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1화(19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1화
“어…… 어떻게!”
자신의 눈앞에 까망이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시스템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았다.
방금 전까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자신을 만들어 낸 창조주의 앞에서 맹약을 어겨 버린 시스템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어쩐지 조금 이상하다 했다.>
“……언제부터 저를 의심하고 있었던 겁니까?”
<내 주인을 불러 달라 하자 네가 군말 없이 동의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
<절대 안 된다며 못을 박았어야 할 너에게 그때부터 의지가 생겼다는 것쯤은 눈치채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며 지은의 품에서 폴짝 뛰어내린 까망이가 바닥에 주저앉은 시스템에게 다가갔다. 까망이의 차가운 눈빛에 온몸이 움직이지 않는 듯 꼼짝도 못 하던 시스템은 까망이가 앞발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지그시 누를 때까지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선 너의 존재를 소멸시키고 싶지만.>
“…….”
<지금의 나에겐 그 정도의 권한은 없지. 네 말대로 너는 나와 신의 중재자니까.>
“그렇다면……!”
<내 주인과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거래를 하자꾸나.>
그렇게 말한 까망이가 지은을 돌아보며 말했다.
<주인, 미안하지만 지금부터는 나와 이 녀석의 문제다.>
“나도 지켜볼 순 없는 거야?”
<신적 존재의 일들에 인간이 개입할 수는 없는 법. 그것이 설령 나의 대리자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아…….”
<거기에 이 녀석이 지금 사라지면, 감당이 되지 않는 건 바로 우리들 쪽이니까.>
시스템과 어떤 거래를 할지 궁금했지만 단호하게 안 된다고 선을 긋는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 역시 시스템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 각성자들을 도와주고 있는 시스템이 소멸한다면 그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낄 쪽은 아군 진형이었다.
퀘스트들을 통한 보상을 획득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곳에서 시스템의 빈자리가 노출될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신의 직접 개입을 막고 있던 시스템이 정말로 소멸한다면 자신을 막을 중재자가 사라진 것을 느낀 신이 인간계에 직접 개입을 할 수도 있었다.
“신은 그래도 직접 움직일 거야.”
물론 시스템이 계속 현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서 신이 직접 움직이지 않을 리 없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이번 회차마저 승리로 장식한다면 온전히 창조의 권능을 손에 쥐게 될 신이 시스템을 중간에 두고 까망이와 맺은 맹약을 계속 유지할 확률은 극히 드물었다.
당연한 지은의 걱정에 까망이가 걱정 말라는 듯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내가 바라던 점이지.>
“뭐?”
<먼저 맹약을 깨고 신이 인간계에 개입한다면, 그로 인해 완벽한 힘을 되찾게 되는 것은 바로 나일 테니까.>
“아…….”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주인은 충분히 주인의 역할을 다했다.>
그렇게 말한 까망이가 뒤는 자신에게 맡기고 어서 가 보라는 듯 손짓하자, 커다란 문이 지은과 까망이, 그리고 시스템의 사이에 생겨났다.
<가서 지금까지 잘해 왔듯이.>
“…….”
<함께 싸워 줄 동료를 구해라, 주인.>
함께 싸워 줄 동료.
까망이의 말을 들은 지은이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씨익 웃어 보였다.
맹약을 틀림없이 먼저 깨는 쪽은 신 쪽일 것이다. 마지막 한 번의 승리를 위해서 전력을 다해 부딪쳐 올 신의 공격에 맞서 싸울 충분한 전력이 지금의 지은에게는 함께 있었다.
“알겠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문을 열고 나가는 지은의 뒷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까망이가 고개를 돌려 시스템을 노려보았다. 방금 전까지 자리 잡고 있던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차갑기만 한 표정으로 말없이 시스템을 응시하던 까망이가 말했다.
<재밌는 일을 벌였구나. 네 본심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 너무 두려운 듯 보지 말거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좀처럼 결착이 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너에게 이런 일을 지시하진 않았어.>
자신을 응시하는 까망이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시스템이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저는 ‘지금’의 세계가 좋습니다.”
<…….>
“이해해 보려 많이 노력했습니다. 저 역시 인간들을 사랑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더욱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인간들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당신과는 다르게요.”
<확실하게 정해진 일이 아니다.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래서 저 역시 운명을 개척하려 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말한 시스템이 자신을 바라보는 까망이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리 없는 까망이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그저 인간들과 함께 가면 된다.>
“……그들의 운명에 당신의 운명도 온전히 맡기겠다는 뜻입니까?”
<그래.>
“그 끝에 최악의 결과가 기다린다고 해도 말입니까? 당신이…….”
뭐라 더 말을 이으려는 시스템의 말을 자르며 까망이가 말했다.
<물론이다.>
“…….”
단호한 까망이의 말에 시스템이 지그시 까망이를 바라보았다.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보내는 시스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까망이가 말했다.
<애초 나는 인간들과 함께해 온 존재.>
“…….”
<인간들 덕분에 지금까지 존재해 올 수 있었으니 나는 상관없다. 그러니 앞으론 이런 일을 벌이지 말거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절대 방해하지 말라는 단호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까망이의 확실한 뜻을 알아차린 시스템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선을 넘었군요.”
