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0)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199화(200/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199화
“하…… 진짜 대책 없는 정령왕 같으니라고…….”
강변 주변의 전망 좋은 카페.
주혁에게서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들은 지은이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일행들이 주혁과 남운, 그리고 한그루라는 것도 놀라운데 그중에서 가장 권력이 강한 사람은 지은 같았다.
“그렇다고 신용 카드를 또 줬어요?”
드루이얼의 요청을 받아들여 신용 카드 하나를 이미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주혁의 부연 설명을 들은 지은이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딱히 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못을 해서 혼이 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주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드루이얼 님이 계약의 상도덕을 지켜라, 라고 압박을 하길래.”
“하아…… 상도덕은 무슨!”
지금 가장 상도덕이 없는 게 누군데! 라며 소리치는 지은의 목소리에 다시 움찔하고 주혁의 몸이 떨렸다.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상의도 없이 신용 카드를 먼저 턱 넘기면 안 됐다는 후회가 물밀 듯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일부러 먼 곳을 응시하며 웃음을 참고 있던 남운의 표정을 확인한 주혁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저라면 일단 지은 씨와 연락을 했었을 것 같은데.”
주혁의 표정을 확인한 남운이 그렇게 말하곤 살며시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명백한 도발이나 마찬가지인 남운의 제스처에도 주혁은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죄인은 바로 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화를 내진 마시죠. 그래도 일단 계약금 명목으로 주혁 씨도 해방의 날개의 본거지를 받은 셈 아닙니까.”
상황을 중재한 것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한그루였다. 주혁이 이때다 싶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일단 다른 이들이 키드의 능력을 공유하는 것은 아닐 테니 본거지는 옮길 수 없을 겁니다.”
“본거지를 알아낸다고 해도, 사실상 본거지가 미개척 던전에 있다면요? 던전 보스와 동시에 해방의 날개 일당들도 신경 써야 하는데 가능하겠어요?”
한결 누그러진 지은의 말에 주혁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이미 그것까지 모두 계산을 마친 주혁이었다.
“그래서 5층 토벌대와 함께 제가 이동할 생각입니다.”
“5층 토벌대…… 아!”
곧 출발이 임박한 5층 토벌대였다. 연일 방송으로 5층 토벌대의 전력 분석과 함께 지난번 청명 길드가 열었던 토벌의 좋은 기세를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던 만큼, 이번 토벌대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길은 어떻게 찾죠?”
“드루이얼의 말대로라면, 토벌대가 5층에 진입하는 순간 합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니…….”
이미 이 상도덕 없는 계약이 이루어졌던 배경에 대해선 설명을 들었지만, 정말로 드루이얼이 개척되지 않은 던전으로 이동을 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도통 믿지 못했던 지은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드루이얼이었기에, 가장 먼저 인간들이 토벌하게끔 신이 배치를 해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반신반의하는 생각으로 고민하던 지은이 말했다.
“그럼 그 토벌대에 저도 합류하는 게…….”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그건 조금 다시 생각을 해 보시는 게…….”
지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 남자가 똑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마치 세 명이서 짠 것처럼 동시에 비슷한 대답이 나오자 지은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혹시 사전에 저 빼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건 아닙니다만, 지은 씨가 토벌대에 합류해선 안 될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직전의 대화로 이미 자신이 키드의 목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지은의 불만스러운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여기서 자신까지 합류한다면 토벌대의 부담이 너무나 커질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이번 토벌대의 목표는 한 가지가 아니니까요.”
새로운 던전을 공략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닌, 키드의 일당들을 소탕하는 것까지. 몬스터와 상대하는 것은 헌터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심적으로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
“아…….”
사람이 사람을 상대한다. 몬스터를 상대로 발휘하던 권능을 사람을 상대로 사용해야 하는 일의 무게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지은은 아직 몰랐고,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았다.
충분히 고려해야 할 문제였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확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중요한 건 제가 키드의 일당을 치는 동안, 지은 씨의 호위 문제인데.”
그렇게 말하며 남운을 바라보는 주혁이었다. 주혁이 없는 상황을 알아차린 키드가 지은을 노릴 것을 대비해 반드시 그녀의 곁을 상시 지켜 줄 사람이 필요했다.
주혁의 시선을 받은 남운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은 씨는 제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요, 남운 씨는 저랑 같이 가야 합니다.”
“네? 이유가 있습니까?”
지은의 곁을 지킬 임무가 당연히 자신에게 떨어질 줄 알았던 남운이 주혁의 말에 당황해 목소리를 높였다. 어째서 자신이 주혁과 함께 가야 하는지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던 남운은 이어지는 주혁의 설명에 심각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남운 씨가 저와 함께 이번 토벌대에 참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지금 남운 씨의 레벨 때문입니다.”
“레벨…….”
“당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당장 레벨만으로 수치를 논하는 뻔한 소리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요.”
진지한 주혁의 말에 남운도 납득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경험치는 오르지만, 특히 목숨을 걸고 사람과 사람이 싸울 때 숙련도와 함께 경험치가 더 많이 늘어난다고 했다.
