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0화(19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0화
진짜 ‘성자’ 한그루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남운의 말대로였다. 지금 시점에서 시스템이 자신의 입맛대로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한그루의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1회 차의 진짜 성자를 온전히 돌려 달라는 남운의 말에 시스템이 곤란하다는 듯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나도 뭐 그러고 싶지만.”
“…….”
“한그루는 내 대리자야. 나도 이 세계에 대리자를 내세울 자격은 충분해.”
“그러니 거래를 하자는 말인가요?”
“그렇지,”
“뭘 원하는 건데요?”
“일단 내가 거래 내용으로 제시할 것은 한그루의 기억이지.”
한그루의 기억을 거래 내용으로 제시한다는 시스템의 말에 지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지은의 표정을 보며 시스템이 말했다.
“한그루를 어떤 상태로 돌려받길 원하지?”
시스템의 말에 지은은 벙찐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말문이 턱 하고 막힌 지은은 이내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것을 느꼈다. 한 명의 사람인 한그루를 마치 다 쓰고 난 물건처럼 대하는 시스템의 말투에 간신히 화를 억누른 지은이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한그루 씨는 물건이 아니에요. 어떤 상태로 돌려받길 원한다뇨!”
“내가 한그루의 몸으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
“편하긴 했지. 나도 손해 보는 거라고.”
“하…….”
“그러니 거래 조건으로 제시하는 거 아닌가. 너희는 회귀를 반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한그루의 기억은 1회 차에 머물러 있을 거다.”
“한그루 씨의 기억을 조작이라도 해 주겠다는 말인가요?”
“그게 편하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시스템을 바라보던 지은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지은의 모습을 보며 남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화가 정말 많이 나셨군.’
남운의 생각대로 지은은 지금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었다. 자기 입으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지금 상황이 너무 재밌고 좋으니 자신도 신과 정령의 싸움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시스템의 궤변까지는 참아 줄 수 있었다. 시스템이 말한 대로 그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충분한 위치였다.
여기까지는 그래 그렇다고 치자. 지은이 가장 화가 났던 점은 따로 있었다.
한국에서만 해도 하루에도 던전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이 정말로 간절하게 원해서 각성을 하게 된 사람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냥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각성,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가 균열에 휘말린 상태에서 각성. 의도한 적 없이 각성한 사람들이 던전 공략에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이 상황에서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선택한 각성자들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마나 폭주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지는 못할 망정이지 자신의 대리자를 세우겠다? 그것도 로컬 랭킹 3위이자 던전 공략과 국토방위에 진심인 한그루의 몸을 이 공간에 가둔 채로 몸을 빼앗고?
눈을 질끈 감은 채 화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던 지은이 말했다.
“그냥 회귀 전의 한그루 씨의 기억은 건드리지 말아 주시죠.”
“편한 길을 놔두고 굳이 돌아가려 하다니.”
“그는 인간이니까요. 존중받아 마땅한.”
“…….”
“그러니 얌전히 한그루 씨의 몸에서 나가기나 하세요.”
“존중받아 마땅한 인간이라…… 한그루가 과연 지금 상황을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건가?”
“…….”
시스템의 말대로 1회 차의 기억밖에 없는 한그루가 지금 다시 몸을 되찾는다면 그가 겪을 심리적 고통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지난 과거에서 유일한 희망이라 여기고 자신을 희생했던 그가 사실은 시스템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희생이 무의미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심적 고통을 받을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빌어 시스템이 신의 편을 들기도 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지금도 신의 그림자인 키드와 접촉을 한 정황은 물론이고 시스템의 자백 아닌 자백까지 있었으니, 자신이 직접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마나 폭주를 유발시켜 사상자를 냈고, 그 것을 덮으려고 노력까지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한그루는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시스템의 물음에 답변을 한 것은 남운이었다.
“제가 기억하는 그라면, 충분히 견뎌 낼 수 있을 겁니다.”
“인간들은 인간을 너무 쉽게 믿는 경향이 있지.”
“쉽게 믿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마지막까지 보여 줬던 그의 의지를 믿는 거죠.”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며 뜻대로 하라는 듯 남운이 지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지은은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불안을 털어 내고는 말했다.
“제시할 조건이 그거 하나뿐인가요?”
“그렇지, 내 입장에서 이미 내 의도를 들킨 이상 더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까.”
“그러면 거래는 없을 거예요. 전 범죄자와는 타협하지 않는 주의라서요.”
언젠가 주혁이 성지훈을 윽박지르며 했던 말을 그대로 시스템에게 똑같이 읊어 주는 지은이었다. 애초에 그 어떤 제안을 제시한다고 해도 거래에 응할 생각은 지은에겐 없었다.
“하나만 물어보죠. 이건 거래가 아니라 대리자로서의 명령이에요.”
“그래, 물어보거라.”
“시스템, 당신은 이 세계가 지금 회귀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에게 발설한 적이 있나요?”
“…….”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당신이 이 세계에 직접 끼어들었으니 분명 페널티가 있었을 거예요. 까망이는 전혀 이 사실을 몰랐던 것 같고. 신은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은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한그루가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신의 대리자인 키드가 한그루에게 접근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균열의 발생을 저지하는 것에 쏟아부었던 한그루의 성향을 1회 차의 신은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9회 차에 지은처럼 다시 등장했는데, 신이 미치지 않고서야 확실한 인간의 편인 한그루에게 접촉했을까?
