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7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78화(17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78화
주변을 가득 채운 망령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귓가에 속삭인다.
정좌를 하고 눈을 감은 채 주변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는 망령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한그루는 자신의 마나를 최대한 억누르고 있었다.
세뇌의 공간 안에 스스로 들어와 갇힌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지만, 기생술사인 왕린린의 숙주가 되어 주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기생술은 기생술사와 계약으로 묶인 망령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고작 A급 턱걸이인 왕린린의 기생술이 랭커 중의 랭커이며, 현존하는 최고의 힐러인 한그루의 정신에 티끌만 한 흠집도 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망령들이 보여 주는 환각을 보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그루였다.
마치 자기 집 거실 소파에 누워 채널을 돌리다가 나온 몇 번이고 재탕한 영화를 시청하는 얼굴인 한그루는 그런 평온한 표정과는 다르게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상태였다.
‘도통 숙주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정신계에 망령들이 간섭을 하려 하면 불같이 일어나는 자신의 마나가 삿된 기운을 흩트렸다. 순순히 몸을 내어 주려 했건만, 고귀한 권능은 감히 삿된 세뇌의 기운이 몸을 잠식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듯했다.
‘빠르게 숙주가 되어서 기생을 당해야 하는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한그루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누나에게 저열한 기생술사가 들러붙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누나인 한설아는 왕린린과 같은 A급 헌터. 기습을 당했다면 왕린린에게 몸을 빼앗길 가능성은 충분했다.
‘정신만 무너지지 않으면 돼.’
동일한 등급의 기생술사에게 몸을 빼앗기는 것은 이전 세대의 랭커들 또한 종종 당하던 일이었다.
랭커의 숫자가 국가의 위상을 결정하던 과거, 왕린린과 같은 기생술사나 세뇌 마법을 사용하는 헌터들을 이용해 약소국의 랭커들의 몸과 정신을 빼앗아 자국으로 귀화를 권유하는 것은 흔히 사용되는 국제 정치 공작이었다.
몸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어쩔 수 없이 귀화를 받아들인 랭커들도 있었지만, 자긍심을 포기하지 않았던 헌터들 중 소리 소문 없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도 많았다.
자국으로 회유하지 경쟁국의 랭커를 암살하는 데에는 기생이나, 최면 같은 정신 계열 능력자들만큼 확실하고 깔끔한 청소부가 없었다.
정신이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어차피 기생술사의 기생술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 당시엔 그런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전이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하고 몸을 빼앗긴 충격에 정신에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반대되는 일을 하고 난 뒤 정신을 방어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선대 헌터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렇지만 한그루는 자신이 절대로 이 기생술에 정신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10년도 전에 가진 권능이 모두 개화하기도 전이었던 어린 중학생이던 한그루는 이미 한 번 기생술사에게 공격을 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이겨 냈는데, 지금은 오죽할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아버지를 뛰어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어린 한그루를 노리는 세력은 많았다. 게다가 아리아 길드의 초대 길드장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노리는 세력들에 의해 한그루는 어려서부터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했다.
대균열 이후 던전 공략에 절박하게 매달리던 1세대의 헌터들의 대표 주자인 부모님과의 추억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항상 피곤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부모님의 얼굴만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런 부모님에게 어리광을 부릴 수도 있었지만 한그루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공격을 받거나, 회유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혹여라도 바쁜 부모님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한그루는 어린 나이에 자신을 방어하는 법을 배웠다.
‘나를 공격하려는 배후가 누구일까.’
일단 기생술에 당한 것처럼 숙주가 되어 왕린린을 자신의 정신계 안에 가두고 난 뒤에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빠르게 숙주가 되어야 했는데, 아무런 이상도 없이 세뇌의 공간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한그루의 사기적인 자가 치유 능력과 방어에 얼마 전까지는 온갖 허상과 환청으로 한그루를 괴롭히던 망령들이 이제는 무릎을 꿇고 앉아 사정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죄송한데요. 이제 슬슬 우리 주인과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누나분이 걱정되지도 않으세요?”
“본인이 숙주가 되겠다고 말씀하셨으면서 왜 아직도 버티고 계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기생술사인 왕린린의 명령을 받은 망령들이 두려움에 떨며 한그루를 최선을 다해 회유하기 시작했다.
약속한 시간 내에 한그루를 세뇌시키지 못하면 분노한 주인에 의해 계약이 파기되고 자신들은 다시 구천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 두려웠던 망령들 중 하나가 한그루의 주위를 맴돌다가 원통하다는 듯 소리쳤다.
“이 괴물 같은 놈! 10년 전에도 꼼짝도 안 하더니 지금은 더욱 괴물이 되었어!”
“독한 놈이구나! 그러니 네 아비가 그런 의뢰를 했던 것이겠지!”
꿈틀.
망령들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의 아버지가 등장하자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한그루가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게 무슨 개소리지?”
“네 아비의 이야기에는 반응을 하는구나!”
이 공간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자신들의 환청에 반응을 보인 한그루의 모습에 사악한 기운을 담고 있는 망령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곧바로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해 환각 마법을 시도하는 망령들의 의도를 알면서도 한그루는 망령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디 한번 나를 속여 넘겨 봐.”
“킥킥킥킥! 너는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너를 기억한단다.”
“뭐?”
