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7화(1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7화
“세상에, 말도 안 돼.”
1시간 뒤면 각성한 지 한 달이 지나는 기록적인 날.
마지막 영업을 하기 위해 들어온 곳은 그동안 지은이 그토록 바라 왔던 2층 던전이었다.
[절망의 계곡] 3지대.정보를 확인한 결과 2층에서도 꽤나 초입에 있는 곳이었다.
20~30레벨 각성자들의 주요 던전인 절망의 계곡 1지대~3지대.
좁은 산길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이 꽤나 까다롭지만, 2층의 초입인 만큼 헌터들의 왕래가 잦을 수밖에 없는 던전이었다.
“봐 봐, 까망아! 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와 보자고 했지!”
<2층에 처음으로 온 게 그렇게 기쁘냥?>
“당연하지! 레벨 50 이상으로 확 난이도가 뛰는 3층 던전보다는 당연히 사람이 많을 거 아니야!”
레벨 50. A급 이상의 소위 말하는 고위급 헌터들은 그 특성이나 능력을 선택받은 사람들이나 달성이 가능한 수치였다.
각성 당시의 능력 한계선의 보조 없이 레벨 1에서 레벨 5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꾸준한 수련이 필요했다.
주어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단계 더 올라서는 일.
일반 중견 헌터에서 고위급 헌터로 올라가는 벽을 뚫은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지은이 목표로 하는 주 고객층은 A급 이상의 고위급 헌터들이 아닌 그 아래의 수많은 각성자들이었다.
피라미드 구조인 헌터계의 서열 구도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를 보유한 것은 바로 레벨 40대의 B급 각성자들과 레벨 30대의 C급 각성자들이었다.
거기에 3층 이상의 던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음산한 기운이 훨씬 덜한 자연 친화적인 필드.
절망의 계곡이라는 이름은 조금 무시무시했지만 뒷산의 등산로가 아닌 구역으로만 조금 들어가도 이렇게 침엽수가 빽빽하게 자라 있는 곳은 산마다 흔하게 있을 터였다.
“하, 맑은 2층 공기…….”
<정신 차려라, 주인. 그래도 이제 패시브 스킬이 의도적으로 3층과 4층, 그리고 5층만 보내는 게 아니라는 게 증명이 됐다냥.>
영업 종료까지 1시간 남았다.
각성한 지 한 달째, 오지 않는 손님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지은의 푸드 트럭에 꽤 많은 변화가 생겼다.
먼저 푸드 트럭을 받아 온 첫날 가게명을 적다가 각성하게 된 매개체였던 칠판 모양의 간판이 다시 등장했다.
[지은이네] 라고 분필로 적힌 팻말과 함께 ‘오늘의 추천 요리!’라고 적힌 메뉴판도 생겼다.여러 던전을 돌다 보니 햇빛이 너무 쨍쨍 비치거나 비가 내리는 장소가 있어서 차양을 설치했다.
햇빛도 가리고, 비나 눈이 들이치는 것도 막아 주는 차양을 큰돈을 들여 설치하고 난 뒤에는 거기에 메뉴판을 걸어 놓았다.
손님들이 직접 물어보지 않고도 적어 둔 오늘의 메뉴를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메뉴판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오늘의 메뉴는 갓 튀겨 낸 치즈돈가스 정식과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돈가스 덮밥이었다.
아침부터 돈가스 고기를 망치로 두드려서 납작하게 펼쳐 놓느라 얼마나 아팠는지, 팔이 아직도 후들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처음으로 온 2층에 그런 근육통쯤은 금세 잊혀졌다.
쇼케이스 안에 넣어 뒀던 빵가루와 밀가루를 담은 스테인리스 통과 함께 계란과 돈가스용 고기를 꺼냈다.
오늘의 마지막 영업인만큼 미리 네모나게 잘라 놓은 통 모짜렐라 치즈 위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 둔 돼지고기등심이 랩으로 감싸져 있었다.
그렇게 랩으로 밀봉해 둔 돈가스용 고기까지 조리대 위에 꺼내 놓자 치즈돈가스 정식을 조리할 준비가 끝났다.
