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3화(19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3화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간.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난 뒤 어머니의 폭풍 같은 잔소리를 뒤로한 채 뱀 허물 벗듯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침대에서 죽어 있던 하소연을 깨운 것은 시끄럽게 울리는 파티 알림창이었다.
[파티 채팅 : ‘민지은’에게서 온 알림이 있습니다.] [파티 채팅 : ‘남운’에게서 온 알림이 있습니다.]“아으…… 뭐야? 이 시간에…….”
처음에는 헌터 게시판의 댓글 알림인 줄 알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손을 뻗어 머리맡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던 하소연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시스템 창을 통한 직접 알림.
파티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맺었던 그 어느 파티보다 다정하고 즐거웠던 파티. 뒤로 빠져서 하급 정령술로 불의 장벽이나 일으켜 시선을 분산시키는 자잘한 역할만 도맡아 오던 자신과 처음으로 하나하나 던전 공략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직접 함께 배우고 실행했던 ‘진짜’ 파티.
지금은 세상에 단 한 명뿐인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의 계약자가 되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하소연은 포기하려던 순간 처음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 준 지금의 파티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 파티의 알림창이 반짝이고 있었기에 하소연은 지독한 숙취도 잠시 잊은 채 다급하게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민지은 : 소연 언니! 자요? 자는 거 아니죠? 자더라도 일어나요!] [남 운 : 차라리 핸드폰으로 직접 전화를 거는 게…….] [민지은 : 이미 한참 전부터 걸고 있었는데 안 받아요. 채팅 알림이 워낙 시끄러우니까 자고 있어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남 운 : 하소연 씨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정 안 되면 믿을 만한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소연 : 저 말고 다른 믿을 만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 어디!] [민지은 : 아! 소연 언니! 믿고 있었어요!]안 그래도 미국 파병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속으로 꽤 큰 좌절을 하고 있었던 하소연이었다.
물론 파병 명단에 포함되었던 사람들의 면면이 자신이 비집고 들어가기엔 너무나 엄청났기에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하소연은 파티에서 자신만이 뒤처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5층 토벌 명단에도 자신이 직접 이름을 올려줄 것을 길드를 통해 건의했다. 지은과 남운이 자신이 있는 세계와는 조금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쯤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같은 파티원으로써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향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소연 : 내가 무슨 일을 도와주면 될까!]이 새벽에 얼마나 급한 일이었으면 새벽 알람이 민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배려심 깊은 파티원들이 이 방법을 써 가면서까지 자신을 찾았을까.
상승하는 기대심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하소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그게 다야?”
“네! 그게 다예요!”
어떤 연유로 자신이 한그루를 찾아야 하는가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저 파티원의 부탁이니 들어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머리를 긁적이고는 환하게 웃어 보이는 하소연의 모습을 보며 한설아가 말했다.
“지은이가 대체 얘를 왜…….”
“민지은 씨?”
문득 한설아는 남동생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한그루가 있었다.
“민지은 씨라고 했습니까! 지금?”
“어…… 네. 지은이가 한그루 씨한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하던데요.”
“민지은 씨가 저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고…….”
“뭐라고 했더라. 혼란스럽겠지만 본인도 마찬가지라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거든요.”
그냥 혼란스러운 정도가 아니었다. 애초에 이미 목숨을 잃은 한설아가 자신의 눈앞에 멀쩡히 살아 있는 것도 혼란스러운데, 거기에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지은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한그루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본인도 마찬가지라는 말은, 분명 모든 힘을 쏟아붓고 소멸했던 지은도 지금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는 뜻일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나를 만나러 정말로 올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거라고 했어요.”
“……네, 맞습니다.”
하소연이 한그루를 찾기 위해서 돌아다닌 곳은 꽤 많았다. 아리아 길드 본관, 길드장실, 부길드장실, 최근 센터의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전담 특수 수사팀이 있는 경찰서까지.
길드장의 스케줄을 알려 줄 순 없다는 완고한 비서분에게 청명 길드의 이름값과 5층 토벌대원의 역할까지 강조해 가며 겨우겨우 알아낸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저는 일단 확실히 전했어요!”
“어디서 만나자고 말씀하신 건 없었습니까?”
“아, 잠시만요. 지금 확인해 볼게요. 안 그래도 지금 태백산에서 복귀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어요.”
“태백산!”
지은이 복귀하고 있다는 장소가 다름 아닌 태백산이라는 사실에 한그루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자신이 봉인되어 버린 곳.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은 한그루가 완전 방위 계획의 마지막 거점으로 삼았던 장소였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은밀하게 진행되었던 마지막 계획. 그 계획을 어떻게 알고 지은이 그곳에서 지금 자신을 찾아오고 있다는 소리일까.
헛된 희망일지 모르지만 한그루는 문득 자신이 봉인에서 풀려났다고 믿고 싶었다. 정말로 자신이 간절히 소망했던 모든 것이 이루어진 세상이기를 너무나 바라고 있었다.
“어디든 기다리고 있겠다고 전해 주시길.”
“아, 넵!”
한그루의 말에 파티 채팅을 다시 시작했던 하소연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한그루가 보여 줬던 힐러로서의 기적을 직접 목격했던 하소연이었다. 상위 균열 안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절대 질 것 같지 않다는 고양감을 상승시키던 힐러.
