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19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8화(19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8화
탁, 탁, 탁.
일정한 간격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는 길드장실. 고민을 할 때 나오는 주혁의 버릇 중 하나인 손가락으로 책상 두드리기였다.
책상을 울리는 소리가 뚝 멈췄다. 책상 위에 놓인 수많은 서류들은 모두 키드의 행적이 담겨 있는 보고서들이었다.
수많은 고민을 해 봤지만, 결국 답은 나오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시간을 끄는 것은 소모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주혁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전혀 진전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어쩐다…….”
국제 수배령이 내려졌지만 지하로 숨어 버린 키드를 잡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떠올린 방법이 바로 키드의 팔과 다리가 되어 주고 있는 해방의 날개 길드의 본거지를 소탕하는 것이었다.
“최소 랭커급의 범죄자가 20명이라.”
해방의 날개 길드는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아 놓은 길드가 아니었다.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름난 범죄자들과 국제 사범들. 거기에 각 나라에서 모종의 이유로 추방된 떠돌이들이 모여 있는 곳. 그만큼 소속된 길드원 개개인의 랭크가 높았다. 그런 해방의 날개 길드원들의 신상이 낱낱이 적혀 있는 문서들을 하나씩 읽어 보던 주혁이 중얼거렸다.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진 않겠는데.”
미국 내에서도 골칫거리였던 악명 높은 범죄자들의 모든 신상을 확인한 주혁의 입에서 나온 것은 치기라 치부할 수 없는 확실한 자신감이었다. 이 모든 헌터들이 한 번에 덤벼든다 해도 과연 주혁 하나를 상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압도적인 무력. 그 앞에 통용되는 법은 없다.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을 모두 깨부술 만큼의 힘이 주혁에겐 있었다.
모든 랭커들은 자신들의 힘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국가 전력이나 다름없는 랭커들의 힘은 국가 기밀로 분류되기도 했거니와, 자신의 힘을 모두 알리는 하수는 이 세상에 없었다.
목숨을 건 랭킹 쟁탈전이 흔하게 일어나던 시절. 그러나 그 시절의 끝물에서 새롭게 등장했던 주혁은 자신의 모든 권능에 대한 정보를 오픈했다.
‘덤빌 수 있다면 덤벼 보거라.’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3세대 랭커의 등장. 압도적인 힘 앞에 범죄 길드들을 모두 소탕하고 길드 연합의 깃발 아래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헌터계의 질서를 정립한 주혁이었다.
거기에 최근 새로이 각성한 구도자의 권능으로 인해 주혁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다만 걸리는 것은 해방의 날개를 일망타진하지 않는다면 이후에 이어질 여파가 귀찮다는 점이었다.
“확실한 본거지만 알아낼 수 있다면…….”
그렇게 중얼거리던 주혁이 멈칫 몸을 굳혔다. 아무도 없는 길드장실 내에 어느새 소리도 없이 등장한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냐.”
성진보다도 우락부락한 몸과 두 눈에 가득 서린 이채. 한눈에 주혁은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남자가 평범한 헌터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다만 자신을 목표로 찾아왔다고 하기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적의에 주혁은 자리에 앉은 채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네가 구도자렸다?”
지은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구도자의 정체를 단숨에 간파한 남자를 보며 주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들어 본 적이 있었던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린 주혁이 설마 하는 기분으로 말했다.
“……대지의 정령왕이십니까?”
“맞다.”
봉인에서 풀려나자마자 유희를 즐기겠다며 탈주했던 드루이얼이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그의 모습을 처음 봤지만, 유희를 즐기겠다며 소리치던 그 목소리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다.
모두를 당황시켰던 탈주 정령의 인간형 모습을 마주한 주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엔 어쩐 일이십니까.”
“좋은 집을 가지고 있구나. 나를 문전 박대했던 인간들의 집보다 더욱 좋아 보여.”
“…….”
집이 아니라 청명 길드 본청 건물이었지만 짚고 넘어갈 부분은 그쪽이 아니었다. 자신이 문전 박대 당했다는 사실을 갑작스럽게 고백하는 드루이얼이었다. 거기에 분명 인간들이라고 했으니 문전 박대를 당했던 경험이 한 번이 아니란 소리였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구나, 유희를 즐기기엔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어.”
“…….”
“분명 이런 게 너희 인간들이 말하던 화폐였는데, 이걸로는 국밥 한 그릇도 사 먹지 못하더군.”
그렇게 말하며 드루이얼이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꺼내 든 것은 조선시대의 화폐인 상평통보였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품 상평통보가 새끼줄에 줄줄이 꿰어져 있는 모습을 보다니. 유물을 꺼내 든 드루이얼의 모습에서 그의 마지막 유희가 언제였는지 대충 그 시대상을 짐작한 주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정령계로 복귀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은을 비롯해 까망이가 분노에 차 소리치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정령계를 복구한다는 것이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틀림없이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은 분명했다. 눈앞의 드루이얼에게 그 의무가 있다는 사실 역시 명백했다.
“그럴 순 없다.”
“…….”
“얼마 만에 도망쳐…… 아니지.”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드루이얼이 황급하게 말을 바꿨다.
