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8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80화(18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80화
‘어디로 가는 거지?’
다급하게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는 한성연의 뒤를 쫓아 지은도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의 등장에 지은은 자신이 지금 한그루의 시간에 들어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급하게 뛰어가던 한성연이 도착한 곳은 아리아 길드 안의 병원 응급실이었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틈에서 지은은 크게 소리치는 한성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길드장님! 그것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니!”
한성연의 앞에 누워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괴로운 듯 색색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고 있는 어린 한그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7살이나 8살 남짓 되어 보이는 어린 한그루의 모습을 확인한 지은이 놀란 것은 단지 그 외양 때문이 아니었다. 온몸에서 새하얀 빛이 스멀스멀 새어 나오고 있는 한그루의 마나가 너무나 불안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건 마치…….’
마나 폭주에 휘말리기 직전의 그 싸하던 느낌.
어린 한그루가 받아들이기엔 아직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마나가 한그루의 몸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다급하게 그런 아들의 이마를 쓸어내린 한성연의 손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아들의 몸에서 날뛰고 있는 마나에 간섭해 잠재우기 위한 시도였다.
“위험합니다, 길드장님!”
“크윽!”
다음 순간, 한성연은 전해져 오는 강한 충격에 신음을 흘리고는 한그루의 이마에서 손을 거뒀다. 저릿하게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인상을 찡그린 한성연이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그것이.”
“왜 이렇게 많은 마나가 내 아들의 몸에 얽혀 있는 건가?”
“죄송합니다. 저희가 먼저 시도를 해 봤지만, 아드님의 마나가 마치 저희의 마나를 빨아들이는 듯하여…….”
“자네들의 마나를 흡수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허어…….”
다섯 명이나 되는 힐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지금 모여 있는 자들은 아리아 길드 내에서도 고위 힐러들이었다. 스무 명이 넘는 토벌대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자들이 모두 달라붙었지만, 어린 한그루의 마나를 잠재우는 것이 불가능했다.
어린 아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서로 다른 마나들. 치료를 위해 성급하게 손을 댔던 다른 이들의 마나를 모두 흡수해 버린 탓에 복잡하게 얽힌 마나들이 지금 한그루의 몸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다.
손을 댄 것만으로도 문제점을 파악한 한성연이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의 마나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은 처음 각성의 조짐을 보였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제어가 되지 않는 마나를 가지고 있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면 이대로 마나가 폭주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건가!”
한성연의 고함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괴로워하는 한그루의 얼굴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들의 힘을 모두 합쳐도 고작 어린아이인 한그루의 마나를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금 상황에선 별다른 해결 방안이 없는 셈이었다.
어떤 의견도 내놓지 못하는 길드원들을 바라보다 쯧, 하고 혀를 찬 한성연이 다시 한번 몸 안의 마나를 끌어 올렸다. 자신의 마나를 모두 쏟아부어서라도 일단 아들의 폭주 직전인 마나를 진정시켜야 했다.
“회의 중에 갑자기 어디를 이렇게 뛰어가시나 했더니만…… 충분히 그럴 만하셨군요, 한성연 헌터.”
그런 한성연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지은도 익히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이태백 헌터님.”
“위험한 마나가 느껴지는군요.”
힐러들의 마나는 대부분 정화의 기운을 띠고 있었지만, 지금 어린 한그루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는 날이 잔뜩 서 있는 칼날과도 같았다.
“힐러의 마나와, 마법사의 마나의 성질을 동시에 띠고 있는 아이라…….”
마나의 흐름에 그 누구보다 민감한 대현자 이태백의 말에 한성연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이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지금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네. 애초에 정화나 치유의 마나와 마법사들의 마나는 서로 다른 성질을 띠고 있으니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그렇다면……!”
“그릇에 비해 너무 강대한 마나들일세. 어린 몸으로는 감당하기 매우 힘들 테지.”
“…….”
어린 몸으로 감당하기엔 힘든 날 선 마나였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마나들은 각자 자신들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듯 한그루의 몸에서 영역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성연 헌터가 허락한다면, 내가 조금 자세히 살펴봐도 되겠는가?”
“물론입니다.”
“고맙네.”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태백이 한그루의 심장 부근에 손을 올렸다. 서로 다른 두 성질의 마나가 부딪치고 있었으니, 다른 한쪽에 힘을 보태 강제로 한쪽의 마나를 진정시켜야 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태백이 자신의 마나를 불러일으키려던 순간, 흠칫하며 손을 거뒀다. 그리고 지은은 왜 이태백이 마나를 끌어 올리다 다급하게 손을 거뒀는지 알 수 있었다.
‘타락의 기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한그루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검은색 마나가 보이는 것은 오직 지은뿐인 듯했다. 이태백이 간섭하려던 순간 분명히 피어올랐던 한 줄기의 검은 마나는 틀림없는 타락의 기운이었다.
‘한그루 씨의 몸에서 어떻게 타락의 기운이…….’
지은만이 그 기운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이태백 역시 한그루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지금까지 알던 마나와는 다른 성질이라는 것을 느꼈는지 심각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런 이태백의 반응에 한성연이 뭔가를 눈치챘는지 주변의 힐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잠시 모두 나가 있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병실에서 나가고 둘만 남은 한성연과 이태백 사이에선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얼마간 이어진 침묵을 먼저 깨고 입을 연 것은 이태백이었다.
