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4화(20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4화
“조선 시대에도 주민 등록증은 있었는데.”
주민 등록의 나라 대한민국.
신분증 없이는 어떤 공식적인 활동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던 정령왕이었다. 사실 그 시절에도 호패가 없어 얼마나 불편했는지 떠올린 드루이얼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 드루이얼 님이 혼자서 하실 수 있는 건 아~ 무것도 없답니다.”
신용 카드도 정지, 공식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혁이 만들어 준 길드 라이선스도 폐기. 한순간에 사실상 대한민국에 밀입국한 신원 미상자가 되어 버린 드루이얼은 바닥에 신문지를 펼치며 짜장면과 탕수육을 놓기 시작한 지은을 보며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이건 공정한 거래의 방해다!”
“거래를 방해했다니요?”
“상도덕이 없어도 너무 없지 않느냐! 나는 분명 구도자와 거래를 했거늘!”
주혁과 거래를 했는데 왜 끼어드냐며 소리치는 드루이얼에게 지은이 씨익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미 그 구도자에게 거래를 중단하라 말해 놓았답니다.”
“뭣!”
“단, 이쪽에서 먼저 거래를 취소하는 것이니 위약금으로 이 집까지는 제공해드리죠. 뭐 터만 남아서 뭘 하실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하! 그렇다고 내가 너랑 계약을 할 줄 아느냐!”
“예, 뭐 저는 저랑 계약하면 가이드도 해 드릴 생각이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그렇게 말하고는 얄미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지은이 짜장면을 쓱쓱 비비기 시작했다. 드루이얼은 시선이 자꾸만 짜장면 쪽으로 향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비주얼과 냄새. 노란색 면발이 짜장 소스에 비벼지며 번드르르한 윤기를 가득 머금은 모습과 함께 참을 수 없이 맛있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지은아, 탕수육부터 먹어 봐. 여기가 탕수육 맛집이래.”
“맛집이 무슨 뜻이더냐?”
“맛있는 집. 그러니까 음식을 기깔나게 맛있게 만드는 가게라는 뜻이지요.”
“허어…….”
“같이 드시는 게 어떠세요? 드루이얼 님 몫도 있답니다.”
어느새 근엄한 표정으로 신문지 위에 앉아 나무젓가락을 집어 들고 짜장면을 비비고 있는 까망이를 드루이얼이 힐끔 바라보았다. 자신에게도 짜장면 그릇을 건네는 지은을 빤히 쳐다보던 그가 홱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내 거래를 방해한 상도덕도 없는 자와 같이 겸상할 듯싶으냐!”
“그래요? 짜장면은 불면 맛이 없는데. 정말 안 드실 거죠?”
드루이얼의 거절에 지은이 미련 없다는 듯 짜장면 그릇을 유라에게 건넸다. ‘아싸 곱빼기!’라고 말하며 씨익 웃으며 짜장면을 받는 유라의 모습에 드루이얼이 당황한 듯 말했다.
“아니, 세 번은 아니더라도 두 번까지는 물어봐야 할 것 아니냐!”
“시대가 많이 변했다니까요? 한 번 거절하면 끝입니다!”
“이이익…….”
얄밉게 말하고는 잘 비벼진 짜장면을 후루룩 먹는 지은의 모습을 보며 드루이얼은 약이 잔뜩 오른 표정을 지었지만, 차마 자신의 말을 번복하진 못하겠는지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드루이얼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 유라가 지은이 건넸던 짜장면을 잘 비벼 스윽 내밀며 말했다.
“가이드가 필요하시다고 하셨죠.”
“응?”
“드루이얼 님이 유희를 즐기시는 방법이 제가 아는 친구와 조금 많이 닮은 것 같은데. 걔가 맛집을 엄청 많이 알거든요. 그것도 전국적으로요.”
유라가 말한 친구는 다름 아닌 성진과 성진의 여자 친구인 미연이었다. 일반인인 미연은 워낙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성진과 무려 6년째 연애 중인 부처였다.
유라의 고등학교 동창인 미연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주혁과 성진을 유라의 소개로 처음 만난 이후 무려 1년 동안 성진에게 꾸준히 대시를 했다고 했다.
