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8화(1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8화
“손님을 받았어!”
영업이 끝난 늦은 밤.
장사를 마무리하고 한강 공원 벤치에 앉은 지은이 기분 좋게 입을 열었다.
기적이라 생각될 정도의 일이었다.
‘딱 한 번만 더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들어간 던전이 2층이었고, 거기서 진짜로 손님에게 음식을 만들어 팔기까지 했다.
<그런데 왜 굳이 돈은 환불해 준 거냥?>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너무나 맛있게 밥알 하나, 김치 하나까지 남김없이 먹어 준 손님이 너무 고마워서 처음에 받았던 돈까지 환불해 줬다.
환불은 절대 필요 없다며 한사코 손을 내젓는 손님에게 굳이 박박 우겨가며 환불을 해 줬던 이유는 하나였다.
“솔직히 나 오늘도 손님 한 명도 못 받았으면 한동안 던전 안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거든.”
<왜옹?>
“그냥…… 한 달 동안 너무 힘들었어. 나 누구 앞에서 그렇게 울어 본 거 할머니 돌아가시고 난 뒤로 처음이었거든.”
공원 벤치에 앉아 아직도 기분이 좋은 듯 방긋방긋 미소 짓고 있던 지은이 자신을 바라보는 까망이를 내려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손님이 너~무 없다 보니까, 사람 마음이 참 웃긴 게 그냥 주변 상황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 것뿐인데 문제를 나한테서 찾게 되더라.”
<주인은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냥.>
“알아. 나도 머리론 그걸 아는데 한편으로는 자꾸 의심이 되더라. 내가 행운 스탯이 0이라서? 그것도 아니면 요리를 잘 못해서? 손님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던전이 정해 놓은 건가 싶기도 했는데 이젠 아니야.”
<주인은 그 누구보다 자기 클래스에 맞게 노력하고 있다냥. 히든 정령인 내가 보증할 수 있다냥.>
“그치? 나 엄청 열심히 했어. 요리하는 거엔 진심이 아닌 적이 없다니까? 그리고 나,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야.”
시간이 모자라 손님이 원했던 치즈돈가스 정식을 만들지 못하고 온 게 조금 아쉬웠던 지은이였다.
간절한 마음으로 ‘어떻게 안 될까요?’ 하며 물어보던 손님에게 제대로 감사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폐점 시간이 다 되어서 던전 밖으로 나와 버렸던 것이었다.
“그 손님, 처음에는 엄청 놀라고 당황스러워하는 게 눈에 보였는데 내가 열심히 만든 돈가스를 딱! 한입 먹는 순간 엄청 기분 좋아 보였어.”
계속해서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진짜가 맞는지 의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앉았다가 하며 고민하던 손님이었다.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에 가져다줄 때까지만 해도 의심하던 손님이 음식을 싹싹 비웠을 때의 그 쾌감이란!
<주인도 기분 좋았냥?>
“그냥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내가 잘못한 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해 줘서…… 그게 고마워서 그랬어.”
그렇게 말하고는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켠 지은은 으으으, 하며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기분이 좋은 듯 표정이 밝았다.
뿌듯함이 밀려오고 난 뒤에 던전 밖의 현실로 복귀했을 때 찾아온 것은 피곤함이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밤 12시까지 18시간을 쉬지 않고 던전에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꼬박 한 달간 반복해 왔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아득바득 버텨 온 게 신기할 정도로 손님을 한 명 받는 것을 성공하고 나니 미뤄 뒀던 통증들이 지은을 찾아왔다.
“딱 3일만 쉬자, 우리.”
<좋은 생각이다냥. 어느 가게가 정기 휴일도 없이 매일 문을 여는 거냥. 내가 인터넷으로 다 찾아봤다냥.>
“병원도 가 봐야겠고, 손님을 기다리면서 생각해 봤던 것들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싶어.”
<3일이 뭐냥. 일주일은 쉬어도 된다냥.>
“안 돼. 어떻게 지금 패턴에 적응을 했는데 일주일이나 쉬고도 내가 아침 6시에 일어날 수 있을 거 같아?”
<음…… 그건 절대 아니다냥. 주인 처음 봤을 때 아침에 죽은 줄 알았다냥.>
“그래서 그렇게 얼굴을 발로 막 밟았어?”
