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7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73화(17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73화
그렇게 말하는 한설아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처음 이야기를 꺼낼 때만 해도 침착해 보였던 그녀가 이윽고 감정이 북받쳤는지 손바닥에 얼굴을 묻는 모습에 모두의 표정이 착잡해졌다. 한설아의 말대로라면 정말로 한그루에게 뭔가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자신이 직접 관리하던 마석 분배 지도가 어디 있냐고 물어봤다는 한그루. 그런 한그루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내색할 수 없었던 한설아.
동생이 뭔가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어디에 말도 못 하고 제발 아닐 거라 믿고 있던 한설아가 이내 무너져 내리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녀석, 설마…… 아니지?”
“…….”
“뭔가 잘못된 건 아니겠지?”
그냥 요즘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랬겠지, 바쁘니까 깜빡할 수도 있었겠지, 라고 아무리 생각을 돌려 봐도 자신의 동생이 뭔가 달라졌음을 느끼고 불안해하던 한설아였다.
한그루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해 보면 어디 가서 쉽사리 그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또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빅3 길드의 길드장인 한그루가 어딘가 이상하다.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말을 어디에서 할 수 있었겠는가.
그날 이후로는 다시 평소에 알고 있던 동생의 모습으로 돌아왔기에 그저 마음속으로만 의심하고 있었던 한설아는 한그루가 마나 진정제 비리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눈에 띄게 불안한 태도를 보였다.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조급해하는 한설아의 모습에 유라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래서 언니, 걔 지금 어디 갔는지 알아요?”
“아니, 나도 몰라. 정말 몰라. 걔가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 건지 난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원래 안 그랬단 말이야!”
부모님을 잃고 유일한 혈육이었던 한그루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완전히 변해 버렸다.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자신을 대하는 것은 똑같았기에 혈육이기에 느껴지는 어색함을 애써 무시해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자신의 동생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한설아의 얼굴에선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묻어져 나왔다.
지금 당장이라도 한그루를 앞에 데려다 놓고 조사를 해야 할 텐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혁을 돌아본 지은에게 그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키드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주혁이 고개를 저었다는 것은, 키드가 지금 미국 어딘가에서 포위망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은은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을 꺼내는 것을 선택했다. 모두의 반대가 있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지금 어떤 상태일지 모를 한그루를 만나려면 이것밖에 없었다.
“제가 한그루 씨를 만나러 가 볼게요.”
“어떻게…… 아!”
[방문 판매] 스킬을 떠올린 유라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지은의 어깨를 덥석 잡고 외쳤다.“지금 걔가 무슨 상태일 줄 알고 너 혼자 가겠다는 거야!”
“방법이 없잖아요. 그리고 얼마 전에도 만났었어요. 정말로 아무런 특이 사항을 찾을 수 없었고요.”
“그래도 지은 씨 혼자 한그루를 만나러 가는 것은 안 됩니다.”
“그래, 저 말이 맞아. 이미 센터 쪽에 성지훈 이름으로 진정제 보급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어.”
모든 것을 체념한 성지훈을 통해 마나 진정제의 보급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센터에 내린 상태였기도 했고, 거기에 마나 진정제 제작 공장에 성지훈이 말한 아티팩트를 회수할 특별반도 보낸 상태였다.
정말 만약에 한그루에게 이상이 생긴 것이 맞고, 마나 진정제를 통해 마나 폭주를 통제하려는 계획이었다면 센터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체크하고 있었을 게 분명했기에 지금 상황에서 자신들의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얼마나 많은 끄나풀들이 센터는 물론이고 길드 연합 내부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은이 그 중심에 있다고 의심되는 한그루를 혼자서 만나러 가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정말로 무슨 문제가 생겼으면 어떡하려고요.”
“절대 안 돼. 꿈도 꾸지 마.”
지은의 반항에도 절대 안 된다며 한그루의 스케줄 표를 확인하며 성진이 선을 긋듯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도 한 명씩 눈을 맞춰 봤지만, 눈을 감거나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그러면 어디로 잡으러 가야 할까요.”
“오늘 저녁엔 스케줄이 있네. 스케줄 장소에서 대기타면 되겠지.”
한그루의 스케줄 표를 살피던 성진이 핸드폰을 꺼내 사진까지 찍었음에도 그런 건 전혀 상관하지 않고 한설아는 더 찍어 가라는 듯 아예 다음 달 스케줄 표까지 공개해 주고 있었다.
길드 극비 정보인 길드장의 이동 동선을 가감 없이 공개하는 한설아의 모습에서 그동안 어디에 말하지도 못하고 속을 끓였을 그녀의 불안이 얼마나 컸는지 느껴졌다. 유라가 그런 한설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별일 없을 거예요. 뭐 정신 못 차리고 있으면 몇 대 쥐어박으면 되겠죠.”
“그렇겠지?”
하지만 간절한 한설아의 바람과는 다르게 저녁에 잡혀 있던 스케줄에 한그루는 등장하지 않았다.
