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7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74화(17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74화
한그루가 잠적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야속하게도 한그루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비밀리에 진행되는 수색이다 보니 활동 반경이 그리 넓을 순 없었다. SNS상에 한그루를 본 적 있냐며 탐문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 글들을 포착한 기자에 의해 한그루의 실종설이 대두되기 시작할 조짐이 보였다.
결국 길드 연합 측에서 나서 기사를 내리는 것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결국 한그루의 자취를 쫓지 못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지은은 하루하루 피가 말라 가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의 지인이 이런 일에 휘말린 것이 처음이었기에 더욱 가슴이 답답했다.
여론은 잠재웠다고 하지만, 헌터 게시판까지 잠재울 수는 없었다. 비공개 게시판에선 최근 뜸해진 한그루의 활동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헌터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거기에 한그루의 누나인 한설아가 직접 5층 토벌에 참가하는 지금. 한그루의 신변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었다.
헌터 게시판을 쭉 정독한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애틋함, 부모님을 토벌전에서 잃은 한그루가 누나인 한설아가 토벌에 참가하는 데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는 글을 읽고 난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네?”
<뭐가 그렇다는 거냐, 주인?>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어딘가 모르게 계속해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기에 지은이 팔에 오소소 돋아난 닭살을 쓸어내렸다.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몸의 반응을 느끼며 지은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가족을 그렇게 소중하게 여긴다는 한그루…… 한그루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한설아뿐인데, 정말로 한설아가 가문 차원에서 진행되는 계획을 모르고 있다는 게 가능할까?’
헌터는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위험한 삶을 사는 존재다. 아무리 강한 랭커라 할지라도 당장 던전에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것처럼, 불안 요소가 가득한 던전을 직접 개척하는 존재인 헌터들에게 있어서 매일매일은 치열한 생존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와중에 가장 위험한 곳에 들어가야 할 최상위권 랭커인 한그루가, 자신의 가문의 오랜 숙원인 완전 방위 계획을 혼자서만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한설아가 그 계획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었다면 모르지만, 이미 가문 차원의 숙원 사업임을 알았음에도 그 진행 상황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한 번 의심이 들기 시작하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당장 눈앞에 사라진 한그루만을 의심하는 게 맞는 일일까. 지은이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였다.
머리맡에 놔둔 핸드폰이 부르르 떨리며 진동음이 울렸다.
[오늘 만날 수 있을까요? 말씀을 드리지 않은 게 있어서요.]한설아에게서 온 문자였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 아닐 수 없었다. 핸드폰에 띄워진 한설아의 문자 내용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은이 손을 놀려 답장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뭘 할 생각이냐, 주인?>
지은이 보낸 답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까망이가 그녀의 어깨에 앞발을 올리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까망이의 앞발을 꼬옥 잡으며 지은이 씨익 웃어 보이곤 말했다.
“내 감을 입증해 보려고.”
***
한설아가 자신을 불러낸 곳은 다름 아닌 아리아 길드의 본관이었다. 미리 한설아가 조치를 취해 놨는지, 부길드장실까지 가는 동안 단 한 번도 아리아 길드원들의 제지를 받지 않았다. 지은은 굳게 닫힌 부길드장실의 문 앞에서 후! 하고 심호흡을 내뱉었다.
비서조차도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지은이 손을 들어 문을 노크했다. 노크를 하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이 열렸다. 직접 문을 열어 준 한설아의 얼굴을 바라본 지은이 언제 긴장했냐는 듯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어쩐 일이세요? 이렇게 갑자기?”
“일단 들어오세요. 제가 동생 방에서 찾아낸 물건이 있어서요.”
부길드장실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마자 문을 닫은 한설아가 재촉하듯 지은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대며 안으로 이끌었다. 찾아낸 물건이 과연 뭘까, 하고 생각하던 지은의 눈에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물건이 들어왔다.
“저게 어떻게 여기에…….”
“아시는 물건…….”
모를 수가 없었다. 넓은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은 프라이팬이었다.
키드의 함정에 빠져 미처 회수하지 못했던 자신의 전용 무기인 프라이팬을 본 순간, 지은이 다급하게 달려가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손에 쥐고는 이내 방바닥을 굴렀다.
콰직!
방금 전까지 지은이 서 있던 자리에 솟아오른 검은 가시.
바닥을 굴러 간신히 그 공격을 피해 낸 지은의 표정이 차갑게 변한 것을 확인한 한설아의 눈이 붉게 빛났다.
“눈치가 굉장히 빠르구나, 너.”
“……당신, 한설아 씨가 아니군요.”
온몸을 휘감는 듯한 살기가 느껴졌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압박감에 지은의 볼을 타고 한 방울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사냥감을 눈앞에 둔 맹수처럼 그녀를 여유롭게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 한설아가 말했다.
“지키고 싶은 소중한 존재를 위해 희생한다는 건 참 부질없는 짓이야.”
“…….”
“내 능력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랭커인데, 너무나 쉽게 제압해 버렸지 뭐야?.”
“……한그루 씨를 어떻게 한 거죠!”
킥킥대며 웃음을 터트린 한설아가 프라이팬을 손에 들고 전투태세를 갖춘 지은을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결연한 표정이었지만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인지, 그런 지은의 모습에 한설아가 인심을 썼다는 듯 말했다.
“한그루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
“그래, 어차피 죽을 텐데 알려 줄게. 그 녀석, 좀처럼 죽지를 않더라고. 기생도 안 되고.”
“기생?”
“한그루의 몸을 뺏었다면 더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쉽게 됐지 뭐야.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고 이 몸을 뺏었더니 순순히 넘어오더라고.”