타당한 지은의 의문에 어느새 한그루의 모습에서 벗어나 검은 도포를 입은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시스템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
“지금 상황에서 한그루까지 너희 편으로 돌아선다면 신은 절대적으로 불리해.”
“그걸 알면서도!”
콰앙!
겨우겨우 억누르고 있던 화가 폭발했다.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친 지은의 몸 뒤로 넘실거리는 대리자의 권능. 주인의 분노를 여실히 드러내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지은의 붉은 아우라에 남운이 흠칫 몸을 떨었다.
“대리자라고는 하지만 너 역시 인간. 인간의 기준에서 신적 존재들을 판단하려 하지 말거라.”
“…….”
“내가 창조의 정령의 손을 한 번 들어 줬으니, 당연히 신의 손도 한 번 들어 준 것뿐이다. 내가 신에게 알려 준 것은 이번 회차 역시 신의 승리로 끝난다면 당신이 원하던 것을 비로소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란 사실이었다.”
“세상에…….”
“그 정도로 너의 존재를 다시 이 세계에 불러낸 것은 신에게 엄청난 페널티였다는 뜻이다.”
“미쳤어…… 미쳤다고.”
시스템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을 했지만 지은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로 인해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이번 회차가 자신의 승리로 끝나면 마침내 창조의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거란 말을 들은 신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지은 씨!”
휘청이는 지은을 급히 부축한 남운이 그녀를 다급하게 의자에 앉혔다. 신에게 이 모든 사실을 발설했다는 시스템의 말을 듣고 난 뒤부터 지은이 불안에 빠진 듯 끊임없이 입술을 짓씹는 것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남운이 시스템에게 말했다.
“신적 존재라 하셨습니까.”
“형벌을 받고 있는 죄인이 지금 감히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인가?”
“……어차피 이번 회차를 승리로 장식한다면 면죄될 형벌입니다.”
“마지막 기회까지 아무것도 네 손으로 이룬 적이 없으면서 승리를 단언하는 꼴이 우습구나. 이 공간 역시 네가 대리자에게 알려 준 것이겠지.”
“이곳을 지은 씨에게 알려 준 것은 제가 맞지만, 당신을 알아본 것은 지은 씨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1회 차의 제 형벌이 시작된 이후의 세계를 당신은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흐음.”
“그 세계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남운의 질문에 시스템이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
“완전한 승리도, 완전한 패배도 없던 그 세계의 주인은 누가 되었을 것 같나?”
“설마…….”
시스템이 말하는 의도를 알아챈 남운이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창조의 기운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였던 신은 창조의 기운을 지금까지 손에 넣지 못했고, 신을 몰아내려 했었던 정령들은 아직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 유일한 승리 조건을 갖춘 것은 다름 아닌 시스템이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어정쩡한 세계를 먹어 치운 것은 바로 시스템이었다.
“나도 너희 인간들이 이런 잔꾀를 부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지.”
“…….”
“한 번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고스란히 뺏긴 지금.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과연 가만히 있어 줄 것 같은가?”
“당신!”
“시끄럽다. 이만 다들 내 공간에서 나가거라.”
자신에게 달려드는 남운을 귀찮다는 듯 손짓 한 번만으로 멀리 날려 보낸 시스템이 지은과 남운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그 말과 동시에 날아가 벽에 처박혔던 남운의 신형이 자취를 감췄다.
“나 또한 신적 존재가 아닌, 세계를 관장하는 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을.”
남운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 뒤 여유롭게 커피 잔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리던 시스템이 순간 등 뒤로 일렁이는 강렬한 기운에 몸을 흠칫 굳혔다.
“그런 꿍꿍이가 있었구나.”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만큼이나 섬뜩하기까지 한 말투였다. 당연히 지은도 남운과 함께 자신의 공간에서 추방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시스템이 흠칫하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설마 했는데, 그런 헛된 꿈을 꾸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
“……대리자의 권능이 이 정도로 강력할 줄은 꿈에도 몰랐군.”
“저에 대한 기억이 1회 차에 머물러 있는 건 한그루 씨뿐만이 아니라 당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
화르륵.
마치 강렬한 불처럼 선연히 일어나는 기운. 순전한 대리자의 권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강렬하게 느껴지는 기운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던 시스템은 지은이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꺼내 든 파우치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나와 한번 해 보자는 건가?”
“…….”
“잘 선택해야 할 거야. 지금 네가 나를 억압한다면 한그루를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거다.”
“…….”
“네가 날 억압하면 앞으로 헌터들은 나를 통해 어떤 이득도 취하지 못할 거다. 던전과 균열에 맞서 싸우는 것을 원했던 것은 너희 인간들이지만! 그 것을 지금까지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나였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뒷걸음질 치는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걸음씩 앞으로 걸어오는 지은에게 다급하게 시스템이 소리쳤다. 시스템의 공간이 그런 지은의 발걸음에 맞춰 요동치기 시작했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다음 순간, 시스템은 너무나 선명하게 들려오는 자신의 창조주의 목소리에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
이 자리에 존재할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목소리에 시스템이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젓는 것과 동시에, 지은의 파우치에서 까망이가 고개를 불쑥 내밀며 말했다.
<지금까지 네가 감히 나를 기만하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