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3)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2화(203/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2화
유라와 이태서가 출근하기 싫다는 말을 남기며 나가고 난 뒤, 거실 소파에 앉아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지은의 앞에 까망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됐어?”
<완전히 놓쳤다.>
지금까지 까망이도 침입자를 추적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와야 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가득한 침입자였다.
<주인을 공격할 때 본인의 능력을 전혀 쓰지 않았다는 점이 이상하다.>
까망이의 말에 지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진이 전혀 발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침입자가 권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도주 직전에 지은에게 날렸던 암기 역시 평범한 단검 세 자루였다.
<아실리아까지 동원했지만 전혀 흔적을 쫓지 못했다.>
모든 빛을 통제할 수 있는 빛의 정령왕인 아실리아의 능력으로도 침입자의 뒤를 밟을 수 없었다는 말에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들이 만들어 낸 빛 역시 아실리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칠흑이 내려앉았다고 한들 서울의 밤은 밝다. 침입자는 집 주변의 모든 빛에 스치지도 않았다는 말이었다. 철저히 어둠만 골라 밟으며 유유히 사라지며.
“까망아…… 설마. 아니겠지.”
까망이에게 무언가 속삭이던 지은이 정말로 소름이 끼쳤는지 팔을 쓸어내렸다. 해방의 날개 주요 인물들은 물론이고, 키드와 노선을 같이하는 미국의 헌터들도 빠짐없이 조사 중이었지만 단서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
<주인이 말한 대로 침입자가 정말 그자가 맞다면, 도움을 줄 사람이 있긴 하다.>
* * *
오늘도 점심 내내 헌터 마켓에 올릴 음식만 만들었던 지은이었다. 어느새 숙련도가 많이 오른 상태. 열심히 만들어 한 번에 많은 수량을 올리니 매출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분점 확장] 스킬도 영향을 받아 벌써 6개의 분점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세우고 있는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나, 주인?>
까망이의 말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키드에게 잠깐의 빈틈도 허용해선 안 됐다. 그렇기에 모두가 머리를 맞댄 작전이 곧 시행될 예정이었다.
“토벌대가 출발할 때, 기존에 알려진 토벌대원 이외의 인원은 더 추가되지 않을 거야.”
<토벌대랑 함께 출발하는 것이 아니었나?>
지은을 비롯한 다른 일행들의 동향을 키드가 확인하고 있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키드가 이쪽의 움직임을 보고 뭔가를 눈치채기 전에 모든 일을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 그러기 위한 기만 작전은 필수였다.
“기존 토벌대는 이번 작전에 참여하지 않아.”
5층 토벌과 별개로 이번 해방의 날개 길드를 치는 별동대는 따로 꾸릴 예정이었다. 드루이얼에게 숨겨진 능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니, 굳이 토벌대에 더 큰 부담을 안겨 줄 필요가 없다는 지은의 의견이었다.
“작전에 참가하는 멤버가 너무 사기적이니까.”
주혁과 남운, 그리고 한그루는 기존 멤버였지만 밸런스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격을 막아 줄 탱커 역할을 할 사람이 없었고, 기본적으로 마법사의 부재가 컸다. 그래서 토벌대와 함께 공략을 하려 했던 것인데, 그 문제는 성진과 이태백이 합류하는 것으로 모두 해결되어 버렸다.
“성진 오빠는 그렇다고 해도, 이태백 헌터님까지 참가하실 줄은 정말 몰랐는데.”
유라와 함께 지은의 호위를 담당하게 된 이태서를 대신해 이태백이 직접 토벌대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복수 때문이었다. 아내와 딸을 암살한 원수 최성찬은 잡았지만, 최성찬과 함께 한국에서 도망쳤던 강경파 헌터들이 몸을 의탁하고 있던 곳이 바로 해방의 날개 길드였다.
“그 다섯 명이 한 번에 쳐들어간다고 생각해 봐.”
<으음…….>
믿어지지 않는 드림팀 수준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상위 클래스가 적은 탱커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성진이 앞에서 모든 공격을 받아 낼 수 있도록 광역 버프를 걸어 주는 최고위 힐러 한그루. 거기에 그 버프를 받아 앞으로 돌격할 월드 랭킹 2위의 주혁과 9번을 회귀해 온 검사 남운. 그리고 그들이 딛는 모든 전장을 지배할 마법을 펼쳐 줄 대현자 이태백.
