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7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69화(17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69화
센터에서 알 수 없는 적의를 느꼈고, 시선을 돌린 곳에 센터장인 성지훈이 있었다는 지은의 설명에 진지한 표정으로 주혁이 되뇌며 말했다.
“센터장이 수상하시다고요.”
“네, 제 느낌이 그래요.”
순간적이긴 했지만 틀림없는 적의를 느꼈던 지은이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고는 팔을 문질렀다. 아직도 그 찰나에 돋아났던 소름 끼치는 감각이 느껴지는 듯했기에 얼굴을 굳히고 있는 지은에게 성진이 말했다.
“흠…… 성지훈이 굳이 너에게 적대감을 표할 이유가 없는데.”
그건 성진의 말이 맞았다. 지금까지 아무런 접점이 없었던 성지훈이었지만, 자신의 촉이 TV에 나오는 성지훈을 본 순간 발동했다.
그럼에도 딱히 특이 사항을 찾지 못했기에 지금 가장 답답한 건 지은이었다. 분명 자신의 촉이 틀릴 리는 없었다. 마치 키드를 처음 봤을 때처럼 싸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지은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희도 뒤를 캐 보겠습니다.”
반신반의하는 성진과는 달리 주혁은 지은의 말을 한 치의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3선 국회 의원인 성지훈의 뒤를 캐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권력이라면 또 뒤지지 않는 것이 바로 주혁이었다.
“감사해요. 아, 그리고…….”
“하지만. 그 전에.”
지은이 별안간 손을 들어 올리곤 단호한 말투로 자신의 말을 자르고 들어온 주혁을 바라보았다.
“굳이 마나 진정제를 직접 수령까지 하시면서 드셔야 했던 이유가 뭘까요? 지은 씨.”
“……아, 그게.”
“마나 진정제는 사실상 마약성 의약품이나 다름없습니다. 마나의 흐름을 강제로 제약하는 약이니까요. 그런데.”
“…….”
“그런 약을 직접 복용까지 해 보셨다고요.”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하는 주혁이 살짝 화가 난 것처럼 보였기에 지은이 애써 주혁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해독약도 바로 먹었어요.”
“해독약은 또 어디서 나셨습니까.”
“한그루 오빠에게 받았는데…….”
“한그루…… 오빠요?”
지은의 입에서 나온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이름에 순간 주혁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지은이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이 딱 세 명 있었는데 그게 바로 주혁과 남운, 그리고 이태서였다.
그 얼마 없는 세 명 중 한 명인 주혁이 지은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방금 전에는 ‘기분이 안 좋은가?’ 싶던 수준이었던 주혁의 표정이 ‘화났나?’로 변한 모습에 지은이 시선을 돌려 성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전에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위험성은 미리 다 설명 들었어요. 한그루…… 씨가 개발에 참여했던 약이니 해독약도 받을 수 있었고요.”
“그래, 잘했네.”
해독약을 미리 준비했다는 지은의 말에 성진이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유라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해 준 덕에 위기감이 조성되던 연애 전선에 가득 낀 먹구름을 걷어 냈던 성진은 결정적 역할을 해 준 지은이 고마웠는지 찡긋 윙크를 날렸다.
물론 지은은 그 윙크 세례를 받고 정색을 했지만 성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물론 해독약을 준비하신 건 잘하신 일입니다. 하지만 센터는 유독 마나 폭주와 관련된 일에 길드 연합이 간섭하는 것을 심각하게 견제하고 있습니다. 지은 씨가 자신들의 고유 권한을 넘본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몰라요.”
“설마요.”
“정말입니다. 길드들의 힘에 밀려난 센터를 그나마 권력의 도구로 지금까지 유지시켜 오고 있던 것이 바로 성지훈 센터장이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적의를 가지고 노려봤던 걸까요?”
본래 1세대 랭커 중 한 명이었던 성지훈은 모든 길드를 센터의 아래 복속시킬 계획을 가지고 1대 센터장으로 취임했다고 했다.
그 당시 과격파의 수장이었던 최성찬과 손을 잡고 센터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길드들을 교묘하게 괴롭히며 과격파와 온건파의 싸움을 부추겼던 존재이기도 했으며, 그 싸움의 결과에 고통받는 민간인들의 민심을 휘어잡아 헌터들이 정부 산하의 센터의 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판을 깔려고 했던 남자라고 했다.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 버린 지금도 아직 그 꿈을 온전히 포기하지 못했다는 성지훈은 국가 권력을 통해서라도 모든 길드를 자신의 발아래에 두길 원하는 야심가였다.
다음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그였으니, 그가 권력을 잡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길드를 통제하려 들 것이 분명했다.
“일단 계속해서 뒤를 캐 보겠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도 딱히 좋은 사람이 아닌 건 분명하니까요.”
“네, 잘 부탁드려요.”
성진과 주혁이 성지훈의 뒤를 캐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일단 오늘의 성과는 달성했다고 생각한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혁도 따라 일어섰다.
씨익 미소를 짓는 주혁의 얼굴을 보며 지은은 뭔가 귀찮은 일이 시작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가시기 전에 건강 검진도 받고 가시죠.”
결국 길드의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은 지은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보고 나서야 주혁의 표정이 한결 편안하게 풀렸다.
건강 검사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는 주혁을 보며 성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지은에게 말했다.
“저거, 요즘 정말 이상하단 말이지.”
