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7화(19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7화
한 어깨에 20kg 시멘트 포대가 다섯 개씩, 무려 열 포대.
평범한 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무게였지만 그것을 짊어지고 있는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바람이 쌩쌩 통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 15층에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시멘트를 바닥에 내려놓는 남자를 보며 쉬는 시간을 가지던 인부들이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우리 에이스는 다르구만!”
“역시 드 씨여! 어쩜 그렇게 힘도 좋아 그래?”
드 씨라고 불린 남자의 우락부락한 팔뚝이 칭찬을 알아듣는다는 듯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상쾌한 표정을 지으며 목에 건 수건으로 얼굴을 스윽 닦아 낸 남자가 말했다.
“거 다들 쉬고만 있습니까? 나 혼자 일하러 온 것도 아닌데?”
“그리 말하면 섭하제! 나가 오늘 와이프가 싸 준 특제 커피를 가져왔는데.”
“어이, 드 씨! 커피 한잔하자고!”
노란색 [안전제일] 완장을 차고 보온병을 흔들고 있는 반장의 말에 남자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반장의 특제 커피와 함께 갖는 쉬는 시간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는 중간 즈음, 바닥에 털썩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남자의 앞에 보온병 뚜껑에 담긴 커피 한 잔이 놓였다.
“아이고, 이 귀한 뚜껑에 타 줘도 됩니까?”
“에이스는 대우를 받아야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특제 믹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남자가 웃어 보였다. 그런 그의 웃음에 담배를 피거나, 핸드폰을 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뭔가를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해 보인 반장이 남자에게 말했다.
“그란디, 드씨는 와 여기서 일을 하고 있는가?”
“……제가 뭐 못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요?”
“암만 그라제. 그려도 딱 봐도 여기서 일할 태는 아닌 거 같아서 하는 말이제. 내 젊을 때를 보는 것 같구만그려.”
추운 날씨에도 반팔을 입은 탓에 짙은 구릿빛 피부가 여실히 드러나는 몸.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는 근육들과 어울리는 시원시원하고 짙은 이목구비. 안전모를 썼던 탓에 헝클어진 블론드 헤어.
마치 외국 패션 잡지 모델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힘이 비정상적으로 강했기에 일을 시작한 지 고작 일주일 만에 작업 현장의 부동의 에이스가 되어 버린 남자.
그의 정체는 유희를 즐기기 시작한 지 일주일째인 대지의 정령왕 드루이얼이었다.
“시대가 많이 변했던데.”
“으응?”
“예전에는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하룻밤 묵을 방을 내주고,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내주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건만 요즘은 그렇지 않더군요.”
그렇게 말하고는 ‘아, 그립군요.’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드루이얼이었다. 그 모습에 모두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딱 봐도 한참은 어린 놈이 무슨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어?’라는 표정이 되었다. 그런 모두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드루이얼이 커피를 쭈욱 들이켜고는 소리쳤다.
오랜만에 나온 세상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초가집과 기와집 대신에 높은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세상. 몸을 의탁할 작은 방 한 칸조차 허용되지 않는 각박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반팔 차림으로 아파트 단지를 서성이며 묵을 곳을 수소문하던 드루이얼은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아파트 경비들에게 의해 쫓겨났다. 사람들이 많은 식당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막에 들러 주모의 일을 조금 도와주고 국밥과 탁주를 한잔 얻어먹던 시절과는 다르게, 이제는 아예 선불 결제가 아니면 음식을 내주지도 않다니!
결국 예전과 너무나 달라진 인간 세상에서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이었다.
돈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니. 예전에는 돈이 없어도 발이 닫는 곳이 곧 길이요, 몸을 누이는 곳이 곧 집이었거늘.
서울역조차 미리 자리를 선점한 인간들의 텃세를 못 이기고 쫓겨났던 드루이얼이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인간들과 모든 것을 똑같이 해야 유희를 제대로 즐긴다고 생각했던 드루이얼이 유일하게 식사를 제공 받은 곳이 바로 반장의 사무소였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김치찌개와 정갈한 반찬들을 함바집 문 밖에서 군침을 삼키며 바라보고만 있던 드루이얼에게 식사와 일거리를 제공해 준 것도 모자라, 오갈 데가 없다는 말에 사무소 한 편에 있는 소파까지 양보해 준 것이 바로 반장이었다.
반장의 인솔 하에 수많은 공사 현장을 전전한 것도 어느새 벌써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그런 사이 드루이얼은 처음으로 바뀐 세상의 돈을 직접 만져 보고, 먹고 싶던 음식을 돈으로 지불하며 비로소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돈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세상!”
그런 드루이얼의 절규에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확한 일과 시간을 준수하는 작업 현장답게 17시가 되어 가는 시계를 보며 모두가 퇴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야근 수당을 주지만, 그것도 반장급의 기술자만이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오늘도 고생들 했어! 다들 내려가서 사무소에서 일당들 받아 가시게나!”
“거, 저도 야근이라고 하는 것을 하고 싶은데요.”
“…….”
“그거 하면 돈 더 준다고 안 했습니까?”
일당 10만 원인 17시까지의 작업과는 달리 새벽까지 일을 하고 받는 금액은 그 세 배인 30만 원이었다. 가진 것은 몸밖에 없다는 듯 건장한 몸으로 말하는 드루이얼의 모습에 현장 총 책임인 반장의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오늘 김 씨가 세 번째 할머니 제사라고 빠져서 손이 조금 비긴 허는디…….”
“제가 김 씨 아저씨보다 기술은 모자라도 힘 하나는 최고 아니겠습니까.”