약품 제조 관련 기업 인사들과 만나기로 했던 미팅 장소 주변에서 변장을 하고 한그루를 기다리고 있던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비상이군요.”
주혁이 담담하게 내뱉은 말에 결국 한설아가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손바닥에 묻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
그다음 날에도 한그루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 *
“방법이 없다니까요!”
마나 진정제의 제조 공장에서 찾아낸 아티팩트 안에 있는 마나의 원동력이 다름 아닌 지은의 피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한그루가 실종된 지 사흘째 아침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모두 뜬눈으로 밤을 샜는지 피곤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모두에게 지은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말했다.
“이미 센터에서 문제가 생겨 마나 진정제를 보급하지 않겠다고 정식 발표도 내보냈고! 마나 진정제 공장을 그렇게 들쑤신 것도 다 뉴스를 탔어요!”
“진정해, 지은아.”
“정말로 한그루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키드를 몰라요? 이미 이런 상황도 다 예상하고 꼬리를 자를 계획을 세워 뒀을 거예요!”
한그루의 수색에 동참하라는 공문을 길드 연합을 통해 발송한 주혁이 그런 지은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올리고는 진정하라는 듯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말했다.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될 겁니다. 한그루가 어디에 있든 한국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금방 그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평소라면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납득했을 지은이었지만, 한설아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아이처럼 바닥에 주저앉은 모습을 본 이후로 지은은 가슴 한쪽이 아려 오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한그루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절대 새어 나가선 안 될 일입니다.”
주혁의 말에 지은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그루의 존재 자체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있는지는 지은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한그루가 길드장이 된 것은 고작 중학생 때였다. 토벌대에서 결국 부모님이 돌아오지 못하게 된 이후, 한그루와 한설아는 어린 나이에 자신들에게 찾아온 슬픔을 채 드러낼 틈도 없이 아리아 길드를 이어 갈 길드장으로서 담담하게 길드장 취임식을 해야 했다.
4층의 계층 보스인 아실리아를 찾지 못하고 길어지는 던전 개척에 국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대형 길드인 아리아 길드의 길드장이 포함된 토벌대가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이미 잠재력만으로도 아버지를 뛰어넘었다는 한그루의 능력은 아버지의 전사 이후 마치 바통을 넘겨받은 것처럼 완전히 개화했다.
국민들은 당연히 벽을 부수고 개화한 한그루의 등장에 희망을 보았고, 그런 국민들의 기대를 외면할 수 없었던 한그루는 어린 나이에 당당하게 상복을 입고 추모식과 함께 진행된 길드장 취임식에서 국민들 앞에 선언했다.
그 모습은 어린 나이였던 지은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었다는 상실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 담담한 표정으로 검은 상복을 입고, 상주 완장을 찬 채로 추모식에 참석한 수많은 국민들 앞에서 한그루는 그저 자신이 앞으로 꺼낼 선언에 단 한 치의 거짓도 내뱉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만을 담은 얼굴을 하고 말을 이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면서.’
권능의 완전한 개화와 동시에 단숨에 로컬 랭킹 3위로 도약한 것은 물론이고, 고질적으로 치유계 능력자의 부족에 허덕이던 전 세계가 가장 부러워할 압도적인 권능을 지닌 치유계 힐러의 등장.
그 잠재력의 끝이 어디일지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는 힐러 랭킹 압도적 1위.
‘그 어떤 고난과 시련. 유혹의 바람 앞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 가장 위험한 곳에서, 삶이 허락한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을 보호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분명 전투계 헌터는 아니다. 가장 강한 헌터도 아니었으며, 다른 헌터들과는 달리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그의 강함이 알려진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랭킹 1위인 주혁과 2위인 이태백보다도 가장 믿음직스러운 랭커의 이름을 대라고 하면 항상 국민들에게 손꼽히는 것이 바로 한그루였다.
부동의 인기 순위 1등.
한그루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의 존재만으로 헌터들은 더 싸울 수 있다는 의지를 얻고, 죽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위험을 향해 몸을 내던질 수 있었다.
강렬했던 첫 등장 당시. 전 국민 앞에 선서했던 것처럼 가장 위험한 곳에서 부상자를 찾아다니며 온몸을 다 바쳐 헌터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구해 내고야 마는 그의 이명은 ‘성자’.
그런 한그루였기에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이 새어 나간다면 국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할 것이 분명했다.
만약 정말로 최악의 경우 그는 이미 죽었고, 키드나 다른 누군가가 능력으로 그의 겉모습을 뒤집어쓴 채로 활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어렵네요.”
“랭킹에 변동은 없으니, 적어도 최악의 경우까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혹시 몰라 변장이나 현혹 계열 각성자들의 동태도 파악 중이고요. 일단 떠오르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한 뒤에 한그루를 되찾아야 합니다.”
랭커가 목숨을 잃으면 자동으로 랭킹은 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변동도 없이 굳건하게 3위를 지키고 있는 한그루였다. 그 랭킹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적어도 그의 목숨이 끊어지지는 않았다는 뜻이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지은이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예요, 한그루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