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7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75화(17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75화
“지은 씨의 말이 사실이었군요.”
굳이 자신을 혼자 불러냈을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지은이었다. 한설아가 보였던 태도로 미루어 봤을 때, 정말로 한그루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조금이라도 발견됐다면 응당 자신이 아닌 주혁이나 유라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맞았다.
물론 자신에게 연락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따로 혼자서 불러내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어딘가 모르게 계속해서 경종을 울려 대던 자신의 촉을 믿고 파 놓은 함정이었다.
“얼굴에 상처가 나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성큼 자신에게 다가온 주혁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을 보며 지은이 학을 떼고 소리쳤다.
“그냥 작은 상처예요! 엘릭서까지 필요한 건 아니에요!”
“작은 상처가 큰 후유증을 낳는 법입니다.”
“그래도 너무 과해요.”
“거기에 기생술사의 마력은 불길하죠. 괜히 마탑에서 기생술사를 위험 요인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 아니랍니다.”
“그렇지만…….”
“그러니 상처를 치료해야겠죠.”
그렇게 말하며 엘릭서 뚜껑을 따서 손가락에 묻힌 주혁이 지은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며 손짓했다. 지은이 결국 주혁의 앞에 다가가 상처가 난 볼을 내밀었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주혁이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그녀의 얼굴에 손을 올리려던 찰나였다.
“리커버리.”
주혁의 손이 닿기도 전에 황금색 마나가 지은의 몸을 감쌌다. 상위 회복 마법에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처를 잠시 내려다보던 주혁이 지은에게 빙긋 웃으며 말했다.
“다 회복되셨습니다.”
“역시 마법이 최고네요!”
자신의 볼을 쓸어 본 뒤 까끌까끌했던 상처가 사라진 것을 알아챈 지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주혁이 그런 지은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뒤에서 손을 활짝 펼쳐 보이고 있는 이태서와 눈을 맞췄다.
“마법이 최고지, 역시.”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이태서를 보며 주혁이 말없이 주먹을 쥐었다. 주혁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보며 이태서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태서 씨의 마법이 최고인지, 제 창이 최고인지 슬슬 가릴 때도 된 것 같군요.”
“드디어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거야? 나야 환영이지.”
“스승님께 허가를 받아야겠는데. 오늘 스승님 아드님 초상 치를지도 모르겠다고.”
“허가 받으러 갔다가 탈출은 할 수 있고?”
이태서의 말에 주혁이 움찔 몸을 굳혔다. 허가를 받으러 가려면 당연히 이태백의 본가에 가야 했고, 어찌어찌 그 미로를 뚫고 들어간다고 해도 오랜만에 자신을 본 이태백이 순순히 자신을 놓아줄 리 만무했다.
잠시 앉았다가 가라는 말에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사라져 있고, 귀에선 잔소리로 피가 흐르는 그 암울한 마법의 공간에 스스로 발을 디디는 행동을 하면서까지 이태서와 싸우기엔 수지가 영 맞지 않았다.
“……없던 일로 하지.”
“그러시던지.”
결국 시작해 보지도 못하고 무산된 1차 대련은 주혁이 먼저 항복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런 주혁과 이태서의 모습에 어느새 지은의 곁에 선 남운이 ‘저런 유치한 싸움은 보는 게 아닙니다. 싸움도 재미가 있어야 볼 맛이 나지요.’라며 그녀를 소파로 이끌었다.
그런 남자들을 보며 싸늘한 말투로 유라가 말했다.
“X랄들 그만하고 중국 공안에나 연락해. 탈옥범을 잡았다고.”
* * *
“자, 이제 우리 제대로 대화를 해 보실까?”
테이블 위에 마법으로 꿇어앉혀진 왕린린을 향해 유라가 새로 제작한 가죽 장갑을 끼며 말했다. 알알이 굵직한 마광석이 박혀 있는, 이른바 ‘진실의 장갑’의 흉악한 모습에 왕린린이 눈을 질끈 감고는 소리쳤다.
