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8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82화(18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82화
어린 한그루의 몸에서 빠져나온 검은 기운을 대상으로 지정한 봉인의 공간. 균열을 봉인할 때와 같은 대리자의 공간에 소환당한 남자가 지은의 말에 기분 나쁘다는 듯 의자에 앉은 채로 말했다.
[네가 나의 계획을 또 망쳤구나.]드디어 실체를 마주한 숙적의 등장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저 남자는 까망이에게 창조의 권능을 빼앗고, 인간계를 재창조하려는 말도 안 되는 야망을 가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존재.
온몸의 오감이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가 바로 자신의 숙적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정체를 굳이 확인하려 애쓰지 않아도 마주한 것만으로 저릿한 감각이 온몸에 흘러넘쳤다. 비록 신의 본체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숙적을 드디어 처음으로 마주한 지금, 지은은 가슴속에 뜨겁게 투쟁심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금 지은은 스스로 만들어 낸 공간에 자신이 직접 축객령을 내렸던 신을 끌고 들어온 것이었다. 비록 자신이 축객령을 내린 신의 본체는 아니지만, 어린 한그루에게 기생하고 있던 다른 신의 조각이라 할지라도. 그의 계획을 하나씩 저지하는 것도 모자라 1회 차와는 달리 정신 지배에서 벗어나기까지 한 지금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 자신을 건방지다고 말했던 신에게 정말로 건방진 것이 누구인지, 지난 1회 차와는 다른 절대 꺾이지 않을 자신의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비로소 신에게 고통받았던 1회 차의 자신 대신 9회 차의 자신이 복수하기 위해서.
“또라니. 벌써부터 그런 말을 하면 서운하지. 앞으로도 계속 너의 계획은 저지당할 텐데.”
눈이 마주치진 않았지만 지은은 신이 지금 자신을 뚫어지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곳은 지은이 만들어 낸 가상의 공간.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한 지금, 과거의 시간대에 와 있는 자신을 실체도 현신하지 못하는 신이 어찌할 방법은 없을 터였다.
‘틀림없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
자신의 계획이 지은의 손에 하나씩 어긋나기 시작했지만 신은 직접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대리자인 이태서가 지은의 안배에 의해 신의 권능을 봉인당했을 때에도, 소멸당했어야 할 이그니스가 계약자를 찾았을 때에도, 아실리아를 자신의 종속으로 만들려 했던 키드가 계획을 저지당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까지 계획이 어긋나고 있는데도 신은 직접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키드의 존재도 이미 발각되어 사실상 지은을 위협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음에도 뭔가 다른 행동을 보여 주지 않고 있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여유롭게 앉아 있는 신의 모습을 지은이 눈에 담았다. 정리하지 않은 긴 백발을 늘어트리고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짚고 있는 숙적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자신을 안타깝게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게 정말 네가 생각한 최선인가?]“아니, 최선은 아직 보여 주지도 못 했는걸.”
[계속 나의…… 아니, 우리의 계획을 방해할 셈인가?]“우리? 너도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존재였어?”
[우리는 너와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지은의 되물음에 신이 씁쓸하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가장 지엄하고 존귀한 존재일 신의 모습이 마치 늙은 노인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느껴지는 게 이상했다.
마치 정말로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 적대적인 자신의 시선과는 다르게 신이 지은을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그 어떤 적대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신의 계획을 하나씩 확실하게 저지하고 있는 지은을 눈앞에 두고 보여 줄 표정은 절대 아니었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지금에 와서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신의 저의가 기분이 나빴다.
이미 신이 세워 둔 계획에 의해 과거의 시간은 끔찍한 결말을 맞았다. 무너진 건물들, 목숨을 잃고 차가운 바닥에 몸을 뉘인 사람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종말의 세계를 만들어 놓고도 저렇게 말을 하다니.
“내 손에 너의 계획이 하나씩 무너지는 걸 보고 있으니, 위기감이 느껴지기라도 했나 본데…….”
그런 지은의 심정이 고스란히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 잔뜩 날이 선 그녀의 목소리에도 신은 두 팔을 벌린 채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더 듣고 싶다는 듯 가만히 앉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존재를 향해 지은이 말했다.
“창조의 권능이 왜 너에게 없는지 알겠어.”
[…….]“이 세계가 알고 있었던 거겠지. 너 같은 거에게 창조의 권능이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말이야. 이제 와서 네가 질까 봐 두려워진 거야?”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네가 속고 있다는 것이 안쓰러울 뿐이다.]“뭐?”
[과거의 네가 왜 창조의 정령과 다시 계약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 같나?]이미 신의 정신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난 지은이었다. 이제 와서 저런 헛소리에 장단을 맞춰 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기에 지은이 헛수작 부리지 말라는 듯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헛소리 집어치워.”
[많이 컸구나.]“뭐라고?”
