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8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84화(18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84화
지은이 사라지고 난 뒤 대책을 세우기 위해 고민하던 일행들의 머리 위로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시스템 알림 : 퀘스트 클리어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긴급 퀘스트 : 구조대 출동!] [구출 대상 : 한그루] [퀘스트 완료 조건 : 세뇌의 공간에 갇힌 한그루의 숙주화 저지.] [퀘스트가 완료되어 지정한 필드에서 자동으로 퇴장합니다.]“지은 씨!”
“지은 씨는 어디에…….”
자동으로 세뇌의 공간에서 퇴장한다는 알림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렸을 땐 모두가 아리아 길드의 부길드장실에 돌아와 있었다.
당황한 일행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지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한숨을 돌렸다.
“그루야!”
그중에서도 가장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던 한설아가 한그루를 와락 끌어안았다. 일주일 동안 세뇌의 공간에 갇혀 있었던 동생의 얼굴이 반쪽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한설아가 한그루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펑펑 눈물을 쏟아 냈다.
그런 일행들과는 달리 왕린린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었던 성진이 모두가 돌아온 것을 확인하다가 이내 심각한 얼굴이 되어서 말했다.
“뭐야? 지은이는 어디 가고 너희만 돌아와?”
“…….”
“그 꼬맹이는 어디 갔냐고!”
“저 여기 있는데요.”
성진의 앞쪽에 등장한 다른 일행들과는 달리 뒤쪽에 등장한 지은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말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얼굴을 무릎에 묻은 자세 그대로 돌아왔던 지은은 뒤를 돌아보는 그에게 ‘그리고 저는 꼬맹이가 아닌데요.’라고 덧붙였다.
지은의 볼멘소리에 그제야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쉰 성진이 소리쳤다.
“너! 그렇게 갑자기 설명도 없이 뛰어들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할 일이 있다고 쭉 말했었잖아요.”
“그 할 일이 이 할 일인 줄 전혀 몰랐다! 아무도 몰랐을 거야. 아무도!”
“어찌 되었든 결과는 좋으니까 봐줘요.”
“이게, 사람들 놀라게 해 놓고 뭘 잘했다고…… 뭐야. 너 왜 그래?”
유독 자신에게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말하는 지은과 여느 때처럼 말장난을 이어 가려던 성진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들 쪽을 바라보지 않는 지은의 모습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는지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다.
지은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은 자세 그대로 팽 돌아앉았다. 한눈에 봐도 무언가 수상한 그녀의 반응에 주혁이 한그루의 어깨를 꽈악 잡으며 말했다.
“지은 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면, 그땐 정말 나랑 랭킹 쟁탈전을 해야 할 거야.”
“…….”
랭킹 쟁탈전이라니. 이미 자신보다 랭킹이 높으면서 뭘 뺏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주혁의 손을 뿌리치며 한그루가 한걸음에 지은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지은 씨!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상태였습니다!”
“어? 뭐야? 너 지은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설명하자면 깁니다. 일단 지은 씨의 상태 확인이 먼저입니다.”
돌아 앉아 있는 지은의 앞으로 다가간 한그루가 마치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듯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앞뒤로 느껴지는 인기척에도 지은은 얼굴을 묻은 채 도통 고개를 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지은 씨.”
“…….”
“기생술사와 계약한 망령들의 좋지 않은 기운이 가득 담긴 공격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그렇게 말하며 일단 회복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손에 마나를 끌어 올리던 한그루는 고개를 든 지은의 얼굴을 보며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그동안 알고 있던 그녀와 너무나 다른 얼굴이 지금 자신의 앞에 있었다.
“지은 씨…… 얼굴이…….”
“무슨 일을 당했길래 지은 씨의 얼굴이 저…….”
틀림없이 뒤에 생략되었을 말은 ‘저 지경이 되었을까.’가 맞을 터였다. 어느새 앞으로 우르르 몰려와 자신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빤히 바라보던 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부은 거예요.”
“네?”
“살짝 울어서 부은 거라고요! 원래 하품만 해도 눈이 잘 붓는 체질이라, 제가!”
“…….”
부끄러운 듯 크게 소리치고는 평소보다 과장된 행동으로 눈을 가리고 소파로 뛰어드는 지은의 모습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애써 밝은 척 소리쳤지만 눈이 붉게 충혈되고 코까지 빨갛게 변할 정도로 울었던 것이 분명한 지은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쉽사리 상상할 수 없었다.
항상 힘들어도 한 번도 자신들의 앞에서 웃음을 잃었던 적이 없었던 지은이었기에, 조심스레 다가간 유라가 소파에 엎드려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녀를 살며시 끌어안고 말했다.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
“무슨 일인지 묻진 않을게.”
“…….”
“그래도 항상 너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 줬으면 해. 알겠지?”
유라가 지은의 등을 토닥였다. 애써 밝은 척을 하기 위해 노력하던 지은이 그런 유라의 토닥임에 맞춰 채 마르지 않았던 눈물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엎드린 자세 그대로 한참을 우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방 안의 모두가 들리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빨리 하시죠.”
눈의 붓기를 빼 주는 치료 마법을 언제 걸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한그루를 툭툭 치며 주혁이 말했다.