거기에 다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다른 메뉴인 돈가스 덮밥(가츠동)이었다.
미리 밀가루를 묻혀 잘 재워 둔 큼지막한 등심이 냉장고에서 다시 나왔다.
여기에 빵 계란물을 입히고 그 위에 빵가루를 덧댄 뒤 바삭하게 튀겨 주기만 하면 돈가스 덮밥에 올라갈 기본적인 돈가스는 금방 만들 수 있었다.
오늘 영업 시작과 함께 만들었던 돈가스 덮밥용 소스도 소스 통에 가득 담겨 있었다.
양파와 쪽파가 알맞게 조려진 데리야끼소스는 밥에 뿌려서 곁들여 먹어도 될 정도로 맛있었다.
이제 한 달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영업에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다 끝났다.
하필 산 중턱에 위치한 공터로 이동되어 손님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2층의 던전에 들어온 지금 지은은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을 가지고 가지런히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
그러던 도중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까망이가 귀를 쫑긋하더니 계산대 옆의 지정석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주인! 사람 발소리가 들린다냥!>
“어? 진짜?”
터벅. 터벅.
몬스터들이 내는 기척과는 다른 확연한 사람의 발소리였다. 중갑 계열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는지 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철이 부딪히는 소리도 조금씩 들려왔다.
사람이 확실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까망이의 모습에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조리대 바깥으로 고개를 쭉 뺀 지은과 탐색하듯 이리저리 트럭 주변을 살펴보던 소리의 주인의 눈이 딱! 하고 마주쳤다.
“진짜 트럭이네?”
“손님이신가요! 맛있는 돈가스 정식하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돈가스 덮밥 드시고 가실래요?”
“저…… 지금 꿈꾸고 있는 건가요?”
“아니요, 저 사람 맞고요. 환상종 몬스터 아니에요. 이거 푸드 트럭 맞아요. 환각도 아니구요!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혼자신가요? 배는 안 고프세요?”
“배, 배요?”
첫날 4층에서 만났던 송주혁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두 번째 손님의 등장에 눈을 반짝반짝 빛낸 지은이 가까이 와 보라며 손짓했다.
그 모습에 환상종 몬스터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남자가 천천히 걸어와 조리대 앞에 지은과 마주 보고 섰다.
“여기 걸려 있는 메뉴판을 보시고 메뉴를 선택하시면 돼요! 가격도 옆에 적혀 있으니까 참고하시면 되고요. 계산은 선불! 헌터 마켓 포인트로 결제 도와 드릴 거예요!”
“어…… 음 진짜 푸드 트럭 맞죠? 소문으로만 들었지…….”
“네? 무슨 소문이요?”
“아니요, 그럼 저 돈가스 덮밥 하나 주문할게요. 먹어 보고 싶었어요.”
“네, 결제 도와 드릴게요!”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클래스 전용 아이템 [에러 없는 카드 리더기]에 미리 설정해 둔 메뉴를 누르니 가격이 자동으로 입력됐다.
[엄청나게 맛있는 돈가스 덮밥!]결제 방식 : 헌터 마켓 포인트 6,000
버튼을 누르고 화면에 남자가 불러 주는 아이디를 입력하니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지은의 헌터 마켓 포인트가 정확히 6천 포인트 올랐다.
“의자랑 테이블 빼 드릴게요. 잠시만 앉아 계세요!”
신이 나서 트럭 짐칸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빼낸 지은이 조리대 바로 앞에 테이블을 피며 말했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듯 팡팡 플라스틱 의자를 손바닥으로 두어 번 때리며 가리키는 지은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남자가 이내 지은이 원하는 대로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뛰듯이 다시 조리대 안으로 들어간 지은이 곧바로 돈가스 덮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손을 다시 한번 깨끗하게 씻고 난 뒤, 넓게 펴서 밀가루를 고루 묻힌 두툼한 돈가스 덮밥용 등심에 계란물을 입히기 전에 먼저 튀김 솥에 은근한 불로 데우고 있던 기름의 온도를 빠르게 올리기 위해 가스 불의 세기를 키웠다.
