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8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83화(18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83화
“말도 안 돼…….”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한 지은이 부모님을 품에서 밀쳐 내며 고개를 저었다.
방금까지 신의 정신 지배에서 완벽히 벗어났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신의 기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대리자의 권능이 몸에 불같이 일어나 타락의 기운을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챈 지은의 눈은 더욱 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의 허상이 이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은 틀림없이 자신의 몸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신이 불러낸 자신의 부모님의 형상은 전혀 밀어내지 않고 있었기에, 지은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현실을 외면하려 하지 마렴, 지은아.”
“그래, 정말로 창조의 정령이 인간들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런 형벌을 내렸겠니.”
“아…….”
흔들리는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자신들을 밀어낸 지은에게 다가서며 부모님이 그녀를 다시 와락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넌 속고 있는 거야.”
“정말로 구원을 받은 건 우리들이란다.”
“구원……?”
“그래, 구원이지. 몇 번이나 반복되는 절망 속에서 단 한 번도 절망에 우리를 빠트리지 않으신 분.”
“그분이 바로 저기 계신 이 세계의 주인이시란다.”
신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지은의 눈이 점차 혼탁해져 갔다. 정말로 부모님이 신에게 구원을 받았다는 뜻일까.
지금 눈앞에 있는 부모님은 신이 만들어 낸 허상 같은 것이 아닐 거라고 점점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대리자의 권능이 반응하지 않으니 신이 만들어 낸 허상이 아니지 않을까. 정말로 돌아가신 부모님이 신의 곁에 남아 있었던 걸까.
그런 의심이 가슴속에 피어나는 것과 동시에 활활 타오르듯 일어나던 대리자의 권능이 점차 빛을 잃고 소멸해 가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그 빈자리를 채우며 지은의 몸을 휘어 감았다.
“함께 구원받자꾸나.”
“사랑하는 우리 딸, 엄마랑 같이 가지 않을래?”
검은 기운과 함께 부모님의 몸에서 전해져 오는 따뜻한 체온에 지은이 씨익 웃음을 지으며 부모님을 끌어안았다.
눈을 꼭 감은 채 처음으로 안겨 보는 부모님의 온기를 놓치기 싫다는 듯 이를 악문 지은의 감은 눈 틈 사이로 굵은 눈물이 방울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때까지 의자에 앉아 있던 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은에게 다가와 말했다.
[괴로움을 모두 잊게 해 주겠다.]“……정말이야?”
[내게 오겠다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면, 너를 내가 만들어 낼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되게 해 줄 터이니.]“새로운 세상의 신…….”
[그곳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어떤가.]“행복하게…….”
[정말 행복할 거라 자신하지.]그렇게 말하며 신이 내민 손을 바라보던 지은이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슥슥 닦아 냈다. 멈추고 싶은데 한 번 터진 눈물은 그런 지은의 속도 모르고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신은 지은이 자신의 손을 잡아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듯 손을 내민 자세 그대로 그런 지은을 바라보기만 했다.
“좋아.”
눈물을 모두 닦아 낸 지은이 신이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그 순간 신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일제히 솟아 나와 지은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이 몸을 휘감아 오는데도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신이 미소 짓는 순간이었다.
“라고 할 줄 알았어?”
찰나의 순간 고개를 번쩍 치켜든 지은이 잡고 있던 신의 손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방심하고 있던 신의 몸이 휘청이며 그녀 쪽으로 기울었다. 그 한 번의 기회를 지은은 놓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신의 발 옆면을 걷어찼다.
콰아앙!
지은의 몸에서 대리자의 권능이 피어올랐다.
신의 검은 기운과는 대비되는 환한 빛. 창조의 권능을 담은 그 빛이 피어나는 순간 검은 기운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
마치 태양이 떠올라 어둠이 밀려나듯 한순간에 신의 기운을 모두 지워 낸 지은의 권능을 담은 힘이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그녀를 끌어안고 있던 부모님의 모습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지은에게 다리를 걸려 넘어진 신이 눈을 부릅떴다. 신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초라한 늙은 노인의 얼굴이 빛을 받아 선명하게 드러났다. 순식간에 제압당해 넘어진 신의 가슴을 발로 짓밟으며 지은이 말했다.
“너는 모르지?”
[…….]“네가 사용하는 수법이 얼마나 치졸한지 말이야.”
인간의 정신에 간섭하는 치졸한 수법. 그 수법으로 인간들을 분열시켰고, 손쉽게 자신이 만들어 놓은 판 위에서 활약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건 1회 차의 지은도 당했던 수법이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이런 것뿐이야.”
[……네놈!]“그러니까 이제부턴 내가 전력을 다해서 방해해 줄게. 아, 그리고 그 전에.”
볼품없이 바닥에 쓰러진 채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신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은 지은이 말했다.
“언젠가 한 번은 때려 주고 싶었거든.”
[이…… 건방진!]“지금이 딱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물론 신의 지금 모습이 본체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한그루의 정신계에 간섭해 지금까지 잔존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신의 분신. 지상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으면서도 신이 인간들을 조종할 수 있는 이유.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기운을 나눠 놨는지 궁금해질 정도야. 이건 너의 몇 번째 분신이지?”
[네놈이!]분신에 불과하지만 신 역시 지금 상황을 똑똑히 두 눈을 통해 보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가장 존귀한 존재이자 신성한 자신의 분신이 자신이 재창조하려던 대상인 인간에게 가슴을 짓밟혀 있다는 사실을 보며 신은 얼마나 분노할까.
