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7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77화(17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77화
[상태 이상 : 정신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납니다!] [정신 지배를 막아 낸 효과로 상태 이상 내성이 대폭 증가합니다!]검은 기운으로 가득 차 있던 공간이 모두 부서져 내린 뒤, 지은은 정신이 더욱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던 성진의 말처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나니 온몸이 개운해지는 기분과 함께 중얼거렸다.
“정신 건강이 역시 제일 중요하지.”
<주인!>
한결 밝아진 지은의 모습을 보며 까망이는 1회 차의 지은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신의 정신 공격이 이번 회차에도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효과적으로 창조의 대리자를 무너트렸던 공격을 이번에도 신이 시도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까망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말했다.
<면목이 없다. 주인이 정신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니…….>
“나도 몰랐는데?”
<뭐?>
“정말로 신의 정신 공격인지 아닌지도 몰랐고, 이렇게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는지는 더욱 몰랐어.”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에 까망이가 허, 하고 탄식을 터트렸다. 1회차와는 전혀 달라진 지금의 지은의 모습에 까망이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죄책감 가지지 마. 어차피 해결했어야 할 일이었어. 너에게 미리 말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는걸.”
최근 들어 할 일이 많다며 바쁘게 움직이던 지은의 행동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요리도 하고, 자율 판매도 하고,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면서 계속해서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꿈속의 자신은 혼자 남겨져 있었지만, 지금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고 자신을 지지해 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의 정신 공격을 버텨 내고, 거기에 더 나아가 완전히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거 내 거야?”
신이 만들어 낸 정신 지배의 공간을 부쉈지만 여전히 자신의 손에 그대로 들려 있는 새하얀 검을 가리키며 지은이 말했다. 한눈에 봐도 꽤나 무게감이 느껴지는 묵직한 장검이었지만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지은의 모습에 까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1회 차에서의 주인의 무기였다.>
“어? 진짜로?”
<그래, 그 당시의 주인은 헌터였으니까.>
1회 차의 자신의 클래스가 비전투 계열이 아닌 헌터였다는 사실에 지은이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럼에도 잠시 손에 착 맞게 감겨 오는 손잡이의 감촉을 느끼며 지은이 피식 미소 지었다. 어느새 새하얀 검은 자신의 전용 무기인 프라이팬으로 바뀐 상태였다.
“어쩐지, 배웠다고 나오는 몸놀림 수준은 아니었지?”
그동안 유라를 비롯한 청명 길드원들이 틈만 나면 자신을 헬스장이나 던전으로 데려가던 이유가 있었다.
비전투 계열이지만, 신입 길드원들의 교육 프로그램과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교육을 시켰던 것은 어떤 위급 상황에서도 한 번의 공격은 피하거나 막을 수 있도록 지은을 훈련시키기 위함이었다.
던전 토벌대 중 유일한 비전투 계열 각성자였지만, 던전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특성상 자신의 몸을 지키는 법을 우선적으로 배워야 했다.
그 결과 차곡차곡 쌓아지는 경험과 레벨 업, 장비들의 힘을 빌어 지은은 이제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에 대한 낌새를 미리 느낄 수만 있다면 몸을 충분히 지켜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뭐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치자니! 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거라고!”
미적지근한 까망이의 반응에 서운하다는 듯 지은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모습에 까망이가 푸하하!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오히려 주인이 이번엔 헌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왜?”
<주인이 지난 1회 차와 똑같은 클래스를 가지고 각성했다면, 신이 금방 주인의 기운을 알아챘을 거다.>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이 1회 차와 똑같은 클래스를 가지고 세상에 다시 나타난 순간, 신과 싸울 여건이 어느 정도 갖춰진 지금의 상황과는 다르게 그녀는 처음부터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신의 공격에 노출되었을 것이 뻔했다.
한그루를 공격 대상으로 지정한 것을 봐도 신은 틀림없이 이 세계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나마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 몇 번째 세계였을지는 모르지만, 한그루의 계획이 성공해 신을 위협했다면 그 당시를 떠올린 신이 한그루를 저지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였다.
머리로는 충분히 지금 상황을 납득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웠는지 프라이팬을 허공에 휘두르는 지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까망이가 말했다.
<아쉬운가, 주인?>
“음…… 아니?”
지은이 선선히 고개를 젓는 모습에 까망이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한정 퀘스트를 진행하던 때만 해도 자신이 비전투 계열 각성자로 던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다는 사실에 크게 좌절했던 그녀에게는 방금 꺼낸 말대로 아쉬움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까.”
<……정말?>
“정말이야. 난 이제 대리자의 권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것 같거든. 예를 들자면…….”
