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89화(19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89화
지금 한그루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시스템의 말대로라면, 신과 까망이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할 의무를 시스템 스스로 거슬렀다는 말이었다.
자신이 지은을 다시 이 세계로 불러들였다고 말하는 시스템을 바라보던 그녀가 느낀 감정은 하나였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표정인데, 제가 느낀 게 맞나요?”
“그래, 꼭 맞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지.”
“중립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시스템이 어째서 까망이의 부탁을 들어줬는지 이유는 들어 봐야겠죠.”
“이유, 이유라…… 이유를 대자면 많은데. 일단 나를 창조해 낸 존재가 창조의 정령이니, 사실상 나에겐 너희 인간들의 입장으로 보자면 아버지나 다름없는 존재 아닌가?”
까망이를 아빠라고 불렀던 아실리아나 다른 정령왕들처럼 시스템 또한 까망이가 만들어 낸 존재였다. 그러나 자신을 창조해 낸 창조주의 부탁이라 들어줬다고 하기엔 시스템의 표정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이유 말고요.”
“음…….”
“어차피 전 당신이 이유를 속여 넘긴다고 해도, 지금 당신을 찾아낸 것처럼 또다시 해답을 찾을 거예요. 그게 당신이 불러낸 이번 회차의 저의 운명일 테고.”
“운명이라. 운명은 보통 신이 점지해 준다고 인간들이 믿고 있는 게 아니었나? 신의 적대자인 네게서 나올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요. 신이 이런 존재였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았다면 이 세상에 신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텐데.”
“운명 말고 다른 말은 없나?”
“저의 의지라고 하죠.”
“의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당신을 지금 이 자리에서 만난 것처럼, 이번에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내 앞에 길을 창조해 줄 테니까요.”
바뀐 지은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시스템이 흐음, 하는 추임새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수없이 변화하는 인간계를 관망하기도 하고, 직접 인간의 모습으로 겪어 보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시스템이었다. 그 긴 세월 속에서 시스템은 어째서 신이 창조의 권능을 탐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수없이 겪어 온 인간들의 놀라운 능력들. 유한한 시간 위에서 인간들은 저마다 삶 속에서 무한한 시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인간들조차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 가며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 변화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재미있었다. 직접 겪어 보고 나니 더더욱.
그래서 시스템은 자신의 창조주인 까망이가 걸어 놓은 금제를 깨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왔다. 인간의 사고로 생각하고 인간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영역에 조금씩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그래, 대리자여. 너의 의지가 그러하듯 나 또한 나의 의지로 너를 다시 불러온 것이다.”
“……당신의 의지는 어떤 방향이었나요?”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우습지만, 난 지금의 인간계가 좋다.”
“그 말은……!”
지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스템 역시 자신들의 편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지은은 이내 이어지는 시스템의 말에 얼굴을 굳혀야 했다.
“너희 편에 서겠다는 말이 아니다.”
“…….”
“난 ‘지금’의 인간계가 좋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신과 정령이 싸우고 있는 지금. 나의 소관으로 너희에게 다양한 권능을 제공해 주고 있는 바로 지금 말이지.”
“세상에…….”
남운 역시 시스템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린 듯 지은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시스템은 던전이 생겨나기 전의 인간계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열심히 해 보거라. 이 세계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는 시스템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시스템이 단순히 인간계가 신의 손에 멸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신을 불러낸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을 쭉 유지하는 것을 바란다는 것은 또 다른 세력이 생겨났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신은 인간계를 완전히 멸망시키며 얻어 낸 창조의 권능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춰 인간계를 재창조하길 원한다. 정령은 그런 신에게 맞서 인간계를 신의 개입이 없었던 상태로 돌려놓길 원한다. 그리고 시스템은 그 둘 사이에서 이 상황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 버린 세 갈래의 신적 존재들의 생각.
그 생각들에 휘둘리는 것은 결국 한낱 인간들일 뿐이었다. 불합리하다고 느껴졌지만 그것이 지금 인간계의 현실이었다.
복잡한 감정에 휘말린 지은이 할 말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 시스템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재수 없어.”
“저도 동감합니다.”
지켜질 리 없는 맹약이란 뜻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인 시스템은 현재 상황을 중립이라고 보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던전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 상황을 중립이라 여긴 채 마음에 들어 하니, 어느 한쪽으로 승리의 무게 추가 기울어진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신 쪽으로 승기가 점점 잡혀 가자 기어코 지은을 다시 이 세계에 불러 왔다 말하는 시스템을 바라보며 그녀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보지 말거라, 창조의 대리자여.”
“…….”
“어차피 나는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 몇 년이 걸리든, 몇십 년이 걸리든, 너의 선에서 끝내지 못하여 다음 대의 대리자에게 인계를 하든.”
“…….”
“너희에겐 매우 긴 시간이겠지만, 나에겐 그저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그러니 열심히 발버둥 쳐 보거라.”