[죽여 버리겠다!]영겁의 세월을 살아오며 지금껏 단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상황에 직면한 신이 노성을 터트렸다.
신의 권능을 담은 신언. 전지전능한 신의 노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지은은 자신의 기운에 부딪혀 사라지는 신의 권능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내가 말 안 했던가?”
[너……!]“이 공간의 주인은 나라고. 넌 그저 이 공간에 강제로 끌려온 하나의 분풀이감일 뿐이야.”
그렇게 말한 지은이 신의 가슴을 짓밟고 있던 발을 떼고는 바닥에 떨어트렸던 프라이팬을 집어 들었다. 바닥에 볼품없이 쓰러진 상태로 꼼짝도 하지 않는 몸을 움직이려던 신이 지은이 집어 든 프라이팬을 보며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지금 나를 네가 공격하려는 것이냐!]“왜. 너는 되고 나는 안 돼?”
[…….]“너, 일부러 어린애들만을 대상으로 공격한 게 다 연기가 너무 어설픈 배우들을 써서 그런 거지?”
[이이익!]서슴없이 자신을 도발하는 지은의 모습에 치욕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신의 얼굴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인간계를 재창조한다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나타난 존재가 얼마나 덧없고 무력하게 보이는지 지금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담아 지은이 신의 머리맡에 쪼그려 앉아 프라이팬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뭐, 구원을 받아?”
깡!
맑고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1회 차의 자신이 제발 자기를 편하게 해 달라며 주혁에게 소리치던 모습을 보며 꼭 한 번쯤 신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지은이었다.
자신의 머릿속에도 기생해 살아가던 신의 분신은 고작 이렇게 하찮은 존재였는데, 이런 존재에게 굴복해 삶을 포기하려 했었다는 사실이 웃겼는지 지은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새롭게 창조할 세상의 신이 되게 해 주겠다고?”
깡!
또다시 맑게 울려 퍼지는 경쾌한 소리.
무려 공격력 옵션까지 달려 있는 전용 무기의 외형이 프라이팬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생생한 타격감과 함께 울려 퍼지는 맑고 경쾌한 소리에 지은이 정색하고는 말했다.
“정말 행복할 거라 자신한다고? 웃기지도 않아.”
깡!
프라이팬으로 신의 분신의 머리를 때리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다. 비록 본체가 아닌 분신이었지만, 1회 차의 자신이 이 장면을 보고 있다면 얼마나 흐뭇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형태를 잃고 검은 연기로 변해 주변을 맴도는 신의 분신을 손으로 움켜쥐며 지은이 말했다.
“이건 너와 정면 승부하겠다는 내 다짐이야.”
“두고 보자는 사람치고 정말로 위협이 되는 경우는 없더라고.”
[……으아아아악! 너, 이 건방진 대리자여! 내가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이 세계의 마지막 끝에서 너와 네 정령만큼은 내가 반드시 마지막까지 목숨을 붙여 두고 끝없는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파사삭!
지은의 손에서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검은 연기가 이내 검은 모래가 되어 지은의 발밑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신의 의지를 담은 저주나 마찬가지인 마지막 절규를 들으며 지은은 이제 자신밖에 남지 않은 공간 속에서 털썩 무릎을 꿇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말 보고 싶었어…….”
자리에 주저앉은 지은이 더듬더듬 손을 뻗은 곳에는 방금 전까지 자신을 끌어안아 주고 있던 부모님의 모습이 변형된 검은 가루들만이 남아 있었다.
처음엔 방심한 신의 분신에게 한 방을 먹여 주기 위해 그 말도 안 되는 연기에 넘어간 척했지만, 지은은 처음으로 마주한 부모님의 모습을 본 순간 정말로 신의 정신 지배에 다시 걸릴 뻔했다.
한순간이었지만, 사랑하는 우리 딸이라 불러 주며 자신을 안아 주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과 함께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지은은 좀처럼 눈물이 참아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다 신의 농간이라는 것을 분명 머리로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차마 매몰차게 부모님의 모습을 하고 다가오는 두 존재를 밀어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신이 만들어 낸 공간 속에서 대리자의 권능은 신의 기운이 자신에게 접촉하는 것을 허락할 리 없었다. 그렇지만 지은은 자신의 의지를 담아, 의식적으로 대리자의 권능이 부모님의 모습을 한 존재들에게 발현되는 것을 가까스로 억눌러야 했다.
정말로 자신의 부모님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음에도 그냥 안겨 보고 싶었다. 계속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바닥을 더듬거리며 검은 가루를 손에 움켜쥔 지은이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립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추모관에서 외할머니는 항상 지은을 부모님의 사진 앞에 남겨 두고 잠시 산책을 다녀오겠다며 말씀하시곤 자리를 비우시곤 했다.
지은은 알고 있었다. 산책을 다녀오시겠다며 말씀하시고 자리를 비운 외할머니가 한참을 자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서럽게 우셨다는 것을.
그리고 한참 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며 돌아와 자신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자며 말하는 외할머니는 어린 그녀와 눈을 마주치려 하시지 않았다.
자신이 눈물을 보였다는 사실을 하나뿐인 손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하셨던 외할머니 덕분에 지은은 외할머니에게 자신도 울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들키지 않았다.
항상 갓난아기 때 부모님과 이별해 어린 지은이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시던 외할머니였지만, 지은은 언제나 사진 속에서 갓난아기인 자신을 품에 안은 채 환하게 미소 짓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한참을 그 자리에서 울곤 했다.
“정말…… 정말 보고 싶었어요.”
지금껏 단 한 번도 꺼내 본 적 없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공간 속에 작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