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8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85화(18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85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다시 만난 한그루는 지은의 설명을 듣고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차분하게 커피를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보던 흰색 가운 차림이 아닌 깔끔한 정장 차림의 한그루의 모습은 꽤 낯설었다. 추모식이 끝나고 추모관에서 부모님을 만나고 나오던 길에 마주친 한그루와 어쩌다 보니 근처 카페에 들어온 지금, 주변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주변을 기웃기웃 거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지은이 괜찮냐고 물어보는 의도를 알아챈 한그루가 피식 미소 지었다. 부모님께 외면당했던 과거를 뜻하지 않게 보고 왔다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한그루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미 다 지난 일인걸요.”
“그렇죠. 이미 다 지난 일이죠.”
묵묵히 맞장구를 치는 지은을 보며 한그루가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이 마치 정말로 지금의 자신은 괜찮으니 괘념치 말라는 듯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성지훈 관련으로는 많은 것을 조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각종 매체에서 3선 국회 의원이자 4선이 확실시 되었던 성지훈의 마나 진정제 관련 비리에 대해 대서특필한 상태였다.
성지훈의 뒤에 키드가 있다는 사실까지는 민간에 밝힐 수 없었지만, 센터장으로서 그를 믿고 마나 진정제를 복용하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마나 폭주에 휘말린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매일 센터 앞에서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센터장으로 부임한 헌터는 바로 임규성이었다. 임규한 헌터의 형이자, 1세대 랭커였던 그가 센터장에 취임할 자격은 충분했다.
센터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길드 연합과 회의를 거친 그는 성지훈의 뒤에 기생술사 왕린린과 키드가 엮여 있을 수도 있다는 기밀을 전해 듣고 현재 모든 총력을 기울여 센터 내부에 존재할지 모르는 조력자를 색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인원들이 속속 색출되고 있었다. 워낙 지원율이 적어 센터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국가 기관인 센터에 신원조차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은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
“현재 성지훈이 구속되자마자 도주한 주요 센터 임원들을 추적 중입니다.”
“해독약은 모두 보급이 됐나요?”
마나 진정제의 개발에 참여했던 한그루에게도 어느 정도의 질타가 쏟아진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미리 예상했던 길드 연합의 발 빠른 대처로 한그루가 만들어 낸 해독약을 무상으로 보급하기 시작하고, 최초 개발 단계와 약의 효능이 달라진 것을 눈치챈 길드 연합이 성지훈을 검거했다고 공표한 덕분에 모든 화살은 성지훈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더 자세한 내용이 밝혀지는 대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고 있네요.”
한그루는 물론이고 지은 본인 역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사이, 어느새 카페 밖에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을 보며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그루도 어쩔 수 없었는지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지은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
“신경 써 주신 것 같아서요.”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권하는 한그루의 손을 잠시 내려다보던 지은이 그의 손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
“별 말씀을요.”
먼저 가 보겠다며 인사하고 카페를 나가는 한그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이 한숨을 내쉬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마음 한구석에 계속해서 드는 의심을 오늘은 정말로 확인해야 했다.
한그루와 헤어진 지은이 연락한 사람은 남운이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지은을 발견한 남운의 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오래 기다리셨죠.”
차에서 내린 남운이 조수석 문을 열어 주며 지은을 차로 안내했다. 급한 일이 있다며 만날 수 있겠냐는 지은의 연락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남운이 안전벨트를 하며 말했다.
“이렇게 연락을 주실 줄은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운전하면서 들어요. 인과율이 허용하는 범위의 경계를 남운 씨는 느낄 수 있나요?”
“네? 그게 무슨…….”
“제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듣고 대답을 해 주신다고 해도, 절대 인과율을 넘어서지 말라고 부탁드리는 거예요.”
“…….”
“어때요. 자신할 수 있어요?”
인과율의 한계를 느낄 수 있냐는 지은의 말에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꽈악 쥔 남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어느 정도까지를 원하는 게 아니에요. 조금이라도 남운 씨에게 무리가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그 정도는…….”
“그 정도도 절대 안 돼요.”
단호하게 못을 박는 지은의 표정에 남운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절대 자신의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지은의 의지가 느껴지는 듯해 기분이 좋아진 남운이 말했다.
“무리가 된다 싶으면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무리가 된다 싶으면 안 된다니까요? 제 말 이해한 거 맞아요?”
고개를 선선히 끄덕이는 남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운은 그런 지은을 보며 결국 참아 왔던 웃음을 크게 터트리고는 핸들을 부드럽게 돌리며 말했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 하시죠.”
“……음.”
“제 몸을 그렇게 걱정해 주실 정도면 꽤 무거운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식사는 하셨나요?”
“아니요,”
“요리로 꿈과 희망을 파는 헌터계 최고의 푸드 트럭 사장님이 정작 본인 식사는 거른다는 걸 알면 손님들이 배신감에 몸서리를 칠 겁니다.”
“…….”
남운이 단호하게 말하며 지은을 이끈 곳은 단골이라는 한정식집이었다.
정갈한 반찬들과 함께 구워져 나온 떡갈비를 자신의 그릇에 놓아 주는 남운에게 지은이 말했다.
“한그루 씨가 수상해서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방음 처리까지 된 고급 한정식집 안, 남운이 젓가락을 내려놓는 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말 그대로예요. 성지훈이 관련된 일은 어느 정도 급하게 덮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했어요. 거기에 관련된 사람이 바로 한그루 씨니까.”
“그걸 유도한 게 지은 씨 아니었습니까?”