변장도, 환각도 아닌 기생이라니.
정말로 한설아에게 기생해 결국 그 몸을 뺏었다면 한그루는 당연히 흔들렸을 것이 분명했다.
부모님을 잃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누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선뜻 공격하지 못했을 한그루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래서 그는 지금 어디에 있죠?”
“우리가 원한 건 이런 A급 힐러가 아니었거든. A급 힐러는 차고 넘치지만, S급 힐러를 완벽하게 세뇌하는 게 우리의 목표란다?”
즐겁다는 듯 말하던 한설아의 몸이 순간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한설아의 몸에서 마치 탈피를 하듯 껍질을 깨고 나오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몸을 흠칫 굳혔다. 머리카락에 붙은 껍질을 떼 내며 씨익 웃어 보이는 여자를 바라보며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무슨…….”
“으, 너무 오래 몸을 빼앗고 있었더니 껍질이 다 달라붙었네.”
몸을 빼앗겼던 한설아는 바닥에 쓰러진 채 어떤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 않았다.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한 한설아의 몸을 귀찮다는 듯 발로 스윽 밀어 치운 여자가 붉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순순히 말을 들으면 이 여자의 목숨은 살려 주겠다고 했더니, 패닉에 빠져선 자기 발로 세뇌의 공간으로 들어가 버렸지 뭐야?”
참을 수 없이 즐겁다는 듯 그렇게 말한 여자가 이내 폭소를 터트렸다. 어떤 공격도 모두 다 튕겨 내는 철옹성 같은 S급 힐러를 고문하는 것은 정말로 즐거운 일이었다.
“그 입 닥쳐요!”
지은이 휘두른 프라이팬을 어림도 없다는 듯 한 손으로 잡아챈 여자가 지은의 목을 가볍게 움켜쥐고는 벽에 몰아세우며 말했다.
“제발 그만하라며 회복 마법을 퍼붓는 그 얼빠진 얼굴을 너도 봤어야 했는데!”
“크윽…….”
“자, 지금 내가 너의 몸을 빼앗으면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지 않아, 창조의 대리자님?”
“…….”
“친구는 있니? 가족은? 한국의 랭커들과 꽤나 진한 사이인 것 같던데.”
한 손으로 지은의 목을 가볍게 누르며 다른 손으로 볼을 쓰다듬는 여자의 손톱이 별안간 길게 늘어나 지은의 볼에 작은 생채기를 냈다.
화끈한 고통과 함께 상처에서 피가 방울져 솟아나는 모습에 별안간 여자의 눈이 크게 뜨였다.
“너한테 상처를 내면 위험하겠구나.”
“이거 당장 놔…….”
지은의 피를 손톱으로 닦아 낸 여자의 손위로 별안간 검은 기운이 화르륵 불을 피우듯 일어났다. 마치 불 위에 기름을 부었을 때처럼 거세게 일렁이는 검은 기운에 여자가 지은의 목을 조르고 있던 손을 놓고는 그녀에게서 물러나며 말했다.
“힘을 제어할 수가 없잖아. 상처 하나 없이 먹어야 하는 몸인데.”
막혀 있던 숨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지은이 자신의 볼을 감싸 쥐었다. 명백한 저항이 담긴 눈빛을 보며 기쁘다는 듯 박수를 치던 여자가 순식간에 다가와 지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말했다.
“그래, 이런 도전적인 눈빛! 너무 좋아!”
“당신, 내 몸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을 휘두를 계획인가 본데…….”
“응?”
“지키고 싶은 소중한 존재가 있는 게 부질없는 짓이라고 했던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확 짧아진 지은의 말투에 여자가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런 여자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명백한 비웃음의 의도를 가지고 있는 지은의 웃음에 여자의 눈이 더욱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말을 하는 걸까, 우리 대리자께선?”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지키고 싶은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너는 모르는 것 같아서.”
“…….”
“보통 그렇게 강하게 뭔가를 부정하는 사람치고 진심으로 부정적인 사람은 극히 드물거든.”
“그 입 닥치지 않을래, 우리 아가씨?”
“너, 사실은 부러웠던 거잖아. 안 그래?”
“이이익……!”
비명 소리 하나 지르지 않고 눈을 똑바로 마주 바라보며 도발하는 모습에 약이 올랐는지 여자가 지은의 목을 향해 긴 손톱을 휘두르려던 순간이었다.
“그래, 이 가족도, 친구도 없는 불쌍한 인생아.”
콰아앙!
지은의 등 뒤에 있던 벽을 뚫고 나타난 유라가 여자를 향해 강하게 주먹을 내리꽂았다.
원하는 부위에 충격을 집중시키는 스킬 [일점 타격].
단 한 번의 공격에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힌 여자의 얼굴을 이어서 나타난 이태서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안 죽은 거 아니까 일어나.”
“정신 지배 마법이나 변장술사도 아닌 기생술사라.”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며 간신히 눈을 뜬 여자가 지은을 보호하듯 앞으로 나서며 말하는 주혁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내가 기생한 걸 이미 알고 있었다고?”
허공에 손을 털며 아직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설아의 몸을 부축하며 유라가 말했다.
“아니, 몰랐어. 이 빌어먹을 X아.”
“…….”
“이렇게 만나는 건 오랜만이네, 왕린린.”
“……큭.”
“어디서 뭘 하고 사나 했는데, 한국에 들어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에 한참을 숨죽이고 살고 있었다니.”
유라의 말에 기생술사 왕린린이 몸을 흠칫 떨었다. 방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몸을 잔뜩 웅크린 왕린린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지은이 말했다.
“이래도 부질없어 보여?”
“…….”
“난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너…….”
“이제 더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