한 명 한 명이 최고의 국가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천상계 랭커들의 파티였다. 해방의 날개 길드원들의 숫자는 상관하지 않아도 될 압도적인 무력. 랭커 종주국으로 우뚝 서 있는 대한민국의 가장 강한 전력이라 불러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멤버였다.
던전은 주혁이 가장 마지막에 들어가는 것으로 한 명씩 따로 들어가기로 했다. 던전 안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 함께 이동하는 것이었다. 대외적으로는 5층 토벌전에 앞서 토벌대가 갈 길을 미리 닦아 두는 ‘청소’ 작업에 투입되는 것으로 보일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나의 할 일을 해야겠지.”
<주인이 할 일?>
유희를 나간 정령왕의 특성을 알려 준 것은 까망이었다. 정령이란 본래 본인의 속성에 묶여 있는 존재이며, 동시에 자신의 터를 만들어 내는 본능이 있다고 했다. 드루이얼이 정령계를 자유롭게 오고갈 자신만의 터를 마련할 것이라는 까망이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있어. 하루 만에 강남 아파트를 결제하신 사치 왕 정령왕을 만나러 가야 하거든.”
<뭐?>
그 터가 강남의 50평대 아파트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던 지은이었다.
애초에 주혁이 도대체 무슨 카드를 넘겨준 것인지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엄청난 거금이 쑥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혁이 하루 종일 말이 없다는 유라의 연락을 토대로 생각해 봤을 때 분명 공금이 아닌 자신의 사재와 연동된 카드를 준 것이 분명했다.
“지금부터 사치 왕 정령왕을 잡으러 갈 건데.”
<…….>
“둘째 보러 가고 싶지 않아?”
지은의 말에 까망이의 눈이 화르륵 타올랐다.
순식간에 고양이의 모습이 아닌 본체로 현신해 황금빛 기운을 뿜어낸 까망이가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렸다.
<앞장서라, 주인.>
* * *
드루이얼의 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청명 길드의 뱃지를 보여 주며 드루이얼이 집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된 부동산에 협조를 부탁한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래도 처음엔 손님의 개인 정보를 알려 줄 수 없다던 부동산 사장님은 대형 사고를 치고 도망쳐 다니는 헌터를 쫓는 중이라는 지은의 말에 곧바로 투철한 신고 정신을 가진 시민으로 바뀌어 드루이얼의 터를 고발했다.
“외국 모델인 줄 알았는데, 아주 흉악한 범죄자였군요!”
“네, 흉악하기 그지없는 범죄자죠.”
다시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신한 까망이를 품에 안은 지은이 급하게 부동산 사장님이 적어 준 쪽지를 품에 넣으며 말했다.
“아, 그리고 혹시 뭐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나요?”
“다른 이야기요?”
“집을 구매하면서 뭐 슬쩍 흘린 정보라도 있을까 해서요.”
지은의 말에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던 사장이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아! 있었습니다!”
“뭐였나요?”
“요즘은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면서 자동차 면허 시험장을 묻던데요.”
“면…… 면허요?”
부동산 건물의 문을 열고 나오며 지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로 유희에 진심인 듯 인간이 하는 모든 것을 즐기겠다는 드루이얼의 생각이 그대로 보이는 투명한 행보에 감동을 받은 탓이었다.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기 위해서 면허를 딴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인간처럼 살겠다는 말이었다.
얼마큼? 인간의 평균 수명인 80년만큼.
그런 드루이얼의 확실한 미래 계획에 감탄하고 있는 지은과는 다르게 화를 간신히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까망이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화났어?”
<……원래 그런 놈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한번 유희를 떠났다면 100년은 기본으로 채우고 오는 녀석이었지.>
일단 부동산 사장님이 알려 준 주소로 찾아가 뺀질거리게 돌아다니고 있을 드루이얼을 급습하기로 결정한 지은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라의 차에 올라탔다.