“대화는 무슨!”
“잘 선택해. 네가 하는 행동에 따라서 이 대화가 진짜 대화가 될지, 다른 의미의 대화가 될지가 결정될 거야.”
“국제법상 고문은 금지…….”
“고문이라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감질나게 고문 같은 거 할 생각 없어. 그냥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니까.”
섬뜩한 유라의 말에 왕린린의 이마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살기가 등등한 기세를 여지없이 발산하고 있는 유라의 눈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떨려 오기 충분했다.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냈던 언니인 한설아의 몸에 기생해 자신의 친구인 한그루를 잠적하게 만든 왕린린을 때려죽이고 싶다는 유라의 말은 진심이었다.
“한그루 어디 갔어.”
유라의 살기를 못 이기고 결국 바들바들 떨며 왕린린이 필사의 몸짓으로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한설아의 책상 밑이었다.
책상 밑의 바닥을 살펴보던 이태서의 손끝에 결계 마법의 마법진이 걸려 끌려 나왔다. 마법진을 통째로 들어내는 이태서의 과격한 모습에, 마탑의 젊은 주인이라고 평가받는 그와 자신의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절절하게 깨달은 왕린린이 흠칫 몸을 떨었다.
“이런 공간이 있었네.”
결계 마법진을 와그작 손으로 구겨 없애 버린 이태서의 발밑에서 등장한 것은 지하로 향하는 문이었다.
문을 여니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쭉 이어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한그루와 한설아만 아는 비밀 통로가 분명했다.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선 허가가 필요하다는 시스템 알림을 보며 이태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건 내가 해제할 수 없어.”
“그럼 어떡하죠!”
오직 이 공간에 대해 알고 있었을 한그루와 한설아만을 대상으로 지정해 놓은 결계 마법인 듯했다.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이태서의 얼굴에 지은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세뇌의 공간에 들어갔다고 했던가. 벌써 얼마나 됐지?”
“일주일이 넘었어요! 세뇌의 공간은 엄청 끔찍한 곳이라고 했잖아요!”
한설아의 탈을 쓴 왕린린이 누나의 몸에 상처를 내는 모습을 견디다 못해, 기생술사의 마법인 세뇌의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한 한그루.
아무런 외부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공간에서 어떤 괴로운 기억과 싸우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으윽…… 한그루, 안 돼!”
그런 지은의 외침에 회복 마법을 쏟아부은 덕분에 서서히 자가 회복을 하고 있던 한설아가 정신을 차렸다. 악몽을 꾸고 깨어난 사람처럼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일어난 한설아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언니!”
“유라? 유라야?”
자신을 와락 끌어안는 유라의 모습에 한설아가 몽롱했던 정신에서 깨어나며 유라를 마주 안았다. 자신이 기생에서 풀려났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이 났는지 떨리는 몸이 안정되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한설아, 그녀 역시 A급 힐러. 자신이 안전해졌다는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그녀의 몸 안에 있는 마나가 조금 남아 있는 불안감까지 완벽히 치유하기 시작했다.
“다행입니다.”
주혁과 성진, 그리고 이태서까지. 자신과 안면이 있는 동생들의 얼굴을 확인한 한설아의 눈에 테이블 위에 볼품없이 결박되어 무릎을 꿇은 왕린린의 모습이 들어왔다.
유라와 포옹을 마친 한설아가 누워 있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왕린린을 죽일 듯 쏘아보며 말했다.
“저…… X같은 놈이…….”
너무나 허무하게 왕린린의 기생 마법에 당했다는 사실. 거기에 그 사실을 곧바로 알아챈 동생 앞에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면서 제발 살려 달라며 가증스럽게 연기하던 왕린린의 모든 행동들이 하나씩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짜아악!
단숨에 달려가 있는 힘껏 왕린린의 뺨을 인정사정없이 후려친 한설아가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왕린린의 멱살을 잡고 연거푸 뺨을 후려갈겼다.
