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4화(19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4화
약속 시간이 되어서 한강 공원에 도착한 한그루는 지금의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이곳에 오는 차 안에서도 그는 마치 처음 놀이공원에 온 아이처럼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도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바깥을 바라보며 감상에 빠져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길드장님.”
그런 한그루의 감상을 깬 것은 도착을 알리는 보좌관의 말이었다. 최근 터진 의혹들을 수습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한그루가 갑자기 한강 공원으로 가야겠다는 말을 했을 때 보좌관은 의아해했지만, 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신뢰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가 애초에 이런 일에 가담을 했을 리가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동안의 이미지 때문에 이미 범죄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지금에도 굳이 책임을 지며 뒷수습을 도맡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반응은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길드 내부에서만이 아닌 여러 매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황금 같은 토요일 낮까지 일을 하고 있었지만 보좌관의 마음 한편에는 뿌듯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애초에 보좌관 또한 길드장인 한그루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었기에 그가 가는 길을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자긍심이었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그루를 백미러로 힐긋 바라보며 보좌관이 말했다.
“대기하고 있을 테니 연락 주시면 모시러 가겠습니다.”
“아뇨, 오늘은 먼저 돌아가셔도 됩니다.”
“예?”
“최근 계속 조기 출근에, 야근까지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던 걸로 압니다.”
“어휴,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니겠…….”
“오늘은 또 토요일 아니겠습니까. 오늘은 바로 퇴근하시고, 월요일에는 집에서 편히 쉬시는 게…….”
“허어억!”
“고생하신 모든 시간은 길드 인사과를 통해서 소급 처리하라 지시했으니, 별개로 길드에 들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언제까지나 한그루를 수행하겠다는 보좌관의 다짐은 잠깐 마음 한편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길드장인 한그루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과 별개로 그 역시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이기 전에 한 명의 회사원인 처지였다.
그동안 바빴던 기간을 모두 소급 처리해 주겠다는 말과 함께 기적같이 찾아온 월요일 연차 소식에 입이 귀에 걸린 보좌관을 두고 차에서 내린 한그루가 목격한 것은 수많은 손님들에 둘러싸인 푸드 트럭이었다.
“푸드 트럭?”
푸드 트럭에서 몰려든 손님들에게 바쁘게 국자로 어묵 국물을 담아 주는 지은의 모습을 바라보던 한그루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언제인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기억 속에서 지은과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 탓이었다.
‘또 다치셨군요.’
‘헤헤. 아무래도 아직 검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요.’
‘지은 씨의 원래 꿈은 뭐였습니까?’
‘꿈이요?’
‘네, 꿈 말입니다.’
‘으음…… 사실 제가 요리하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좋아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말 잘하던데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전 제 이름을 건 음식점 프랜차이즈 CEO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원대한 꿈을 가지고 계셨군요.’
‘뭐…… 이제는 언제 그런 꿈을 꿨나 모를 정도로 멀어지긴 했지만요. 방금도 무슨 꿈을 꾸고 살았더라? 하고 고민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지은에게 자신은 뭐라고 대답했던가.
마지막 자신의 대답이 기억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한그루를 발견한 것은 지은이었다.
“한그루 씨! 여기예요!”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한그루는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던 마지막 자신의 답변을 기억해 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꿈. 얼마 지나지 않아 꼭 이루실 겁니다.’
자신의 말에 함박웃음을 짓던 그때의 지은의 모습과 지금 자신에게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똑 닮아 있었기에, 한그루는 입가에 차오르는 미소를 애써 숨긴 채 손을 들어 화답했다.
“네. 저 여기 있습니다, 민지은 씨.”
* * *
본래 한그루가 오기 전까지만 하려 했던 깜짝 영업은 기가 막힌 국물 맛을 자랑하는 지은표 꼬치 어묵이 금세 입소문을 탄 탓에, 소식을 듣고 몰려온 손님들의 주문을 모두 소화해 낼 때까지 길게 이어졌다.
사실 평범한 지은의 푸드 트럭에 손님이 몰려든 것은 아르바이트생 때문이었다.
모든 검사들의 이상향이자 대한제일검의 이명을 가지고 있는 남운이 푸드 트럭에서 열심히 손님들에게 꼬치 어묵을 판매하고 있을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사람들이 남운을 보기 위해 몰려든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몰려든 손님들의 틈에 함께 합류해 천 원에 한 개인 두툼한 꼬치 어묵을 세 개나 먹어 치운 한그루에게 있었다.
로컬 랭킹 3위와 6위가 푸드 트럭에서 어묵을 팔고, 어묵을 사 먹고 있다니. 거기에 모종의 이유로 먹은 어묵을 계산하려던 한그루가 남운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주방 모자를 쓰고 판매대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계산대에 자리 잡은 한그루가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어묵값 계산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이 진귀한 광경은 실시간 동영상으로 올라가 생중계까지 되었다.
거기에 마지막 세 번째 이유로는 그동안 던전에서 밖에 영업을 하지 않았던 던전 안 푸드 트럭 민 사장님의 깜짝 등장에 푸드 트럭 광신교들이 몰려든 덕이었다. 그 바람에 남으면 길드 식당에 기증하고 가려고 많이 사 왔던 어묵들은 금세 동이 났다.
한그루도 지은의 아르바이트생이 되는 마법의 주방 모자를 쓰게 된 이유는 바로 남운에게 있었다.
꼬치 어묵을 먹고 계산을 하기 위해 지갑을 꺼내 들던 한그루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바쁜 와중에도 그런 한그루의 표정을 확인한 남운이 말했다.
