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8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81화(18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81화
“맛있네요. 하나 더 주실래요?”
“어? 물론이지!”
한 알만 먹겠다더니 손을 내밀며 김밥을 더 달라고 말하는 어린 한그루의 말에 지은이 빙긋 웃으며 김밥 한 줄을 통째로 건넸다. 호일에 돌돌 말린 김밥 한 줄을 손에 들고 먹는 한그루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헤실헤실 풀린 지은의 얼굴을 바라보며 살짝 거리를 벌린 한그루는 그래도 손에서 김밥을 놓지 않고 열심히 먹었다. 행여 목이 마를까 지은이 건넨 콜라까지 남김없이 먹은 한그루의 얼굴에도 어느새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쓰레기는 나한테 줄래?”
간단한 요기를 마치고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 한그루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호일을 작게 뭉치고는 지은에게 건넸다. 빈 콜라 캔까지 인벤토리에 다시 넣은 지은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한그루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뇌물을 받아 버렸으니, 아빠한테 가도 좋아요.”
“응? 뇌물이라니?”
“아빠를 찾아온 거 아니에요? 아빠는 저기에 누나랑 같이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문이 닫혀 있는 건물을 가리킨 한그루가 이제 지은에게 볼일이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한그루의 뒤를 지은이 따라 걸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만나러 왔다니까?”
“누나도 아니고 저를 만나서 뭐 해요? 누나도 헌터 아니에요?”
“나는 헌터가 아닌데?”
“그럼 헌터도 아닌데 저를 왜 만나러 왔어요?”
“그야…….”
뭐라 설명해야 할까, 지은이 고민하는 사이 계속해서 걸어가던 한그루가 걸음을 멈췄다. 갑자기 걸음을 멈춘 탓에 바로 뒤에 걸어가며 잠시 할 말을 생각하고 있던 지은이 깜짝 놀라 옆으로 넘어졌다.
“아야…….”
급하게 멈춰 서면서 균형을 잃은 와중에도 한그루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차라리 넘어지는 것을 택했던 지은이 얼얼한 무릎을 감싸 쥐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바지가 조금 찢어져 살짝 드러난 무릎에 생채기가 선명했다.
그런 자신을 보며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는 한그루에게 손을 내저으며 지은이 말했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봐 봐요.”
쪼그려 앉아 지은의 무릎에 손을 올린 한그루의 손에 새하얀 빛이 떠올랐다. 빛이 사라지고 난 뒤 언제 상처가 났었냐는 듯 말끔해진 무릎을 바라보며 지은이 엄지를 척 치켜올렸다.
“와! 너 대단하구나!”
“…….”
“고마워!”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지은을 가만히 바라보던 한그루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에 힘이 풀린 듯 스르르 무너지는 한그루의 작은 몸을 끌어안은 지은이 소리쳤다.
“너 왜 그래!”
“괜찮아요. 갑자기 마법을 사용해서 몸이 놀란 것뿐이에요.”
“그게 무슨…….”
“봐요.”
지은을 향해 들어 보인 한그루의 작은 손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떨리는 작은 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지은은 한그루가 손을 떠는 이유가 마나가 부족해서가 아닌, 오히려 주변의 마나가 끊임없이 작은 손 주위로 몰려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본인은 그걸 느끼지 못하는지 한껏 풀이 죽은 목소리로 한그루가 말했다.
“저한테는 마나가 너무 없대요.”
“…….”
“너무 없어서 차라리 각성하지 말았어야 했대요.”
아버지인 한성연 헌터와 누나인 한설아가 같이 있다는 건물을 가리키며 한그루가 자신의 말에 벙찐 지은에게 말을 이었다.
“아빠는 대단한 힐러래요. 누나는 그런 아빠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았구요.”
“…….”
“누나는 대단해요. 벌써부터 던전에 들어가서 수련을 하거든요. 얼마 전에는 아빠랑 같이 토벌대에도 참가했을 정도로요.”
“대단하네.”
재잘재잘 말하는 한그루의 표정에서 정말로 자신의 누나인 한설아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누나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가 높아진 한그루가 지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누나는 대단해요!”
“누나를 엄청 좋아하나 보네?”
“누나는 멋있으니까요!”
정말로 누나를 끔찍이 생각하는 것이 느껴졌다.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도 누나에 대해서 말하는 한그루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계속해서 누나 자랑을 이어 가던 한그루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말했다.
“누나는 저랑은 많이 달라요.”
“…….”
“매일 저한테 몰래 치유 마법을 가르쳐 줘요.”
“몰래 배운다니?”
“아빠가 저에게는 마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서요.”
“…….”
“대신 누나가 항상 아빠에게 배운 걸 가르쳐 줘요! 오늘도 가르쳐 준다고 했어요.”
건물 쪽을 가리키며 말하는 한그루의 모습에 지은은 저 건물이 아리아 길드의 연무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연무장 출입. 마력이 너무 적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이유로 아버지인 한성연으로부터 누나와 차별을 받고 있는 한그루는, 매일 행여나 자신을 연무장으로 불러 줄까 누나의 연습 시간에 맞춰 연무장 앞을 서성이고 있던 것이었다.
“저는 누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약점이니까 같이 어울리면 안 된다고 했는데, 우리 누나 대단하죠?”
“누가 그런 말을 해!”
담담하게 말하는 한그루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지은이 소리쳤다.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끔찍한 말에 지은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정작 그렇게 말한 한그루는 격한 지은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요.”
지은은 그렇게 말하는 한그루의 얼굴이 정말 10살짜리 어린아이가 지을 수 있는 표정인가 싶어 충격에 빠졌다.
