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8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88화(18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88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지은 씨?”
한그루를 향해 속았다며 말하는 확신에 찬 지은의 단호한 말에 당황한 것은 남운이었다.
이 장소를 지은이 알고 있었을 리 없었다. 회귀의 주체가 본인이었기에 더욱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까지 지은을 데려온 것은 다름 아닌 남운 본인이었기에 지금 지은이 한그루에게 하는 이야기가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긴 성역이 아니에요. 이곳을 어떻게 성역이라고 말할 수가 있어요.”
그런 남운의 당황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은은 도리어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지은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대한민국을 균열에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그루가 성공시킨 완전 방위 계획의 마지막 마침표는 한그루 본인의 희생이었다.
스스로가 희생해야만 하는 곳이 어떻게 성역이 될 수 있다는 소리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투로 지은이 이어 말했다.
“창조의 기운을 빗대서 만든 공간이라고 했던가요?”
“그렇습니다.”
균열을 봉인하는 봉인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지은의 대리자의 권능을 빗댄 공간. 지은의 권능과는 다르게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한그루는 무엇이 문제냐는 듯 답답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지은을 향해 말했다.
“실제로 저는 여기에서 제 능력으로 끊임없이 재생되는 몬스터들을 대신 막아 주고 있었습니다.”
“몬스터가 다 언데드라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은 안 해 봤던 거예요?”
“그건…….”
“실제로 한국의 균열을 막고 있었다면 어째서 세상이 멸망했을까요?”
“…….”
“다른 나라들은 다 멸망했다고 쳐요. 그런데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아니었나요? 남운 씨, 말을 해 봐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게 저만 그런 건가요?”
지은의 말에 남운이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을 번쩍 떴다. 지금까지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지은은 남운에게 깨달으라며 닦달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답하지 못하겠죠!”
“……맞습니다.”
“왜 대답하지 못할까요? 겪어 보지 않았으니까!”
지은의 외침에 남운이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지은의 말 한마디에 남운은 까맣게 가려져 있던 시야가 환하게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었다.
지은의 말대로였다. 자신은 1회 차에 세상의 마지막을 봤던 것이 아니었다.
“남운 씨가 저에게 세계수의 가지를 설명해 주면서 뭐라고 했어요?”
“던전의 끝에서 찾은 세계수의 가지라고 했습니다.”
“던전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던전의 끝까지 갔었다는 소리겠죠! 그러면 그 이후에 한국의 사정에 대해선 알고 있었어요?”
“아뇨, 지은 씨의 말대로입니다. 저는 세계수의 가지로 저에게 주어진 형벌을 시작한 순간부터 그 이후의 세계는 알지 못합니다.”
“바로 그거예요!”
말을 하면서도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남운을 가리키며 지은이 소리쳤다.
“왜 1회 차에 세상이 멸망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야 그 당시에는…… 어차피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던전을 토벌하다가 수많은 헌터들이 죽었고, 이전과 다르게 새롭게 권능을 부여받은 각성자들이 나오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거기까지 말한 남운은 자신에게 닥쳐올 고통을 직감하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런 남운의 표정을 보며 지은이 고개를 저었다.
“……?”
지은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운은 자신이 인과율을 넘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 지은이 회귀 전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에게 인과율의 형벌로 인한 고통이 찾아오지 않은 것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깐. 이게 지금 어떻게…….”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는 남운을 보며 지은은 자신에게 떠오른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지켜질 리 없는 맹약.’
누군가의 의지를 담아 만들어진 공간에서 진행되는 퀘스트의 이름이 ‘지켜질 리 없는 맹약’이라는 것부터가, 일단 이곳이 남운이 설명한 장소와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퀘스트는 분명한 대상이 있었다. 한정 퀘스트는 이태백과 이태서를 구원하는 서사였고,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퀘스트는 세뇌의 공간에 갇힌 한그루를 구하는 퀘스트였다.
두 번의 특수 퀘스트와는 다르게 이번 퀘스트는 정확한 대상이 누구인지 지정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거기에 시스템 알림창 또한 자신에게만 떠오른 것이 확실해 보였다. 현재 퀘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들어온 남운은 전혀 짐작조차 못 하는 모습을 보니, 지은은 자신의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남은 변수는 단 하나였다.
“제가 남운 씨와 까망이 사이에 일어났던 일을 다 알지 못하니…….”
“…….”
“제가 사라지고 난 뒤, 까망이가 이 세계의 멸망을 바랐나요?”
그렇게 물어 오는 지은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초조함이 떠올라 있었다. 제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기를 비는 듯한 지은의 표정을 보며 남운은 그녀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그녀의 질문에 알고 있는 진실을 거리낌 없이 말해야 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아…….”
“아니,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창조의 정령은 지은 씨가 없는 세상을 슬퍼했을 뿐이지, 절대로 지은 씨가 사랑했던 이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단언할 수 있습니다.”
남운의 확신에 찬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나지막한 한숨을 쉬며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 지은이 천천히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지은 씨?”
“까망이가 저에게 숨기는 게 너무 많아서요. 까망이가 이 세계의 멸망을 바랐을까 봐 정말로 걱정했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다행이라며 계속 되뇌는 지은의 말뜻이 무엇인지 남운도 이쯤 되니 눈치챈 것 같았다.