“손님, 드셨으면 계산을 하셔야 합니다.”
“아…… 그게…….”
정말 난감하다는 듯 지갑을 계속해서 뒤적이던 한그루가 이내 백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 들며 말했다.
“혹시 잔돈 교환도 됩니까?”
“…….”
3천 원 어치의 어묵을 먹고 백만 원짜리 수표를 내미는 한그루를 바라보는 남운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리고 그건 지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남운과는 다른 의미의 표정이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남운과 지은의 싸늘한 시선을 애써 피하던 한그루가 지갑에 수표를 다시 고이 집어넣고는 말했다.
“나중에 계산을…….”
“나중은 없습니다.”
단호하게 한그루의 말을 자른 것은 어느덧 아르바이트 역할에 충실하게 몰입한 남운이었다. 지은은 ‘나중에 계산하면 되죠.’라고 말했지만 영업에 예외를 둘 순 없다며 주장한 남운이 꺼내든 것은 바로 주방 모자였다.
“쓰시죠.”
“…….”
“계산대를 맡아 주시면 되겠습니다.”
엉겁결에 모자를 받아 든 한그루가 계산대를 가리키며 웃어 보이는 남운을 한 번 바라보고, 시선을 돌려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지은의 모습을 한 번 바라본 뒤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저는 카드 리더기를 사용하는 법을 모릅니다.”
“계산은 모두 현금입니다.”
팽팽한 남운과 한그루의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바라보고 있던 지은은 이 상황이 무척이나 재밌게 느껴져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던전 안이 아닌 지상에서의 영업은 정말이지 오랜만이기도 했기에, 이렇게 손님이 많이 몰려들 줄 몰랐던 지은은 이내 환하게 웃으며 다시 손님들에게 어묵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 * *
“다 팔았네요!”
영업시간보다 준비 시간이 더 오래 걸린 이례적인 판매 시간 갱신에 지은이 활짝 웃음을 지었다.
“죄송해요.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죠?”
푸드 트럭 영업을 종료하고 모여들었던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뒤, 멋쩍은 듯 사과하는 지은을 보며 손사래를 친 한그루가 쓰고 있던 주방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다행이네요.”
한그루를 보며 무적 수건으로 주방을 닦고 있던 지은이 웃어 보였다. 장사를 하는 내내 밀려드는 손님들을 상대로 한 번도 잃지 않은 그 웃음을 보고 있던 한그루도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를 구해 주셨군요.”
“구해 줬다고 표현하긴 이상하죠. 먼저 남은 사람들을 구하려 했던 건 한그루 씨잖아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한그루는 매일 괴로움에 몸서리치던 기억 속의 지은과는 달리 정말로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는 지금의 지은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훨씬 보기 좋군요.”
“……어떤 점이요?”
“민지은 씨도 이렇게 웃음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
“웃으니 보기 좋습니다.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합니다, 민지은 씨.”
“한그루 씨도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요.”
‘돌아온 사람들끼리 악수나 할까요?’라고 물어 오며 손을 건네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잠시 멈칫거렸던 한그루가 그녀가 건넨 손을 조심스럽게 마주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가득 전해져 오는 손을 잡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이 손을 다시는 놓기 싫다는 생각을 하던 한그루가 정신을 차리고 이내 손을 놓았다.
“저에게 해 주실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네, 맞아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동안의 일을 천천히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물론…….”
“지은 씨는 피곤하실 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물론이라고 대답하려던 지은의 말을 남운이 자르고 들어왔다. 그것도 모자라 한그루에게서 지은을 가리려는 듯 몸을 비집고 들어오며 말했다.
“등산을 정말 싫어하시는데, 누구 때문에 야간 산행까지 하셔서 매우 피곤하실 겁니다.”
“…….”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지은 씨?”
물론 지은은 남운의 말대로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다만 오랜만의 푸드 트럭 영업이 너무 즐거웠던 탓인지 잠시 각성 상태가 되었던 것뿐이었다.
남운의 질문에 그제야 지은의 몸이 격렬하게 ‘주인! 나 정말 피곤하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상태를 자각하자마자 몰려오는 피곤함에 지은은 말은 괜찮다고 하면서도 이내 고개를 돌리고 손으로 입을 막은 채 하품을 크게 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찌뿌둥한 게 지금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고 푹 늘어져 전기장판 위에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누우면 행복하게 잠에 빠질 수 있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하니 지금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 지은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피곤하긴 하네요.”
“한그루 씨에겐 지금까지의 일을 제가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 남운 씨에게 설명을 듣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피곤한 지은 씨가 설명을 해야 할 의무도 없는 걸로 압니다만.”
파직.
두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뜨겁게 변했다. 남운의 뒤에서 눈을 감은 채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피곤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던 지은은 그 광경을 보지 못했다.
정말로 피곤해 보이는 지은이 일단 마저 푸드 트럭 정리를 하겠다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한그루가 비장의 무기인 회복 마법을 사용하려는 듯 손을 들어 올리자 그 손을 남운이 살며시 밀어냈다.
“우리도 구면 아닙니까?”
“……저는 솔직히 남운, 당신에 대한 지금의 기억이 없습니다.”
“예전의 한그루 씨의 모습 또한 기억하고 있는 게 접니다.”
직접 봉인되는 것을 선택했던 과거의 한그루를 기억하고 있다는 남운의 말.
남운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챈 한그루가 인상을 찡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남운의 귓가에 말했다.
“우리, 예전에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런 한그루의 말에 남운 역시 부정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관계가 지속될 확률이 높은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서로 바라는 게 같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