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화(2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화
“까망아,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 가냥, 주인?>
“그냥 잠깐 요 앞에서 친구 좀 만나러?”
<주인, 거짓말한다냥.>
“거짓말 아니야! 내가 왜 너한테 거짓말을 해.”
<한 달간 주인과 연락한 사람을 쭉 분석해 봤을 때 주인은 친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냥.>
“야! 내가 음…… 어…… 친구가 없긴 왜 없어!”
<그러지 않고서야 핸드폰에 연락이 한 통도 안 올 리가 없다냥.>
까망이에겐 비밀로 하고 송주혁을 만나러 가려던 지은의 계획은 까망이의 근거 있는 논리에 처참하게 깨부숴졌다.
<주인은 거짓말을 하면 금방 티가 난다냥.>
“그거 좋은 의미지 까망아?”
<친구가 없는데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하고 어딜 몰래 나가려는 거냥!>
결국 까망이에게 송주혁을 만나러 간다고 이실직고하고 그동안 고민했던 내용을 낱낱이 말해야 했다.
지은이 원하는 것은 음식을 만들고 그걸 판매하며 보람을 느끼는 것인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길드나 고위 헌터들이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사실까지.
“까망아, 나도 언젠간 레벨 업을 하게 될 텐데, 그 이후엔 안전한 1층과 2층에서만 장사를 할 거야.”
<주인의 생각대로라면 1층과 2층도 그다지 안전하지는 않은 거 아니냥?>
“아니야, 내가 매일 같은 곳에서만 장사를 하면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는데 제약이 있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으음…….>
“그리고 최대로 진출해 봤자 3층까지야. 어제 손님을 받아서 목격자가 생겼으니까 최대한 안전하게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3층 절망의 계곡 3지대에서만 장사를 하면 돼.”
3층만 해도 중견급 헌터들의 무대다. 4층 이상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하면 그곳을 무대 삼는 길드들과 고위 헌터들의 의심을 피해 가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까망이 너도 알다시피 문제가 있잖아.”
<4층에서 손님을 받았었다냥.>
“그래, 그게 송주혁 씨고. 그래서 어차피 지금 내가 받은 이 게이트석을 돌려준다는 핑계로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야.”
<만나서 어떻게 변명하려고 그러냥? 어차피 그 남자는 주인이 이미 4층까지 어떤 스킬을 이용해서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지 않겠냥?>
“그래서 그 사람에게만 부탁을 하려고 해.”
<부탁?>
“혼자서 4층 중심부까지 왔던 사람이야. 무려 로컬 랭킹 1위의 헌터잖아. 내가 4층 이상의 던전을 갈 수 있다는 사실까지는 모를 거야.”
<주인은 거짓말 못 하지 않냥?>
“그러니까 사실도 조금 섞어야지. 4층까지 랜덤하게 올 수 있었던 건 사실 내 클래스의 특수한 스킬 덕분이긴 하다만…….”
<다만?>
“지금까지 보스가 잡힌 던전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걸로.”
헌터 게시판에서 얻은 정보들을 조합해 봤을 때 가장 먹힐 확률이 높은 속임수였다.
어찌 됐든 간에 4층의 보스는 송주혁이 길드장으로 있는 청명 길드에 의해 토벌당했고, 아직 5층의 보스까지 가는 길은 개척되지도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주인, 꽤 많이 성장한 거 같다냥.>
“몰랐어? 나 지능 스탯이 높잖아.”
<그것도 1렙치고는 높다는 거였다냥.>
“그러니까 어쨌든 간에 지금 내가 먼저 송주혁 씨를 만나고 내 패를 오픈하는 척이라도 해야 그 사람이 나를 의심하지 않을 거야.”
<사람 좋아 보이던데.>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씁쓸하게 덧붙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힘이 있는 사람은 힘이 없는 사람을 언제든 억지로 굴복시킬 수 있는 법이거든.”
<흐음…….>
“거기에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면 거래를 제안할 예정이야.”
* * *
“야, 가출 청년! 성과는 좀 있었어?”
