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5화(20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5화
플렉스 넘치는 지은의 한마디에 감동했던 드루이얼은 이어지는 지은의 단호한 의무 이행 지시에 결국 투덜대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이그니스 님의 타락을 정화했던 던전은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였어요. 여기까지가 지금 우리가 개척한 던전이고요.”
“그럼 내가 할 일은 뭔가?”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다음 던전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표시해 놓을 것, 두 번째는 처음 주혁 씨와 했던 계약에서 조금 변형해서 해방의 날개 길드의 은거지로 가는 길을 직접 인솔할 것.”
다음 정령왕으로 예상되는 바람의 정령왕이 봉인된 던전을 찾기 위해선 거점을 마련해야 했다. 5층까지 토벌대가 이동하는 데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지은이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은 분점을 활용하는 일이었다.
“보스를 토벌한 던전은 필연적으로 네임드 몬스터가 활개를 치죠. 그로 인한 이상 현상을 배제할 수도 없구요.”
이상 현상으로 심각한 위기에 몰렸었던 첫 토벌전이었다. 게이트석을 사용하는 기지를 발휘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큰일이 날 수도 있었던 위기가 항상 도사리고 있는 곳이 바로 던전이었다.
관찰 카메라까지 붙어 있는 분점은 던전 안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체크하기에 그보다 좋은 수단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에 드루이얼의 고유 능력까지 이용한다면 바람의 정령왕이 봉인된 던전까지 최단 루트로 혹시 모를 위협을 미리 대비하고 돌입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지은의 생각이었다.
“바람의 정령왕인 실피드의 위치까지는 나도 아직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그 녀석의 기운이 주인도 알다시피 타락해 있기 때문이다.”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답은 던전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가는 방법 밖에 없어요.”
“다 드셨죠?”
먹지 않을 것처럼 배짱을 부리던 것이 무색할 만큼 아직 한참 남은 지은의 짜장면과 비교되게 드루이얼의 짜장면은 그릇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겉은 바삭바삭, 속은 촉촉한 탕수육의 풍미를 느끼고 있던 드루이얼은 유라의 그런 행동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채지 말아라, 인간. 내 안 그래도 이제 일어서려 했다.”
“토벌대가 알아볼 수 있도록 잘 표시해 놓아야 해요. 직접 교감으로 표식이 완료되면 저에게 알려 주시고요.”
“알겠다, 주인.”
“다녀오시면 이건 그때 드릴게요.”
체크 카드를 집어 들며 웃어 보인 지은의 모습을 보며 드루이얼이 빨리 이 귀찮은 일을 후딱 끝내고 저 카드를 받아 맛집을 탐방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담은 채 스르륵 자취를 감추었다.
드루이얼이 그렇게 의무를 이행하러 떠난 뒤 남겨진 지은과 까망이, 그리고 유라가 손을 들어 보이며 앞으로의 던전 개척에 박차를 가해 줄 이 역사적인 계약을 축하하는 의미로 하이 파이브를 하는 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다.
“진짜 대박이다. 지은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생각보다 드루이얼 님이 유희에 너무나 진심이라는 점이 잘 먹힌 것 같아요.”
주혁의 카드를 정지시키고 라이선스를 폐기. 거기에 미리 준비한 신분증까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이라도 한 듯한 지은의 계책으로 이뤄진 쾌거였다.
정령계를 복구하는 일도 시급하긴 했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다음 정령왕의 봉인을 푸는 것이었기에 까망이 역시 동참한 계획이었다.
<죽도록 부려 먹어라, 주인.>
아실리아에게 잔소리를 들을 각오는 이미 다 끝마쳤는지, 결연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까망이를 보며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내 피 같은 돈으로 하는 첫 투자인걸.”
청명 길드와 계약하며 받았던 계약금 150억. 지금까지는 길드의 자산 관리사에게 철저하게 맡겨 둔 돈이었다. 자신이 그런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실감이 나지 않아 그동안 사용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거금을 무려 3할이 넘게 드루이얼에게 투자한 지은이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쉽게 일하고 버는 돈은 없다는 걸 알려 드려야지.”
* * *
드루이얼이 계약 조건을 이행하러 떠난 지도 벌써 사흘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이제 출정식이 코앞으로 다가와 하루가 모자랄 만큼 바쁜 토벌대원들에게 드루이얼과의 계약 내용에 대해 알려 주기 위해 지은이 오랜만에 길드에 출근했다.
“대단하군요.”
드루이얼과 담판을 짓고 돌아와 완벽한 계약이라는 쾌거를 이뤄 냈다는 지은의 말에 주혁의 진심 어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토벌대에 참가하는 새봄과 수영, 그리고 원래 토벌대에 참가하기로 했던 성진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주혁의 박수에 맞춰 의견을 보탰다.
“정말 많이 컸구나.”
“어쩜 그런 일이 있었구나. 지은이 네 덕분에 토벌전이 한결 수월해지겠어.”
“진짜 대단한데? 너 누구야. 우리 지은이 몸에서 나가!”
“쑥스럽네요.”
이어지는 칭찬 세례에 지은이 정말 쑥스럽다는 듯 배시시 웃어 보였다. 토벌대로서도 다음 던전으로 가는 입구를 찾는 일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얼마나 넓은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던전에서 5층의 상위 몬스터들을 계속 상대하며 개척 루트를 기록하고, 다음 던전의 입구를 찾는 일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드루이얼 님의 능력이 대외적으로 알려져선 안 됩니다.”