“나에게도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하지.”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하시길래…….”
“너희 인간의 수명이 대략 80년쯤 되지 않더냐?”
“…….”
80년이나 놀겠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고 있는 드루이얼의 모습에 주혁의 입이 다물어졌다. 물론 영겁의 세월을 살고 있는 정령왕에겐 찰나의 시간에 지나지 않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 찰나는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었기에 주혁은 이 정령왕을 일단 지은에게 신고하기로 마음먹었다.
핸드폰을 집어 드는 주혁의 모습을 보며 그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드루이얼이 황급히 소리쳤다.
“전보를 멈춰라!”
“전보…….”
“내 너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러 온 것이다.”
“제안 말씀입니까?”
“구도자의 권능을 각성했다면 틀림없이 그림자를 쫓아야 할 터. 내 그림자의 위치를 알려 주마.”
“!!”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만큼 엄청난 제안이었다. 벌떡 일어난 주혁의 모습을 보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팔짱을 낀 드루이얼이 말했다.
“그림자의 하수인들도 소탕할 계획인가 보구나. 그 하수인들의 본거지 또한 알려 주지.”
“그게 어떻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감히 대지의 정령왕인 나의 말을 의심한다는 소리인가?”
“거래를 제안한다 하셨다면, 그 거래에 제시한 정보에 대한 신뢰 검증은 필수 아니겠습니까.”
“흐음…….”
키드의 권능으로 꽁꽁 숨어 있는 해방의 날개의 본거지를 알려 주겠다는 말은 곧 그 던전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치트키나 다름없는 제안인 만큼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네가 가는 길에 내가 함께하겠다. 존재하는 모든 땅에서 내가 밟지 못할 땅은 없으니.”
지상의 모든 대지가 그의 존재였고, 던전 역시 땅 밑에 존재하는 공간. 비록 신이 만들어 낸 공간이었으나 그 역시 지상을 본떠 만든 공간이었다. 던전에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대지 위를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것은 대지의 주인인 드루이얼뿐이었다.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일단 그 전보기는 내려 놓거라. 대리자에게 전보를 걸 속셈이었겠지.”
드루이얼의 말에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주혁이 무해하다는 몸짓을 지어 보였다. 일단 유희에 미쳐 있는 이 정령왕의 제안이 정말 사실이라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가 무슨 조건을 이야기하든지 간에 일단 들어 주는 것이 옳았다.
“인간들이 살기 위해선 꼭 돈이 필요하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상평통보 꾸러미를 바닥에 툭 던져 놓은 드루이얼이 반대편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새하얀 일급 봉투였다.
오만 원권과 만 원권 지폐가 두둑하게 들어 있는, 공사 현장의 에이스로 빛난 시간들이 선물한 돈이었다.
“그런데 이 지폐라고 불리는 것 말고도 인간들이 자주 사용하는 것이 있던데.”
“……설마.”
“신용 카드라고 했던가. 지폐를 지불하지 않고도 아주 편리하더군.”
지금 드루이얼이 뭘 요구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깨달은 주혁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정말이지 누가 탈주 정령왕 아니랄까 봐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진심인 드루이얼이었다.
“내 알게 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절친한 인간이 그러더군. 한도 없는 신용 카드를 가진 삶을 살아 보고 싶다했지.”
반장이 술만 취하면 했던 이야기였다. 한도 없는 신용 카드를 와이프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일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그 신용 카드만 있다면 유희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드루이얼이었다.
“가능한가?”
주혁의 얼굴이 더욱 차갑게 식었다.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주혁의 모습에도 드루이얼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인간에게 이 정도 멸시쯤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그는 진정한 의미의 즐길 줄 아는 정령왕이었다.
“일단 검증이 필요합니다.”
“검증이라…… 그래, 거래는 본래 신뢰의 문제인 것.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겠지.”
구도자라면 혹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했음에도 침착한 말투와 표정을 유지하는 주혁을 보며, 드루이얼은 몇 번째 유희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의주와 청나라를 오가던 대상인의 밑에서 후계자로 일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 대상인과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것이 없는 기세를 가지고 있는 주혁을 보고 있자니, 확실히 거래를 입증할 수 있다면 그에게서 얻어 낼 수 있는 것이 넘칠 것이라 계산을 마친 드루이얼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먼저 그림자의 팔다리를 자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하…….”
“나를 부르고 싶다면 언제든 불러라. 네가 구도자의 자격으로 나를 찾는다면 반드시 응답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청하는 드루이얼의 모습을 보며 주혁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그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별개로 지은에게 반드시 지금 상황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주혁은 이어지는 드루이얼의 말에 더더욱 차갑게 얼굴을 굳혔다.
“그런데 본래 거래를 하게 되면 계약금을 거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나?”
“…….”
“이번 경우에는 네가 더 급한 것 같은데.”
“계약금…….”
“너도 일정이 있을 테고, 그림자를 잡으려면 꽤 많은 인간들이 힘을 합쳐야 할 텐데.”
“……그렇습니다.”
“일단 신용 카드인지 뭔지 하나만 줄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