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2화(19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2화
이름난 산 밑에 있는 음식점들. 그중에서도 3대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휘황찬란한 간판의 음식점에 들어온 지은과 남운은 한 상 가득 차려져 나오기 시작한 반찬에 부지런히 젓가락을 움직여 허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새하얀 콘샐러드와 함께 표고버섯볶음, 도라지무침, 석박지로 이루어진 기본 반찬들로 이미 밥 한 공기를 비운 남운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어 보인 주인 할머니가 말했다.
“어휴, 벌써 반찬을 다 드셨네! 입맛에 좀 맞아요?”
“괜히 3대째 이어져 오는 맛집이 아니군요. 고향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어머, 젊은 친구가 립 서비스도 좋아. 내 반찬 좀 더 가져다드릴게.”
“감사합니다.”
남운 못지않게 취나물무침을 새하얀 밥 위에 올려 먹는 지은의 모습 역시 진지했다. 산행의 고단함이 안겨 준 허기는 최고의 반찬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한식을 가장 좋아하는 지은의 입맛에 꼭 맞는 다양한 나물무침들은 그녀조차 토종닭 백숙이 나오기도 전에 밥 반 공기를 비울 정도였다.
“하…… 조금 살겠네요.”
시원한 보리차 한 모금을 꿀꺽 넘긴 지은이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본격적으로 넓은 솥에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백숙이 등장하자, 지은은 한동안 말을 하는 것도 잊은 채 야들야들한 살코기를 명이나물에 싸 먹기도 하고, 도라지무침과 곁들여 먹기도 하면서 열정적으로 백숙을 공략했다.
“많이 드십시오, 지은 씨.”
이미 지은이 공략하고 있던 큼직한 닭 다리 위로 또 하나의 다리가 올라왔다. 백숙의 다리 두 개를 모두 지은에게 양보한 남운이 감동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지은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다리 두 개를 제가 다 먹기는 너무 양심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저는 닭 다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앞으로 닭 요리를 먹으려면 남운 씨 앞에 앉아야겠네요.”
다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남운은 정말로 퍽퍽한 가슴살을 자신의 앞접시에 옮겨 담았다. 평소에도 자주 먹는 닭 가슴살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좀처럼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맛있는 다리 부위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따로 닭을 산장에 풀어서 키운다는 주인 할머니의 말씀대로 튼실한 토종닭의 다리를 두 개나 먹고 나니 배가 차는 것이 느껴졌다. 진한 한방 육수에 풀어 놓은 찰밥을 숟가락 가득 뜬 후 부드러운 살코기를 올려 그 위에 김을 싸 먹는 맛이란.
“이런 게 등산의 묘미라고 하던데, 정말 그 말이 맞네요.”
전쟁 같은 식사를 마치고 목 끝까지 올라온 배부름을 만끽하며 편한 자세로 늘어진 지은을 보며 남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된 산행 이후에 먹는 맛있는 음식만큼이나 좋은 것은 없죠.”
“그렇다고 해도 이제 산에는 오르지 않을 거예요.”
지은의 말에 남운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배도 채울 만큼 채웠으니,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지은의 생각을 들어야 할 때였다. 시스템조차 신과 정령의 싸움에 끼어들었다면 앞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나 많았다.
“시스템을 어떻게 견제해야 할지 저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군요. 지은 씨는 생각해 두신 방법이 있습니까?”
“아, 그거요?”
심각하게 말하는 남운과는 다르게 어깨를 으쓱해 보인 지은이 별거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신이 완전히 승리하지 못한 세계의 주인이 되었다고 말했던 시스템이었다. 중재자에서 한 세계의 신으로 올라갔던 시스템이 이번 회차 역시 그것을 원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생각했던 남운과는 달리, 지은은 전혀 걱정하지 말라는 듯 확신을 담아 말했다.
“시스템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이 뭐였는지 생각해 봐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신적 존재가 되었음에도 시스템은 자신 역시 회귀하는 것을 선택한 거잖아요.”
“그건…….”
지은의 말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은 남운의 표정이 환하게 펴졌다. 틀림없이 시스템은 완전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텅 비어 버린 1회 차의 주인이 되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좋다고 순순히 인정했던 세계는 바로 지금의 세계였다.
“지금의 세계가 좋다는 시스템의 말은 진심이었을 거예요. 이번 회차에서는 까망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니까요.”
“지은 씨의 말씀은 시스템이 창조의 정령이 의지를 잃은 세계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그런 느낌이 들어요.”
1회 차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까망이가 세상에 등장했던 회차는 없었다. 지은이 떠나가고 남운에게 형벌을 내린 까망이는, 번번이 실패하는 세상 속에서 절망감을 드러내는 남운의 앞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아예 자취를 감춰 버렸던 까망이가 마지막 순간에 등장한 지은의 곁에 다시 나타났다.
정말로 시스템이 좋다고 말했던 지금의 세계가 창조의 정령이 의지를 잃지 않은 현재를 뜻하는 것이 맞을까.
“까망이가 저조차 대화에 끼워 주지 않으려고 했던 걸 보니까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거 같아요.”
“지은 씨도 그래서 나오신 겁니까?”
강제로 추방된 자신과는 다르게 문을 열고 자신의 발로 걸어 나왔던 지은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자신조차 대화에 끼워주지 않으려 했다던 까망이의 모습에서 지은은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확실한 건, 시스템은 신의 편보다는 저희 편에 가까운 것 같긴 해요.”
“신에게 중대한 비밀을 발설했다는 사실은 그래도 변하지 않습니다.”
“하…… 그랬죠.”
이번 회차가 마지막 기회라는 중대한 비밀을 발설한 것은 정말로 용서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아무리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고 하더라도, 융통성을 조금 발휘할 순 없었던 걸까.
