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6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8화(16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8화
“꽤 높네.”
처음으로 와 본 대한민국 각성자 센터의 건물은 크고 높았다.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센터 소속 공무원들이 저마다 손에 직장인들의 필수 아이템인 커피를 들고 출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직장인의 입장에서 절대로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생각하는 월요일 아침.
회사라는 감옥에 갇혀 오늘도 하루하루 시계만 바라보고 일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사람들의 얼굴이 유독 거무죽죽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닐 터였다.
“나도 가 볼까!”
그렇게 중얼거린 지은이 성큼성큼 센터의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지은이 센터를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 마나 진정제를 받기 위해서였다.
자신이야 계속해서 던전에 들어가야만 하는 입장이기에 마나 폭주가 전혀 걱정되지 않았지만, 자진해서 신고를 하거나 센터에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마나 진정제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은은 오늘 센터에 자신의 이름을 등록하고 마나 진정제를 받을 계획이었다.
물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자신이 마나 진정제를 받으려고 센터에 입장했다는 사실이 민간인들에게 알려지게 된다면 그 이유 따위는 상관없이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은은 지금 큰 모자와 안경, 그리고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감싼 상태였다.
지난 일주일 동안 열 건이나 되는 마나 폭주의 영향인지 센터의 등록 장소는 줄을 선 사람들로 인해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조급한 마음에 기다리기 힘든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확인하는 사람, 어딘가에 전화를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며 말하는 사람들의 틈 사이.
지은은 모두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빌어먹을 신 같으니라고.’
그 낯짝이나 한 번 봤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그 뻔뻔한 낯짝을 프라이팬으로 올려 치는 상상을 하면서 지은은 문득 자신의 프라이팬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없었던 공격력 스탯을 올려 주는 자신의 전용 무기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생각난 것이었다.
‘내 피를 담은 아티팩트도 사라져 있었지.’
최성찬에게서 모든 정보를 얻어 낸 뒤에 주혁에게 자신의 피를 흡수한 아티팩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며 그 아티팩트를 회수해 달라고 했지만, 이미 아티팩트는 최성찬의 품을 떠난 상태였다.
한사코 자신이 빼돌린 게 아니라며 부정했던 최성찬은 자백 마법이 걸렸음에도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자신의 피를 묻힌 단검을 아실리아의 몸에 깊숙이 꽂아 넣던 최성찬의 모습이 떠올라 지은이 눈을 질끈 감았다.
창조의 대리자인 자신의 피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저 키드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최성찬의 자백에서 결국 얻어 낸 것은 없었다.
눈을 감고 있었던 사이 어느새 앞에 있는 사람이 다음 장소로 이동했는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한 센터 직원이 지은에게 말했다.
“등록하러 오셨나요?”
“아, 네!”
“지금 드리는 서류에 해당 사항 체크해 주시고, 바닥에 보이는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가셔서 정식 등록 절차를 밟아 주시면 됩니다.”
직원에게 생각보다 많은 서류를 받아 든 지은은 바닥의 파란 화살표를 따라가며 볼펜을 꺼내 들고는 서류의 내용을 확인했다.
“보자. 클래스 확인이 역시 제일 우선이네.”
제일 첫 장은 클래스 및 등급 확인을 목적으로 한 질문들이었다. 어차피 알려질 대로 알려진 능력이었기에 지은은 자신의 클래스를 묻는 질문지에 망설임 없이 ‘푸드 트럭 사장님’이라고 적었다.
이어서 등급을 묻는 질문에 비전투 계열 각성자라고 적어 내려간 지은이 다음 질문을 확인했다.
각성한지 얼마나 되었냐는 질문부터 처음 던전에 들어간 날짜, 마지막으로 던전에 들어간 날짜 등을 체크한 지은이 집중한 대목은 지금까지 알려진 마나 폭주의 전조 증상이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혹은 너무 오래 잠들거나 긴 꿈을 꾸다가 현실에서 미약하게나마 권능이 발현된 적 있느냐 등.
헌터 게시판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마나 폭주를 일으킨 사람들의 증상을 모두 세세하게 적어 놓은 전조 증상은 무려 서른 개가 넘었다.
그렇다고 이 모든 증상이 한 번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이래서야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마나 폭주를 의심할 사람들이 몇이나 될지 궁금해진 지은이 한숨을 내쉬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어! 안녕하세요!”
다음 장소인 등록 장소에서 지은은 자신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센터 직원을 향해 고개를 갸웃해 보이고는 말했다.
“저를 아세요?”
“푸드 트럭 사장님이시잖아요! 세상에,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런데 여기엔 어쩐 일이세요?”
푸드 트럭 사장님이라는 직원의 말에 순간적으로 모여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지은을 향해 쏟아졌다.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등장한 상위 균열을 봉인하고, 미국 파병까지 다녀온 유일한 비전투 계열 각성자인 지은이 마나 진정제를 받기 위해 등록을 하러 왔다는 사실에 모두의 얼굴에 일순간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이제 현역이라고 불릴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다들 저마다의 사정으로 인해 던전에 등을 돌린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의 등장은, 현역인 각성자조차 마나 폭주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처럼 보이기 충분했다.
그런 시선들을 느낀 지은이 황급히 손을 내저어 보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아뇨! 아니에요! 마나 폭주 전조 증상이 나타났거나, 폭주가 걱정되어서 온 게 아니고요. 알아볼 게 있어서 왔어요!”
