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7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70화(17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70화
뭔가 문제가 생겼다면 다시 방문해 달라는 성지훈의 말이 어딘가 모르게 계속 걸렸다. 꺼림칙한 느낌에 지은이 다급히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착신음이 세 번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이태서였다. 처음으로 지은이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는 사실에 얼떨떨하게 전화를 받은 이태서에게 그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난번에 마나 폭주를 일으켰던 그 남자요!”
“네? 아, 그 남자라면…….”
“지금 어디에 있어요? 제가 좀 만나 볼 수 있을까요!”
* * *
“저를 만나 보자고 하셨다고…….”
지은의 한마디에 곧바로 태백 길드 길드장실로 납치(?)되어 버린 남자가 자신의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지은에게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뜩이나 마나 폭주를 일으켜 자신의 가게뿐만 아니라 주변 가게에도 피해를 준 탓에 보상 문제로 골치가 아팠는데, 하필 폭주에 휘말렸던 사람이 요즘 한참 유명한 지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다름이 아니라요. 혹시 마나 폭주가 일어나기 전에 저에게 하셨던 말씀 기억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장사를 안 한다는 이야기 말씀이신지?”
“네, 바로 그거요! 혹시 폭주가 일어나기 전에 뭔가 확신이 있으셨던 거예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만…….”
뭔가를 숨기는 듯한 느낌으로 남자가 말을 흐렸다. 그 앞에 앉아 있던 이태서가 상체를 기울여 테이블에 팔을 올리며 말했다.
“숨기는 사실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시길. 당신이 숨기는 걸 알아내는 게 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거 알고 계실 텐데요.”
“그…… 그날따라 유독 마나 진정제를 먹어도 마나가 안정되지 않아서 기분이 언짢았던 참이었습니다.”
“마나 진정제를 먹었는데도 마나가 안정되지 않았다고요?”
“네, 유독 그날 증상이 심해서 진정제를 세 알이나 먹었습니다!”
“진정제를 세 알이나 드셨다고…….”
남자의 말에 지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분명 마나 진정제는 진정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복용 시 마나를 진정시키는 게 아닌 오히려 마나를 빼앗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할 정도로 체내의 마나를 비워 내는 용도였다.
약을 직접 먹어 봤던 지은은 한 알만으로도 마나가 쭉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었는데, 그 약을 세 알이나 먹었음에도 마나 폭주가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 점은 정말 이상하군요. 그런데 왜 조사 당시에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마나 진정제로도 해결이 안 된다고 하면 저를 센터에서 구금할 텐데, 그렇게 되면 제 가족들은 막대한 빚을 안고 당장 길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마나 진정제를 복용하신 지 얼마나 되셨죠?”
“한 달이 조금 안 됐습니다.”
“한 달, 한 달이라…… 그 한 달 동안 약의 복용량이 점점 늘어난 셈이군요.”
처음엔 반 알, 그다음엔 한 알, 한 달이 지나고선 세 알을 먹었음에도 마나 폭주를 막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이상한 점을 느낀 것은 지은뿐만이 아니었는지, 이태서도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인상을 찡그리고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최근에 마나 폭주를 일으킨 사람들을 모두 조사해 봐야겠어요.”
마나 폭주를 막아 준다는 정부와 센터의 홍보와는 다르게, 점차 약의 복용량이 늘어남에도 마나 폭주를 막지 못했다면 마나 진정제가 큰 효과가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마나 진정제를 센터에서 보급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
“또 다른 특이점은 없었나요?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셔야 해요.”
지은의 말에 눈을 감고 생각을 떠올리려 애쓰던 남자가 이내 손뼉을 치고는 말했다.
“아! 있었습니다! 진정제를 먹고도 마나가 제어가 되지 않을 땐, 꼭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듯한 착각이…….”
“그게 사실입니까!”
“검은 기운이라고요!”
크게 소리치며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태서와 지은을 바라보던 남자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두 사람에게 그저 평소와는 다르게 몸 밖으로 표출되는 마나 속에 검은빛이 가끔씩 비쳐 보였다는 설명을 하던 남자는 화난 표정으로 이마를 짚는 이태서의 모습에 움찔 몸을 떨었다.
“제가 뭘 잘못한 겁니까…….”
“아뇨, 오늘부터 약은 절대 드시지 마시길.”
“예? 약이 없으면 마나가 전혀 제어되질 않는데요!”
“1층의 시작의 던전에라도 들어가셔서 몬스터에게 마나를 있는 대로 방출하시길 권유드리겠습니다. 당신, 지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거든요.”
“…….”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고 계셨다면 더더욱 그렇게 하셔야 할 거예요. 그 소중한 사람들을 영영 잃을지도 몰라요.”
남자가 돌아가고 난 뒤, 지은은 자신의 촉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사실에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성지훈만을 의심하고 있었던 지은은 이제는 또 다른 사람을 의심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마나 진정제를 복용한 사람에게 타락의 기운이 나타났다는 건…….”
“키드가 직접 간섭했거나, 키드 말고도 다른 신의 계약자가 마나 진정제의 개발에 간섭을 했다는 뜻일 수도 있죠.”
“……아리아 길드와 마탑을 의심하고 있는 겁니까?”
이태서의 질문에 정말로 상상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힘겹게 끄덕여 보인 지은의 머릿속에 당장 누군가 떠올랐다.
직접 마나 진정제의 개발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아리아 길드의 길드장, 한그루였다.
“한그루 씨가 정말로 몰랐을까요?”
