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5화(19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5화
바라는 것이 같지 않냐는 남운의 말에 열심히 뒷정리를 하고 있는 지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그루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저는 아닙니다만.”
“……어?”
예상과 전혀 다른 대답이었는지 남운이 자신도 모르게 맥이 탁 풀린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한그루가 그런 남운과 지은을 번갈아 바라보다 말했다.
“애초에 당신이 무슨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데, 적어도 나는 그 마음의 경쟁자가 아니란 소리죠.”
“그게 무슨…….”
“그러니까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알고 하는 말이란 소리입니다.”
“……그럴 리가. 아니, 아닌가? 내가 잘못 알고 있었…….”
“그렇지만, 적어도 제가 원하던 건 그쪽이 원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었다는 것만 알아 두시길.”
“하…….”
어느새 표정을 싹 바꾸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하는 한그루의 말에 남운이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한그루의 질책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아챈 남운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를 빤히 응시했다. 그런 남운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미소 지은 채로 바라보고 있던 한그루의 뒤에서 큰 소리로 반가움을 표시하는 지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주혁 씨!”
갑자기 등장한 주혁의 이름에 남운도, 한그루도 홱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엔 기척도 없이 자연스럽게 조리대 안으로 들어간 주혁이 지은이 쥐고 있던 무적 수건을 뺏어 들며 도마를 닦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남운이 한그루에게 말했다.
“일단, 한그루 씨?”
“네?”
“경쟁자가 아니라면 조력자가 될 생각은 없습니까?”
“조력자라…… 말했지 않습니까? 저는 당신이 원하던 방향과 생각이 다르다고.”
“지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서, 제가.”
“흐음…… 예전에는 본인이 옳았다고 그렇게 우기더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나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남운이 순순히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한그루가 팔짱을 끼고는 주혁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내가 조력을 해 주면 이길 자신은 있습니까?”
“이번에는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주먹을 말아 쥐는 남운을 보며 흥미롭다는 듯 한그루가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기억하는 예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을 보며 정말로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 한그루가 웃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그럼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어디 한번 설명해 주시죠.”
“그게 무슨…….”
“제가 지금까지 무슨 일들을 저질러 왔는지 쭉 설명해 주시란 소립니다.”
“…….”
“언제는 친절하게 나서서 설명해 주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랬…… 네, 그랬었죠.”
“지난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당신을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저한테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예전의 정보를 파시죠.”
두 남자가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는 사이, 주혁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뒷정리를 마친 지은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럼 오늘은 제가 너무 피곤한데, 내일은 시간들 되시나요?”
“됩니다!”
한그루와 악수를 하고 있던 남운이 제일 먼저 소리쳤다. 그 뒤를 이어 한그루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주혁이 말했다.
“거기 두 사람. 언제부터 사이가 그렇게 좋았습니까?”
“…….”
“제가 없는 사이에 무슨 거래를 한 것 같은데.”
꽉 잡고 있는 두 사람의 손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주혁의 모습에 남운이 재빨리 한그루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그냥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덕담을 나누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덕담이라…… 그렇군요, 지은 씨?”
“네?”
“내일 저도 그 자리에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한 로컬 랭킹 1위의 촉이 발동했다. 유별난 촉의 소유자인 주혁은 자신의 합석 제안을 들은 남운의 표정이 잠깐이지만 흠칫 굳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지은이 애매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며 주혁은 생각했다.
‘이 세 사람 사이에 뭔가 비밀이 있구나!’
다른 때 같았으면 자신의 말을 거절할 리 없었던 그녀가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합석 요구를 에둘러 거절하고 있는 모습을 포함해,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는 지은의 말이 계속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주혁이었다.
결정적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그루를 의심하고 있던 지은이 언제 그랬냐는 듯 한그루에게 예전과 다름없는 말투로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분명 뭔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지은 씨?”
“네?”
“오늘 영업하신 음식은 평소보다 훨씬 간단한 메뉴였던 것 같은데, 많이 피곤하십니까?”
“어…… 그게요.”
“요리하는 걸 좋아하시는 지은 씨가 겨우 꼬치 어묵 장사 정도로 피곤해하실 리는 없고.”
그제야 지은은 자신이 주혁 앞에서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그루와 얽혀 있는 시스템의 관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지은이 그제야 눈에 힘을 주고는 ‘저는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미 주혁의 의심을 피할 길은 없었다.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
“피곤해하시는 표정을 보아하니 운동을 오래 하신 것 같은데. 복장도 그렇고, 어디 등산이라도 다녀오셨나 봅니다.”