주혁뿐만 아니라 이태서와 남운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한그루는 완벽히 권능을 개화시킨 뒤 처음으로 자신에게 전해지는 무형의 압박감과 함께 조심스럽게 지은의 머리 위로 회복 마법을 흘려보냈다.
“저렇게 우는 건 처음 봤어.”
“…….”
“네가 쳐낸 망령의 공격을 맞고 사념의 공간에 들어간 지은 씨가 울면서 나왔네?”
그 안에서 그녀가 본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정신 계열 공격이 항상 그러하듯 가장 끔찍한 장면을 보여 주거나, 아니면 반대로 가장 원하던 것을 보여 줘 대상의 정신을 무너트리거나 현혹시키는 것임을 생각해 보면 지금 지은이 왜 저렇게 울고 있는지는 뻔했다.
“랭킹 쟁탈전…… 한번 진행해 보자고.”
“주혁 씨는 이미 한그루 씨보다 랭킹이 더 높으니 쟁탈전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가 하도록 하죠.”
“어딜 6위가 껴. 이번에야말로 3위가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증명할 차례야.”
듣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마다 인상을 굳힌 채 자신을 노려보는 세 남자의 시선을 피하며 한그루가 죄책감이 한껏 느껴지는 표정으로 지은을 바라보았다.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지은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일부러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뒷정리를 하기 시작한 일행들의 모습에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은이 고개를 들고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아, 누구 덕분에 사념에게 공격을 받았더니 너무 피곤해서 깜빡 잠들었었네요.”
“거 여기가 너희 집 안방도 아니고, 그렇게 무턱대고 잠들면 어쩌자는 거야. 아리아 길드 부길드장실 숙박비는 얼마지?”
담담하게 그런 지은의 너스레를 평소와 같은 말장난으로 받아치는 성진.
“그 누구를 처리해 달라 부탁하셔도 좋습니다, 지은 씨.”
씨익 웃으며 한그루를 가리키며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이는 주혁.
“단숨에 랭킹 6위에서 3위로 올라갈 기회라서 저도 흥미가 생겼습니다.”
자신의 검을 만지작거리면서도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남운.
“아직도 눈이 부은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지은의 눈을 가리키고는 웃어 보이는 이태서.
“으음…… 지은아, 너 되게 안고 있기 좋다.”
모두가 가장 부러워 마지않는 독보적 지은의 원픽인 유라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피식 미소 짓고는 말했다.
“한그루 씨 잘못이 아니니까 다들 그만하세요. 정말, 장난 한 번 더 쳤다간 아는 사람들 얼굴들이 다 뉴스에 나오겠네요.”
* * *
1월의 마지막 날인 1월 31일.
평화롭던 서울의 한복판에 절망을 선사한 대균열이 처음으로 발생한 날이자, 그 이후로 벌써 21번째 추모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국가적 추모식으로 거행되는 대균열 발생 21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읊게 된 사람은 한그루였다. 검은 정장을 입은 채 가슴에 새하얀 국화를 달고 단상에 선 한그루가 추모식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앞에서 담담한 목소리로 추모사를 읊어 나가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막을 순 없지만 이 자리에 모여 주신 국민 여러분이 기억하고 계시는 대로. 시간은 때론 흐르는 것만이 아니라 추억이 되어 기억 속에 머물기도 합니다.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비극이 다시 한번 찾아온다고 해도. 여러분의 소중했던 추억을 장식했던 호국 영령들을 항상 생각하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며 현재에 충실할 수 있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소중한 추억 속에만 간직되지 않도록.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선서하겠습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면서.
그 어떤 고난과 시련. 유혹의 바람 앞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 가장 위험한 곳에서, 삶이 허락한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을 보호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고작 14살이었던 한그루가 10년 전 처음으로 온 국민들 앞에서 했던 선서.
10년이 지나고 그 시절의 어린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어엿한 청년이 된 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었던 신념을 담아 엄숙히 선서했다.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가 있노라고, 그 시절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온몸으로 버티고 지탱하겠다고 길드 연합을 대표해 선서하는 한그루의 모습에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석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그루의 말대로 2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였던 지은이 22살이 되었다. 그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을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지난다고 해도 무뎌지지 않는 감정들이 있다. 그 미어지는 감정을 모두 기억하겠노라며 담담히 선언한 한그루가 추모사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지은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꽃 받아 가세요!”
강남 한복판에 지어진 넓은 부지의 국립 추모관 건물에 들어서기 전, 지은은 무료로 꽃다발을 나눠 준다는 자원봉사자의 말에 이끌려 생전 자신의 어머니가 좋아했다던 노란 후리지아 꽃 한 송이를 받아들었다.
“아, 저 혹시…….”
“네?”
“후리지아 꽃의 꽃말이 어떻게 되나요?”
“음…… 여러 개가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말은 ‘당신의 앞날을 응원합니다.’랍니다!”
“당신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빌어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빈다는 자원봉사자의 말에 지은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당신의 앞날을 응원한다는 노란 후리지아의 꽃말처럼. 왠지 모르게 후리지아를 좋아했다던 어머니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리에 서서 한참을 꽃을 바라보고 있던 지은이 씨익 웃으며 추모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희망찬 앞날을 만들기 위해선,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