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3화(20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3화
“복제라니…….”
충격적인 드루이얼의 말에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땅 위의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드루이얼의 고유 능력이 복제되었다면, 신의 그림자인 키드가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은 엄청난 문제였다.
“다른 정령왕 분들의 능력도 복제되었을 가능성이 높겠네요.”
과연 그 능력들을 누가 가지고 갔을지 문제였다. 자연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정령왕들의 능력은 그 존재 자체로 심각한 위협이 되기 충분했다.
빛을 주관하는 아실리아, 불을 주관하는 이그니스를 빼고도 아직 만나지 못한 정령왕은 셋.
<바람이나 어둠의 정령왕의 능력이 의심되는구나.>
이번에 지은의 집에 침입했던 침입자는 아실리아의 능력인 빛의 추적으로도 쫓지 못했다. 키드 말고도 정령왕의 고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의심되는 정황상, 신의 그림자가 키드 외에도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신은 본격적으로 인간계에 간섭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지은의 말에 까망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시스템이 균형을 맞춘답시고 비밀을 폭로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신이 아니었다. 심각한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드루이얼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정령계의 복구도 신경 쓰겠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까망이의 호통에 깨갱하고 몸을 움츠린 드루이얼이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자신을 바라보는 까망이의 살벌한 눈빛에 고개를 돌렸다. 그런 드루이얼을 보며 지은이 말했다.
“드루이얼 님.”
“네?”
“유희를 즐기시는 건 좋아요. 그래도 할 일을 미루진 말아 주세요.”
지은의 말에 드루이얼이 눈을 크게 떴다. 당장 정령계로 돌아가라고 말할 줄 알았던 지은이 유희를 즐겨도 좋다는 허락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드루이얼의 심정을 이해했는지 지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지의 정령 중 가장 높으신 분을 강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다만 드루이얼 님의 능력이 지금은 꼭 필요한 상황이에요. 그러니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까망이는 불만스러운 표정이 가득했지만 지은의 말을 막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은이라는 것을 깨달은 드루이얼이 그녀 쪽으로 착실하게 돌아앉으며 간절한 눈빛을 지어 보였다.
“말해라! 내가 뭐든 도와주겠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기 전까진 다른 누구와도 계약하지 말아 주세요.”
지은의 말에 드루이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계약자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정령왕들의 오랜 바람이었다. 계약자를 통하지 않고선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는 정령들의 특성상, 사실상 행동에 제약을 걸겠다는 말이나 름없는 제안이었다. 고민하는 드루이얼에게 까망이가 말했다.
<주인의 제안이 싫다면 얌전히 정령계로 돌아오면 된다.>
“……너무 마음에 드는 계약자를 찾아도 안 되는 거겠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지은의 모습에 드루이얼이 잔뜩 풀이 죽은 얼굴을 했다. 오랜만의 유희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에 결국 드루이얼은 순순히 지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계약자를 찾지 않으면 내 능력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알고 하는 이야기겠지?”
“물론이에요. 그러니까 임시 계약을 하죠, 우리.”
“허…….”
그렇기에 지은이 꺼내든 카드는 바로 임시 계약이었다. 까망이처럼 완전한 종속 계약은 아니지만, 충분히 그 효력을 강제할 수 있는 계약.
모든 정령은 인간계에서 현신을 유지하기 위해선 계약자를 찾아야 했다. 드루이얼의 경우처럼 정령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유희를 즐기기 위해선 더더욱 계약자가 필수였다.
정령계에 본적을 두지 않고도 현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드루이얼이 조만간 적당한 계약자를 찾아 날치기 계약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지은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드루이얼이 누군가와 계약으로 묶여 버린다면 원하는 시점에 드루이얼의 능력을 이용하는 일이 매우 곤란해질 수 있었다.
하물며 그 계약자가 만약 키드의 하수인이라면?
드루이얼의 성격을 알고 있는 것은 까망이뿐만이 아니었다. 분명 신 역시도 드루이얼의 방랑벽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터였다.
어떻게 봉인을 풀어낸 정령왕인데 드루이얼이 신 쪽의 인간과 날치기 계약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그건 정말 낭패였다.
<나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자신만의 주인이었던 지은을 졸지에 빼앗기게 된 까망이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드루이얼 역시 그런 까망이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챈 듯 계약하는 것을 망설이는 듯했다. 두 정령 사이의 불편한 기류를 알아챈 지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미 그렇게 하기로 결정해 놓고 이제 와서 이러기야?”
<그건…… 그렇지만.>
자기 것을 빼앗기기 싫은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까망이를 쓰읍, 하는 소리로 깔끔하게 제압한 지은이 드루이얼에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계약해요. 저는 드루이얼 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그러면 나는 대리자, 너에게 뭘 해 주면 되는 거지?”
“간단해요. 던전에서 저의 소식통이 되어 주시면 됩니다.”
“소식통?”
던전 안에 토벌대가 들어간다면 지상에 있는 지은과 연락을 할 방법이 뚝 끊기게 된다. 파티 채팅이 있긴 했지만 함께 던전에 함께 들어간 것이 아니었기에, 던전 안에서의 파티 채팅 기능은 무용지물이었다.