자신의 누나에게 약점이 될 뿐이라고, 부모님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이 들어왔길래 이렇게 어린아이가 그런 말을 직접 내뱉으면서도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일 수 있을까.
문득 지은은 지금 한그루의 처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틀림없이 한그루의 재능은 개화하기 전부터 이미 아버지인 한성연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는데, 어째서 지금 이 시간대에선 한그루는 방치되고 있었을까.
“무슨 일이 있었니?”
“네?”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을 거 아니야. 혹시 무슨 일이 있었어?”
지은의 말에 한그루는 당황했다. 지금껏 자신에게 이런 관심을 보여 주는 사람은 누나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부모님조차도 매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 본 어른이 자신에게 안부를 물어보는 상황이 매우 어색했다.
“……사실.”
쭈뼛거리며 어색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가는 한그루의 설명을 듣고 난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강경파와 온건파가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온건파로 대표되는 태백 길드와 의견을 같이하는 아리아 길드를 노리는 세력은 많았다.
현 1세대를 대표하는 랭커인 한성연을 노리는 강경파의 세력들은 직접적으로 그를 무너트리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태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의 가족을 호시탐탐 노렸는데, 그 표적이 된 것이 바로 한그루와 한설아였다.
“기생술사에게 공격을 받았어요.”
“…….”
“그런데 그 기생술사가 했던 말이 잊히지 않아요.”
“기생술사가 뭐라고 했는데?”
“제가 너무 약해서 아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대요.”
“…….”
“그래서 아빠가 자신에게 직접 의뢰한 거래요. 제 몸에 기생해서 저를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아아…….”
자신의 아버지가 아들의 몸을 뺏어 달라고 직접 기생술사에게 의뢰를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설령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누나와 공공연하게 차별을 받고 있던 동생이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전 장면에서 한그루의 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두 갈래의 마나를 비밀에 부쳐 달라고 이태백에게 부탁하던 한성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그루의 말을 들었을 때, 지은조차 그것이 기생술사가 몸에 기생하기 위해 정신을 공격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었다. 분명 한성연은 이태백의 설명대로 어린 한그루의 몸에 깃들어 있는 던전의 마나, 타락의 기운을 숨겨 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비밀을 숨겨 온 것이 분명했다. 7살 정도로 보이던 한그루가 10살이 된 3년 동안 모든 사람들이 한그루가 비록 각성하긴 했지만, 그 몸에 있는 마나가 너무 적다고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철저하게 한그루의 마나에 대한 비밀을 숨겨 왔다는 뜻이었다.
“너는…….”
한그루를 보며 뭐라 말을 하려던 지은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와서 한성연이 직접 지시했을 리가 없다고 말을 해 봤자 이 어린아이에게 무슨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말을 꺼낸 본인조차 믿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는 상황에서 지은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위로를 건넸다.
“이거 봐.”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꺼내든 것은 한그루가 아리아 길드의 길드장이 되고 나서 만들어 낸 엘릭서였다.
상위 치유 마법을 포션에 접목시킨 존재 자체로 하나의 아티팩트나 다름없는 만병통치약. 숨만 붙어 있다면 지옥의 입구에서 뒷덜미를 잡아채 목숨을 유지시켜 준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헌터들에게 없어선 안 될 최고의 포션이었다.
유리병 안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엘릭서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그루가 말했다.
“포션인가요?”
“포션보다 훨씬 좋은 거야.”
“어디에서 났어요? 포션은 구하기가 엄청 힘든데.”
본격적으로 포션을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한 것 역시 한그루의 업적이었다. 이전 세대까지는 연금술과 치유 마법을 결합하는 일에 회의적이었던 시선을 돌려놓은 것이 바로 중학생의 나이에 아리아 길드장에 취임한 한그루였다.
“내가 아는 사람이 만들어 낸 거야.”
“…….”
“가장 강하고 위대한 힐러이자, 존재 자체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그런 사람.”
“아빠요?”
“아니, 아빠보다 더 대단한 사람. 그게 바로 너야.”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 지은이 시선을 돌려 한그루의 몸 주변에 일렁이고 있는 검은 기운을 보며 말했다.
계속해서 인지하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하던 검은 기운이 헛된 소리를 하지 말라는 듯 한그루는 물론이고 자신까지 둘러싸려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괜한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사라져.”
지은의 차가운 축객령이 떨어졌다. 회귀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신이 자신이 완벽히 승리하기 위해서 쌓아 둔 안배들이 분명했다.
어린 이태서 때와 마찬가지로 한그루 역시 신이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공략하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지은은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거슬리는구나.]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 주위로 나타난 검은 기운이 형상을 갖추는 모습에 어린 한그루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런 한그루를 품에 꼭 끌어안고 지은이 등을 토닥이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 가기 시작했다.
“분명 너는 대단한 사람이야.”
“……제가요?”
“응, 그러니까 괜한 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 우리.”
그렇게 말한 지은이 품에 안고 있던 한그루를 검은 영역의 밖으로 조심스레 밀어냈다. 신이 이번에야말로 방해받을 수 없다는 듯 강하게 자신을 압박하는 것을 느낀 지은이 곧바로 대리자의 권능을 끌어 올렸다.
손을 흔들며 사라져 가는 공간 속에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한그루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 지은이 뒤를 돌며 말했다.
“내가 거슬린다고?”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검은 기운을 온몸에 가득 뿜어내며 의자에 앉아 자신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지은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거슬리는 건 바로 너야. 건드릴 게 없어서 어린애들을 건드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