굳게 닫힌 청명 길드장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이렇게 들어와 주혁을 ‘야’라고 부르며 편하게 대하는 사람은 로컬 랭킹 5위이자 청명의 부길드장인 주혁의 친구 김성진이 유일했다.
“아무리 나라도 힐러도 없이 5층은 무리야. 뻔히 알면서 물어봐?”
책상 앞에 엎드려 있던 주혁이 서글서글 웃어 보이는 성진을 힐끔 바라보더니 이내 하던 행동을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빈 종이에 펜을 놀리며 이상한 낙서를 하던 주혁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진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동안 별다른 성과도 없었는데, 공식 석상에서 5층 토벌전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었다?”
“으음…….”
“왜 그러는데. 뭐가 마음에 걸려서 그렇게 고민 중인 건데?”
“성진아, 사람 한 명 찾아봐야겠어.”
“사람? 무슨 의미야?”
갑자기 사람 한 명을 찾아야겠다는 주혁의 말에 성진이 의아해하자 책상에 엎어져 있던 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자기 가슴께에 두고는 말했다.
“키는 한 이 정도 되고.”
“어, 그래.”
“이름은 민지은이야.”
“너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그리고 요리를 엄청 잘해. 푸드 트럭을 운영하나 봐.”
“아니, 송주혁. 똑바로 말해. 지금이라도 수습해야 하니까.”
“사고를 친 건 아니고, 내가 뭘 실험한 게 하나 있기는 한데…… 내 생각이 맞으면 그건 사고가 맞지, 대형사고.”
“아오 답답해! 너 똑바로 이야기 안 할래? 왜 그렇게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는 거야?”
“이름 민지은, 성별 여자, 푸드 트럭. 이렇게 3가지만 가지고 사람 찾을 수 있겠지?”
“물론 찾을 수야 있겠지. 찾아서 뭘 어떻게 할 건데? 죄송합니다, 하고 싹싹 빌기라도 할 거야?”
“성진아, 던전 안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푸드 트럭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답답하게 빙빙 돌려 말하더니 이제는 갑자기 귀신이 자다가봉창 두들기는 소리를 하고 있는 친구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성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러니 주변에 친구라곤 거의 없지. 랭킹 1위이면 뭐하나, 얼굴은 멀쩡하게 생겨선 자기만의 세계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왜 그래?”
“내가 봤거든.”
“뭐?”
“내가 봤다고, 푸드 트럭. 그리고 거기서 샌드위치도 10개나 사 먹었어. 도와줘서 고맙다고 계란 초밥하고 된장국까지 서비스로 받았고.”
“야, 너 자고 있었던 거였어? 무슨 꿈을 꿔도 그런 개꿈을…….”
거기까지 말을 하던 성진이 주혁의 표정을 보고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주혁의 표정이 진지했다.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성진이 재차 주혁에게 물었다.
“키는 160 정도, 이름은 지은, 푸드 트럭을 운영하고 샌드위치를 팔았다. 나이는 어느 정도 돼 보였는데?”
“허리에 차 키를 달고 있었는데, 그래도 많아 봐야 20대 초반 정도 될 거야.”
“내가 졌다. 한 번 찾아볼게.”
“고마워. 만약에 찾으면 다른 곳에 새어나가지 않게 은밀하게 접선해서 미팅을 잡아.”
“네가 말한 내용이 정말 사실이라면 진짜 던전 발생 이후로 가장 놀라운 각성자가 나타난 거네.”
“밖에 알려진다면 욕심 많은 놈들 때문에 위험해질지도 몰라. 내가 예상하는 스킬이 맞다면 더더욱. 빨리 찾아 줘. 부탁할게.”
고개를 끄덕인 성진이 걱정 말라며 당부하고 방에서 나갔다.
자신이 직접 한 부탁이니 다른 누군가를 시키지 않고 성진이 직접 조사할 테니 지은이라는 여자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였다.
인벤토리에서 그날 서비스라며 계란 초밥과 따로 미소 된장국을 가득 담아 준 보온병을 꺼낸 주혁은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먹었던 된장국 중에 제일 맛있었단 말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돌 정도로 맛있었던 음식들이었다.
