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화(1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화
갑작스럽게 생각지도 못한 각성을 하게 된 지 어언 한 달째.
그동안 지은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매일같이 아침에 일어나 메뉴를 정하고 재료를 다듬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었다.
요리를 할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였기에 몰랐지만, 정확히 한 달이 지난 지금 지은은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몸이 지쳐서? 아니었다.
애초에 푸드 트럭 공모전에 당첨됐을 땐 새벽 영업도 고려했던 지은이었기에 몸이 지치는 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다.
문제는 던전 안에서밖에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된 지금, 일주일 동안 매일같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었지만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아…….”
영업 개시 한 달째. 마지막 던전에서의 영업시간이 종료되고 한강 공원으로 돌아온 지은이 오늘도 냉장고 가득 남은 재료들을 바라보다가 쓸쓸히 냉장고 문을 닫고 이내 털썩 주저앉았다.
무릎을 세우고 이마를 기대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지금 지은은 굉장히 울상인 상태였다.
<괜찮은 거냥?>
“…….”
그런 지은에게 다가와 한참을 주변을 맴돌던 까망이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까망이의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보인 지은이 속상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나 진짜 매일같이 새벽부터 일어나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
처음엔 두 시간, 그다음은 한 시간으로, 그러다가 2주일이 넘어서부터는 영업시간을 30분으로 바꾸어 수없이 많은 던전에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지은이었다.
방금 전, 오늘의 마지막 영업에서 다녀온 곳은 현재 미개척 지역인 5층의 던전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였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사방에 새빨간 불꽃이 일렁이는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
일반적인 불이 아닌, 검은 불꽃이 필드 전체에 일렁이던 기분 나쁜 곳이었다.
게이트가 열린 지 20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던전 5층에 도달했다는 사람은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다.
보스 몹은 무엇인지,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공간.
하지만 그런 건 연속된 허탕에 지친 지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없어! 손님이! 이번에도! 없다고!!”
5층 던전에 들어왔다는 뜻은, 이번 장사도 허탕이라는 소리였으니까.
어제도, 오늘도, 어쩌면 내일마저도 허탕일지 모른다!
무려 20년 만의 첫 5층 방문자고 나발이고 헌터 마켓에서 산 손풍기로도 식혀지지 않는 화 때문에 숨이 턱 하니 막히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복귀한 지은이 참아 왔던 푸념을 이어서 쏟아 냈다.
“단 한 번도! 한 번도 1층이나 2층에 가질 못했어!”
<…….>
“3층도 마찬가지야. 왜 이미 개척된 지역이 반이 넘는다고 그랬는데 왜 항상 개척되지 않은 던전만 골라서 이동하는 거야? 나 진짜 너무 힘들어, 지친다구…….”
매일같이 공짜로 제공되고 자정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지는 재료들이었지만 그 재료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듬고 껍질을 벗기고 자르고, 일련의 과정들에 지은의 노력이 닿지 않은 과정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열심히 다듬은 식재료들로 맛있는 음식들, 행여나 방문한 손님의 취향에 맞지 않을까 봐 1개의 메뉴만 만드는 게 아닌 최소 3개의 메뉴를 항상 준비했던 지은이였다.
결국 참으려 했는데 빠르게 차오른 눈물이 지은이 어찌할 새도 없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 번 시작된 눈물은 이내 계속해서 서러움을 표시하며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던전에서 장사하는 일?”
<…….>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당연히 손님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도 내가 매일같이 30인분 이상 한 번에 준비했던 이유가 뭔지 알아?”
<주인…….>
“혹시라도 손님이 올까 봐! 손님이 너무 많이 와서! 내가 준비한 양보다 많이 와서…… 던전을 돌다가 지쳐서 배가 고픈데 내가 준비를 못 해서 양이 부족할까 봐 그랬어!”
<울지 마라냥.>
서러운 마음을 담아 말을 길게 내뱉은 지은이 더 크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벅벅 비비며 훔쳐 내니 금세 눈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까망아.”
<왜 부르냥, 주인?>
“넌 내가 각성을 하고 나서 기뻐했다고 생각해?”
<…….>
“난 한 번도 기뻐한 적이 없었어. 내가 원하지 않은 각성 때문에 던전 안에 들어가는 일 자체가 나한텐 너무나 커다란 도전이었단 말이야.”
까망이의 대답이 없다. 각성한 것을 한 번도 원하지 않았고 기뻐하지 않았다는 지은의 말에 까망이도 지은을 마주 보고 조리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까망이를 보며 또 흐르는 눈물을 훔쳐 낸 지은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얼마 전부턴 되게 기뻤어. 알아보니까 던전 안에선 음식을 먹을 수가 없대. 왜인지 모르겠는데 지금 던전 안에 이쪽 세계의 음식을 반입하는 건 말린 건어물류나 물, 포션 종류밖에 없다는 거야.”
<…….>
“그런데 내가 음식을 만들어서 팔잖아. 히든 클래스라서 그런가, 나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때부터는 막 책임감도 생기고 나도 모르게 사명감 비스름한 것도 있었단 말이야.”
헌터 게시판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다.
던전 안에는 음식이라 부를 만한 것을 가지고 올 수 없었다.
거기에 음식을 만들 재료 또한 애초에 반입조차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부당해서 끔찍한 맛을 내는 포션이나 건량류만 간신히 섭취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지은은 뛸 듯이 기뻐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 특별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소리잖아!’
