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1화(202/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1화
“다 됐어?”
“말 좀 시키지 마. 집중하고 있는 거 안 보여?”
“마법진 몇 개 그리는데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차기 마탑주 맞아?”
“……흐즈 믈르그 해따.”
이태서가 마법진을 그리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하는 유라와, 그런 유라가 정말 귀찮아 징글징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이태서를 보며 지은이 미소를 지었다.
‘둘이 진짜 친하네.’
나이로는 이태서가 2살 많았지만 스스럼없이 반말을 나누는 두 사람은 오래된 친구처럼 보였다. 결국 참다못해 ‘제발 좀! 저리 가!’라며 소리를 지르는 이태서의 모습을 보며 유라가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 치사하게 화내지 마.”
“치사…….”
“파이팅!”
찰싹! 소리가 나게 이태서의 등을 때린 유라가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웃어 보였지만, 유라에게 등짝을 한 대 얻어맞은 이태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매일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유라의 스매싱은 운동과는 거리가 먼 학자형 마법사인 이태서에게 엄청난 대미지를 주기 충분했다.
너무 아파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쪼그려 앉은 채 굳어 버린 이태서를 뒤로한 채 유라도 자신의 짐을 풀기 위해서 옆방으로 들어갔다. 유라가 들어가고 나서야 얼얼한 등을 벽에 문지르는 이태서를 보며 지은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쟤 좀 치워 주시면 안 됩니까?”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하는 이태서를 향해 지은이 고개를 저었다. 소중한 룸메이트를 치워 달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두 사람, 참 사이가 좋군요.”
“유라 언니는 최고니까요.”
지은의 말에 이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마치 유라가 최고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지은이 이태서의 곁에 쪼그리고 앉아 그가 그리던 마법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뭔가 되게 복잡하게 생겼네요.”
형준과 준형이 그리던 마법진과는 형태가 많이 달랐다. 전문적으로 공간을 다루는 마법진이라 그런지 더욱더 촘촘하고 세밀한 그림이 이태서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마나 줄기를 따라 그려지고 있었다.
언제 봐도 신비로운 광경에 지은이 말없이 집중하자 이태서도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유려하게 그려진 마법진에서 환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완성되었습니다.”
이태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 안 곳곳에 그려 둔 마법진에서 일제히 빛이 번쩍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어디에 그려져 있는지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인지 각양각색의 문양을 자랑하던 마법진들의 모습도 이내 자취를 감췄다.
“이제 안전할 겁니다.”
이태서보다 높은 마법사나 랭커가 침입하지 않는 이상 마법진은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그럴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것이기에 이젠 안전할 거라는 이태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지은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배 안 고파요?”
“……고픕니다, 무척.”
아침 해가 밝아 오는 시간. 더군다나 오늘은 일요일. 모처럼의 휴일을 만끽해야 할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자신을 도와준 이태서를 위해서 지은은 특선 아침 요리를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냉장고 문을 활짝 연 지은은 미리 부탁했던 다양한 요리 재료들이 가득 차 있는 냉장고 안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감자와 계란, 그리고 멸치 볶음을 꺼냈다.
“오늘도 일해요?”
“네, 출근합니다.”
아버지인 이태백을 대신해 사실상 길드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이태서에겐 주말이란 개념이 없었다. 담담한 말에 측은함을 느낀 지은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침이라도 먹고 가요.”
“밥 먹는 거야, 우리?”
아침이라도 먹고 가라는 지은의 말에 유라가 환한 얼굴이 되어 주방으로 뛰쳐나왔다. 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는 지은을 보며 정말로 행복하다는 듯 말했다.
“나도 드디어 밥다운 밥을 매일 먹을 수 있는 거구나! 나 너무 행복한데?”
“언니도 요리 잘하잖아요?”
“나? 난 항상 배달시켜 먹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들어 올린 유라의 배달 어플 아이디에는 VIP 왕관이 달려 있었다. 배달 음식은 시켜 본 적이 없는 자신과는 비교되는 유라의 식생활에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 매일 같이 밥 먹어요.”
“응! 그러자!”
“저도 이웃사촌으로서 함께 식사를 할 권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먹을 사람이 없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요리를 해도 함께 먹을 사람이 생긴 지금. 지은은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행복을 최근에서야 새삼 다시 느끼고 있었기에 열정적인 마음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물론이죠! 금방 준비할게요.”
* * *
오늘의 아침 메뉴는 정감 가는 한국식 아침 밥상이었다.
휘휘 푼 계란에 포슬포슬한 감자가 가득 들어간 감자 계란국. 여기에 멸치 육수와 함께 쫑쫑 썰어 넣은 대파를 진하게 우려내고 국간장 조금과 소금, 마지막에 후추로 마무리를 했다.
국자로 살짝 국물 맛을 본 지은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온밥통에 국을 끓이기 전 안쳐 뒀던 밥도 곧 완성이 될 테니 다른 메뉴를 곧바로 준비하기로 했다.
심심하면서도 부드러운 계란국과 안성맞춤인 다음 메뉴는 짭조름한 조기구이었다.
전통적인 밥도둑인 조기구이. 미리 식초와 소금을 넣어 잘 풀어 준 찬물에 담군 조기들을 도마 위로 올린 지은이 지느러미와 비늘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짐 정리를 모두 끝낸 유라가 지은을 뒤에서 살며시 끌어안으며 그녀의 어깨에 턱을 올리곤 말했다.
“세상에, 조기 손질도 할 줄 알아?”
“제가 못 하는 한식은 없답니다!”
“난 생선 손질은 정말 못 하겠어.”
“사실 뭐 이미 다 손질되어서 나오는데요. 비늘만 벗겨 주면 되는 걸요.”
