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7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72화(17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72화
“부끄러운 줄 알아.”
단호한 주혁의 말에 의욕을 잃은 성지훈이 푹 고개를 숙였다. 타락의 기운에 대해선 모른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작용이 심각한 진정제를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유통해 왔으니 주혁이 말한 대로 감옥에 평생 수감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의욕을 상실한 성지훈이 이태서의 손에 의해 끌려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이 유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친구인 한그루가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표정을 굳히고 있는 유라를 보며 마찬가지로 성진과 주혁의 표정 역시 차갑게 굳어 있었다.
“어떻게 할까.”
“…….”
마치 자신에게 답을 구하듯 물어 오는 주혁의 말에 유라가 지그시 눈을 감고는 이를 앙다물었다. 그녀가 이내 결심한 듯 천천히 눈을 뜨고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가서 대화를 나눠 봐야겠지.”
그 대화가 말로 하는 대화가 될지, 서로의 스킬을 교환하며 나누는 몸의 대화가 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모두의 의견이 일치한 것은 섣부른 속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 녀석이 그리고 있는 판이 뭔지 다들 알잖아.”
“…….”
“분명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어. 그런데 자신의 숙원을 두고 이런 미친 짓을 벌인 이유를 일단 들어는 봐야겠어, 난.”
유라의 말에 주혁과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남운 역시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그럴 사람이 아니긴 합니다.’라고 말을 덧붙였다. 지은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뭐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예요?”
“한그루, 그 녀석이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던전과 균열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세상입니다.”
“……네?”
“완벽한 국가 방위 시스템의 구축을 통한 던전에서의 해방.”
주혁에게서 자세한 설명을 들은 지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던전 공략 계획보다 지은이 듣기에도 실현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실제로 실현도 되었습니다.]시스템 알림창이 깜빡였다. 파티 채팅을 통해 훅 들어온 남운의 말에 의에 실제로 한그루의 완전 방위 계획이 실현까지 되었다는 사실을 지은은 알게 되었다. 인과율의 간섭 때문에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 주진 못하지만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남운의 모습을 확인한 지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키드에게 동조할 이유가 없을 텐데 어째서…….”
“그러니까 문제야.”
“어떤 게 문제라는…….”
문제가 있다는 유라의 말을 되묻던 지은이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잔인한 생각에 얼굴을 와락 구겼다.
그런 확고한 신념이 있는 한그루가 정말로 키드에게 제정신으로 협조를 했을까. 절대 아니었다. 지난 회차에서 틀림없이 성공했다는 그 완전 방위 계획을 알고 있는 건, 이 자리에 있는 남운뿐만이 아니라 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지금 신의 입장에서 가장 거슬리는 사람은…….’
정말로 한그루의 계획이 성공했던 적이 있다는 전제하에 지금 그 계획이 실현된다면,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은 신이 분명했다.
1회 차의 자신이 희생하면서 이길 수 있는 판을 완벽하게 만들어 둔 현재. 본래 전 세계에 흩어져 각 나라의 헌터들에게 각개 격파당했을 정령왕들은 모두 한국의 던전에 모여 있었다.
만약 한그루의 계획대로 완전 방위가 가능해진다면, 한국의 헌터들은 마음 놓고 던전 공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진작에 소멸되었거나, 신에게 의해 타락했어야 할 세 속성의 정령왕들과 함께 까망이까지 있는 상황은 신에게 너무나 불리했다.
다 잡은 승기를 조금씩 뺏기는 느낌이 들었을 신에게 있어서 한그루는 눈엣가시나 다름없는 존재임이 분명했다. 대리자인 이태서도 자신의 통제를 견뎌 내고 있는 상황에서 신은 인간계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선택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 지은의 생각을 알고 있었는지 까망이가 직접 교감을 통해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도 마지막이다.]’
‘……그래, 우리도 마지막이지.’
지은이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해 절망에 빠졌던 까망이가 남운에게 내린 형벌은 지은이 없는 세상 속에서 10번의 회귀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남긴 채 다시 세상에 나오는 것을 선택했으니, 절대로 이번 회차의 끝이 지난 회차들과 같은 운명이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마지막 회차에 나는 없을 거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겠지.’
그러니 지금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은은 자신의 곁에 있는 이들을 단 한 사람도 잃지 않아야 했다.
혼자였던 1회 차와는 다르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함께 신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지은은 단 한 사람도 잃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지은은 머릿속을 가득 채운 잡념을 털어 내고는 담담하게 지금 해야 할 일을 입 밖으로 꺼냈다.
“직접 확인하러 가죠.”
* * *
바라보는 것만으로 고풍스러운 한국적인 미가 흘러넘치는 것 같은 사찰 입구에 멈춰 선 지은이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발걸음을 뗐다.
지은을 필두로 한 청명 길드의 길드장인 주혁, 부길드장인 성진은 물론이고 유라와 남운, 거기에 태백 길드의 부길드장인 이태서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포션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헌터들은 물론이고, 아리아 길드의 직원들까지 당황한 모습으로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런 모두의 시선을 뒤로한 채 지은의 일행이 묵묵히 걸어간 곳은 아리아 길드의 길드장실이 위치한 대청전이었다.
