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6화(19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6화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라…….”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주혁의 차가운 시선을 넘기며 한그루가 어깨를 으쓱했다. 대놓고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하는 주혁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렇기에 대놓고 주혁은 한그루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은 씨를 미끼로 쓰는 것을 내가 찬성할 것 같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뒤 진심으로 기가 찬 한그루의 모습을 보며 주혁이 말했다.
“만약 찬성했다면 그 자리에서 네 목이 뚫렸을 거다.”
“여전히 무섭군.”
말과는 달리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그루의 눈을 쳐다보던 주혁이 기세를 거두고는 말했다.
“이제 좀 제대로 돌아온 것 같은데.”
한그루와 주혁 사이의 일이 마무리된 것 같자 주혁의 뒤에서 서성이던 지은이 슬그머니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말했다.
“제가 보증할 수 있어요. 한그루 씨는 이제 정상이에요.”
“이제 정상이라고 말씀하시니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상처받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는 한그루에게 손을 내저으며 지은이 웃어 보였다. 그런 그녀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주혁이 지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지은 씨,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보증을 서는 건 아닙니다.”
“네?”
“보증은 절대 서는 게 아닙니다.”
절대 안 된다며 단호하게 말하는 주혁의 기세에 눌린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지은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 주혁이 말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제 키드가 슬슬 움직일 겁니다.”
“움직이는 순간 본인이 표적이 될 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요?”
지금 상황에서 키드가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사실상 키드가 세워 뒀던 모든 계획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는 지금,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에 수배령이 내려지기까지 한 상태였다.
“그러니 함정을 파야겠죠.”
“함정이요?”
“키드의 주 무대는 던전. 던전 안에서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놈입니다. 지금 키드가 던전 안에서 가장 찾고 싶어 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주혁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던 지은이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신의 그림자인 키드가 지금 혈안이 되어 던전 안에서 찾고 있을 무언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정령!”
“바로 그겁니다.”
여섯 속성의 정령 중 남은 것은 이제 세 속성의 정령뿐이었다. 절반의 힘을 회복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까망이의 권능을 빼앗기 위해서는 남은 세 속성의 정령의 봉인이 풀리지 않아야 했다.
“그 문제라면 사실 어느 정도 해결 방법이 있긴 해요.”
지은이 떠올린 해결 방법이란 바로 [열려라 신비의 문!] 스킬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어디든지 사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대리자의 고유 스킬.
이제는 사라진 [바퀴가 가는 대로]의 상위 호환인 스킬이었지만, 문제는 미개척 던전일 것이 분명한 봉인된 정령왕이 있는 곳으로 지은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고작 5명뿐이라는 것이었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큰 방법이라 아직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어요.”
지난번 청명 길드의 정예들이 모두 모였던 5층 토벌대의 인원은 고작 50명이었다. 던전 보스였던 이그니스가 예상했던 것보다 타락하지 않았던 게 천운이었다.
그러나 드루이얼은 20년 전 당시 최고의 전력으로 구성된 토벌대를 여러 번 전멸시켰으며, 4층의 아실리아를 토벌했던 청명 길드조차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정예 중의 정예들을 뽑았던 토벌대에게조차 그런 막심한 피해를 안겼던 정령왕들이었다. 고작 지은과 함께 갈 수 있는 5명의 인원으로는 도전하는 것 자체가 위험 부담이 너무나 컸다.
“거기에 키드의 훼방도 대비해야 해요.”
지상은 정령들과 인간들의 공간. 그에 비해 지하의 던전은 신의 공간이었다. 지상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지은이 있어 균열을 막아 낼 수 있었지만, 던전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키드의 능력은 항상 경계해야 했다.
“마나 폭주의 위험도 여기서 끝이 아닐 거란 예감이 들어요. 어쩌면…… 저희가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녀가 던전에 신경을 쏟지 못하도록 지상에 혼란을 가중시키려던 키드의 계획은 어느 정도 저지되었지만, 지은이 던전 공략을 시작한다면 반대로 지상에 심어 놓은 균열들을 일제히 개방시킬지도 몰랐다. 다시 [열려라 신비의 문!] 스킬을 사용해 지상으로 돌아올 순 있다고 하지만, 문제는 던전 안에 있는 동안 지상의 소식을 전해들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키드를 유인해 낼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동안 심각하게 고민하던 문제들을 꺼내 놓은 지은을 바라보던 주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혼자서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고 계셨군요.”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질 않아서요.”
반복되던 회귀의 비밀이 드러난 이제는 정말 총력전이었다. 신이 어떤 방법으로 지상에 영향을 끼칠지 전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지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너무나 많았다.