그런 음식들을 던전 안에서 맛볼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던전에서 푸드 트럭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리고 그런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내고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자신이 첫 손님이라며 샌드위치 가격을 깎아 주던 여자.
튜토리얼을 진행한다고 했으니,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헌터 세계에 대해선 아예 알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던전 발생 이후 일어난 가장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음식을 만드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그 순수한 웃음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그동안 샌드위치는 많이 팔았으려나. 아니면 다른 메뉴로 바꿔 가며 팔았으려나.
일면식도 없던 사람을 이렇게 오랫동안 생각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보온병…… 빨리 돌려주고 싶네.”
낮게 웃으며 주혁이 중얼거렸다.
* * *
떨리는 마음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청명 길드 본청 건물 앞에 선 지은이 모자를 더욱 푹 눌러썼다.
막상 기세 좋게 청명 길드의 본청까진 왔는데, 들어가서 어떻게 해야 송주혁 그 남자를 만날 수 있을지 뒤늦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첫 손님에다가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있긴 했어도 그 남자는 지금 현 대한민국 헌터 사회의 정점에 있는 랭킹 1위의 헌터일 뿐만 아니라, 이 커다란 빌딩을 본진으로 둔 길드의 수장이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고작 레벨 1 비전투 계열 각성자.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않으려면 반드시 부딪혀야 할 문제였다.
그리고 어쩌면 혼자서는 풀 방법이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름 철저하게 길드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치킨까지 한 마리 사 왔다.
‘길드원 중에 한 명쯤은 치킨을 시켜 먹은 적 있지 않았을까?’
이런 기대로 배달원인 척 길드에 잠입하기 위해서 비닐봉지 채로 들고 온 치킨이었다.
“에이, 여기까지 왔는데 모르겠다. 가 보자!”
성큼성큼 청명 길드의 정문으로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가드들이 손을 뻗어 지은을 멈춰 세웠다.
“실례합니다. 어떤 용무로 오셨죠?”
“치…… 치킨 배달 왔는데요.”
덩치가 자신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가드의 손이 지은의 얼굴 앞에 펼쳐져 있었다.
깜짝 놀란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고 목소리가 떨려왔다.
가뜩이나 작은 체구의 지은이 목소리를 떨면서 몸을 움츠리니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문을 지키던 가드가 황급히 팔을 뒤쪽으로 숨기고는 말했다.
“아, 치킨 배달 오셨군요.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혹시 배달을 시키신 직원분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어디 보자, 이름이…… 송주혁 씨요!”
“네?”
정공법이었다. 대한민국에 치킨 배달 안 시켜 먹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청명 길드장이지만 까짓것 점심시간에 치킨 좀 시켜 먹을 수도 있지!
먹혀라! 먹혀라! 하는 마음으로 곧바로 이 건물의 보스 이름을 대 버린 지은이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당황한 가드들이 자기들끼리 뭐라고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 그럼 간단하게 전투 계열 헌터이신지 확인 절차만 빠르게 진행하고 들여보내 드리겠습니다.”
결국 지은의 뻔뻔함과 치밀한 준비성이 저 커다란 덩치의 가드 4명을 완전히 속여 넘겼다.
전투 계열 각성자인지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기계를 지은의 팔에 갖다 댄 가드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오래 기다리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너무나 쉽게 청명 길드의 본청 안에 들어오게 된 지은이 싱글벙글 회전문을 통과하고는 잠시 멈칫했다.
넓은 1층 로비, 치킨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모자를 푹 눌러 쓴 사복 차림의 여자.
그러고 보니 지금은 목요일 점심시간이었다. 번듯한 양복을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마침 점심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가거나 식당으로 가기 위해 1층에 많이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걸어가던 사람들이 청명 길드 내에 들어온 치킨 배달원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모두의 시선을 한눈에 받게 된 지은이 조용해진 로비 안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혹시 송주혁 씨 사무실이 어딘지 아시는 분…… 계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