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7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71화(17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71화
지은의 추궁에 성지훈이 마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마나 폭주를 막아 준다는 진정제를 직접 유통하기까지 하는데, 정작 본인이 먹지 않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이상했다.
앞뒤 정황이 맞지 않는 상황에도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성지훈이 시치미를 떼자 유라가 가죽 장갑을 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너에게 순순히 자백을 받아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어.”
“뭐? 그렇다면 설마 고문을 할 생각이냐!”
“설마. 그렇다고 폭력을 가할 생각은 더더욱 없어. 다만 잘 생각해 봐, 유력한 대선 후보 씨.”
“…….”
유라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서류 더미를 성지훈에게 쓰윽 내밀었다. 손에 걸린 마법 보호구를 이태서가 풀어 주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서류 더미를 손에 집어 든 성지훈이 눈을 굴려 서류에 적혀 있는 내용을 확인하고는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우리가 나름대로 조사한 게 많은데, 결과를 까놓고 보면 일반인이 보기에도 영 꺼림칙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야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걸로 아는데, 그동안 쌓아 올린 이미지에 타격이 가면 꽤 속 좀 쓰리겠지?”
대답은 굳이 듣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4선을 눈앞에 둔 지금, 서류에 적힌 내용들이 세상에 공개가 된다면 성지훈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빠질 것이 분명했다.
마나 폭주를 방지하기 위한 진정제가 사실은 오히려 장기간 복용할수록 마나 폭주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된다면 센터의 존립이 위태해 질 수 있었다.
“좋아…… 그런데 굳이 이걸 바로 밝히지 않고 나에게 기회를 주려는 이유가 뭐지?”
이상한 점을 느꼈는지 성지훈이 서류를 와락 구기며 말했다. 자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그냥 이 내용을 길드 연합을 통해 발표하면 될 일이었다. 처세술 하나만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그의 촉이 지금 지은의 일행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빠른 계산을 하고 있는 성지훈에게 성진이 말했다.
“처음에는 너를 의심했는데, 뭐 검증도 거쳤고. 너에게 뭔가를 덮어씌우고 활동하고 있을 쥐새끼들을 잡아야 해서 말이야.”
“……쥐새끼라니?”
시치미를 잡아떼는 성지훈을 향해 무수한 눈빛이 쏟아졌다. 무적 수건을 들고 있던 까망이가 수건을 팡! 하고 털고는 가만히 성지훈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는데, 이놈에게서 주인의 피 냄새가 난다. 그 최성찬인가 하는 놈의 기운도 느껴진다.>
까망이의 말에 주혁이 창을 꺼내 들어 성지훈에게 겨누었다. 목 바로 앞에서 멈춰 선 성진의 창끝을 꼼짝도 못한 채 시선만 내려 바라본 성지훈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최성찬과 만난 적이 있나?”
“…….”
“숨길 생각은 하지 말고 바른 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가 최근에 그놈에게 크게 데일 뻔한 적이 있어서 감정이 좋지 않거든.”
남운까지 검을 뽑아 들고 목을 겨누자 굵은 식은땀이 성지훈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최성찬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모두의 기세가 싸늘하게 변한 것을 느낀 성지훈이 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 짜내 대답했다.
“그…… 그렇다.”
“언제 만났지?”
“상위 균열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그쪽에서 먼저 찾아왔을 뿐이다!”
성지훈의 말대로 상위 균열이 시작되기 전 최성찬과 접촉했다면, 틀림없이 키드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을 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강해지는 압박을 못 이기고 성지훈이 곧바로 입을 열어 줄줄 최성찬을 만난 경위를 읊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최성찬 그놈은 이미 마나 진정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효과가 미미하던 진정제의 효과를 단숨에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방법이 뭐였지?”
“피…… 피를 담은 아티팩트를 제작 공장에 놓아두는 것이었다! 협력책이 제공해 준 확실한 물건이라고 했지만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피를 담은 아티팩트를 제작 공장에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단기간에 효과가 두 배 이상 상승한 진정제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최성찬의 말대로 예상보다 빠르게 민심을 사로잡았다고 자백한 성지훈의 말에 지은은 강한 이질감을 느꼈다.
“피를 담은 아티팩트…….”
자신의 피를 아티팩트를 이용해 빨아들이던 최성찬의 행동이 떠올랐다. 하지만 자신의 피를 흡수한 아티팩트라고 하기엔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한국에 나타난 상위 균열을 봉인한 것이 미국에서의 싸움보다 먼저 일어난 일이었다.
지은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주혁이 이를 까득 깨물고는 성지훈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마나 진정제의 부작용에 대해서 공표하고, 아리아 길드에 협조를 받아 해독약을 배포해. 그리고 최성찬이 말한 협력책의 이름을 대.”
“뭐? 아리아 길드? 하하하! 웃기고 앉아 있군!”
주혁의 말이 어디가 웃긴지 성지훈이 멱살을 잡힌 상태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성지훈의 모습에 모두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아리아 길드에 해독약이 있다고? 하! 그런 거였군! 너희 길드 연합이 최성찬과 짜서 나를 속이고 센터를 함정에 빠트린 거였어!”
“그게 무슨 신박한 개소리야?”
“최성찬이 말한 협력책이 바로 아리아 길드의 한그루였다! 최성찬이 들고 온 그 아티팩트의 주인이 바로 한그루였단 말이다!”
성지훈의 외침에 지은은 다리에 힘이 탁, 하고 풀리는 것을 느꼈다. 지은은 물론이고 함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유라였다.
“다시 한번 말해 봐. 누구라고?”
“나라고 어떻게 덥석 최성찬의 말을 믿었겠나! 아리아 길드의 길드장, 한그루가 제안한 방법이라고 했다!”