지은의 말에 푸스스 웃음을 터트린 유라가 어깨에 올린 턱을 장난스럽게 비볐다. 그 모습을 집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오겠다며 돌아갔던 이태서가 어느새 들어와 바라보며 말했다.
“둘이 부부야?”
“지은이 같은 아내면 나는 완전 환영이지.”
너스레를 떠는 유라의 말에 지은이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집에서 요리를 하면서 누군가와 이렇게 대화를 해 본 것이 얼마 만인지 몰랐다. 지은을 더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미리 수저 세트를 세팅한 유라가 냉장고에서 김치들을 꺼내 그릇에 소분해 담기 시작했다.
종이 호일 위에 식용유를 살살 바른 뒤 조기를 감싸 구워 주면 기름이 튀거나, 생선구이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다. 미리 달궈 둔 프라이팬에 종이 호일에 감싼 조기를 올리고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면 아침 메뉴로 딱인 조기구이가 금방 완성되었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언제 들어도 정겨운 소리. 밥이 다 만들어졌다는 기분 좋은 알림에 지은이 스테인리스 볼을 꺼내 들었다.
부엌 찬장에 가득한 여러 식기들은 물론이고, 없는 게 없는 조미료까지. 철저하게 맞춤 준비를 해 놓은 모두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 지은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어디서 공수해 왔는지 냉장고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견과류가 들어 있는 고소한 멸치볶음이 다음 메뉴를 만들 주 재료였다.
대식가인 유라가 있었기에 넉넉하게 밥을 푼 지은이 멸치볶음을 탈탈 털어 넣었다. 거기에 조미김 두 팩 분량의 김을 가위로 일정한 크기로 잘라 뿌리고 장갑을 낀 상태로 조물조물 버무려 줬다. 지은이 간을 보기 위해 작고 동그랗게 말은 멸치볶음 주먹밥을 한 입 먹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간장을 첨가한 뒤 고소한 풍미를 더해 줄 참기름과 깨를 솔솔 뿌리자 한 입 크기로 동글동글 빚어 낸 멸치볶음 주먹밥에서 고소한 냄새가 가득 올라왔다.
도시락 찬합을 꺼내 든 지은이 잘 말은 주먹밥을 차곡차곡 담았다. 아침으로 조금 곁들일 분량을 남기고, 나머지는 두 사람 몫의 점심 도시락이었다.
반찬 칸에 단무지와 김치까지 정갈하게 담아내자 너무나도 간편한 점심 도시락이 완성되었다.
그 사이에 조기를 뒤집는 것도 잊지 않았던 지은이 금세 만들어 낸 아침 식사.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조기구이와 감자 계란국, 거기에 종류별 김치는 물론이고 갓 지은 따뜻한 쌀밥에 김까지.
짧은 시간에 뚝딱 만들어진 정갈한 아침 식사에 유라가 감동을 받았는지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의자에 앉았다. 그런 유라의 옆에 넥타이를 살짝 푸르고 앉은 이태서 역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깊은 감동을 받은 듯했다.
“아침 식사를 이렇게 제대로 먹어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내 말이. 아침엔 출근하기 싫어서 매일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했지.”
“그럼 두 분은 아침을 안 드시고 매일 출근하신 거예요?”
“혼자 살면 아침은 못 차려 먹어. 귀찮잖아. 시간도 없고.”
매일같이 아침을 차려 주는 부모님의 정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혼자 독립해 살다 보면 절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밖에서 어떤 좋은 음식을 먹어도 정겨운 이 아침상만큼 그리운 것이 어디 있을까.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지는 밥상은 아니라도, 단출한 주 메뉴 하나와 따뜻한 국. 그리고 입맛에 맞는 김치들만 있으면 밥 한 공기는 뚝딱이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지은아, 너 우리 엄마 같아.”
잔가시가 많은 조기구이의 살을 능숙하게 발라내며 각자 앞접시에 턱턱 놓아주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유라가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너도 좀 먹어, 지은아.”
“저도 먹고 있어요.”
어쩜 하는 말까지 엄마와 똑같을까. 순식간에 조기 5마리의 살을 다 발라내 자신들의 앞접시에 가득 옮겨 주고는 남은 살을 밥에 올려 김에 알차게 싸먹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유라가 지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가장 많이 먹어야 해. 오늘 많이 놀랐을 텐데.”
“……전 괜찮아요.”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지켜 줄게.”
담담하지만 굳은 결의가 담긴 유라의 말에 지은이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이태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라를 이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넘기엔 유라는 너무나 높은 태산이었다.
“난 이 커플 반대야.”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유라를 흘깃 바라본 이태서가 말없이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사과가 그렇게 좋대요.”
후식으로 잘 깎은 사과까지 대접한 지은 덕분에 식사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얼마만 일지 모를 아침 식사를 제대로 만끽한 이태서가 설거지를 담당했다. 소파에 풀어진 얼굴로 기대 앉아 부른 배를 두드리는 유라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말했다.
“출근하시기 전에 도시락도 꼭 가져가세요.”
“다른 사람들한테 절대 뺏기지 않을 거야.”
지은의 요리라고 하면 눈이 뒤집어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길드원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유라가 웃음을 터트렸다. ‘너네 집엔 지은이 없지?’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너네 옆집엔 지은이 없지?’를 주장할 수 있게 된 이태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도시락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저녁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미리 준비하고 있을게요.”
누가 복지관리부 부장 아니랄까 봐, 아침과 점심은 물론이고 저녁까지 취향을 반영해 주겠다고 하는 지은의 투철한 본업 정신에 행복사 하기 직전이 된 유라가 지은을 와락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