지켜질 리 없는 맹약. 퀘스트의 이름처럼 이제 직접 인간계에 간섭할 수 없다는 맹약을 먼저 깨는 쪽은 틀림없이 신이 될 것이 분명했다.
“신이 인간계에 직접 개입을 하기 시작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저 또한 겪어 보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전력을 모아야겠네요.”
지금까지 타락의 기운에서 벗어난 정령왕은 셋. 앞으로 남은 정령왕 역시 셋이었다. 바람, 물, 어둠. 그 세 속성의 정령왕들은 틀림없이 이 땅에 있다.
“그러니 지금 혼란에 빠져 있을 최고의 힐러를 만나러 가 볼까요.”
1회 차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을 시스템의 대리자, 한그루를 만나러 가야 했다. 1회 차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한그루를 만나러 가자며 일어나는 지은의 표정은 결의에 차 있었다.
* * *
마나 진정제의 해독약을 만드는 공장에 시찰을 나와 있던 한그루는 별안간 무언가가 뚝 끊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마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어져 있던 연결이 끊어진 듯한 기분과 함께 마나가 쑤욱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 한그루가 이어져 찾아온 현기증에 몸을 휘청였다.
그 모습에 함께 시찰을 나왔던 한설아가 다급히 한그루의 어깨를 잡으며 소리쳤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뿌옇게 변한 시야 너머로 들릴 리 없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낀 한그루가 눈을 질끈 감았다.
‘……꿈인가?’
갑자기 모든 것이 붕 뜬 기분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생사 여부도 확실하지 않던 누나의 목소리를 들은 한그루가 서서히 눈을 떴다. 뿌옇게 점멸하던 시야가 차차 돌아오고 난 뒤 보인 것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누나?”
처음엔 가혹한 시스템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한그루는 자신의 이마에 느껴지는 한설아의 손에서 전해 오는 온기를 느끼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봉인된 공간 속에서 수도 없이 꾸었던 꿈.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언데드들을 상대하며 간절히 소망했던 바람.
“기생술의 휴유증이 있는 거 아니야?”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한그루의 모습을 보며 한설아가 이마에 짚은 손을 내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신 대신 기생술사의 숙주가 되기 위해 무려 일주일 동안이나 세뇌의 공간 안에 갇혀 있었던 동생이었다. 아무리 견줄 사람이 없는 최고의 힐러라고 해도, 분명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영향을 받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늘 일정은 다 뒤로 미뤄도 돼. 내가 대신 할게.”
“…….”
“정밀 검사도 받아 보고. 네가 괜찮다고 했으니 정말로 별일은 없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한설아의 모습을 보며 한그루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제어할 틈도 없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은 이내 줄기가 되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렸다.
“왜 울어!”
“……꿈이면 깨고 싶지 않아서.”
절대로 깨고 싶지 않은 꿈. 부모님의 차별 속에서도 자신에게는 언제나 늘 한결같이 부모님의 사랑을 대신해서 주던 누나와 계속 함께하고 싶었다.
눈물이 계속해서 차오르는데도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지금 눈을 감으면 다시 자신의 현실로 돌아갈 것 같은 기분에 한그루가 눈을 부릅떴다.
“꿈이라니? 너 정말 정밀 검사 좀 받자. 안 되겠어.”
“찾았다아!”
정말 심각해 보이는 한그루의 모습에 단호하게 그의 팔을 잡아끄는 한설아의 뒤로 크게 소리를 지르며 등장한 사람은 하소연이었다.
“소연 씨?”
곧 역사적인 출발을 앞두고 있는 토벌대의 일원인 하소연과 안면이 있는 한설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얼마나 뛰었는지 숨이 가쁜 듯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하소연의 모습을 보며 한설아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하소연이 청명 길드의 길드원이자 토벌대의 일원이라고 해도 지금 마나 해독제 공장은 관계자 외엔 출입 금지 구역이었다.
“토치! 이터! 조심해! 사람을 다치게 해선 절대 안 돼!”
공장 입구 쪽에서 크게 일어나는 불의 장벽. 넘실거리는 불의 장벽 너머로 불의 정령들이 즐거운 듯 날아다니고 있었다. 사람을 해칠 의도는 전혀 없는 정령사의 불이었다.
거센 불의 장벽 너머로 하소연의 공장 진입을 막지 못한 듯 당황한 가드들의 큰 아우성이 들려왔다.
“진짜 불이 아니야! 어서 들어가!”
“저 정령들이 어떻게 진짜가 아니란 말씀입니까! 이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지 않으세요?”
“길드 관계자 외엔 절대 출입 금지라고 하셨단 말이다!”
가드들의 외침 뒤로 숨을 모두 고른 듯 허리를 쭉 펴고 일어선 하소연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한설아의 매서운 눈길을 애써 피하며 말했다.
“오랜만에 파티 플레이라서, 제가 조금 기분이 좋아져서 그만…….”
“파티 플레이요?”
“한그루 씨의 신변을 바로 확보해 달라는 파티장님의 간절한 부탁이 있었거든요.”
한그루의 이름이 나오자 한설아가 바짝 긴장하며 전투 준비를 했다. 그런 한설아의 모습을 보며 하소연은 자신이 말을 잘못 골랐다는 것을 깨닫고는 손을 뻗어 필사적으로 내저었다.
“저희 파티의 파티장은 지은이에요!”
“지은이? 민지은 씨?”
“네! 지은이가 한그루 씨에게 급하게 전할 말이 있으니 최대한 빨리 찾아달라고 부탁했었단 말이에요! 그것도 새벽 세 시가 넘어가는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