짝! 짝!
경쾌한 파열음이 부길드장실 내에 울려 퍼져 나갔다. 왕린린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한설아의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도 그녀를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설아가 테이블 위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왕린린의 멱살을 거칠게 놓았다. 얼얼해진 손바닥을 허공에 털어 내는 한설아의 손바닥에 곧바로 이태서가 회복 마법을 걸어 주며 말했다.
“다시 기상시킬까요? 누님.”
“일단 내 동생부터 찾고. 부탁 좀 해도 될까?”
“물론입니다.”
씩씩거리며 기절한 왕린린의 모습을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던 한설아가 마침 개방된 자신과 한그루만이 알고 있는 비밀 통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동생은 지금 저기에 있어. 저 문은…… 내가 열어 줄게.”
오직 전 세계에서 단 한 명뿐인 기생술사. 왕린린의 기생 마법이 중국 공안은 물론이고 전 세계 헌터 협회에서 1급 유해 지정을 받은 건 바로 끔찍한 기생 과정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등급이 낮은 헌터라면 그냥 기습해 몸을 빼앗는 것만으로도 정신까지 지배할 수 있지만, 현격한 차이가 나는 대상의 몸을 빼앗기 위해선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기생한 몸을 완전히 차지하기 위해선 본래 몸 주인의 정신까지 완전히 무너트려야 했다. 그리고 이번 상대는 지금까지 시도했던 상위 헌터를 아득히 뛰어넘는 랭커중의 랭커 한그루였다.
그렇기에 먼저 한그루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인 한설아의 몸을 뺏었던 왕린린은 그 이상함을 곧바로 감지한 한그루의 앞에서 한설아의 몸에 일부러 상처를 내 가며 도발했다.
‘아아악! 너무 아파, 그루야!’
‘…….’
‘살려 줘! 누나 너무 아파! 이렇게 죽기는 싫어!’
‘그만 해! 제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한설아의 몸을 험하게 상처 낸 왕린린이 한그루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왜 나만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해?’
‘…….’
‘네가 나보다 강하잖아! 그러니까 나 대신 제발…….’
‘누나가 나에게 그런 소리를 할 리가 없…….’
‘네가 완전한 나의 숙주가 된다고 해도 네 정신을 완전히 지배할 순 없겠지.’
‘……!’
‘나도 불안정한 리스크를 안고 살아가는 건 딱 질색이야. 그러니 약속하지. 네가 나에게 몸을 넘긴다면 너희 누나는 내가 살려 줄게. 어때?’
‘……그 약속 꼭 지켜야 할 거다.’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던 한설아가 진심으로 괴로워하며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에 차마 자신의 누나를 공격하지 못했던 한그루는, 결국 자신이 다음 기생의 숙주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아무리 왕린린의 기생 마법에 몸을 빼앗긴다고 해도 한그루는 왕린린을 자신의 몸에서 몰아낼 자신이 있었다. 고작해야 기생 마법 정도로 자신의 몸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어찌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누나를 지켜야 했다.
‘네 숙주화가 완료되면 이 몸에서 나가 줄게.’
한그루의 정신을 무너트리고 텅 비어 버린 숙주의 몸으로 만들어 기생하기 위해서 왕린린은 한그루가 스스로 세뇌의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명령했다.
아무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공간에서 천천히.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상관없었다. 랭커 중의 랭커인 한그루는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모든 상태 이상을 해제할 수 있는 걸어 다니는 성역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 기생술사에 당했다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과 제발 살려 달라며 소리치는 누나의 얼굴이 계속 떠오를 것이었다. 그렇기에 한그루의 속내를 알고 있었음에도 왕린린은 그의 몸을 완전히 빼앗을 자신이 있었다.
한설아에게 일련의 사건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난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 공간을 내려다보고는 말했다.
“저 안에 펼쳐진 마법이 세뇌의 공간이 맞다면, 지은 씨는 들어가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