“하, 지금 그걸 말이라고……!”
“내가 너를 불러오지 않았다면 어차피 진작에 끝났을 싸움이다. 너희 인간과 정령의 입장에선 기회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건…….”
재수 없게 느껴졌지만 시스템이 하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었다. 지은이 정말로 이 세계에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면, 까망이는 차라리 이 세계가 멸망하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너희 인간들의 그 무한한 상상력과 의지로.”
“…….”
“나를 조금 더 즐겁게 만들어 주려무나.”
[시스템 알림 : 퀘스트 ‘지켜질 리 없는 맹약’의 완료 조건이 새롭게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 조건 : 현 상태 유지.] [퀘스트 완료 보상 : 시스템의 대리자 권한 획득.] [시스템의 입장에서 현재 인간계는 가장 중립에 적합한 상태라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원하는 현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시스템은 자신의 대리자를 내세워 인간계를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새롭게 떠오른 알림 내용을 확인한 지은이 시스템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딘가 나사가 어긋나 있는 듯한 의지의 발현. 인간계의 멸망을 바라진 않는다는 점에서 인간의 편인 것 같아 보이지만, 현재 가장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던전과 균열의 유지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신의 편인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시스템은 누구의 편이라고 따로 말할 수 없는 독자적인 세력이었다.
신과 정령들의 사이를 중재할 권한을 부여받았으니, 실질적으로 현재 인간계를 관리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시스템이었다. 지금 지은의 앞에 선명하게 떠올라 있는 시스템 알림창만 놓고 보더라도 가장 인간계에 직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시스템이 맞았다.
“인간계를 계속해서 주관하고 싶었던 거군요, 당신.”
“나는 인간계를 사랑해.”
“그런 비뚤어진 사랑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요.”
“비뚤어졌다고, 내가?”
“의지를 가지지 않고 중립만을 유지하는 것이 당신의 의무였어요.”
“…….”
“하지만 뭐 좋아요. 당신 덕에 내가 이 세상에 다시 불려 나왔으니 감사 인사를 드릴게요.”
“흐음?”
“당신은 어찌 되었든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입장이니, 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증명해 보일게요.”
“…….”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지는 잘 모르겠지만.”
“허어…….”
그렇게 말한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난 채로 자신과 남운을 번갈아 가리켰다. 그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는 시스템에게 지은이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저와, 그리고 저랑 같이 있는 사람들이.”
“…….”
“그리 오래 걸리진 않게 만들 거니까요.”
“기대되는구나.”
“그러니 이제 그만 당신이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세요.”
웃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지금 지은이 내뱉은 말은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창조의 정령이 만들어 낸 시스템에게 창조의 대리자가 명령을 내린다. 더 이상 인간계에 직접 개입하지 말고 인간계의 일을 인간들이 직접 마무리하는 것을 지켜보도록.
“그래, 그것이 너의 뜻이라면 따라야겠지.”
“진짜 한그루 씨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유일하게 시스템이 개입해 이 장소에서 회귀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던 ‘진짜’ 한그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1회 차에 봉인되었던 한그루의 모습을 하고 시스템이 계속 이 장소에서 존재해 왔다면, 그동안 지은이 알고 있었던 한그루는 누구일까.
지은의 질문에 못 당하겠다는 듯 시스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지 마라, 대리자여.”
“…….”
“즐거운 유희였다. 신도, 창조의 정령도 모르고 있었던 내 유희를 결국엔 대리자인 네가 마무리하는구나.”
“정말 당신이 한그루의 모습으로 바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그래, 나름대로 내 의지를 가지고 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
“…….”
“그래서 너희도 도와주고, 신도 도와주고, 뭐 그런 식으로. ……그렇게 보지 마. 나도 내가 잘못한 거 알고 있으니까.”
“하…… 당신은 정말…….”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한그루가 사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었다는 자백에 지은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깨지지 않는 약속은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한 사람의 인생을 이곳에 묶어 두고, 더 나아가 뺏은 몸으로 다른 사람들의 운명에도 관여하려고 했던 시스템의 머리를 프라이팬으로 내리치고 싶었다.
“창조의 정령께 내가 개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릴 건가?”
“당연하죠. 당신이 다시는 인간계에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그건 좀 많이 아쉬운데. 거래를 하나 하는 게 어떻겠나.”
“거래요?”
다시는 인간계에 나오지 못할 거라는 지은의 엄포에 거래를 제안하는 시스템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기가 차다는 듯 ‘거래는 무슨 거래!’라고 소리쳤다.
그런 지은을 막아선 것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남운이었다.
“일단 무슨 거래인지 들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남운 씨?”
“적어도 확실히 하고 가야 할 것이 아직 남지 않았습니까.”
“아…….”
“1회 차에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이 세계의 멸망을 막으려 했던 진짜 ‘성자’를 온전히 돌려받아야 하니까요,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