함께 뉴스를 보고 있던 까망이에게 말했다.
“뭔가 짐작 가는 거 없어?”
<흠…… 심각한 일이긴 하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찾지 못하겠다.>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심각한 일이 맞긴 했지만, 마나 폭주 현상은 종종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희생된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고는 얼굴을 감싸며 병원에서 오열하는 마나 폭주 현상을 일으킨 헌터의 인터뷰를 보던 지은이 리모컨을 들어 TV를 껐다.
“정말로 짐작 가는 게 없어? 저번 회차에서…….”
<무슨 의도로 주인이 물어보는지 모르는 게 아니다만, 정말로 특이점을 찾지 못하겠다. 그전에도 마나 폭주 현상은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였다.>
“이상하지 않아?”
1회 차에 일어났던 일이냐는 질문 속 의도를 진작에 알아챘는지 까망이가 다시 한번 질문하는 지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지만 마나 폭주 현상이 갑자기 급증하는 것은 이전 회차에도 종종 발생했던 일이라고 했다.
보통 다음 층이 개방되었을 때나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던전의 진척이 없을 때. 마치 인간들을 보채려는 듯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마나 폭주 현상이 급증하곤 했다. 애초에 균열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한 인간의 간절한 소망에 의해 창조된 권능이, 그 권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폭주로 이어지는 현상이 지은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틀림없이 신이 개입한 게 분명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신이 던전 안으로 강제로 인간들을 불러들이는 이유를 모를 리 없었기에 지은의 말에 동의한 까망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신이 개입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나 폭주 현상은 어떻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으로선 마나 진정제로 억제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그래도 인간이 소망해 창조해 낸 권능이니까, 신이 강제로 마나 폭주를 일으킬 순 없을 거다.>
“……그렇겠지?”
<뭘 걱정하는지는 안다. 그래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니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거다.>
지은이 걱정하는 것은 신이 직접 개입해 각성자들의 마나 폭주 현상을 통제하는 일이었다. 일반인의 삶을 사는 것을 선택한 각성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갑작스럽게 각성자의 마나가 폭주하게 된다면 그 참사는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낳게 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균열보다도 더 위험한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인 각성자들의 마나 폭주. 그 폭주 현상을 신의 마음대로, 원하는 위치에 터트릴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정말이지 상상도 하기 싫을 뿐더러 상상해서조차 안 될 엄청난 대참사였다.
<그래도 이번 회차에선 마나 진정제라는 약이 나왔으니 앞으로 마나 폭주는 점점 줄어들거다.>
“그렇겠지. 길드 연합은 물론이고, 국가와 센터가 주가 되어서 통제하고 있으니까.”
심각한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마나 폭주 현상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센터였다. 사실상 민간인들의 입장에서 길드 연합보다는 국가와 센터의 통제가 더욱 피부로 와 닿는 법이었다.
국가직 공무원들인 센터의 헌터들은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점차 길드들에게 밀려 설 자리를 잃었지만, 던전 공략을 포기하고 민생 안정에 열을 쏟아부었기에 국민들의 센터에 대한 신뢰도는 꽤 높은 상태였다.
“그래서 말인데.”
<응?>
“내일은 센터에 한번 가 볼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