그렇게 말한 지은이 허공에 손을 내저었다. 지은이 손을 휘젓자 신의 정신 지배 공간이 깨져 나가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던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까망이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것을 보며 지은이 씨익 미소 지었다. 마치 손짓 한 번으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것처럼 완전히 바뀐 주변을 멍하니 바라보는 까망이를 향해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손풍기를 꺼내 들고는 말했다.
“어으, 춥다.”
주변이 온통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는 설원으로 바뀐 상태였다. 예상이라도 했는지 여유롭게 손풍기의 난방 기능을 작동시킨 지은과는 달리 깜짝 놀란 까망이가 뭐라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대리자의 의지가 반영되어 긴급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긴급 퀘스트 : 구조대 출동!] [구출 대상 : 한그루] [구출 대상인 한그루의 정신 세계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구출 대상의 정신이 불안정합니다!] [퀘스트 완료 조건 : 세뇌의 공간에 갇힌 한그루의 숙주화 저지.] [창조의 대리자의 의지가 반영된 공간으로, 대리자가 지정한 필드 속성으로 해당 필드가 재조정됩니다.] [필드 조정 완료! 조정된 필드는 던전입니다. 던전에서 사용 가능한 모든 스킬이 해금됩니다.]<이게 무슨…….>
시스템 알림을 모두 확인한 까망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까망이의 시선을 받으며 지은이 씨익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내가 처음으로 창조한 공간인데, 어때?”
<주인!>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거 맞지?”
<대체 언제부터…….>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하는 까망이의 태도에 지은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사실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들어오긴 했는데.”
신의 정신 공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지금, 지은은 자신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답답한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끼며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켰다.
애초에 세뇌의 공간으로 몸을 던진 이유는 한그루를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그 전에 겸사겸사 자신에게 걸린 신의 정신 공격도 무효화시키고 싶었다.
“1회 차의 내가 신의 정신 공격에 당했었잖아.”
자신의 시점으로 단편적으로 진행되는 꿈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이미 지은은 이번 회차에서도 신의 정신 공격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챈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정신 공격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정신 지배 마법이 증폭된 공간에 들어가면, 틀림없이 내 정신을 완전히 잠식하려고 시도할 것 같았어.”
자신이 정신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숨겨야만 했다. 적을 속이기 위해선 아군도 완벽하게 속여야 하는 법이라고 했다.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신에게 보이기 위해 지은은 때를 기다렸다.
1회 차에선 제대로 된 저항도 해 보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했던 자신이 설마 아무렇지 않게 정신 공격을 깨부술 수 있을 거라곤 신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터였다.
말 그대로 눈앞에 두고 때를 기다리다가 자신을 사냥하려던 신을 역으로 사냥해 버린 셈이었다. 어떤 여지도 남기지 않고 방심한 신을 자신의 정신계에서 추방시킨 지은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한그루 씨를 구하러 가 볼까?”
***
필드 어딘가에서 세뇌 마법을 견디고 있을 한그루를 찾는 처음부터 손쉽게 한그루를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지은이 생각한 것은 이 세뇌의 공간 속 필드를 던전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개조된 푸드 트럭이 설원 위에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눈길도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푸드 전차의 운전석에 탑승한 지은은 망설임 없이 내비게이션을 켰다.
이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한그루가 유일했다. 화면에 표시될 파란색 점을 찾기 위해 지은이 손가락으로 내비게이션 화면을 이리저리 이동시키며 말했다.
“이래서 제품 설명서를 잘 읽어 봐야 해.”
<…….>
“미국에서는 이런 기능이 있는 것도 모르고 필드 전체를 돌아다니기만 했으니.”
[던전 안 내비게이션] 스킬은 진짜 내비게이션과 똑같이 차를 몰고 직접 이동하지 않아도 주변 일대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이동시키며 확인할 수 있었다. 푸드 트럭의 내부 수납공간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제품 설명서를 확인하고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었다.마치 핸드폰으로 카XX 지도를 확인하듯 이리저리 화면을 움직이던 지은이 한그루의 위치를 찾아냈다. 멀지 않은 장소에 파란색 점 하나가 수많은 붉은 점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 정신계 공간에서도 몬스터가 경험치를 줄까?”
<주인이 던전으로 필드 속성을 바꿨으니, 아마 똑같이 적용될 것 같다.>
“그러면 일석이조네! 눈길 운전은 처음이니까 일단 꽉 잡아!”
수많은 붉은 점을 확인한 지은이 눈을 번뜩이며 거침없이 엑셀을 밟았다. 그 모습을 보며 까망이는 가슴속에 감동의 물결이 마치 홍수처럼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많이 성장했구나,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