그때 분명 지은은 그렇게 말했다. 던전 안에서 유일하게 음식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히든 클래스 각성자였으니까.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는 완벽한 블루 오션 시장이었지만, 돈벌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 정말 잘됐다며 방방 뛰며 그날 하루 종일 더욱 열심히 음식을 준비했던 지은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어떻게든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칼질을 너무 열심히 한 탓에 시큰거리는 양쪽 손목엔 짱짱한 보호대가, 뜨거운 물에 데고 재료를 손질하다 칼에 베인 손가락엔 덕지덕지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행여나 손님이 올까 기다리며 오래 서 있던 탓에 발목과 종아리에 파스를 수시로 붙이면서도 항상 누군가 찾아올 거란 생각에 웃고 있었던 지은이었다.
“스킬에 의존하지 말고 파티를 구하거나 안 되면 혼자서라도 던전 1층에 들어갈까 생각도 해 봤는데 그건 도저히 안 되겠더라.”
지은의 레벨은 1.
이제 튜토리얼을 마치고 다른 일반적인 각성자들보다 기본 스탯도 현저히 떨어지는 지은이 던전에 혼자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파티를 맺어서 던전에 들어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1층이라고 해도 레벨 1짜리 비전투 계열 각성자인 지은을 받아 줄 파티가 있을 리 만무했다.
“돈으로 사람을 고용해서라도 나를 1층이나 2층의 인기 던전에 안전하게 데려다줄 파티원을 구하고 싶었는데 세상이 세상이다 보니까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막 각성자 양성소를 졸업한 초보 헌터들 중 돈이 꽤나 있는 사람들만을 노려 파티에 끌어들이는 인간들도 있었다.
협박을 해서 던전 안에서 헌터 마켓 포인트를 갈취하거나, 협박이 통하지 않으면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세상에 순수한 호의를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는 걸 여실히 보여 주는 괴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헌터 게시판에 올라왔다.
지금은 이런 일들이 거의 없어졌다고 하지만, 지은은 헌터들과는 다르게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
안전 영역을 설정해 주는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은 몬스터의 공격에만 해당하는 것이었으니까.
만약 헌터 마켓 포인트를 주고 고용한 파티에서 갑자기 파티원이 돌변해 자신을 위협한다면?
히든 클래스라곤 하지만, 대인 방어 능력이 전혀 없는 지은은 그들의 말에 따르던지, 아니면 더 끔찍한 일을 당하던지 둘 중에 하나였다. 최악의 상황에선 목숨까지 잃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헌터 게시판에 내가 던전 안에서 음식을 만들고 팔 수 있다고 말하면 누가 믿어 줄까? 그리고 만약 믿어 준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는 보장도 없잖아.”
던전 안에서 음식을 독점으로 판매하는 지은을 위협해서 갈취할 방법은 너무나 차고 넘쳤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지은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아무리 히든 클래스라곤 하지만 전투력이라고는 0에 가까운 아니 그거보다 더 낮을 수도 있는 지은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한 달 동안 어디에 말도 못 하고 답답한 마음만 쭉 쌓아 두던 지은의 설움을 묵묵히 들은 까망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다냥. 뭐라고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냥.>
“흐윽…….”
<매일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집에 들어가면 기절하듯 자는 주인을 보면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했다냥.>
혼자서 얼마나 속으로 앓았던 걸까.
매일 웃는 모습을 보여 주고 힘들다고, 지친다고 한 번 내색조차 없었던 지은이 우는 모습에 까망이도 힘없이 꼬리를 축 내리고 있었다.
그런 까망이를 안아 올린 지은이 품 안에 까망이를 꽉 껴안고는 말했다.
“그래도 혼자 있었으면 한 달 동안 버티지 못했을 거야.”
<주인…….>
“네가 매일 음악 틀어 주고 춤춰 주고 말 걸어 주고…… 그래서 버틸 수 있었어.”
밤 11시가 훌쩍 가까워진 시간.
그렇게 한참을 까망이를 끌어안고 앉아 있던 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늘 12시까지만 해 보려고. 그래도 오늘이 영업한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잖아.”
<괜찮겠냥?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그냥 들어가서 푹 쉬는 게 어떠냥. 요즘 주인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잠도 제대로 못 잤지 않냥?>
매일 밤 그날의 재료가 사라지는 자정 10분 전에야 영업을 종료하고 집에 들어와 기절하듯 잠든 뒤 아침 6시에 칼같이 일어나는 생활을 한 지 벌써 한 달이 됐다.
씩씩한 얼굴로 기지개를 켠 지은이 씩 웃었다.
“그래도 왠지 느낌이 좋아. 오늘 돈가스 고기도 엄청 열심히 두드려서 펴 놨는데 이대로 사라지게 하긴 아쉬워서 그래.”
<으음…….>
“딱 50분만. 한 번만 더 영업해 보고 가자, 우리.”
그렇게 말하며 웃는 지은의 눈가가 붉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서럽게 울었으면서 한 시간이 넘게 남았으니까 한 번만 더 던전 안으로 들어가 보자는 지은을 바라보던 까망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까망이도 동의하자 지은이 망설이지 않고 개점 시간과 폐점 시간을 입력했다.
현재 시간은 22시 50분.
폐점 시간은 언제나 마찬가지로 23시 50분.
조금이라도 더 힘들게 던전을 탐사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자 했던 지은의 고집이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주인이 그런 거라면 그런 거 아니겠냥. 근데 주인, 행운 스탯 0인 거 알고 있지?>
“야, 여기서 행운 스탯 이야기가 왜 또 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