“네? 왜요?”
“요즘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 경쟁자가 너무 많다나?”
“…….”
경쟁자가 너무 많다는 주혁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지금의 지은은 안다. 너무 잘 알아서 문제였다.
1회 차의 주혁도, 이태서도, 그리고 남운도. 마음을 직접적으로 전한 것은 남운뿐이었다고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희생하는 것을 한사코 반대했던 주혁의 마음 정도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잠깐이지만 확인했던 1회 차의 대화들 속에서 자신에게 끝까지 버티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던 주혁은 본인이 더욱 버티기 힘들어하는 얼굴이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말을 억지로 내뱉으며 괴로워하던 1회 차의 자신을 바라보는 그 얼굴을 보며, 아무리 지은이라도 주혁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로컬 랭킹 1위에 월드 랭킹 2위면서 무슨 경쟁자가 많다고 하는지. 저놈도 참, 1위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혀를 끌끌 차는 성진을 지은이 애처로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성진과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분이 어떤 분인지는 모르지만, 꽤 마음고생 좀 하시겠구나 싶었다.
“뭐 아무튼 이상 없으면 됐네. 너 또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네, 그랬죠.”
“쉬엄쉬엄해. 그러다 병날라.”
그렇게 말하며 엄지를 척 치켜올리는 성진의 환한 미소를 보며, 지은은 어쩌면 눈치가 없는 남자도 나쁘진 않겠구나 싶었다.
우락부락한 몸과 험악한 얼굴과는 반대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성진이었다. 매일같이 시달리는 격무에도 힘든 내색을 하나도 내비치지 않으며 오히려 쉬엄쉬엄 일하라며 격려해 주는 성진을 향해 지은도 환하게 미소 짓고는 말했다.
“물론이죠.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 * *
“이렇게 깨끗하다고?”
센터장인 성지훈의 최근 동향을 추적해 본 결과, 아무런 특이점도 찾을 수 없었다는 성진의 연락을 확인하고 핸드폰을 툭 침대에 던진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일어난 마나 폭주에 대한 빠른 대응으로 오히려 평판이 좋아져 곧 있을 총선에서 4선 재임이 유력하다는 정보까지. 여느 높으신 분들과는 달리 금전적으로도 깨끗한 성지훈을 계속해서 의심하는 게 맞는 일일까 싶을 정도로 조사 결과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분명 적의를 넘어서다 못한 살의를 느꼈는데, 자신의 감이 떨어진 것인가 싶었다. 까망이에게 확인한 결과 1회 차에도 접점이 전혀 없었다고 하는 성지훈이 왜 자꾸 마음에 걸리는지. 답답한 마음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 지은이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던 핸드폰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모르는 번호인데.”
집 나간 드루이얼을 찾아 일을 시키기 위해 정령계로 잠시 떠난 까망이도 없는 적막한 집 안. 조용한 분위기 탓에 유독 핸드폰 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통화 버튼을 누른 지은이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다대며 말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민지은 씨 핸드폰이 맞습니까?”
며칠 동안 계속 떠올렸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지은이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틀림없이 TV로 몇 번이나 들었던 성지훈의 목소리가 맞았다.
어떻게 번호를 알았을까, 하다가 얼마 전에 센터에 자신의 정보를 등록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 애써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통화를 이어 나갔다.
“네, 맞는데요.”
“안녕하십니까. 센터장 성지훈이라고 합니다. 민지은 씨에게 저희 직원이 실수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실수요.”
실수라고 강조하는 듯한 성지훈의 목소리에 지은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연 전문적으로 각성자들을 상대하는 센터 공무원이 부러 모두가 들으라는 식으로 자신의 정보를 발설한 것이 정말 실수가 맞을까.
상황이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기다렸다는 듯 자신에게 사과를 하겠다며 찾아왔던 높은 직급의 공무원. 정작 사고를 친 당사자의 모습은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계획대로 임무를 완수하고 숨어 버린 것처럼.
“네, 국민의 영웅께 꺼림칙한 상황을 만들어 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이렇게 직접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국민의 영웅께서 마나 폭주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 텐데. 정말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
죄송하다고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내용은 전혀 달랐다. 마치 자신을 비꼬는 듯 말을 하는 성지훈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하는 사이, 그가 말을 이었다.
“예전부터 센터와 빅3 길드의 사이는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뭔가를 실험하는 듯한 그런 행동은 부디 자제해 주시길.”
“실험이요?”
“마나 폭주에 관련된 일은 모두 저희 센터의 소관입니다. 그러니 선을 넘는 행동은 하지 말아 주시길.”
“하…….”
“약을 드셨으니, 뭔가 특이점이 생겼다면 다시 한번 센터를 방문해 주시길. 그때는 저희도 기쁜 마음으로 민지은 씨에게 약을 또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국민 영웅이 다시 센터를 방문해 약을 수령하신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전은 없을 테니까요.”
뭐라고 지은이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가 뚝 끊어졌다.
정말로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지은이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쯧 차고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겁나 재수 없어.”
정말로 주혁의 말대로 자신의 권한을 넘본다고 생각했는지 차가운 말투로 일침을 날리곤 전화를 끊어 버린 성지훈이었다.
재수가 없으려니 이런 전화를 받게 될 줄이야. 그렇게 생각한 지은이 문득 성지훈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고는 중얼거렸다.
“잠깐. 뭔가 특이점이 생겼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