미리 데워져 있던 기름이 화력이 강해지자 금방 솥 안에서 기포를 내며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밀가루를 다시 한번 묻힌 등심에 흰자막을 제거한 계란물을 뒤집어 가며 입히고 이어서 바삭바삭한 식감을 내줄 튀김옷이 될 빵가루를 골고루 묻혔다.
골고루 등심 표면 전체에 빵가루가 입혀지자 기름의 온도를 확인하기 위해 지은이 빵가루를 조금 기름 위에 떨어트렸다.
자글자글 소리를 내면서 거품이 일어나고 이내 빵가루가 곧바로 기름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딱 적당한 기름 온도가 되었다는 신호였다.
기다란 튀김용 나무젓가락으로 준비된 돈가스를 곧바로 끓는 기름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빵가루를 가득 묻혀서 바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튀김옷과 경양식 돈가스와는 다르게 두툼해서 한입에 가득 차는 식감을 주는 일본식 돈가스를 만들 땐 튀김옷이 바삭하면서도 타지 않게 튀겨 주는 것이 핵심이다.
바삭한 튀김옷을 위해 기름이 뒤지 않게 신중하게 빵가루를 조금씩 덧대는 작업을 완료한 돈가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폭신하게 완벽하게 튀겨졌다.
깔아 둔 키친타월 위에서 살짝 기름기를 빼 준 돈가스를 곧바로 식칼을 이용해서 썰어 낸다.
바사삭!
바삭바삭한 튀김옷 소리와 함께 제법 크고 두꺼운 돈가스가 도마 위에서 일렬로 잘려 나갔다.
갓 튀겨낸 돈가스를 모두 잘라 낸 지은이 이내 밥그릇보다는 더 큰 덮밥용 도자기 그릇을 꺼냈다.
가운데에 밥을 동그랗게 담고 그 위에 덮밥용 소스가 밥에 잘 스며들 수 있게끔 뿌려 주고 밥의 가운데를 살짝 벌려 노른자 하나가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준다.
그 위에 잘라 놓은 돈가스를 올리고 소스를 살살 적시듯이 뿌려 주었다.
탱글탱글한 노른자를 미리 비워 둔 자리에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올린 뒤 쫑쫑 썰어 놓은 쪽파를 고명으로 장식하자 금방 돈가스 덮밥이 완성되었다.
덮밥과 곁들일 미소 된장국과 함께, 6천 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알찬 상차림이 차려졌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와…….”
그 일련의 과정들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손님이 자신의 앞에 차려지는 돈가스 덮밥을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기껏해야 스무 살, 열아홉 살 정도로 되어 보이는 사람이 어찌나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음식을 만드는지 요리를 구경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남자가 코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덮밥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이내 결심한 듯 젓가락을 먼저 들어올렸다.
다진 마늘이 조금 들어간 돈가스 소스.
얼마나 바삭하게 튀겨졌는지 덮밥 소스가 뿌려져 있었음에도 아직 눅눅해지지 않은 두툼한 돈가스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어 소스에 콕콕 찍어 바른 남자가, 입을 벌려 돈가스를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와사삭!
“진짜 맛있다!”
듣기 좋은 소리와 함께 입 안에 가득 두툼하고 부드러운 고기가 씹히기 시작하자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뜬 남자가 감탄을 내뱉었다.
어느새 한 손엔 숟가락, 한 손엔 덮밥 그릇을 들어 올린 채로 정신없이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기 시작한 손님을 바라보며 조금 긴장했던 지은이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얼마 만에 느껴 보는 보람인지 몰랐다. 이 순간의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그렇게 꾸준히 던전에 들어왔던 거였다.
“천천히 드세요! 콜라 하나 드릴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너무 맛있네요!”
“국물도 드시면서 천천히 드세요!”
“감사합니다!”
새콤달콤한 소스가 뿌려진 양파와 밥을 가득 퍼올려 바삭한 돈가스와 함께 한 숟가락 가득 먹은 뒤 시원한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손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지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마음속에서 차오르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엄청 뿌듯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