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8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79화(18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79화
“어떻게…….”
갑작스러운 지은의 등장에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을 퍼뜩 차린 한그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신계에 간섭하려던 망령이 곧바로 수호 결계 밖으로 추방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끼이익! 쾅!
수호 결계 밖으로 추방되었던 망령이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지은의 푸드 전차가 추방된 망령을 들이박았다. 지은과 한그루의 의도하지 않은 완벽한 합동 공격에 커다랗게 몸집을 키웠던 망령이 비명을 지르며 눈밭에 처박혔다.
“끄아아아악!”
거기에 몬스터를 인식하자마자 발동된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로 인해 눈밭에 고꾸라졌던 망령은 다시 한번 안전 영역 밖으로 강제로 추방되기까지 했다.
두 번 연속으로 가해지는 충격에 눈밭에 쓰러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망령들이 서서히 분열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한그루에게 지은이 소리쳤다.
“뭐 해요, 지금!”
“어…… 어떻게 여기에 민지은 씨 당신이?”
“어떻게고 자시고 지금 그게 문제예요? 빨리 정신 안 차려요?”
찰싹!
지은의 등짝 스매싱에 정신이 화들짝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한그루가 몸을 움찔거렸다. 생각보다 매운 지은의 손맛이 당황스러웠는지 벙찐 얼굴이 된 한그루를 보며 지은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빨리 나갈 생각을 해야지,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제가 숙주가 되지 않으면 제 누나가 위험합니다.”
한그루가 소심한 반항을 해 봤지만 이어진 것은 지은의 뜨거운 잔소리였다.
“한그루 씨, 지금 배고프죠?”
“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서 그런가? 생각을 해 봐요, 좀!”
“…….”
“제가 여기에 왔잖아요. 한그루 씨 누나인 한설아 씨는 이미 저희가 구했다고요!”
그제야 자신의 앞에 있는 지은이 세뇌의 공간이 만들어 낸 허구가 아닌 진짜 지은이라는 사실이 점점 받아들여졌다. 몽롱하게 풀린 채 붉은색을 띄고 있던 한그루의 동공이 점차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미 한설아를 구해 냈다는 말이 정말이라면 자신이 숙주가 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괴로운 듯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여러 갈래로 흩어지고 있는 망령을 바라보던 한그루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젓던 순간이었다.
“이대로는 못 보낸다!”
마지막 발악을 하려는 듯 입을 쩌억 벌린 망령들이 일제히 한그루를 향해 검은 연기를 쏟아 냈다.
기괴한 망령들이 절규하며 손을 휘적이는 거대한 검은 연기.
망령들의 사념이 모두 모인 혼신의 일격이었지만, 권능이 다시 개방되기 시작한 한그루가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도 공격의 방향을 바꿔 버렸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정신이 아직 아니었던 한그루의 수호 마법이 공격을 흘려보낸 쪽은 하필 지은이 서 있던 방향이었다. 가만히 있다가 망령들의 사념을 뒤집어쓴 지은이 당황해 비명과 함께 손을 휘저으며 소리쳤다.
“아아악! 왜 이걸 저한테 보내요!”
“아아악! 민지은 씨!”
지은의 다급한 비명을 듣고 나서야 완전히 정신이 돌아온 한그루가 다급히 그녀를 향해 정화의 마법을 피워 올렸다.
새하얀 빛이 번쩍이며 망령들의 사념이 모두 정화되는 것과 동시에 주변이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민지은 씨?”
검은 연기를 모두 소멸시킨 정화의 마법이 사라지고 난 뒤, 지은이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본 한그루의 얼굴에 당혹감이 피어올랐다.
방금 전까지 소리를 지르며 ‘가만 안 둘 거예요! 진짜로 가만 안 둘 거예요!’라며 소리치던 지은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이게 무슨…….”
주변을 아무리 살펴봤지만 지은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그녀가 이 자리에 있었다는 증거인 푸드 전차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는 공간 속에서 한그루는 마침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는 당황해 입을 떡하니 벌렸다.
그런 한그루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혼신의 공격이 옆에 있던 지은에게 적중한 것을 깨달은 망령들이 언제 기가 죽었냐는 듯 킥킥대기 시작했다.
“큰일 났네? 큰일 났어! 킥킥킥킥!”
“…….”
“너를 도와주러 온 일행인데, 네가 네 손으로 일행을 사념의 공간으로 보내 버렸구나!”
배를 잡는 시늉까지 하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망령들의 비웃음 소리에 한그루가 ‘말도 안 돼.’라고 중얼거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금 저 망령들의 말이 정말이라면, 지은이 자신의 손에 의해 꼼짝없이 망령의 마지막 혼신의 공격을 뒤집어쓰고 사념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는 소리였다.
“끼에에에엑!”
“이게 무슨 헛소리입니까?”
그리고 그런 한그루를 비웃던 망령들을 정확히 반으로 가른 주혁이 창을 휘둘러 한그루의 목 앞에 들이밀었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했던 공격 탓에 힘이 빠져 있었던 망령들은 그런 주혁의 뒤에서 서서히 가루가 되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세뇌의 공간을 지배하던 망령들이 다시 심연으로 돌아갑니다!] [세뇌의 공간을 유지하던 계약이 파기되었습니다. 숙주화 실패.] [잠시 뒤 공간이 완전히 소멸합니다!]세뇌의 공간을 유지하고 있던 망령들이 일제히 흩어지자, 공간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기생술사의 마법진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진동하는 공간 속에서 한 발짝 늦게 도착한 남운과 이태서가 한그루를 향해 창을 겨누고 있는 주혁의 모습에 소리쳤다.