어떤 급한 일이 생길지 모르니 지은이 던전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기습을 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비전투 계열 각성자인 지은까지 던전에 들어간다면 키드가 분명 심상치 않은 이 모습을 눈치채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저와 계약하고 별동대의 상황을 알려 주세요.”
“나를 전령으로 쓰시겠다?”
“네, 일할 땐 일을 하셔야죠. 미리 계약금도 받으셨잖아요.”
지은의 말에 계약금 명목으로 주혁에게 얻어 낸 신용 카드가 떠오른 드루이얼이 씨익 미소 지었다. 일을 하지 않고 놀 생각만 가득한 드루이얼의 머리에선 지금 수많은 경우의 수가 떠오르는 중이었다.
어차피 드루이얼이 거래를 한 것은 대리자인 지은이 아니라 구도자인 주혁이었다. 주혁이 원했던 것은 해방의 날개 길드의 본거지뿐이었다. 분명 자신 역시 그림자의 팔다리를 자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뤄진 거래였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한 번만 주혁이 제시했던 조건대로 움직여 준다면 거래는 완료.
그렇게 되면 계약금 명목의 이 신용 카드가 아닌 한도가 없는 블랙 카드라고 불리는 것이 자신의 수중에 떨어질 것을 드루이얼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지금 계약금으로 받은 신용 카드로도 유희를 즐기기엔 부족한 점이 없었다.
막상 유희를 즐기러 나온 세상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해 있었고, 어디든 소유권을 가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렇기에 반드시 잡아야 할 터를 선정하는 데에 너무 큰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미 터는 확보한 상황 아닌가.
“나는 일하기 싫…….”
띵동.
머릿속에서 계산을 모두 마친 드루이얼이 지은의 제안을 거절하려던 찰나, 맑고 청아한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 지금 나가요!”
그렇게 말하며 등장한 것은 유라였다. 지은과 까망이, 그리고 드루이얼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휑한 집안 곳곳을 수색했던 유라의 손에 들린 것은 드루이얼이 주혁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받았던 바로 그 신용 카드였다.
“내 신용 카드!”
처음부터 신용 카드를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드루이얼이 황망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일하기 싫어서 제 제안을 거절하려 하셨죠?”
“…….”
“어휴, 그러면 뭐 어쩔 수 없죠. 제가 대지의 정령왕을 어떻게 강제하겠어요.”
엉거주춤하게 일어선 자세 그대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굳어 버린 드루이얼을 올려다보던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까망이 역시 한숨을 내쉬고는 ‘뭐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남기며 돌아서자 드루이얼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뭐 하는 거야?”
“계약을 하기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온 김에 같이 식사나 하려고 먹을 것까지 시켰는데.”
“식사를 시켰다고?”
“네, 요즘 배달이 너무 잘되잖아요. 아, 아직 배달의 개념을 모르셨구나.”
가만히 터에 앉아서 먹고 싶은 음식을 배달 시켜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랐던 드루이얼은 이어지는 지은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손님에겐 집주인이 대접해야 하는 거 아시죠?”
“그럼. 그게 집주인으로서의 미덕 아니겠나.”
유라가 왜 자신의 신용 카드를 들고 나갔는지 이해가 되었다는 듯 드루이얼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도자와의 거래만 끝나면 자신은 자유의 몸이 된다는 생각에 부풀은 드루이얼의 미소를 본 지은의 한쪽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
“대리자여, 너의 표정이 왜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는지 모르겠구나.”
“제 표정이요? 이제 곧 아시게 될 거예요.”
“음?”
어딘가 오싹한 지은의 말에 드루이얼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드루이얼은 배달 음식을 받기 위해 카드를 들고 나갔던 유라의 외침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지은아! 이 카드론 계산이 안 된다는데?”
“뭐! 그럴 리 없다!”
원하는 그 어떤 것이든 구매할 수 있게 해 주는 마법의 신용 카드로 계산이 되지 않는다니.
땅이 푹 꺼지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드루이얼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럴 리 없다며 달려간 드루이얼은 귀찮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배달원의 말에 머리를 감싸 쥐어야 했다.
“이거 계산 안 되는데요.”
카드 리더기에 선명하게 떠 있는 결제 불가 알림 메시지에 드루이얼이 ‘그럴 리 없다! 다시 한번 해 봐라, 인간!’이라며 소리치자 귀찮은 표정으로 재결제를 시도하던 배달원이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
“거래가 정지된 카드라는데요.”
“……!”
“어쩔 수 없네요. 이걸로 계산해 주세요.”
“맛있게 드세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지은이 내민 카드를 배달원이 받아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은 버려 드릴까요?’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 지은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던 드루이얼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이게…… 이게 무슨?”
“세상이 참 많이 변했죠, 드루이얼 님.”
“…….”
“카드는 언제든 정지가 가능한 세상이랍니다.”
“카드가…… 정지?”
“거기에 지금 이 집을 계약하셨는데, 주혁 씨가 지급한 신분증으로 계약하셨겠죠?”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드루이얼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안쓰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드루이얼의 정지된 카드를 들고 흔들며 말했다.
“그 신분증 역시 폐기되었답니다, 드루이얼 님.”
“그 말은…….”
“주민 등록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신분증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텐데, 앞으로 어떻게 유희를 즐기시려나.”
“…….”
“저는 그게 조금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