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1)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0화(201/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0화
“으음…….”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던 지은은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 사이에 아실리아를 도와주고 오겠다는 말을 하며 까망이가 정령계로 돌아갔던 것 같기도 했다.
어느새 돌아왔는지 거실에서 들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지은이 잠에 취해 중얼거렸다.
“까망아…… 이리 와서 자자.”
평소라면 털 날린다고 구박받으면서도 지은이 침대에서 같이 자자고 하면 신나서 우다다다 달려왔을 까망이의 발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지은이 눈을 떴다.
몽롱한 정신이 돌아오는 것과 동시에 까망이의 기운이 아직 정령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지은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벌떡 침대에서 일어난 지은이 다급하게 핸드폰의 0번 버튼을 꾹 눌렀다. 분명 거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이 있었다.
지은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방금의 목소리로 깨달았는지 숨죽인 적막만이 흐르고 있는 집 안. 소름이 끼쳤던 지은은 침대맡의 취침 등 불빛에 의존해 열려 있는 방 문 밖을 응시했다.
‘까망아! 누가 집 안에 침입한 것 같아!’
정령계에 있을 까망이에게도 다급한 신호를 보낸 지은이 꿀꺽 침을 삼키고 인벤토리에서 꺼내 든 프라이팬을 손에 꽈악 쥔 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적막이 흐르던 거실에 발자국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불길한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지은은 지금 자신의 집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괴한이 틀림없이 한국인은 아닐 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감히 집 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오다니.
“누구시죠.”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려 애쓰며 지은이 자신의 방문 바로 옆에서 멈춘 듯한 침입자에게 말했다. 긴급 연락을 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호위 팀이 도착할 것이다. 까망이도 다급한 상황을 인지했을 테니 조금만 시간을 끌면 됐다.
‘할 수 있어.’
만약 저 침입자가 키드라 한들, 어떻게든 빈틈을 유도한다면 승산은 있었다.
이윽고 옅은 취침 등 불빛 사이로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날아오는 투사체.
콰아아앙!
지은의 목에 걸려 있던 수호 목걸이에서 커다란 빛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커다란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이태서가 선물했던 수호 목걸이를 단 한시도 벗지 않았던 지은은 자신을 굳건하게 지켜 준 수호 방벽 너머 등을 돌리고 달아나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확인했다.
“잡아!”
쩌렁쩌렁 울리는 유라의 목소리.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거실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 밖으로 뛰쳐나가려던 지은은 얼마나 빨리 뛰어왔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유라와 충돌했다.
“지은아!”
순간 팔을 벌려서 지은을 품에 와락 안은 유라가 소리쳤다. 지은은 순간 자신 못지않게 유라 역시 온몸을 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녀를 와락 마주 안았다.
다급하게 달려온 것은 까망이도 마찬가지였는지, 방 행거에 걸어 둔 파우치에서 까망이가 폴짝 뛰어내리며 말했다. 매서운 눈길로 집 안에 느껴지는 기운을 탐지하던 까망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이미 사라졌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유라가 멀쩡한 지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온몸에 힘이 탁, 하고 풀렸는지 한숨을 내쉬며 되뇌었다.
처음으로 있었던 집 안 침입에 지은은 지금 온몸에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다. 목숨이 노려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가장 철저하게 방비했던 집 안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마법진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럴 리가!”
호위 팀원인 혜민의 다급한 외침에 유라가 다급하게 집안 곳곳에 설치한 마법진을 점검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도 안 돼…….”
그도 그럴 것이 지은의 집은 형준과 준형이 직접 설치한 마법진으로 철통같은 경계를 보장받고 있었다.
마법진이 발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순수한 체술, 즉 권능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호위 팀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침입했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아니라면 호위 팀 전원을 감쪽같이 속여 넘길 정도로 강한 랭커가 침입했다는 소리였다.
“오늘은 분명 나도 있었는데…….”
미리 언질을 들었기에 주혁이 토벌대에서 복귀할 때까진 호위 팀을 직접 통제하기로 했었던 유라였다. 자신조차 누군가가 집에 침입하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는 상황에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하던 유라가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은아.”
“네, 언니.”
“당분간 거처를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유라의 모습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지금 바로 이동하자. 이런 일을 대비해 길드에서 준비한 집이 있어. 옆집 사람도…… 나름 믿을 만한 놈이고.”
“옆집 사람이요?”
지은의 질문에 썩 내키진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유라가 한숨을 내쉬고는 아직도 수호 결계를 뿜어내고 있는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만들어 준 녀석.”
“아…….”
“적어도 이런 일은 다신 없을 거야. 그 일대 주변이 다 그 녀석의 마법진으로 둘러싸여 있을 테니까.”
* * *
“읏! 차!”
급하게 챙겨 온 짐들을 모두 널찍한 거실로 옮긴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닌 밤중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지만, 거처를 옮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주혁의 제안을 조금 일찍 받아들인 것이라 생각하며 위안을 삼은 지은이 집 안을 둘러보았다.
“넓다…….”
펜트하우스가 바로 이런 곳일까. 서울의 경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 엄중한 이중, 삼중의 보안 시스템이 완비된 새로운 집은 매우 넓었다.
“혼자 쓰기엔 너무 넓은 것 같네.”