자신은 최성찬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끝까지 꼬리를 자르려는 성지훈의 외침이 이어졌지만, 길드장실 내부에는 그런 성지훈의 외침을 무시한 적막이 흘렀다.
“하아…….”
그 적막을 깨고 터져 나온 한숨의 주인은 유라였다. 한그루의 이름이 나올 때만 해도 설마하며 믿지 않았지만, 이쯤 되니 정말로 그를 의심해야 한다는 사실에 착잡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깊게 한숨을 내쉰 유라가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말했다.
“어떻게 할까.”
“…….”
“한그루, 그 녀석이 이 일에 관여를 했다고…….”
한그루. 최고위 힐러이자, 대한민국 힐러들의 구심점인 그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진정제를 복용한 모두에게서 타락의 기운이 감지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폭주를 일으킨 열 명의 헌터들에게서 확인한 상태였다.
타락의 기운은 약을 복용한 기간이 긴 사람들에게서 더욱 확실하게 느껴졌다. 타락의 기운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약을 계속해서 복용했다면 정말로 본인의 목숨은 물론이고 수많은 피해를 일으킬 여지가 충분한 상태였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야. 그 한그루인데.”
차라리 그렇게 믿고 싶을 만큼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빅3 길드의 한 축인 아리아 길드의 수장인 한그루가 키드와 손을 잡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친구의 이름이 거론된 유라가 착잡한 듯 마른세수를 하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말했다.
“……한그루 씨가 키드에 의해 세뇌당했을 가능성은요?”
“한그루는 최고위 힐러야. 어떤 상태 이상 마법도 걔한테 영향을 끼치긴 힘들어.”
최고위 힐러인 그가 세뇌를 당할 정도의 상태 이상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순식간에 그를 제압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한그루가 키드에게 그렇게 쉽게 당할 거라곤 상상하기 힘들었다. 상위 균열 내부에서 압도적인 권능으로 전장을 지휘하던 한그루의 모습을 떠올린 지은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최성찬이 제 피를 아티팩트로 흡수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시간대 상으로 전혀 맞지를 않아요. 제 피를 한그루 씨가 어떻게…….”
그런 지은의 말에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유라가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힘겹게 쥐어짜내며 간신히 말을 꺼냈다.
“지은이 네가 슬라임의 독에 중독됐을 때.”
“……설마!”
“그때 분명 검사를 위해서 채혈을 했어…… 빌어먹을. 이렇게 딱딱 아귀가 맞는다고?”
슬라임의 독에 중독되어서 위험했을 때, 마침 치료를 받았던 곳이 바로 아리아 길드의 본관이었고, 유라의 부탁으로 직접 지은을 치료한 것이 바로 한그루였다.
여러 검사를 하기 위해 지은의 피를 채혈하는 것을 직접 본 사람은 유라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주혁 역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하지만 저는 해독제를 분명 받았는데…….”
진정제를 받기 전에 이미 한그루를 만나 해독제를 받았던 지은이 중얼거렸다. 지금도 집에 그 해독약이 있을 텐데. 그러나 자신에게서 채혈한 피를 가지고 아티팩트를 만들어 진정제에 타락의 기운을 심는 데 일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한그루에게선 그 어떤 적의도 느껴지지 않았었다.
패닉에 빠진 모두의 모습을 보며 성지훈이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서 너희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결국 한그루의 말만 믿었던 내가 사기를 당한 거나 다름없다는 거 아니겠어?”
“아까부터 계속 개소리를 하는데. 한 번만 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면 그땐 정말로 용서하지 않겠어.”
“그래서 어떻게 사실대로 공표할 텐가? 잘나신 길드 연합의 헌터들?”
유라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성지훈이 여유를 찾았는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한그루의 이름을 팔고 자신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보이는 듯했다.
빅3 길드의 이름 아래 모여 있는 길드 연합에서 1급 전범인 최성찬과 음모를 꾸민 것이 다름 아닌 한그루였으니, 길드 연합의 수장 격인 청명 길드에서 이 사실을 공표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죽대는 성지훈의 얼굴에 유라가 결국 주먹을 날렸다.
퍼억!
참고 참던 유라의 주먹이 성지훈에게 작렬했다.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주먹 한방에 튕겨져 나간 성지훈의 입술이 터져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런 성지훈을 바라보며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대는 유라를 지은이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화내지 말아요, 언니! 다 저희를 흔들려고 하는 말이라는 거 알잖아요.”
“큭…… 나를 때린다고 지금 상황이 뭐가 달라지지? 너희의 바람대로 난 혼자 죽지 않을 거야, 절대로. 반드시 한그루의 이름을 물고 늘어져 주지.”
“그렇게 해.”
“뭐?”
“그렇게 하라고, 이 X자식아.”
길드 연합의 이미지를 위해서 이번 사건을 조용히 묻을 것이라 예상했던 성지훈이 주혁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타협안을 선심 쓰듯 제안하려 했던 성지훈이 성큼성큼 자신의 앞에 다가와 주먹을 들어 보이는 주혁의 모습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주혁의 주먹이 향한 곳은 성지훈이 등을 기대고 있는 벽이었다.
쿵!
“우린 지금부터 한그루의 신변을 확보하러 갈 거야. 그리고 마나 진정제의 부작용에 대해서 공표할 거고, 최성찬과 너, 그리고 한그루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공개할 거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뭐지? 센터는 물론이고, 길드 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도 바닥을 치게 될 텐데?”
“우린 범죄자랑 타협 같은 거 안 해.”
“…….”
“한 가지 확실하게 알려 주지. 넌 빛 한 줌 들지 않는 지하 감옥에서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삶을 살게 될 거야.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