<밟은 게 아니고 살아 있는지 확인한 거다냥!>
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까망이를 품에 안고 일어선 지은이 한 달 사이에 제법 쌀쌀해진 강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입고 있던 후드 티 모자를 뒤집어쓰고 천천히 집에 가는 길.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가벼운 귀갓길이었다.
* * *
그리고 그렇게 3일만 쉬려고 했던 지은은 다음날부터 몸살감기에 걸려 끔찍하게 앓았다.
심하게 무리를 한 탓에 지독하게 몸살에 걸린 지은은 병원조차 갈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침대 위에 누워 연신 기침을 해 대며 끙끙 앓아야 했다.
<주인, 얼굴이 핼쓱해졌다냥. 인간은 원래 이렇게 아프면 바로바로 티가 나는 거냥?>
“인간이 아니고 고양이도 아프면 바로바로 티가 나거든요.”
<안 되겠다, 주인. 좀 더 쉬어라냥.>
평소와 다르게 지은도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지금 몸 상태로는 칼에 손을 베이는 바보 같은 짓을 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터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완전히 몸 상태가 나아질 때까지 쭉 쉬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그런 지은을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해 차가운 물을 묻힌 수건을 입으로 물어서 날라 계속해서 지은의 이마에 놔 주고 수건이 마를까 계속해서 갈아 준 까망이 덕에, 지은은 이틀째 되는 날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병원에 다녀올 수 있었다.
병원에 가서 열을 재니 독감으로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도 모자라 수액까지 맞아야 했다.
몇 시간 만에 비틀거리며 복귀한 지은은 자신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까망이를 힘겹게 안아 들고는 침대에 누워 그대로 기절했다.
그 뒤로 꼬박 반나절을 내리 잠을 자고 몸을 움직이기 한 결 수월할 정도로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니, 곧바로 배에서 신호가 왔다.
“너무 배고프다……”
앓아누웠던 첫날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약과 물을 제외하고 제대로 입에 댄 음식이 없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음식을 차려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냉장고를 열자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간단하게 사왔던 당근과 양파, 애호박이 눈에 들어왔다.
부엌 서랍을 뒤져서 찾아낸 참치 캔을 손에 들고 잠깐 고민을 하던 지은이 결정한 식사 메뉴는 참치계란죽이었다.
모든 야채를 가볍게 씻어 잘게 다진 뒤에 냄비에 참기름을 한 바퀴 둘러 준 뒤 함께 볶아 내고 물을 알맞게 부어 준 뒤 다시마 3조각을 넣은 지은의 손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데우지 않은 즉석 밥을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냄비 안에 여러 개 넣고 다시마는 건져낸 뒤 밥이 어느 정도 풀어졌을 때 체에 걸러 기름기를 뺀 참치를 넣고 참치액젓도 두 숟가락 넣어 준 뒤 미리 풀어둔 계란을 휘휘 돌려가며 부어 준 뒤 한소끔 더 끓여 내니 부들부들한 계란죽이 완성되었다.
냄비 가득히 완성된 죽을 보며 까망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죽으로만 몇 끼를 해결할 생각이냥?>
“많이 해 놓고 배고플 때마다 다시 데워 먹으면 편하니까…….”
생각해보니 아파서 정신이 없었는데, 까망이가 자신을 간호해 주면서 한 번도 배가 고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지은이었다.
자신도 이렇게 배가 고픈데, 까망이는 오죽했을까.
“못 챙겨 줘서 미안해, 밥 먹자.”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참치 계란죽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양도, 냄새도 아주 훌륭했다.
거기에 깨를 솔솔 뿌리고 살짝 참기름을 더해 주니 한층 더 깊어진 냄새에 아픈 뒤로 처음으로 식욕이 돌기 시작했다.
까망이와 함께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후후 불어 식힌 죽을 한 숟가락 떠먹으니 참기름향이 솔솔 풍기는 고소한 참치와 계란의 감칠맛이 입 안에서 확 돌기 시작했다.
<진짜 고소하다냥.>
고소함의 집합체!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과하지도 않고, 죽으로 끓인 만큼 부드러워 술술 넘어가는 맛이었다.
냉장고에서 김치도 꺼내와 후후 불어 가며 함께 먹으니 몸살로 인해 축 쳐졌던 몸에 생기가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뭘 먹으니까 훨씬 낫네.”
그렇게 약국에서 받아 온 약을 꼬박꼬박 먹으며 죽을 매 끼니 잘 챙겨 먹은 지은은 5일째가 되는 날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몸을 회복했다.