할머니가 평생을 유명 한식당의 셰프로 일을 하셨음에도 그다지 좋지 않은 집에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절연한 외삼촌 때문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항상 돈 문제로 외할머니를 찾아와 소리를 지르던 외삼촌이 그때는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모를 일이었다. 항상 외삼촌과 싸우고 난 뒤 할머니는 방 안에서 한참을 나오시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번 이사를 한 끝에 결국 정착했던 마지막 집이자 지금까지 지은이 살고 있었던 집.
낡긴 했지만 그래도 지은은 그 집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할머니와 매일 함께 있었던 집이었고,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장소도 바로 그 집 주방이었다.
급한 와중에도 챙겨 온 할머니와 찍은 가족사진 여러 개를 캐리어에서 꺼내 든 지은이 거실에 놓인 유리 장식대의 문을 열어 차곡차곡 액자를 세우기 시작했다.
마지막 액자를 세워 놓고 난 뒤 멀찍이 떨어져 사진들을 감상하고 있던 지은이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사진이 많군요.”
“엄마야!”
지은이 놀랄 것을 예상한 듯 그런 반응에 웃음을 터트린 남자는 이태서였다. 바로 옆집 이웃사촌이 되어 버린 이태서가 등장하자 지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그야 바로 옆집 사이가 되었으니 떡이라도 얻어먹을까 해서요.”
떡은 만들 줄 모르십니까? 라고 능청맞게 물어 오는 이태서의 말에 살짝 자존심이 상한 지은이 대답했다.
“만들 줄 아는데요.”
“그러면 이사 오신 기념으로 돌리셔야죠.”
“다 나눠 줘도 이태서 씨한테는 절대 주지 않을게요.”
“정말 아쉽네요.”
정말로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 이태서가 지은이 장식해 둔 액자들이 세워져 있는 장식장에 시선을 돌렸다. 이리저리 이태서의 시선을 막아 보기 위해 팔을 벌리고 장식장 앞을 가로막으려던 지은이었지만, 이미 모든 사진을 확인한 이태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저 사진은 몇 살 때의 지은 씨 모습입니까?”
이태서가 콕 집어서 가리킨 것은 탱탱한 볼살을 자랑하며 색동옷을 입은 지은의 사진이었다. 의자에 앉아 새침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을 손으로 가리며 지은이 말했다.
“다섯 살? 그쯤 되는 것 같은데, 이제 됐죠? 그만 봐요. 일하러 왔으면 일이나 하시라구요.”
이태서가 집에 들어온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던 지은이었다. 형준과 준형도 충분히 상위 클래스의 마법사지만, 공간의 지배자라 불리는 이태서의 공간 결계 마법에는 그 수준이 미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지은의 안전에 대한 문제였기에 청명 길드에서 공식적으로 협조를 요청한 사항이었고, 이태서 또한 지은이 옆집으로 이사를 온다는 사실에 먼저 나서서 결계 마법을 설치해 주기로 이야기가 끝난 상태였다.
“듣자 하니 오늘 몹쓸 경험을 하셨다고요.”
“네…… 다행히 호위 팀들의 조치가 빨랐어요.”
그렇게 말한 지은이 목에 걸고 있는 수호 목걸이를 만지작대는 모습에 이태서가 방긋 웃음 지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아티팩트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는지 우쭐대는 표정을 하며 더 말하라는 듯 손짓하는 이태서의 모습에 결국 지은이 말을 이었다.
“수호 목걸이의 성능이 확실하더라고요. 집에 침입했던 사람이 뭘 저에게 던졌는데 그걸 다 막아 줬어요.”
“옛날 놈들이 많이 사용하던 수법이죠. 정적을 제거하는데 암살만큼 편한 일은 없으니까요.”
이미 호위 팀의 추격을 따돌릴 도주 경로도 있었는지 빠르게 도주한 침입자를 결국 잡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마법이나 권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적에 도움이 될 만한 실마리조차 남지 않은 기습이었다.
“암살…….”
“저희 가족도 당했던 일입니다.”
담담한 이태서의 말에 지은이 ‘아.’ 하고 말을 줄였다. 그런 지은을 보며 괘념치 말라는 듯 웃어 보인 이태서가 손을 움직여 마나를 일으켰다. 백금색의 마나가 집 안 곳곳에 빠르게 퍼져 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지은이 말했다.
“집이 너무 넓긴 하네요. 혼자 쓰기엔 너무 넓을 것 같은데.”
너무나 좋은 집이었지만, 또 혼자 쓰기엔 너무 쓸쓸한 기분이 들 것 같은 집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가장 중요한 주방을 둘러보며 식탁을 쓸어내리던 지은이 삑삑 하고 도어 록을 누르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누가 또 오기로 했어요?”
“음, 이야기 못 들으셨습니까?”
“무슨 이야기요?”
도어 록의 잠금이 풀리는 소리에 이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거실로 나가 본 지은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룸메이트가 왔군요.”
“세상에!”
캐리어는 물론이고 가방까지 야무지게 메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유라였다.
룸메이트라는 이태서의 말에 유라가 자신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지은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이보다 좋은 룸메이트가 또 있을 순 없었다.
“지은아! 언니랑 같이 살자!”
박력 넘치게 말하며 팔을 쫙 펼쳐 보이는 유라의 모습에 고개를 열정적으로 끄덕거린 지은이 한걸음에 달려가 유라의 품에 와락 안겼다. 그 모습을 거실 소파에 앉아 바라보고 있던 까망이가 못마땅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누가 보면 프러포즈라도 받은 연인인 줄 알겠어,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