눈치라고는 하나도 없는 성진을 1년 동안이나 쫓아다니며 결국 사랑을 쟁취했던 그녀의 별명은 시끄러운 미식가.
돈을 내고 먹는 음식은 항상 맛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는 그녀의 핸드폰에는 한식은 기본이고 중식, 일식, 양식을 비롯해 디저트와 분위기가 좋은 카페 등 전국의 맛집이란 맛집은 다 들어가 있는 맛집 리스트도 존재했다.
“엄청 활발하고 엄청 솔직한 친구예요. 보고만 있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실 거예요.”
유라가 건넨 짜장면을 한껏 즐기다 말고 내가 이걸 왜 먹고 있었지? 라는 표정으로 그릇을 내려놓은 드루이얼이 말했다.
“그 가이드를 나에게 소개시켜 주는 의도가 뭐지?”
“의도는 무슨 의도겠어요. 그냥 저랑 거래를 다시 하자는 거죠.”
이제는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 주혁의 신용 카드를 지갑에 챙겨 넣으며 지은이 꺼내 든 것은 자신의 체크 카드였다.
“정확히 50억 들어 있습니다.”
“50억?”
“원하는 자동차? 마음껏 사세요. 원하는 음식? 마음껏 드세요. 원하는 옷? 마음껏 사서 입으세요.”
“……!!”
멋지게 카드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지은의 말에 드루이얼이 감격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지금 이 순간 지은의 카드가 마치 자신에게 내려진 까망이의 축복처럼 느껴졌다.
도도한 표정으로 ‘훗.’ 하는 추임새까지 넣으며 자신의 재력을 자랑한 지은이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 선택하세요.”
“…….”
“이대로 아무것도 없이 유희를 즐기지도 못하는 삶을 사실 건지. 아니면 저와 거래하고 펑펑 돈을 쓰시며 유희를 즐기실 건지.”
<대답할 시간은 10초를 주겠다.>
“10, 9, 8, 7, 6…….”
“내가! 뭘 너에게 해 주면 되겠나, 대리자여!”
더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정말 10초를 세는 유라의 모습에 다급해진 드루이얼이 소리쳤다.
그 대답을 원했다는 듯 지은이 씨익 웃으며 핸드백에서 미리 작성해 온 계약서를 꺼내 쓰윽 내밀며 말했다.
“여기 서명만 해 주시면 됩니다.”
“서명?”
“드루이얼 님의 기운으로 각인만 하시면 끝나요.”
서명이 뭔지 모를 드루이얼을 위해 지은이 직접 이태서에게 발주해 만들어 온 마법 계약서였다.
(서명)이라고 되어 있는 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기운을 불어넣으라는 지은의 손짓. 그 손에는 50억이 들어 있는 체크 카드가 들려져 있었다.
마치 장난감을 눈앞에 둔 고양이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는 지은의 손짓에 맞춰 드루이얼의 고개가 왔다 갔다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지은의 옆에서 귀찮으니 빨리 기운을 불어넣으라고 말하며 계약서의 윗부분을 손으로 스윽 가리는 까망이와, 전화를 걸지도 않은 핸드폰을 잡고 어색한 말투로 ‘미연이니?’하고 말하는 유라까지.
가만히 있어도 정신 사나운 데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몰아치는 삼인조의 공격에, 결국 드루이얼은 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서명 칸에 손을 뻗어 기운을 불어넣었다.
화아악!
드루이얼이 기운을 불어넣는 것과 동시에 지은과 드루이얼의 손등에 화려한 문양이 생겨났다. 마법적 계약으로 얽혀 있는 관계라는 것을 증명하는 문양이 나타나자 지은이 씨익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해 보실까요?”
한 장씩 나눠 가진 마법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쭈욱 읽어 나가던 드루이얼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종이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으로 보아 드루이얼이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한 듯 보였다.
“이게 다 뭐냐!”
“계약서요.”
“이런 내용이면 나에게 너무 불리하지 않느냐!”
“네, 정령왕 님이 직접 서명하신 증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만.”