“정말 끔찍한 이야기네요.”
온라인 게임의 PVP(Player versus Player)처럼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사람을 죽일 때 경험치가 더 많이 오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은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대혼돈의 무법 시절 헌터들끼리 그렇게 목숨을 빼앗고, 빼앗기던 이유에 이 점도 분명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끔찍한 현실이죠.”
그렇게 말하는 주혁의 얼굴을 지은이 빤히 응시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지은의 눈빛이 마치 ‘당신은 정말 괜찮은 건가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주혁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남운도, 한그루도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결국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싸워 보지도 않는다면 헛되이 목숨을 잃는다. 살아남기 위해선 반드시 싸워야 한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목줄에 채워져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헌터들의 숙명이었다.
“그럼 지은 씨의 호위는 누가 맡게 되는 겁니까?”
한그루 역시 누나인 한설아가 걱정된다며 자신도 참가하겠다고 손을 들었기에, 당장 여기 모인 세 사람 중 지은을 호위할 사람이 없어진 상태였다.
당연한 남운의 질문에 답한 것은 지은이었다.
“유라 언니와 호위 팀분들이면 충분해요.”
5층 토벌대에서 완벽하게 그녀를 호위해 줬던 유라를 비롯한 호위 팀이 함께한다면 키드의 급습을 막아 낼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인원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주혁이 정말 입에 담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꺼낸 이름은 바로 이태서였다.
“음…….”
이태서의 이름을 듣자마자 남운도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나름 많은 일을 함께하는 동안 꽤 친해진 줄 알았더니 아직 이 남자들의 사이는 서먹하기만 한 것 같아 지은이 애써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이태서 씨에겐 제가 직접 도움을 요청해 볼게요. 까망이도 저랑 같이 있을 거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지은의 모습을 보며 정말 마지막이라는 듯 주혁이 망설이다 말했다.
“지은 씨,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네?”
무엇을 말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지은이 고민하는 사이 정말 미안하다는 듯 검지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던 주혁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혹시 이사를 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이사요?”
“네, 물론 지금 지은 씨가 살고 있는 집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저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아…….”
지은이 머무는 곳은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함께 살던 집이었다. 이미 노출이 될 대로 되어 버린 탓에 항상 길드의 호위 팀이 지키고는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더 안전하고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하는 주혁의 말투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생각해 볼게요. 만약 이사를 하게 된다면 옮겨야 할 짐도 많고요.”
“감사합니다, 지은 씨.”
그렇게 이사 문제는 일단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일단 까망이에게 드루이얼이 제안한 거래에 대해 알려야 했기도 했고, 어느 정도 앞으로의 일에 대한 가닥이 잡힌 상태가 되자 미뤄 뒀던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은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이사 문제는 금방 결정해서 말씀드릴게요.”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주변 경계를 더 강화하면 될 일이니까요.”
마지막까지 자신을 배려해 주는 주혁의 말에 빙긋 웃어 보인 지은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항상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주는 주혁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 * *
목욕을 마친 지은이 눈을 반쯤 감은 채 소파에 앉아 머리를 말리는 동안, 드루이얼이 사고를 쳤다는 소식에 한참을 불안에 떨며 기다리고 있던 까망이가 그녀의 품으로 폴짝 뛰어오르며 말했다.
<그 녀석이 신용 카드를 얻기 위해 송주혁을 찾아갔다고?>
“그렇다니까. 정말이지 무슨 생각일까, 드루이얼 님은?”
<신용 카드…… 하하하하!>
탈주한 정령왕에겐 다 인생, 아니 정령생 계획이 있었구나 싶었는지 까망이는 이내 화를 내는 것도 잊은 채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까망이의 모습을 보며 지은은 역시 자식 농사가 힘들구나, 라는 우스운 생각을 하며 머리를 말렸다.
<가뜩이나 이그니스 녀석도 자기 주인과 계약을 한 상태니까 일시키지 말라고 그러지. 아실리아만 고생하고 있고…….>
“아실리아 님이 첫째야?”
<너희 인간들 기준으로 하자면 첫째가 맞지.>
“그럼 드루이얼 님은?”
<둘째다.>
“그래서 그럴 수도 있어.”
정령들이 인간을 좋아하는 이유가 사실은 그들이 인간들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방금 대화에서 신빙성을 얻기 시작했다.
답답한 자신의 속과는 다르게 온몸이 나른하게 풀린 지은의 무심한 대답에 까망이가 울분을 토하며 말했다.
<주인은 이 상황이 납득이 가는 거냐!>
“납득? 당연히 안 되지. 그런데 뭐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사실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은 거래이기도 해.”
처음에는 유희에 진심인 드루이얼이 정말로 철이 없는 정령왕이라고 생각했던 지은이었지만, 잘 생각해 보면 분명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니었다. 애초에 드루이얼에게 던전 안에 길을 열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거라곤 까망이조차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은 토벌대가 토벌에 집중하는 동안 바깥을 안전하게 지키는 거지. 그 전에 난 일단 잠을 자야 해. 지금 밤을 새웠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