제발 야근을 시켜달라는 듯 두 손을 꼭 모은 채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외국 미남을 본 현장 반장이 고민을 끝내고 시원하게 말했다.
“그려! 오늘 그럼 끝까지 같이 가 보자고!”
“감사합니다!”
“사무소에 퍼뜩 이야기 하고 온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공손한 자세로 보온병 뚜껑을 건넨 드루이얼이 쏜살같이 15층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반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어휴…… 무슨 사연이 있어서 저럴꼬.”
그동안 수많은 공사 현장을 거치며 패기 넘치게 들어온 젊은 청년들의 도전을 수없이 봐 왔던 반장이었다.
수능이 끝나거나, 대학교 방학 등등 친구들과 함께 소위 말하는 노가다 현장의 높은 일당만 보고 도전했던 청년들은 다음 날 절대로 인력 사무소에 다시 나오지 않았다.
일당으로 10만 원을 받으면 뭐 하나. 다음 날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근육통에 시달려 일당보다 더 비싼 병원비를 지출하기 일쑤였다. 다시는 노가다 판에 얼씬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인생의 경험을 하고 가는 청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오직 힘으로만 덤벼드는 젊은 청년들과는 달리, 매일 아침 담배 한 대와 커피 한 잔으로 수다를 떨고 있는 잔뼈 굵은 인부들의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서 드루이얼은 정말이지 신선한 페이스였다.
처음 드루이얼을 봤을 때 반장은 ‘이 녀석도 내일 나오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첫인상과는 달리 시멘트 포대를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씩 한 번에 나르는 드루이얼의 모습을 보며 반장은 감격의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완벽한 인재가 나타났다!”
10년, 아니,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계를 이기는 인간의 등장이었다. 안전 장비조차 차는 것도 귀찮다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무거운 벽돌을 가득 메고 뛰어다니는 드루이얼의 모습은 마치 현장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결정을 내릴 때인가.”
세월이 흐르는 것은 막을 도리가 없다고 했던가. 젊었을 때는 자신도 벽돌 지게를 짊어지고 공사 현장을 날아다녔지만, 이제는 관리자의 위치에서 안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반장은 전국구에서 알아주는 공사 현장의 작업장 인부였다.
함께 젊음을 불살랐던 동료들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 현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꿋꿋하게 대한민국 건설 산업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였다.
“저, 말하고 왔습니다!”
잠깐 생각을 하는 사이에 15층 건물을 뛰어 내려갔다가 올라온 드루이얼의 환한 미소를 보며 반장은 생각했다.
어떤 인부가 야근을 앞에 두고 저렇게 해맑은 순도 100퍼센트의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는가.
이 남자는 ‘진짜’였다.
“자네, 내 밑에서 쭉 일할 생각 없는가?”
“예?”
“장담하지. 1년, 아니, 반년만 지나면 공사 현장에서 자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해 주겠네.”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불리는 반장이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사무소 인력들만 해도 웬만한 중소기업 뺨치는 수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40년 장인 인생 처음으로 먼저 나서서 영입하려 할 만큼, 지금 드루이얼은 노가다 현장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다.
“음…….”
갑작스러운 영입 제안에 드루이얼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자 초조해진 반장이 소리쳤다.
“내 밑에서 배우면서! 기술도 배우고! 우리 사무소도 나중에 물려받고!”
“사무소를 말씀입니까?”
“그려! 우리 아들놈은 현장 정신이 없어서 안 돼! 아무리 내 아들놈이지만 그런 약해 빠진 정신으로는 이런 큰일을 할 수 없제!”
그렇게 말하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이는 반장의 모습을 보며 드루이얼은 순간 그 제안을 수락할 뻔했다.
하지만 드루이얼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반장의 눈이 충격을 받은 듯 크게 떠졌다.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만,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뭣이!”
드루이얼이 거절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반장이 충격을 받은 듯 휘청거렸다. 그런 반장을 급하게 부축하며 드루이얼이 말했다.
“여기도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의 유희에서 가장 먼저 생각날 곳은 바로 반장님의 정신이 서려 있는 이 현장일 겁니다.”
“그런데 왜 거절해!”
“사실 저는 일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뭐?”
“내일까지만 나오겠습니다. 저도 앞으로의 일정이 있으니까요.”
후계자로 생각했던 드루이얼의 난데없는 은퇴 선언에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라며 중얼거리던 반장이 이내 진지한 얼굴로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자네는 하늘이 내린 인재란 말일세! 전 세계 공사판을 주름잡을 수 있는 천재야!”
후계자를 여기서 잃을 순 없다는 듯 결연한 얼굴로 말하는 반장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드루이얼이 선선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하늘이 내린 인재가 아닙니다.”
“아니야! 조금만 다시 생각…….”
“전 땅에서 왔거든요.”
그렇게 말한 드루이얼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품에 안고 있던 반장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반장이 고개를 갸웃하는 것을 뒤로하며 안전모를 눌러쓴 드루이얼이 바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하게 구겨진 명함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송주혁]이름만이 적혀 있는 단출한 명함이었지만, 명함에 그려진 길드 마크를 본다면 아무도 단출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터였다.
대한민국 탑3 길드이자, 그 길드의 주인의 이름이 적혀 있다면 더더욱.
자신이 원하던 유희가 이런 방향은 아니었다. 물론 처음으로 해 본 일을 일주일 넘게 할 만큼 적성에 맞고 흥미도 생겼지만. 애초에 드루이얼의 유희 스타일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자금을 융통하러 가 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