그동안 지은이 한 것이라곤 침대에 누워서 밀린 드라마를 까망이와 함께 보거나 헌터 게시판을 정독하는 일이었다.
[@@@@3층 파티원 구합니다@@@@] [던전에서 길 잃은 썰 푼다] [오늘 자 송주혁 직찍.jpg] [잡템 급처합니다 쿨거 우대] [푸드 트럭 나만 봤냐고 진짜] [↑어그로임 무시ㅇㅇ]헌터 게시판에는 수많은 글들이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올라왔다.
어디서 어떤 아이템의 재료를 얻는지, 파티를 구해서 사냥을 갈 사람을 모집한다든지, 상위 랭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는 글이라든지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글도 많이 보였다.
그밖에도 초보자들을 위한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의 공략 방법이나, 현재까지 개척된 던전들의 정보 등 알아 두면 굉장히 유익한 것들이 많았다.
필기까지 해 가며 중요하다고 생각한 정보들을 적어 놨던 자신만의 단기 속성 공략 노트를 펼친 채로 침대에 누워 헌터 게시판을 확인 하던 지은의 눈이 하나의 기사에 고정되었다.
‘랭킹 1위 송주혁, 오랜만의 공식 석상 등장. 5층 미개척 지역 토벌전에 대한 입장 발표 준비?’
‘5층 토벌전 진행 가속화되나?’
‘청명 길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5층 토벌전을 준비 중] 공식 입장 밝혀…….’
‘태백 길드, [5층 토벌, 고작 하나의 길드에서 단독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 공식 성명 발표.’
관련 영상 클립까지 있는 공식 헌터 커뮤니티 공식 기사였다.
서둘러 영상을 재생하자 4층에서 첫 손님으로 만났던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5층 토벌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추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샌드위치를 건네받으며 웃던 그때의 모습과는 다르게 무표정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는 송주혁의 인상은 매우 차가워 보였다.
로컬 랭킹 1위와 월드 랭킹 2위에 빛나는 저 남자가 샌드위치를 1개당 100만 원에 샀던 그 남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공식 석상에서의 모습은 던전 안에서 만났을 때의 친근한 모습과 차이가 있었다.
“아, 맞다! 게이트석!”
인벤토리 한구석에 들어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게이트석이 생각난 지은이 자세를 고쳐 앉고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게이트석은 자신이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니었다.
애초에 던전에 들어갈 땐 자신의 스킬로 들어가면 되었기에 지은에게는 하등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다.
게이트석에 대해 알아본 바로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굉장히 희박한 확률로 나오는 아이템이라고 했다.
가장 최근에 거래된 게이트석을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고 사 간 것이 태백 길드라고 했다.
길드 규모에서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는 이 게이트석을 경매장에 올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질 위험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레벨 1에 불과한 비전투 계열 각성자가 이런 아이템을 어떻게 어디서 구했는지 하나하나 캐묻다 보면 자신의 스킬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던전 안에서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것이 매우 수상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사람들에게 그저 신기한 능력이라고만 인지되길 바랐다. 푸드 트럭이 어떻게 던전 안에 이동할 수 있는지 거대 길드 차원에서 파고들 여지를 절대 주면 안 됐다.
특히 스킬에 대한 정보는 반드시 숨겨야 했다.
패시브 스킬 레벨이 [주인 마음대로]로 올라 한 번 가 본 곳이라면 미개척 구역은 물론이고 던전의 어디든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과연 길드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중에 1층과 2층에서만 장사를 해 상급 헌터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장사를 할 계획을 세웠던 지은이였다.
그리고 그런 계획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지은의 첫 손님이자 4층 이상의 던전에서 유일하게 만났던 사람인 송주혁이었다.
‘잠깐, 5층 토벌전?’
지은이 서둘러 다시 기사를 살펴보았다.
20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는 5층.
그 5층 던전에 자신은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던전의 위치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숨이 막힐 듯한 더위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사방에 일렁이던 새빨간 불꽃.
발을 내딛는 순간 기분 나쁜 감각이 엄습하던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
지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쪽에서 조금이나마 눈치채고 접근하기 전에…… 먼저 만나러 가는 게 좋겠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때로는 과감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영상에 나오는 주혁의 얼굴을 바라보던 지은이 깊은 생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