“한그루 길드장을 보러 왔습니다.”
“길드장님은 안 계십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비서가 의아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빅3 길드의 회담이라도 잡혀 있었던 것인지 확인해 봤지만, 한그루의 스케줄은 오늘 텅 비어 있었다. 개인적인 출장이 있다며 오늘 마침 자리를 비웠다는 이야기에 주혁이 혀를 쯧 차고는 비서에게 말했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십니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아무리 빅3 길드의 길드장급 인사들이라 해도 한그루를 이렇게 사전 약속도 없이 만나러 불쑥 찾아올 리는 없었다. 의아했는지 비서가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자신들을 훑어보는 비서의 눈빛을 바라보던 성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네? 그게 무슨…….”
“그 심각한 문제가 뭔지 난 알 것도 같은데.”
길드장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나온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지은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아리아 길드의 부길드장이며 얼마 남지 않은 5층 토벌대의 한 축을 맡은 A급 힐러이자, 한그루의 누나인 한설아였다.
“요즘 내 동생이 많이 이상하거든. 그러니까 들어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찻잔을 손에 든 자세 그대로 주혁과 성진에게서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한설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아프다는 듯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린 한설아가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내 동생이, 국제 S급 전범인 키드와 손을 잡은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 말인가?”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적어도 증거는 확실한 상황입니다.”
“증거를 제시할 수도 없으면서 내 동생을 범죄자로 몰아간다?”
타락의 기운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었기에 한설아의 말대로 지금 일행들의 주장은 정확한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으니 한그루의 신병을 인도하는데 협조를 하란 소리나 다름없었다.
좀처럼 이야기가 진척이 되지 않아 답답했던 지은이 뭐라 말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뭔가 이상하긴 했어.”
“어떤 점이 이상했다는 건가요?”
“우리 가문의 숙원이 뭔지는 다들 알고 있지?”
“완전 방위 계획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그거.”
완전 방위 계획. 수도인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의 모든 도시들에 마나를 품은 광석들을 이용한 대형 결계를 치고, 그 결계에 수호 스킬을 덧대어 지상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계획.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 계획을 직접 실행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 바로 아리아 길드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그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대 아리아 길드의 길드장인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은 한그루와 한설아였다.
던전 안에서 나오는 모든 마광석과 마석들을 긁어모으고 있는 아리아 길드는 포션과 엘릭서를 판매해서 얻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모두 이 계획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 계획을 처음 고안한 게 우리 아버지라고 알고 있겠지만, 사실은 아니야.”
“설마…… 그 모든 걸 한그루 씨가 계획했다는 건가요?”
“어려서부터 착실한 노력파인 나와는 달리 내 동생은 타고난 천재거든. 이 말도 안 되는 계획도 다 그 녀석 머리에서 나온 발상이야.”
균열이 일어나기 전, 시스템의 안배로 인해 균열의 근원지로 예상되는 곳의 좌표와 함께 시스템 알림이 울리는 현상은 지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언제 균열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균열이 어디서 발생하는지는 균열 직전에 알 수 있는 상황에서 한그루가 떠올린 것은 ‘애초에 균열이 발생할 공간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마나를 품은 모든 광석들은 유효 기간이 존재해. 짧게는 하루에서부터 길게는 몇 십 년, 몇 백 년 유지가 가능한 마석들도 있지. 우리는 유효 기간이 긴 마석들을 전국에 지뢰처럼 깔아 두기로 했어. 마석에 각종 수호 마법과 마력 억제 마법을 건 채로 말이지.”
그 크기에 상관없이 마나를 품고 있는 광석이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지금도 전국에 지정된 위치를 따라 놓이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영토 전체에 반영구적으로 유지가 가능한 마나를 품은 마석들로 그리고 있는 것은 바로 거대한 마법진이었다.
“아직은 무용지물 같아 보여도, 적어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균열들의 마력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희망이 생겼어. 우리 계획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
기뻐했다는 사람은 틀림없이 한그루가 분명했다.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어 보인 한설아가 이내 얼굴을 차갑게 굳히고는 말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내 동생이 이상해졌어. 그 천재가, 우리 국토 전체를 뒤덮는 방어 결계 마법진을 고안해 낸 녀석이 나에게 진행 상황을 물어보며 묻더라.”
“…….”
“얼마나 많은 마석들을 어디에 배치해야 하는지, 어떤 마법을 부여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직접 지정하던 녀석이 갑자기 나한테까지 꽁꽁 숨겨 두고 보여 주지 않던 진행 지도를 찾아오라고 했어. 내가 그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 거 같아?”
“그 말씀은…….”
잠자코 한설아의 말을 듣고 있던 지은은 불현듯 찾아온 이 불길한 예감이 제발 아니기를 바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는 법이었다.
이어진 한설아의 말을 듣고 난 지은은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무릎 위에 올려 둔 주먹을 꽈악 말아 쥐었다.
“내 동생은 지금 어디에 있지?”
“…….”
“내 동생의 껍데기를 쓰고 있는 저 빌어먹을 놈은 도대체 누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