“이 아이에게서 던전의 기운이 느껴지네.”
“……그 말씀은.”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르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
그렇게 말한 이태백이 다시 손을 뻗어 한그루의 심장에 자신의 마나를 강제로 불어넣었다. 두 갈래로 나뉘어 격렬하게 싸우고 있던 마나가 강대한 이태백의 마나 앞에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어느 한쪽이 그런 기운을 띠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만약 자네 아들이 던전에 들어가는 헌터가 된다면, 틀림없이 던전의 기운에 감응하는 쪽의 마나가 힘을 키우게 되겠지.”
이태백의 말에 놀란 것은 한성연뿐만이 아니었다. 지은 역시 지금 이태백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그런 말을 하는지 눈치채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던전은 명백한 신의 영역이다. 어린 한그루의 몸에 있는 마나 중 어떤 것이 타락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약 한그루가 던전에 들어가게 된다면, 당연히 타락의 기운이 힘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가 자네의 후계자인가?”
“가지고 있는 마나가 워낙 강력하니 그렇게 키우려했습니다.”
“이 아이는 헌터가 돼서는 안 되네.”
“…….”
“자칫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네.”
“이 일은 비밀로 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왜지?”
“만약 제 아들에게…….”
한성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변이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환한 빛과 함께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는 것임을 알아챈 지은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조금 자라긴 했지만 여전히 어린 모습의 한그루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나뭇가지로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이었다. 어차피 한그루의 과거에 들어와 있는 지금,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은은 마침 고개를 드는 한그루를 보면서도 자신의 말이 한그루에게 들렸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네, 맞아요.”
“와악!”
“누나는 몇 살인데요?”
“나? 어, 그게, 내 나이가 지금은 몇 살일까…….”
이태서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습이 어린 한그루에게 보일 줄은 몰랐던 지은이었다. 당황한 지은의 모습에 한그루가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올려다보며 인상을 찡그리고는 중얼거렸다.
“이상한 사람.”
“……이상한 사람은 아닌데.”
“여긴 어떻게 왔어요? 우리 아빠를 알아요?”
“어, 알지!”
“아빠는 누나랑 훈련 중이에요. 저는 들어가지 못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구요.”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의 건물을 가리키는 한그루의 말에 지은은 일단 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 고맙다고 대답하려다가 문득 한그루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난 한성연 헌터님을 찾아온 게 아닌데?”
“그러면요?”
쪼그려 앉아 어린 한그루와 눈높이를 맞춘 지은이 환하게 미소 짓고는 말했다.
“난 너를 만나러 왔는데?”
“아빠나 누나가 아닌 저를요?”
“응, 그루 너를 만나러 왔어.”
“왜요?”
어린 나이임에도 아버지나 누나가 아닌 자신을 보러 왔다는 말에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지 한그루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 표정을 보며 지은이 씨익 웃고는 말했다.
“그냥.”
“저를 아세요?”
“그럼, 잘 알지.”
어린 한그루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한그루에게 지은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같이 걸을래?”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랬어요.”
“음…… 나는 사실 너희 아빠가…….”
“아빠가 보낸 사람이라고 해도 따라가지 말랬는데.”
어린 한그루의 무적의 논리에 말문이 막힌 지은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그루가 하는 말 중에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게 분명한 한그루에게 지금 이 상황을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꼬르륵!
너무나 선명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지은이 놀라 한그루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배에서 난 소리에 어린 한그루도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혹시 배고프니?”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한그루를 보며 지은이 꺼내 든 것은 마침 얼마 전 푸드 코너에 올리고 자신도 먹기 위해서 남겨 두었던 김밥이었다.
인벤토리에 넣어 두고는 깜빡하고 잊고 있었는데 배가 고프다는 한그루의 말에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잘 포장된 김밥을 눈앞에 흔들어 보이는 지은의 모습에 관심 없다는 듯 한그루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먹을 걸로 유혹하는 사람도 따라가지 말랬어요.”
“그럼 여기서 같이 먹을까?”
“네?”
“마침 나도 배고팠거든. 근데 누나가 혼자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아서.”
랩으로 씌운 포장을 뜯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관심 없는 척했지만 맛있는 김밥 냄새에 또 한 번 꼬르륵 소리가 울리는 배를 한그루가 어루만졌다. 어느새 젓가락으로 김밥 하나를 집어 자신에게 건네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한그루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하나만 먹을 거예요.”
“그래.”
“이거 준다고 따라가지도 않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작은 입을 벌리는 한그루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밥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한그루의 뺨이 부풀어 오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이태서 씨나, 한그루 씨나 어릴 땐 정말 귀여웠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어린 한그루의 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은 한그루가 김밥을 삼키자마자 또다시 김밥을 건네며 빙긋 웃었다.
“내가 직접 만든 건데, 어때? 맛있지?”
“엄마가 만들어 준 것보다…….”
당연히 엄마가 만들어 준 것보단 맛있지 않다고 대답할 줄 알고 고개를 끄덕이려던 지은은 이어지는 말에 살짝 놀라야 했다.
“더 맛있어요.”
“어? 진짜?”
“네, 사실 엄마가 해 준 김밥을 저는 먹어 본 적이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