“아니, 그게 제 표정에 보여요?”
“네, 잘 보입니다.”
정말 당황했는지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지은의 표정이 웃겼지만 주혁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아야 했다.
사실 지은 전용 장비로 길드에 보관 중이던 등산 스틱을 지은이 대여해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그녀가 남들 모르게 어디론가 또 다녀왔다는 사실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혁에게는 반드시 내일 지은과 만나야 할 이유가 있었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했기에 그만 장난을 멈추기로 다짐한 주혁이 작은 목소리로 지은의 귓가에 속삭였다.
“월요일에 5층으로 토벌대가 이동할 예정입니다.”
“네? 토벌대요?”
지은이 기억하기로는 아직 5층 토벌대가 출발할 날짜가 아니었다. 하소연이 포함되어 있는 토벌대의 일정은 이미 다 꿰고 있었던 지은이었다. 그런 지은의 의아한 반응을 미리 예상했던 주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5층 던전의 토벌대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무슨 토벌대를 말하는 거예요?”
“저는 키드를 토벌하러 갑니다, 지은 씨.”
“……!”
갑작스러운 폭탄선언에 지은이 화들짝 놀라 주혁을 올려다보았다.
쥐 죽은 듯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키드를 토벌하러 간다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일까.
놀란 지은의 반응을 보며 주혁이 말했다.
“저에게 키드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네, 그렇지만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는 키드를 무슨 수로…….”
지금까지 주혁이 키드를 잡으러 가지 않았던 이유는 키드가 끊임없이 도주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넓은 던전을 활동 거점으로 삼아 자유롭게 나라별 던전들을 오고 갈 수 있는 키드의 능력. 사실상 키드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였다.
“제가 그동안 키드를 내버려 둔 것은 그놈을 잡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키드를 잡을 수 있다고요?”
“생각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주혁이 말을 멈추고 지은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주혁의 말에 피곤함이 모두 날아간 듯 눈을 빛내고 있는 지은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그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제가 자리를 비우면 틀림없이 지은 씨가 위험해질 겁니다.”
“네? 제가 위험해진다고요?”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남운이 지은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주혁의 말에 반응했다. 주혁의 말을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던 남운의 표정이 이내 뭔가를 깨달은 듯 차갑게 변했다.
“송주혁 씨, 설마…….”
“그러니 저는 지은 씨에게 최대한의 호위가 붙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지금 지은 씨를 미끼로 쓰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냐!”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남운의 말에 주혁이 시선을 돌렸다. 자신을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남운의 모습을 보며 주혁이 피식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제가 당신과 궤를 같이하는 사람처럼 보입니까?”
“…….”
“지은 씨를 이용해서 키드를 잡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네가 자리를 비우면 키드가 반드시 지은 씨를 노릴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건 너다, 송주혁. 네가 지은 씨의 곁을 비워선 절대 안 된다고 수없이 말하지 않았나! 모두가 그렇게 말했고! 너도 동의한 내용 아니었나?”
“그래서 저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지은 씨. 당신이 저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잠깐, 잠깐만요.”
곧바로 주혁의 말에 반박하는 남운의 험악한 말투에 지은이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이게 무슨 소리예요?”
지은은 그제야 지금까지 왜 키드를 적극적으로 쫓지 않고 있었는지 눈치챘다.
어쩐지 이상했다. 주혁은 처음 구도자의 능력을 각성했을 때부터 그림자인 키드를 표적으로 삼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직접 움직인 적이 없었다.
키드 또한 자신의 천적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두려워하는 동물들처럼, 자신을 목표로 정한 사냥꾼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자신의 둥지나 마찬가지인 던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랬던 거군요.”
“…….”
“사실 키드를 언제든 추적할 수 있는 거였는데, 그동안 제가 위험해질까 봐 움직이지 않고 있었던 거예요?”
“추적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제가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느끼면 당장에라도 지은 씨를 노릴 것은 분명할 테니까요.”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단칼에 말을 자르며 위험하다고 단언하는 남운을 향해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미끼로 쓸 생각이 전혀 없다는 주혁이 지금 키드를 잡으러 가겠다는 말을 꺼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한그루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주혁의 눈빛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단 한 명이라도 온전히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로 지은 씨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
“그러니 내일 저도 세 분의 회담에 합석을 해야겠습니다.”
“한그루 씨를 의심하고 있는 거예요? 주혁 씨?”
“그렇습니다. 저 또한 알고 있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제 눈앞에 있는 저 남자가 정말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1회 차의 그 성자가 맞는지 저는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지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