남운에게 주어진 10번의 회귀 기회. 그에게 형벌을 내린다는 말과 함께 타락한 정령왕들의 권능을 자신의 손으로 거둬들인 까망이가 남은 권능을 모두 모아 만들어 낸 회귀 아이템.
세계수의 가지.
“저에게 주어진 형벌에는 끝이 있었습니다.”
“……그렇죠. 그리고 남운 씨는 제가 이번 회차에서 대리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요.”
“그건……!”
자신이 처음 회귀자라는 사실을 밝히며 남운이 했던 말을 지은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엔 하소연 씨인 줄 알았는데, 당신이었군요.’
‘이 세계의 대리자.’
‘……네?’
‘실패한 세상에서 난 당신을 찾기 위해 회귀해 왔습니다, 민지은 씨.’
“그건 바로 1회 차의 내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
“내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까망이가 나 말고 다른 사람과 계약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전 남운 씨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이 세상에 다시 등장했고, 까망이와 계약을 한 상태였던 거죠.”
회귀의 주체인 남운은 틀림없이 1회 차의 지은과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렇기에 남운이 자신을 지목하며 회귀자임을 밝혔던 이유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무언가 상당히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은이었다.
어떻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1회 차의 자신의 소망을 들어줬다는 이유로 분노한 까망이에게 회귀의 형벌을 명령받은 남운이 자신을 모를 수 있었던 것일까.
[시스템 알림 : 비밀로 하려 했었는데 대리자의 권능은 이렇게 발현되기도 하는군요.]그 해답을 알리는 듯한 시스템 알림창.
알림창이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 떠오른 것을 보며 지은이 대화에 어느 순간부터 끼어들지 않고 있는 이 자리의 또 다른 사람, 한그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대답해 주시죠.”
“…….”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당신은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한그루 씨, 아니…….”
확신을 담아 말하는 지은의 모습을 바라보며 커피 잔을 손에 든 채로 여유롭게 앉아 있던 한그루가 정말 재미있다는 듯 별안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어디까지 비밀로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
“정말이지 인간은 환경에 따라 이렇게도 변할 수 있구나!”
“당신은…… 제가 생각하는 존재가 정말 맞나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지은의 모습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인 한그루가 잔에 담긴 커피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구 덕분에 처음 마셔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 그래서 종종 인간의 모습으로 몰래몰래 놀러 다닐 때마다 마시고 있지.”
“당신은…… 정말로, 정말로.”
“…….”
“시스템, 당신이 시스템이 맞나요?”
“시스템이라니 그게 무슨…….”
떨리는 지은의 목소리와 함께 남운의 경악이 터져 나왔다. 각성자인 이상 시스템의 존재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모든 각성자에게 권능을 부여해 주었고, 던전의 발생 이후 기존의 모든 상식을 뒤집어 버린 특별한 존재.
그 시스템이 이 공간에 인간의 모습으로, 그것도 한그루의 모습을 하고 존재하고 있을 거란 상상조차 해 보지 못한 남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한그루가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안녕, 창조의 대리자.”
“정말이었어…….”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우리 사실은 구면이란다.”
그렇게 말한 한그루, 아니 시스템이 지은을 바라보았다.
마치 묻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듯한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 지은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방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긴장할 것 없어.”
“…….”
“지켜지지 않을 맹약이라. 맹약의 의미가 뭔지는 너희 인간들이 더욱 잘 알겠지?”
“굳게 맹세한 약속이란 뜻이죠.”
“맞아. 이 세계는 애초에 정령의 세계였어. 창조의 정령이 주관한 세계의 주인인 너희 인간들은 다들 저마다 창조의 권능을 사용해 아무것도 없던 이 인간계를 풍요롭게 만들어 왔지.”
“그리고 창조의 권능을 노린 신이 인간계를 지금 이렇게 만들어 놨고요.”
“그래, 그런데 너희가 말하는 1회 차의 대리자는 자신이 다시 대리자가 되는 것을 거부했지.”
“……맞아요.”
신과 까망이가 인간계를 두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은 본인부터가 창조의 대리자로 신과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는 존재였다. 1회 차엔 이기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들이 이길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고 퇴장하려 했던 지은은 어떠한 이유로 이 세계에 1회 차의 바람과는 다르게 다시 등장했다.
“봐라.”
“…….”
“절대 깨지지 않는 약속이 어디 있지?”
“……!”
“네가 대리자의 권능을 모두 사용하면서, 네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간절하게 바랐던 것은 바로 네가 다시 이 세상에 개입하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설마…….”
“먼저 맹약을 깼던 건 창조의 정령이다. 너의 존재를 다시 이 세상에 불러와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 건 창조의 정령 쪽이었다.”
“……까망이가!”
“애초에 나는 신과 창조의 정령 둘 사이를 중재하는 존재. 반드시 중립을 지켜야 함과 동시에 내 의지로 무언가 실행할 수 없는 처지다. 그것이 설령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창조의 정령의 부탁이라 할지라도.”
“……그 부탁을 그래도 들어준 건가요?”
“말했잖나. 깨지지 않는 약속이란 없다고. 그래서 내가 너를 이 세상에 다시 불러냈다.”
“아아…….”
“내가 중립을 깨면서까지 창조의 정령의 부탁을 들어준 이유가 과연 뭐라 생각하나, 창조의 대리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