“……약의 모든 개발이 완료되고 마지막에 개입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섣부른 의심을 경계하라는 듯한 이태서의 말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그루가 누구인가. 지금까지 그가 인류에 공헌한 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양한 고급 포션들뿐만 아니라 즉사만 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살려 준다는 엘릭서를 개발하고, 그 레시피를 특허도 내지 않은 채 공익을 위해 공개한 이 시대의 참된 힐러이자 대한민국 모든 힐러들의 구심점인 그였다.
“오히려 의심해야 할 쪽은 마탑입니다. 저도, 저희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마법사라면 모두 본적을 두고 있는 곳이 바로 마탑이니까요.”
“……그때 당시 마나 진정제의 개발에 참여했던 마법사들을 모두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직접적으로 개발에 참여하진 않았어도, 마법 논문이나 학회 등을 통해 수많은 의견이 20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 어떤 마법적 지식이 녹아들었는지 그 원류를 파악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지은도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약을 개발했을 땐, 그 자리에 저도 있었습니다.”
“이태서 씨도요?”
“네, 그러니까 저도 궁금해 미치겠군요. 과연 어떤 끄나풀이 제 앞에서 이런 발칙한 짓을 했는지.”
일단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이태서가 테이블 위의 버튼을 누르자마자 길드장실의 문이 열리고 그의 비서가 들어왔다. 해야 할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순서대로 지시하는 이태서의 말을 옮겨 적은 비서가 이내 길드장실에서 발 빠르게 퇴장했다.
“최근 마나 폭주를 일으켰던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모든 전말을 알게 되었으니 이태서는 뭐라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여 줄 터였다. 청명 길드도 마찬가지로 마나 진정제를 복용한 사람들에게 타락의 기운이 발현되었다는 사실을 알린다면 자연스럽게 움직여 줄 것이었다.
문제는 센터에 정식적인 요청을 하기 위해선 흔히 말하는 빅 쓰리 길드의 동의가 필요했다.
민생 안정을 위한 국책 사업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국가적 제한에 따라 곧바로 센터에 쳐들어갈 순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연이은 마나 폭주로 민간인과 헌터들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민생 안정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가진 센터를 헌터들의 본산인 길드가 건드리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여론전이 시작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파 오는 상황에서 지은이 선택한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청명 길드의 길드장실. 주혁과 남운, 성진과 유라, 그리고 이태서까지 모인 상황.
마나 구속구 수갑이 채워진 센터장, 성지훈이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앉아 있었다.
지은이 선택한 것은 다른 방식의 정공법이었다. 굳이 시끄럽게 일을 키워 가장 의심 가는 사람이 대처할 시간을 주느니, 그럴 틈도 없이 그냥 곧바로 데려와서 대면하자는 답지 않은 결단을 내린 지은이었다.
만약 마나 진정제라는 약에 타락의 기운이 심어져 있었다면 지금 그 약을 먹은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지은의 착잡한 심정을 알 리 없는 성지훈은 자신을 감히 납치한 이태서와 주혁을 차마 쏘아보진 못하고 가장 만만한 지은에게 버럭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런 성지훈의 일갈을 무시하며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꺼내 든 것은 바로 무엇이든 깨끗하게 돌려놓을 수 있는 무적 수건이었다.
“이걸로 사람을 닦아 보는 건 처음 있는 일인데.”
“……뭐?”
“뭔가 정화가 된다면 알림이 뜨겠죠. 일단 움직이지 못하게 좀 잡아 주세요.”
이그니스를 정화했을 때 정화가 완료되었다고 시스템 알림이 떴었으니, 만약 성지훈에게 타락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다면 무적수건으로 정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지은의 신호에 따라 수건형을 집행할 집행자는 다름 아닌 까망이었다.
창조의 대리자인 지은이 직접 닦는 것이 아니면 효과가 없었기에 처음에 그녀는 자신이 성지훈의 얼굴을 문질러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독한 일을 지은에게 시킬 수 없다는 의견에 따라 결국 불려 나온 것은 까망이였다.
<내가 이젠 살다 살다 인간의 얼굴을 닦아 줘 보는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정없이 반항하는 성지훈의 얼굴을 무적 수건으로 문지르는 까망이의 얼굴에 피어나고 있는 감정은 틀림없는 ‘재밌다!’였다.
꼼짝없이 이태서의 마법에 의해 제압당해 무적 수건으로 문질러지는 형벌에 처해진 성지훈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해 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어푸! 짓! 절대 잊지 않겠…… 어윽!”
얼굴을 지나 목, 팔까지 닦았음에도 정화가 되었다는 시스템 알림이 뜨지 않자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성지훈은 신의 끄나풀은 물론이거니와 타락의 기운에 당한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앞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의심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지은에게는 전혀 탐탁지 않았다.
“절대로 용서 안 할 거다, 이 헌터 놈들!”
“뭐래. 너도 헌터면서.”
“…….”
자신도 헌터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는지 성지훈이 유라의 일갈에 입을 꾹 다물었다. 다음 플랜으로 넘어가는 게 어떻겠냐는 주혁을 향해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제는 귀까지 새빨개진 성지훈에게 말했다.
“마나 진정제, 정말 효과 있는 거 맞아요?”
“물론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왜 헌터를 포기한 사람들이 그렇게 애걸복걸하며 찾고 있겠나!”
“본인은 먹어 보지도 않고서 그걸 어떻게 자신할 수 있죠?”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요, 1세대 랭커 성지훈 씨. 마지막으로 던전에 들어간 게 벌써 19년 전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