“10년 전에도 너의 정신에 기생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었는데, 아쉽게 됐어. 그때 먹어 치웠어야 했는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10년 전의 사실을 정확히 짚어 내는 망령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그루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세뇌의 공간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신이 이 망령들에게 숨길 수 있는 과거는 없었다.
어린 나이에 기생술사에게 공격당했던 사실을 저 망령들은 이미 알고 있을 터였다. 그렇기에 반응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어지는 망령의 속삭임에 한그루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그때도 거의 다 넘어올 뻔했었지?”
기다렸다는 듯 그 당시의 일을 입에 담는 망령들을 보자 한그루의 마음에 참고 있던 불길이 화르륵 일어났다. 우습게도 그는 10년 전에 처음 기생술사에게 당했을 때 정신이 무너지기 직전까지 몰렸었다.
정신을 쥐고 흔드는 망령들의 술수에 어린 한그루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기엔 너무나 어린 나이였다.
“그때 우리들이 했던 말을 기억하나?”
“…….”
“네가 이렇게 고통을 받는 이유는 사실 다 네 아비가…….”
“시덥지 않은 소리.”
망령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한그루가 손을 휘저어 수호 결계를 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었길래 저러나 싶어 들어나 보자 했지만, 10년 전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망령들이 꼴 보기 싫어졌기 때문이었다.
“다 네 아비가 사주했다고 했던 우리의 말을 이제 믿을 때도 되지 않았나?”
순간 한그루는 결계를 뚫고 들어온 망령들의 목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결계에 닿기만 해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연기가 되어 흩어져 가던 망령들이었다. 그들이 결계 안으로 우르르 밀려 들어와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모습에 한그루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젠장…….’
지금껏 없었던 일에 한그루의 평온하던 마음에 쩌저적 금이 가기 시작했다. 더욱 골치가 아픈 것은 10년 전의 일을 꺼내는 망령들의 목소리에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감정이 동요하는 것을 눈치챈 망령들이 이때다 싶어 한그루의 곁을 정신 사납게 맴돌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제 아비도 시기한 재능을 가진 아들이라!”
“네가 온갖 공격을 묵묵히 받아 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정말 네 아비가 몰랐을까!”
“네 어미는? 어미도 정말 몰랐을까?”
“킥킥킥킥킥!”
망령들의 말대로였다. 지금보다 더욱 헌터들끼리의 중상모략에 노출되는 경우가 잦았던 그 시절. 그런 공격들의 흔적을 부모님이 정말로 몰랐을까.
언제든 개화하기만 한다면 부모님의 위상 정도는 아득히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과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혹여나 자신의 치세에 반기를 들까 정말로 부모님은 두려웠던 것일까.
미숙한 뒷수습을 하며 자신을 자가 치유하는 아들의 모습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도 그 당시의 부모님은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았다.
“정신 공격에 시달리고 나서 매일 같이 악몽을 꾸는 너에게 네 아비가 해 준 게 있더냐?”
“……시끄러워.”
“네 부모는 네가 두려웠던 게다! 네가 행여나 영웅으로 추앙받는 자신들보다 더욱 커다란 존재가 될까 항상 전전긍긍했지!”
“…….”
“그래서 너를 공격해 너의 능력이 개화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려 사주까지 할 정도로 말이야!”
힐러였던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은 자식들. 그중에서도 누나인 한설아는 아버지 본인이 직접 지도를 하며 능력의 개화를 도왔지만, 한그루는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지도를 받아 본 기억이 없었다.
먼발치에서 누나를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들을 봤으면서도 항상 자신에게는 허락받지 않은 훈련장에 들어서는 누나에게 애써 힘내라며 웃어 보이는 한그루를 무표정한 표정으로 스쳐 지나가던 아버지였다.
단 한 번도 뒤돌아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았던 아버지.
“믿을 수 없겠지!”
“그 입들 닥쳐! 시끄러우니까.”
“너의 몸을 빼앗아 달라고 사주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해 볼 테냐?”
“…….”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10년 전의 어린 자신도 망령들의 이 제안에 혹해 넘어갈 뻔했었던 사실까지 생생하게 떠올랐다.
10년이 지나 완전히 능력을 개화하고 아버지를 뛰어넘은 완벽한 힐러이자, 성자라는 이명까지 얻게 된 한그루는 그럼에도 또다시 마음을 흔드는 망령들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의심이 다시 가슴속에 피어나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확인한다면.”
“…….”
“이제 와 굳이 확인한다면 무엇이 달라지지?”
“적어도 너를 사랑한 적 없었던 부모님의 유지를 망칠 순 있지 않겠나?”
마른세수와 함께 한숨을 내쉬며 고민하는 한그루의 모습을 바라보던 망령들이 일제히 몸을 합치기 시작했다.
평온하던 한그루의 마음이 흔들림에 따라 더더욱 몸집을 불려 가는 망령들의 망령들은 조금, 하지만 확실하게 남아 있던 어린 날의 한그루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심과 같이 커지고 있었다.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아이야.”
“…….”
“너를 사랑해 줄 존재는 따로 있단다.”
커다랗게 몸집을 불린 의심의 망령과 눈이 마주친 순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의심을 이제는 직접 확인해 볼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며 한그루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이었다.
빵! 빠아아앙!
새하얀 설원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클랙슨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수북이 쌓인 눈을 거침없이 헤치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푸드 전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그루 씨!”
“……민지은 씨?”
“제가 왔어요! 아직 정신 차리고 있는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