자신의 유명세를 생각해 보면 이 장소에 모인 사람들에게 지은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불안하게 느껴질지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비밀로 하려고 일부러 모자와 안경은 물론이고 마스크까지 쓰고 왔건만.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는지 센터 직원이 죄송하다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마나 진정제입니다. 전조 증상이 느껴진다 생각되실 때 한 알씩 드시면 됩니다.”
그 덕분인지 더 추가적인 확인 없이 지은의 등록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개인 정보를 발설해 죄송하다 말하는 부장급 직원의 사과보다 해당 직원의 사과를 직접 듣고 싶었던 지은은 어느새 그 직원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문득 느껴지는 기분 나쁜 감각에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뭐였지?’
분명 짧은 순간이었지만, 생생하게 느껴진 감각.
몬스터를 마주했을 때처럼 선명하게 느껴지는 적의에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시선을 돌린 곳에는 별다른 특이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약봉지를 손에 든 채로 자리에 멈춰 선 지은은 결국 자신에게 적의를 보낸 사람을 찾지 못하고 센터를 나서야 했다.
* * *
집에 돌아온 지은은 까망이가 보는 앞에서 진정제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은은 그리 좋은 경험이 아닐 거라는 한그루의 말이 적절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약을 처음 먹었을 때는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자신의 마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이 무기력해.”
거실 소파에 드러누운 채 지은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축 처져 있는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까망이가 그녀를 타박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걸 왜 굳이 먹은 거냐?>
“알아 봐야 하는 게 있는데 어떡해…….”
마나가 쭉쭉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급격한 피로감과 함께 온몸에 저릿저릿한 전기가 흐르는 감각이 느껴졌고, 파우치를 차고 있었음에도 마나가 회복되는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 상태였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마나가 권능의 발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약이었으니 효과는 확실했다. 숨만 쉬고 있어도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라면, 통제할 수 없는 마나 자체가 생길 리 만무했다.
약에는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은이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는 한그루에게 받은 해독약을 한 움큼 입에 털어 넣고는 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정부의 요청으로 인해 개발을 하긴 했지만, 약의 제조법이나 유통 권한 등은 모두 센터에 일임되었다. 직접 약을 먹어 보고 싶다는 지은의 말에 만들어 줄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던 한그루는 그렇다면 굳이 센터에 등록하고 약을 받겠다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었다.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닐 겁니다.’
‘어떻길래요?’
‘마나가 많은 사람일수록 부작용이 심할 겁니다. 특히 마법사나 정령사의 경우에는 약을 먹고 나서 며칠을 앓아누운 사람들도 많다고 하고…….’
‘그러면 저는 걱정 없겠는데요?’
아직 마나가 헌터들보다는 여실히 적었던 지은이 해맑게 웃으며 자폭하는 모습에 한그루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말했다.
‘마나 진정제를 만들어 드리진 못하지만, 해독약은 만들어 드릴 수 있죠.’
한그루에게 받았던 해독약의 효과가 퍼지자마자 마치 스킬을 사용했을 때처럼 빠져나가던 마나가 다시 안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파우치의 효과도 다시 제대로 돌아온 것을 보니, 확실히 진정제를 통해 마나를 빠져나가게 하는 것은 각성자의 폭주를 막기 위한 극약 처방이나 다름없었다.
“약에는 확실히 이상이 없는 것 같네.”
<뭘 의심했던 거냐, 주인?>.
“의심한 건 아니고…… 정말로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는데. 어어!”
대답을 이어 가며 시선을 돌린 지은이 TV에 나오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짝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지은의 돌발 행동에 까망이가 덩달아 놀라 소리쳤다.
<왜 그러냐, 주인!>.
“아까 내가 센터에서 일어났던 일 말해 줬잖아?”
<그랬지. 네 신상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떠벌린 직원이 있었다며.>
“맞아. 그런데 거기에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유독 느껴지는 시선이 있었어.”
<시선이 느껴졌다고?>
“확실한 적의를 담은 시선이었어. 그러지 않고서야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시선을 느꼈을 리가 없잖아.”
길드의 프로그램에 철저하게 따르며 교육을 받았던 지은이었다. 그중에서는 자신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는 시선이나 기척을 감지하는 교육도 있었다.
헌터가 아니었음에도 지은은 유독 자신에게 느껴지는 살기나 적의 같은 부정적인 감각을 잘 캐치해 유라를 놀라게 하곤 했다.
<센터 안에서 주인이 살기를 느꼈다고.>.
“살기까지는 아니고. 뭐랄까, 누군가 나를 감시하는 느낌을 분명 느꼈거든. 그래서 고개를 돌렸는데 저 사람이 있었어.”
지은이 손가락을 들어 뉴스에서 이번 마나 폭주 참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마나 진정제를 개발하고, 그 통제를 국가와 센터가 맡아야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던 사람이자, 대한민국 각성자 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남자 성지훈이었다.
1세대 헌터이자 3선에 성공한 국회 의원이기도 한 센터장인 성지훈의 얼굴을 보며 지은은 알 수 없는 찜찜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행운 스탯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잘 아는데.”
<갑자기?>
TV 속에는 마침 인터뷰를 마쳤는지 기자들의 이어지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기자 회견장을 나서는 성지훈의 뒷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 성지훈의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지은이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꼭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