빅3 길드의 수장이 이런 일에 관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길드 연합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한그루의 주도로 발 빠르게 처리되고 있는 마나 진정제 사태에 대해 길드 연합은 이번 사건의 전권을 아리아 길드에 위임한 상태였다.
“일단 한그루 씨가 저에 대해 경계를 푸는 것을 유도하기 위한 거였어요.”
“한그루가 지은 씨를 경계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네, 가장 중요한 걸 저는 물론이고 청명도, 태백도 언급하지 않았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거라…….”
“한설아 씨에게 왕린린이 기생을 한 것은 그 사건 발생 당시를 기준으로 고작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렇습니다.”
왕린린이 한설아의 몸에 기생하자 자신이 숙주가 되어 왕린린을 일단 받아들이려고 했다던 한그루의 말대로, 한그루가 세뇌의 공간에 들어간 것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이었다.
그 점을 곰곰이 생각하던 남운이 불현듯 뭔가를 깨달은 듯 주먹을 꽈악 쥐었다.
“시기가 맞지 않는군요.”
“네, 바로 그거예요.”
성지훈의 자백 중 지은이 가장 충격을 받았던 내용은 자신의 피를 담은 아티팩트의 주인이 한그루라는 사실이었다.
피를 담은 아티팩트를 마나 진정제 공장 내부에 설치했다는 자백으로 발 빠르게 아티팩트를 회수한 것은 청명 길드였다. 회수한 아티팩트의 모양을 확인하자마자 지은이 내린 결정은 하나였다.
한그루가 자취를 감춘 사이에 모든 일이 진행되어야 했다.
“그건 최성찬이 가지고 있던 아티팩트였어요.”
아티팩트의 주인은 틀림없는 한그루라고 성지훈은 말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국의 상위 균열에서 키드의 함정에 빠졌었던 당시에 최성찬이 자신의 피를 흡수했던 아티팩트가 한그루의 손에 들어와 있었을까. 자신의 피를 채취했던 것은 미국 파병 당시보다 훨씬 전의 일이었는데도.
많은 의심 속에서도 지은은 한그루를 구했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한그루를 아군으로 믿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말한 지은이 한숨을 내쉬고는 인벤토리에서 아티팩트를 꺼내 식탁에 올리며 말했다.
“이게 진짜 회수한 아티팩트에요. 최성찬에게 찔렸을 때 의식을 잃은 척하고 확인했던 거예요. 틀림없어요.”
“그렇다면 찾아냈다고 공표한 건…….”
“그 주인까지 완벽하게 속아 넘어가게끔 만들어진 가짜죠.”
한그루가 자취를 감췄을 때가 지은의 계획대로 아티팩트를 바꿔치기하기 가장 좋은 적기였다.
완벽한 복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아티팩트에 걸려 있는 마법 술식을 파헤치는 것은 이태서조차 꼬박 삼 일을 매달린 끝에 간신히 성공한 일이었다.
아티팩트에 걸려 있는 마법 술식을 완벽하게 해주하는데 성공한 이태서 덕분에 지은이 지금 꺼내 보인 진짜와 똑같은 가짜 아티팩트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주인인 한그루까지 깜빡 속아 넘어갈 정도로 정말로 똑같은 아티팩트가 그렇게 길드 연합에 회수되었다.
“한그루가 마법사는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군요. 아티팩트를 완벽히 복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네, 그러니까 눈치채지 못했겠죠. 한그루 씨가 아티팩트를 직접 만들지 않았다는 것도 증명된 셈이고요.”
“그럼 누군가가 아티팩트를 만들어 한그루에게 제공을 했다는 뜻이 되겠네요.”
“그 누군가는…… 아니길 바라야겠지만 키드일 확률이 높아요.”
“…….”
그녀의 피가 묻은 단검을 아실리아의 몸에 박아 넣었던 최성찬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그녀의 피가 봉인된 정령왕들을 깨울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행동했던 최성찬이었다. 창조의 대리자인 지은의 마나가 담긴 피로 이미 한 번 실험을 해 보기라도 했던 것처럼.
“최성찬이 제 피를 통해서 봉인되길 택한 정령왕들을 깨웠고, 처음 저에게 피를 채취한 건 한그루 씨가 맞아요. 둘 사이의 연결점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지은의 일행이 제시한 해답을 교묘히 섞어, 일주일 동안 바깥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었던 한그루를 속여 넘길 수 있도록 성지훈에게는 마법적인 조치를 해 둔 상태였다.
이미 한그루가 성지훈을 취조한다는 목적으로 여러 번 만났다는 사실은 주혁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정말로 한그루가 성지훈의 말대로 최성찬과 엮여 있는 것이 맞다면, 지금 한그루에게 있어서 가장 거슬리는 존재는 성지훈일 테니까.
“왕린린도, 성지훈도 결국 키드 입장에서는 한그루보다는 훨씬 떨어지는 패니까요. 한그루를 지키기 위해서 과감하게 버렸을 확률이 높아요.”
“지은 씨의 말대로라면 왕린린과 한그루가 낌새를 눈치채고 자작극을 벌였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제발 아니길 바라지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요.”
“그러면 이제 저에게 묻고 싶으셨던 점을 알려 주시죠.”
남운의 말에 지은이 아티팩트를 다시 집어넣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신은 남운 씨가 주체가 되어 회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고요.”
“그게 무슨…….”
“한그루 씨가 성공했었던 그 완전 방위 계획. 만약 그 계획이 거꾸로 실현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