[……그래, 너희들의 말대로 많이 컸구나.]마치 누군가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으려는 듯 귀를 덮고 있던 긴 머리를 넘기며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앞에 두고도 타인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듯한 신의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래, 허가하마.]저의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한숨을 내뱉는 신을 보며 지은이 몸을 흠칫 굳혔다. 신이 서서히 손을 들어 올리자, 지은과 신의 사이에 검은 돌풍이 일어났다.
자신이 만들어 낸 공간에서 신이 직접 뭔가를 할 수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전용 무기인 프라이팬을 꺼내 든 순간이었다.
[불쌍하구나. 너를 가장 사랑해 줄 존재는 이미 내 편에 서는 것을 선택했거늘.]“뭐?”
[너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하는 인간들이 있다.]신의 말과 함께 서서히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검은 돌풍이 이내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자신을 똑바로 노려보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펼쳐질 상황이 기대가 된다는 듯 신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호선을 그리는 입매를 보며 지은이 인상을 찡그린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돌풍의 형상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고는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
“안 본 사이 이렇게 크다니.”
눈앞에 나타난 남자가 두 팔을 활짝 벌려 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지은은 순간 머리에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끔찍한 기분을 느꼈다.
어째서 저 남자가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얼굴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지금 환하게 웃음을 짓고 있는 남자의 얼굴은 지은이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했음에도 언제나 가슴속으로 기억하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아빠?”
“그래, 내 딸아.”
자신이 갓난아기였을 때 대균열에 휘말려 돌아가셨다는 부모님의 목소리는 몰랐지만 얼굴은 알고 있었다. 대균열에 희생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관에 자신의 부모님이 유골조차 없이 안장되어 있었으니까.
어린 나이였지만, 항상 이맘때가 되면 외할머니는 항상 지은의 손을 잡고 추모관으로 향했다.
‘네 딸이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간단다.’
기억 속 외할머니는 항상 환하게 웃고 있는 부모님의 사진 앞에서 어린 지은이 얼마나 컸는지 알려주려는 듯 사소한 일상까지 줄줄 읊으며 한참을 계시곤 했다.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에도 그랬지만, 이해가 가능한 나이가 되어서도 지은은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부모님이란 존재에 큰 아픔을 느껴 보진 못했다.
항상 자신의 앞에선 절대 우는 모습을 보이진 않으셨던 외할머니였지만, 항상 추모관을 다녀오고 나면 자신이 없는 사이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지은은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설움을 느끼진 않았지만, 항상 소망하던 것이 있었다.
자신에게도 가족이 있었으면, 평범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항상 꿈꿔 왔었다. 외할머니가 항상 사랑으로 키워 주시긴 했지만, 어린 마음에 학교가 끝나고 마중 나오는 부모님에게 안겨 즐거운 웃음을 짓던 같은 반 애들의 모습을 보며 수없이 상상했던 일상이었다.
한 번쯤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수없이 상상해 봤지만 그때마다 겪어 본 적조차 없었기에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단란한 가족의 모습.
단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었기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은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부모님이란 바로 그런 존재였다.
그런 지은의 앞에 떡 하니 나타난 아버지. 이어서 검은 기운이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신의 옆에 일렁이더니 인간의 형태를 갖췄다.
“많이 컸네, 우리 딸.”
아버지의 모습을 한 존재의 옆에 형상화되어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추모관의 사진과 똑같은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까지 나타나자 지은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지만 틀림없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맞다는 확신까지 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흔들리고 있는 지은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듯 공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눈을 가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지금 눈앞의 상황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지은을 보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형상을 하고 있는 실체가 마치 다 이해한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동안 잘 지냈니?”
“…….”
“너무 보고 싶었어, 우리 딸.”
우리 딸.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지 몰랐다. 애써 목소리조차 모르는 부모님의 존재를 원망하지 않고 살아왔는데, 자신도 모르게 저 말을 듣는 순간 지은은 가슴속에 울컥하는 감정에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정말…… 나를 보고 싶었어요?”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부모님의 모습이 감은 눈을 떴을 때 사라져 있을까 봐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음에도 눈을 가리고 있는 두 손을 내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손을 내리고 눈을 뜨면 눈앞에 있는 부모님의 모습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 그렇게 지은은 제자리에 뿌리를 내린 듯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지은의 몸을 와락 끌어안은 채 지은의 부모님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정말 엄마랑 아빠라고?”
“정말이란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부모님의 모습에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올려 부모님을 끌어안았다.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 온기에 머리로는 지금 상황이 말도 안 된다고 알고 있었음에도 지은은 온몸으로 전해져 오는 이 생생한 온기를 조금 더 느끼고 싶었다.
“너는 속고 있단다, 딸아.”
“…….”
“정말이야. 네가 계약을 거부했을 때, 창조의 정령이 한 일을 생각해 보려무나.”
“그게 무슨…….”
“창조의 정령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저 너를 향한 집착일 뿐. 그는 이 세계의 존재엔 관심이 없어.”
“…….”
“그러니까 네가 계약을 거부하자마자 인간계를 끊임없는 파멸 속에 가둬 버렸던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