“적어도 다음 정령왕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주혁의 말에 지은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음 정령왕이 무슨 속성이고, 어디에 봉인되어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지은의 스킬들을 활용해 충분한 인원의 토벌대와 함께 진입할 수 있었다.
다음 정령왕이 있는 던전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입구를 찾는다면, 지은의 스킬로 그곳에 안전 영역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했다.
“분점을 통해서 5명씩 저와 함께 이동을 한다면 토벌대의 전력을 모을 수 있어요.”
안전 영역을 설정할 수 있는 [이거 방탄 트럭이야!] 스킬이 자동 적용되는 분점에 토벌대를 실어 나른다는 안전이 보장된 완벽한 계획이었다.
가장 문제인 이동 시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 5층까지 이동하는 데만 해도 꼬박 열흘이 걸렸으니 그 이동 기간 중에 지상에 키드가 등장할 걱정도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저도 합류하겠습니다.”
최고의 힐러인 한그루까지 토벌대에 합류하겠다며 손을 들었다. 그의 능력을 상위 균열 안에서 직접 느낀 지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문제는 키드가 상위 균열을 동시에 얼마나 일으킬 수 있느냐인데…….”
일반 균열과는 다른 상위 균열. 지은의 스킬을 이용한 진입을 제외하고는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지금까지는 없었다.
토벌대가 전력을 갖춰 진입한다고 해도 넓은 던전 안에서 봉인된 정령왕을 찾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릴 테고, 토벌이 아닌 정화가 목적이었기에 반드시 지은이 필요했다.
그 사이 지상에 상위 균열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었다. 대부분의 전력이 빠져나간 상황을 키드가 방치할 리는 없을 터였다.
“그래도 일단은 다음 정령왕이 어디에 봉인되어 있는지 알아내는 게 우선입니다.”
남운의 말에 지은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문제를 제쳐 두고서라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네 번째 정령왕을 정화해 신을 몰아넣는 것이었다.
지은과 남운, 한그루의 시선을 동시에 받은 주혁이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사실, 제가 어떤 제안을 받은 상태입니다.”
“누구한테요?”
“드루이얼입니다.”
뜬금없이 등장한 드루이얼의 이름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지은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무슨 제안을 받았…… 아니, 그전에 드루이얼 님이 어디 있는데요?”
유희를 즐기겠다며 봉인에서 풀려나자마자 까망이의 명령도 마다하고 도망친 탈주 정령이 주혁을 찾아갔다는 말은 또 금시초문이었다. 그런 지은의 황당한 심정을 알고 있다는 듯 주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키드를 토벌하러 간다는 말은 진짜였습니다. 해방의 날개 길드의 본거지를 알려 준 것이 드루이얼이었으니까요.”
“네에?”
수많은 인원이 투입되었음에도 찾지 못했던 해방의 날개 본거지를 드루이얼이 어떻게 알려 줬다는 것일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지은에게 주혁이 말했다.
“드루이얼의 말에 따르면, 던전 역시 땅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땅의 영향이요?”
“자신이 주관하는 땅 밑에 생성된 던전이고, 그 던전에도 역시 땅이 있으니 타락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마찬가지의 이유로, 정령왕이 봉인된 던전 또한 느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에게 제안을 해 왔습니다.”
바로 어제 갑작스레 길드장실에 찾아온 드루이얼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었던 주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드루이얼이 먼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겠다며 제안한 것이 바로 해방의 날개 본거지였다.
드루이얼은 자신의 말대로 그곳이 키드의 본거지가 맞다면, 자신의 제안을 수락할 것을 거래 조건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래서 드루이얼 님이 제안한 조건은 뭐였는데요?”
드루이얼이 하필 주혁을 찾아가 제안한 것이 무엇일지 궁금했던 지은은 이어지는 말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요?”
“……들으신 내용 그대로가 맞습니다.”
“아니…… 정말로 그게 드루이얼 님이 요청한 게 맞다고요?”
황당한 드루이얼의 요청을 곱씹어 생각하던 지은이 결국 소리를 버럭 질렀다.
“당장 정령계를 복구하는 것도 시급한 마당에, 인간계를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를 붙여 달라는 게 말이 돼요?”
드루이얼의 요청 사항은 다름 아닌 자신이 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가이드가 되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기서 또 뭐가 있어요?”
“오랜만에 지상에 나오니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면서…….”
“…….”
“신용 카드를 요구해 왔습니다.”
“신용 카드…….”
“한도 무제한으로요.”
마음껏 즐기고 놀겠다는 의도가 절실히 느껴지는 요청 사항에 결국 지은의 화가 폭발했다.
“이 철딱서니 없는 정령왕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