유라 역시 지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 듣고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대단하시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완전 인간의 삶을 즐기겠다는 생각이시잖아.”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은 까망이뿐인 것 같았다. 매일같이 제발 드루이얼을 잡아 와 달라는 아실리아의 잔소리를 견디는 것도 버티기 힘들어 앞발을 들어 올리는 까망이의 모습이 마치 주먹을 치켜올리는 것 같아 지은 역시 간신히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드루이얼의 집. 도어 록 설정 같은 것은 모를 테니 부동산에서 설정했던 비밀번호 그대로를 치고 들어가면 될 거라는 까망이의 예상대로 너무나 쉽게 현관이 열렸다. 그리고 지은 일행은 아무것도 없는 거실 바닥에 편안하게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드루이얼을 발견했다.
“일어나 보세요, 드루이얼 님?”
“으음…… 어?”
얼마나 편하게 잠을 자고 있었는지 인기척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드루이얼을 흔들어 깨워야 했다. 간신히 눈을 뜬 드루이얼이 졸린 표정으로 처음 마주한 것은 본모습으로 현신한 까망이의 모습이었다.
“……내가 잠이 덜 깼나. 왜 이상한 게 보이지.”
<네가 보고 있는 게 맞다.>
“……어우. 목소리도 선명하네.”
뭉그적대며 일어난 드루이얼이 기지개를 쭈욱 켜며 그럴 리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팔짱을 낀 자세로 그런 드루이얼을 내려다보고 있던 까망이가 순식간에 팔을 뻗어 드루이얼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아아악!”
<어딜 또 도망가려고.>
태연한 척 연기하던 드루이얼의 앞에 마법진이 솟아났다. 분명 어디론가 또 도망칠 생각이었던 것인지 그 짧은 순간에 탈주하려던 드루이얼은 그렇게 까망이의 분노 어린 귀 잡기에 꼼짝을 못 하고 덜미를 잡혔다.
<내가! 너 때문에! 아주 못 산다, 못 살아!>
“아악! 아버지, 잠깐만요! 잠깐만!”
처절한 응징은 계속되었다. 기척을 숨기고 들어왔던 까망이였기에 드루이얼은 모든 기운을 해방한 까망이에게 철저히 온몸이 구속된 상태로 한참을 먼지가 나게 두드려 맞아야 했다.
<인간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더냐!>
“…….”
그렇게 한참을 혼난 뒤, 무릎 꿇은 자세로 까망이의 앞에 꿇어앉은 드루이얼 앞에 지은이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드루이얼 님.”
“대리자로구나.”
“네, 대리자예요.”
“날 굳이 찾아온 이유가 뭐냐.”
지은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드루이얼을 향해 까망이가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짓에 순간 몸을 움찔했던 드루이얼이 다시 지은 쪽으로 제대로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아 말했다.
“뭘 물어보고 싶으셔서 찾아오셨나요, 대리자님?”
모든 정령의 창조주인 까망이의 계약자인 지은은 인간의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사실상 아버지의 친구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예절을 주입한 까망이의 훈계 덕분에 한결 깍듯해진 드루이얼의 모습을 보며 유라가 중얼거렸다.
“진짜 인간적인 정령왕이시네.”
“주혁 씨와 한 거래가 정말인가요?”
“정말이라는 뜻이 무슨 뜻이지…… 요?”
“드루이얼 님에게 던전 안을 자유롭게 오가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묻고 있어요.”
까망이조차 모르고 있었던 드루이얼의 능력. 그것이 사실인지를 일단 파악해야 했다. 그런 지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드루이얼이 말했다.
“그 능력은 정말이다…… 요. 원래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지. 지금은 아니겠지만…… 요.”
“그럼 누군가가 또 드루이얼 님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네요.”
“그래. 아니, 그렇습니다.”
“그게 설마 그림자란 말씀이신가요?”
지은의 말에 드루이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설마했는데, 미국의 상위 균열에서 한국의 4층 던전으로 자신을 이동시켰던 키드의 능력. 그 능력이 사실은 드루이얼만이 가지고 있었던 고유한 능력이라면…….
설마 하는 불안감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지은이 인상을 찡그렸다. 항상 틀린 적이 없었던 촉이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그 능력을 빼앗겼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 정확하게는 복제 당했다는 표현이 옳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