‘한그루 씨도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전장을 지배하는 힐러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 줬던 한그루가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너무나 간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에게 목숨을 빚진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하소연은 그 간절함이 부디 잘 해결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깊게 소원했다.
* * *
“역시 저는 산보다는 도시가 좋은 것 같아요.”
지은이 남운과 함께 찾은 곳은 다름 아닌 푸드 트럭을 주차시켜 놓은 한강 공원 주차장이었다.
낮의 공원은 꽤 풀린 날씨로 인해 겨울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한강 공원에 모여 있었다.
공원 한편 푸드 트럭 영업이 허가된 공간으로 트럭을 옮긴 지은이 리모컨을 눌러 조리대를 개방시키는 모습을 보며 남운이 말했다.
“바깥에선 이런 평범한 모습이군요.”
푸드 전차로 변질되었던 푸드 트럭이 던전 바깥에서는 평범한 푸드 트럭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남운이었다. 그런 남운의 말에 지은이 웃으며 말했다.
“지상에서까지 그런 모습을 유지하면 당장에라도 불법 차량 개조 명목으로 범칙금 폭탄이 나올걸요?”
“아하…….”
“그리고, 이거 원래는 제가 청년지원사업 공모전으로 빌린 트럭이라서요.”
청년지원사업 공모전에 합격하고 푸드 트럭을 제공받았을 때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헌터들의 세계에 발을 디딜 줄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지은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3년 뒤에는 이 트럭 반납해야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처음 까망이는 분명 자신을 트럭의 정령이라고 소개했다. 3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만약 자신이 이 트럭을 반납해야 할 때가 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잠깐 고민에 빠졌던 지은에게 남운이 피식 웃어 보이며 말했다.
“3년 내로 모든 것을 마무리하면 되지 않을까요?”
“아, 그러네요. 모자 쓰세요.”
지은이 건네는 주방용 모자를 바라보며 남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소연을 통해서 이미 한그루와 만날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을 때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한그루를 기다리면서 ‘일일 아르바이트생에 당첨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남운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장사를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네, 마침 영업 중인 푸드 트럭도 없겠다. 사람들도 많은데 지금 영업 시작하면 꽤 잘 팔릴걸요?”
뭐가 문제냐는 듯 주방 모자를 쓰며 지은이 말했다. 얼떨결에 던전 안 푸드 트럭이 아닌 진짜 푸드 트럭 아르바이트생이 되어 버린 남운이 미리 장을 봐 온 재료들을 분주하게 꺼내 놓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한그루 씨에게 보여 주고 싶다던 모습이 이런 모습이었습니까?”
“……네.”
지은이 지금 푸드 트럭 사장님으로 굳이 이곳에서 영업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은 남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 모자를 착용했다.
굳이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한강 공원에 한그루를 불러낸 이유는 지금 가장 한그루가 보고 싶은 풍경이 바로 이 풍경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멀리 보이는 다리 위에는 주말을 맞아 저마다의 휴식을 즐기러 가기 위해 나온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영업하시는 건가요?”
장사를 시작하려는 듯한 지은의 푸드 트럭 주위로 몇몇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지금. 가족 단위로 놀러 나온 사람들은 물론이고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까지. 아직 영업 개시도 하지 않은 푸드 트럭에서 뭘 파는지 알아보기 위해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 지은이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금방 영업 시작할 거예요. 따뜻한 꼬치 어묵과 함께 칼칼한 국물은 무한정 서비스랍니다!”
부담되지 않으면서 추운 겨울에 딱 먹기 좋은 꼬치 어묵과 칼칼한 어묵탕. 청양고추와 깨를 넣은 간장에 콕콕 찍어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꿰어져 있는 꼬치 어묵을 한 입 베어 물고, 생각보다 뜨거워 후후 입김을 부는 상상만 해도 마음이 행복해졌다.
거기에 무와 멸치, 다시마를 베이스로 해서 우려낸 국물에 알싸한 맛이 일품인 청양고추를 넣어 팔팔 끓인 국물 한 컵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면, 금방 추운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터.
저절로 ‘어흐, 좋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 국민이 사랑하는 겨울 간식이었다.
30분 뒤에 영업을 시작한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꼭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지은이 손을 바쁘게 놀리기 시작했다.
어묵탕 전용 부스에 국물을 우려낼 재료들을 거름망에 넣어 화력을 높여 팔팔 끓이고, 그 위에 떠오르는 거품들을 곧바로 건져 내며 육수를 우려냈다.
“이것도 몇 번 해 보니까 금방 느는군요.”
주혁과 성진, 유라에 비하면 경험이 매우 적은 초보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숙련된 사장인 지은의 시범과 함께 금방 감을 익힌 남운이 꼬치에 어묵을 빠른 속도로 꿰기 시작했다.
“한그루 씨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건, 무너지지 않은 세계뿐만이 아니었어요.”
국물이 팔팔 끓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이 무심코 내뱉었다. 남운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한다는 듯 잠자코 어묵을 꼬치에 끼웠다.
“아직 대리자로 각성하지 않았던 1회 차의 저도 분명 지금의 저와 같은 꿈을 꾸고 있었겠죠?”
대답을 바라는 듯 지은이 고개를 돌려 남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부분 부분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을 유일한 사람. 그런 지은과 눈을 마주친 남운이 웃으며 말했다.
“지은 씨는 언제나 요리에 진심이니까요.”
“그렇겠죠?”
“물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