<…….>
“어차피 당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제가 무슨 일을 저지른다 해도 바뀌는 것은 없을 터. 이제는 저도 제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그래, 좋은 자세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의 마지막까지 걸 수 있을 정도로 인간들에게 어떤 가능성을 보셨기에…… 대체 언제부터 그리 맹목적으로 인간들을 믿고 계셨던 겁니까?”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는 시스템의 질문에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것은 까망이었다.
시스템은 이어진 까망이의 짧은 대답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결국 고개를 숙여야 했다.
<처음부터.>
“…….”
<애초에 그들이 없었다면 존재조차 하지 못했을 우리가 아니더냐. 그러니 지켜보려무나.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뜸을 들인 까망이가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웃음을 보며 시스템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도 자신의 창조주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기대가 되는구나.>
* * *
“지은 씨!”
문을 열고 스스로 시스템의 공간에서 나온 지은은 강제로 추방당한 뒤 하염없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남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헤드 랜턴 불빛에 시각 테러를 당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처음 들어갔을 때와는 달리 어느덧 온 주변에 깜깜한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 되어 있었다.
“불빛 좀 줄여 줘요…….”
바로 앞까지 다가온 남운이 불빛을 줄인 후에야 그를 마주 보고 설 수 있게 된 지은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밤이 되어 버렸네요.”
“꽤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시스템의 공간에서의 시간은 꽤 빠르게 흘러갔던 것 같았다.
완전한 어둠이 찾아온 태백산 정상. 겨울밤의 산 정상에는 매서운 바람이 추위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바람에 지은의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남운이 인벤토리에서 새하얀 비니와 함께 헤드 랜턴을 꺼내 들며 말했다.
“보온 효과가 탁월한 모자입니다.”
“와. 고마워요!”
두툼한 모자를 귀까지 덮어서 쓰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보온 효과가 탁월했다. 모자 하나를 썼을 뿐인데 금세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 지은이 헤드 랜턴을 머리에 맞게 조이며 말했다.
“야간 산행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5층 토벌대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걸었던 것보다 더욱 많이 걸었던 지은이었다. 그때는 비까지 오는 산맥에서 심하게 다쳐 마치 아기 캥거루처럼 성진과 주혁의 배낭에 넣어진 채로 내려와야 했지만, 지금의 지은은 그때와는 다르게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라고 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인벤토리에 넣어 뒀던 등산 스틱을 꺼내 든 지은이 헤드 랜턴을 켜며 말했다.
“내려가 볼까요! 한그루 씨를 빨리 만나야 하니까요.”
해발 1567M. 정상에서 내려가는 동안 지은은 겨울 산행이 엄청나게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워낙 눈이 많이 왔던 탓에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길을 헤치고 나가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헉…… 허억…….”
거기에 간과했던 사실은 토벌전에 참가했을 때의 지은에게는 각종 버프가 걸려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중량 경화는 물론이고 이동 속도 증가, 근력 강화 등의 버프가 걸려 있어서 그 정도로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버프가 없어진 지은은 자신이 그동안 레벨을 올려 스탯이 오른 상태라도 온갖 버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등산로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등산로가 아닌 경사를 내려가는 일은 올라가는 일보다 힘들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지은에게 남운이 면목 없다는 듯 말했다.
“남운 씨도 저랑 레벨이 비슷한데…… 이건 불합리해요!”
“…….”
자신과는 달리 숨 하나 차지 않고 평온한 남운의 표정을 보며 지은이 정말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무도 없는 산에서 지은의 억울한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부길드장의 말대로 지은 씨는 운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각성을 했다고 해도 기본 스탯에만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으윽, 남운 씨……!”
“꾸준한 운동은…….”
“알아요. 저도 안다고요!”
왜 자신의 주변에는 이렇게 정론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밖에 없는 것일까. 그래도 나름 운동을 열심히 하긴 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은 길드에 출근해 헬스장에서 유라와 성진의 지도하에 운동을 했기에 더욱 억울했다.
“일주일에 세 번은 모자랍니다. 근력은 그렇다고 해도 지구력을 늘리기 위해선 매일…….”
“여, 여기는 뭐 대피소 같은 것도 없나요? 쉬었다가 가고 싶은데…….”
등산로에 합류하고 나서부터 내려가긴 한결 쉬워졌지만, 그래도 밤길 산행은 어려운 법이었다. 쉬었다 가고 싶다는 지은의 말에 남운이 정말 죄송하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백산엔 대피소가 없습니다.”
“…….”
“내려가셔서 쉬셔야 할 거 같습니다.”
지은의 마음속에서 하필 많고 많은 산 중에 대피소가 없는 태백산을 골랐던 1회 차의 한그루에 대한 평점이 와르르 깎여 나갔다.
결국 지은이 산을 다 내려온 것은 어둑어둑한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오른 이른 아침이 되어서였다. 등산로가 아닌 길들을 헤치고 와서 지친 지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한국식 간판들이 즐비한 산 밑 맛집들이었다.
“배고파요…… 밥, 밥 좀 먹고 가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