왼손의 손등을 들어 올린 지은이 자신과 똑같은 문양이 새겨진 드루이얼의 손등을 가리키며 웃어 보였다.
마법 계약서의 효력은 그 즉시 발동된다. 이 마법 계약서를 만든 이가 마법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태서였으니, 그 효력이 얼마나 확실할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임시 계약서]– 본 계약서의 효력은 계약 관계의 갑(이하 : 민지은)이 을(이하 : 드루이얼)과의 계약의 해지를 원할 때까지 유지되며 계약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고 갑이 판단할 시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다.
– 을의 페널티는 을에게 갑이 제공한 사회적, 금전적 도움을 모두 변제하는 것과 동시에 정령계로의 강제 소환에 해당하며 이는 공증자인 병(이하 : 민까망)에게 그 페널티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
– 계약 관계인 을은 갑이 원할 때 던전 공략에 자신의 능력을 [무조건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시 마찬가지로 페널티가 부과된다.
– 반대로 갑은 을에게 을이 원하는 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의무가 있으며, 갑이 을에게 위 조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병이 내릴 시 페널티를 부과한다.
– 갑의 페널티는 계약의 강제 파기로 병의 판단 하에 갑이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되었을 시점부터 을은 자유의 몸이 되며, 갑이 지원했던 사회적, 금전적 도움을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
갑은 당연히 지은이었고, 을은 드루이얼인 계약서에 뜬금없이 병의 존재로 등장한 까망이었다.
사실상 내용만 보면 갑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계약이나 다름없었다. 무조건적으로 지은이 원할 때 드루이얼은 자신의 고유 능력을 활용해 던전을 개척할 의무가 부여되었고, 이를 어길시 정령계로의 강제 소환.
유희가 한순간에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드루이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이 마나의 힘은 충분히 정식 계약자가 없는 자신을 강제로 정령계로 퇴출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내 페널티에 비해서 너의 페널티의 부여 조건이 너무 허술하지 않은가!”
공정하게 보이기 위해서 지은 역시 페널티를 받는 조항이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은 까망이의 판단에 달려 있었다.
사실상 드루이얼을 좋게 볼 리 없는 까망이의 현 상황상, 지은이 지금 순간부터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아도 까망이가 지은에게 페널티를 부과할 리 없었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네?”
<임시 계약이라고 하나 정령, 그것도 정령왕의 계약은 고귀한 것. 그러니 계약 정령으로서 주인이 된 계약자에게 말을 높이도록.>
“…….”
<설마 오랜 관습과 전통을 무시할 생각은 아니겠지. 네가 정령계를 거치지 않고 인간계에 현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인에게 말이야.>
까망이의 단호한 말에 드루이얼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계약자가 존대를 바라지 않는 이상, 당연히 말을 높여야 하는 것이 이 바닥(?)의 관습이자 전통이었다.
계약자를 존중하는 방식을 걸고넘어질 줄은 몰랐던 드루이얼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알겠습니다.”
<더 크게!>
“알겠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임시지만, 주인인 민지은 양과 계약한 정령. 계약자가 원하는 대로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것입니다.”
꿍얼대면서도 결국 까망이가 시키는 대로 큰 목소리로 대답한 드루이얼에게 지은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어 보이며 미리 준비해 둔 신분증을 떡 꺼내 놓았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급한 신분증이에요.”
“……!!”
“드루이얼 님은 이제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되셨어요. 그 말은, 이 나라에서 불법적인 일을 제외하고 유희를 즐기시기에 모자란 것이 없는 신분이 되셨다는 말이죠.”
신분증을 만들어 내는 것쯤은 지은에게 있어서 이젠 아무런 일이 아니게 되었다. 지난번 미국 파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어마어마한 개인적 보상을 제외하고도 국가적 보상까지 수령했던 지은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정부가 아니었다.
덕분에 미국을 상대로 유례없는 무역 대호황을 누리고 있는 지금. 신분이 확실하다고 지은이 보장하기까지 한 드루이얼에게 신분증이 발급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페널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정말인가?”
“마음껏 유희를 즐기시길. 저는 돈이 아주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