“한그루가 맞아.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세뇌의 공간이 소멸할 겁니다.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나가서…….”
그렇게 말하던 남운의 눈에 지은의 푸드 트럭이 들어왔다.
순간, 싸늘한 정적이 한그루를 위시한 주혁과 남운, 이태서의 사이에 내려앉았다.
“저게 지금 여기 있다는 건…….”
“지은 씨는 어디에 있습니까?”
미국에서 자신들이 타고 다녔던 그 모습 그대로의 푸드 트럭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장소에, 정작 주인인 지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듯한 싸늘한 감각에 남운과 이태서가 뭐라 말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사념의 공간에 지은 씨가 빠진 게 맞아?”
“…….”
“대답해, 한그루!”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주혁의 말에 남운과 이태서의 눈이 경악에 물들었다. 하지만 지은이 사념의 공간에 빠진 게 맞다고 해도 한그루를 위협할 당위성은 찾지 못했기에, 일단 흥분한 주혁을 말리기 위해 이태서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던 순간이었다.
“네가 네 손으로!”
“…….”
“지은 씨를 위험에 빠트린 게 정말이냔 말이다!”
“뭐?”
“그게 무슨……!”
한그루를 바라보는 주혁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주혁의 말이 정말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태서와 한그루가 어느새 바닥에 아무렇게나 털썩 주저앉아 있는 한그루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소멸 직전인 세뇌의 공간에서 네 남자의 신형이 자취를 감추었다.
완전한 공간의 소멸을 자리에 남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오직 덩그러니 남겨진 주인을 잃은 푸드 트럭뿐이었다.
* * *
“커흑! 쿨럭!”
한그루가 설마 망령의 검은 연기를 자신 쪽으로 튕겨 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지은이 손을 내저으며 연신 기침을 내뱉었다.
“진짜로 가만 안 둘 거야. 이게 무슨 짓이에요!”
끔찍한 망령들의 얼굴을 눈앞에서 마주쳤던 지은이 팔에 가득 돋아난 닭살을 빠르게 문지르고는 소리쳤다.
곧바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는 것까지는 확인했었는데, 자신의 바로 옆에 있던 한그루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뭐야, 어디 갔…….”
‘이 사람이 구해 주러 온 사람에게 무슨 짓을…….’이라고 중얼거리며 지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그루는 물론이고 자신의 푸드 트럭까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다급하게 인벤토리에서 프라이팬을 꺼내 들었다.
“한그루 씨, 거기 없어요?”
자신의 주변 좁은 반경으로만 작은 불빛이 비추고 있는 온통 어두컴컴한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 속. 지은은 지금 자신이 뭔가 이상한 장소에 또다시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몸의 감각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소리치듯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민까망? 까망아!”
심지어 까망이와의 연결조차 끊어져 있자,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던 지은은 자신의 손이 벌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잡은 손이 쉴 새 없이 떨려 오기 시작했다. 애써 다른 손으로 자신의 손을 꽈악 움켜쥐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지은의 앞에 별안간 새하얀 빛이 떠올랐다.
“어?”
어두컴컴한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새하얀 구체가 자신의 앞에 동동 떠올라 있었다.
지은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눈높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던 구체가 지은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따라오라고?”
지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듯 힘차게 상하로 움직이던 구체가 앞장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보폭에 맞추려는 듯 천천히 날아가는 구체를 보며 지은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걸음을 옮겼다.
‘침착하자.’
세뇌의 공간 자체가 정신계를 무너트리기 위한 마법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한그루에게 공격을 했던 그 커다란 망령들에 의해 자신이 이 공간에 들어왔다는 사실 정도는 빠르게 유추가 가능했다.
‘정신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 상태 이상 내성이 대폭 증가했다 했는데. 거기에 난 푸드 트럭의 안전 영역 안에 있었고.’
방금 전까지 자신이 한그루와 있었던 그 공간은 어느 곳에 떨어져 있을지 모를 한그루를 빠르게 구출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대리자의 권능을 발휘해 ‘창조’한 공간이었다.
자신이 지정했던 필드의 속성은 틀림없는 던전.
그렇기에 그 공간 안에서 마주쳤던 거대한 망령들은 틀림없는 몬스터였다. 그러니 안전 영역 안에 있는 자신이 공격을 받은 것은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거기에 한그루를 구해 내라는 긴급 퀘스트까지 발생했기에 지은은 지금의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창조해 낸 공간에서 또 다른 공간으로 추방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와중 지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주변이 어느새 환해진 것을 느꼈다. 사색에 잠겨 지금 상황을 분석하던 지은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중얼거렸다.
“여기는 또 어딜까?”
맑고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정갈한 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제복에 그려진 문양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던 지은이 손뼉을 치고는 소리쳤다.
“아리아 길드!”
분명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에 그려진 문양은 아리아 길드의 문양이 확실했다. 다만 지은이 기억하는 아리아 길드의 제복과는 어딘가 모르게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보려던 지은은,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곳이 현재의 아리아 길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회 차의 기억을 확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시간대에 자신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가는 중년 남자의 모습이었다.
“……한성연 헌터?”
긴박한 연락을 받았는지 다급하게 뛰어가고 있는 남자는 틀림없이 아리아 길드의 초대 길드장이자, 한그루와 한설아의 아버지인 한성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