형준과 준형 마법사 형제를 비롯해 새봄도, 수영도 첫 5층 토벌전의 토벌대원이었다. 넓은 던전 어딘가에 무엇이 봉인되어 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알아서 잘 센스 있게 길을 탐색하는 척하면 되는 거지?”
“네, 어떻게 표시를 했는지는 제가 출발 전에 알려 드릴게요.”
“좋아, 맡겨 둬.”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까지 가는 최단 루트는 청명 길드원만이 알고 있었기에, 이번 토벌대의 선두에 설 수색조 새봄이 씨익 웃어 보였다.“저도 함께 가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던전 안에서 키드를 마주치는 일은 피해야 하니까요. 다들 새로운 던전을 토벌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해 주세요.”
토벌대는 토벌대의 역할을 다할 의무가 있었다. 4층 던전의 공략 실패 이후 처음으로 결성된 길드 연합의 토벌대. 길드에서 내로라하는 랭커들이 총 출동하는 이번 토벌대의 규모는 무려 100명이었다. 높아진 국민들의 기대와 함께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번 토벌전에 임하는 모두의 각오는 남달랐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도 토벌대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지은이었다. 그 모든 사람들이 아무데도 다친 곳 없이 무사히 귀환하길 바라며 지은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그리고 제발 다치지 말고요.”
“걱정하지 마. 이번에 아리아 길드에서 힐러만 20명이 함께 가는데 뭐.”
유례없는 아리아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 한 명 한 명이 고급 전력인 힐러들은 그 숫자가 매우 적었는데, 사실상 5층 토벌대에 참가할 수 있는 대부분의 힐러를 지원한 것이었다. 그 중심엔 아리아 길드의 부길드장인 한설아가 있었다.
한그루의 끔찍한 누나 사랑으로 과하다 싶을 정도의 힐러가 파견되는 이상,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야 토벌대에서 사망자가 나올 확률은 그 어느 때보다 적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이번에는 지은이의 복지를 던전 안에서 누릴 순 없겠네.”
“그러게요…… 전 던전 안에서 즐겼던 바비큐 파티를 아직 잊지 못했는데요.”
아쉽다는 듯 말하는 수영과 형준의 말에 모두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토벌대가 아닌 별동대로 참가하는 주혁과 성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실 줄 알고 제가 다 준비를 해 놨죠.”
“어?”
“제가 만든 음식은 아이템으로 인식되어서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있다는 거 다들 아시죠?”
그렇게 말한 지은이 인벤토리에서 꺼내 든 것은 바로 지은표 특제 돈가스 샌드위치였다.
두툼한 등심을 바삭하게 튀겨 낸 돈가스를 새하얀 식빵과 함께 싱싱한 상추로 감싼 것도 모자라 머스터드와 마요네즈, 시판 돈가스 소스를 황금 비율로 섞은 소스가 발라져 있는 두툼한 샌드위치는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절로 넘어가는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가 직접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것과는 달라서 간편하게 드실 수 있는 걸로만 만들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종류가 많이 떠오르지는 않네요.”
넣은 재료에 따라 그 맛과 모양이 달라지는 샌드위치와 김밥이었지만, 아무래도 긴 토벌 기간 동안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기에 요즘 지은은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었다.
“설마…… 그 말은!”
지은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눈치챈 길드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꺼내 놓은 돈가스 샌드위치와 지은을 번갈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지 몰라서 정확히 계량은 하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하루에 2끼를 먹는다고 계산하고 30일 치 식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삼…… 삼십 일?”
“네! 저희 길드만 참여하는 토벌대가 아니라서 조금 벅찬 감은 있는데 그래도 재미있더라구요.”
어쩐지 유독 지은의 눈 밑이 퀭한 이유가 다 있었다. 한 끼분의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준비하는데도 100인분이 필요한데, 하루에 두 끼라고 계산했으니 하루에만 200인분의 식사였다. 거기에 무려 30일 치. 아무리 지은이 요리를 빠르게 한다고 하지만 불가능한 양이었다.
“너 그러다 쓰러져, 지은아!”
이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니. 유독 퀭한 지은의 눈을 아까부터 걱정하던 하소연의 외침에 다들 그녀를 만류하기 시작했다.
“지은아?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우린 그동안 아무것도 없는 던전에서 잘 버텨 왔어!”
“30일에 2끼씩 60끼. 그것도 100명. 그러면 6천인분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한 번에 다 드릴 계획이 아니라서 충분히 가능해요.”
모두의 걱정 섞인 진심에 지은이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며 웃어 보였다. 지은이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 아이템으로 등록되지 않는 음식들이었기에 결국엔 그녀 혼자서 그 모든 것을 만들어야 했다.
공장에서 만들어도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한 엄청난 대량의 식사 보급 계획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말하는 지은의 모습은 결연하기까지 했다.
“분점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에요.”
“분점?”
“네, 제 새로운 스킬이에요. 토벌대의 이동 동선에 따라서 분점이 하나씩 설치될 거예요. 지금은 7곳에만 설치를 할 수 있겠지만요.”
이 말도 안 되는 보급 계획이 가능하다고 지은이 확신을 담아 말하는 이유는 분점에 있었다. 지은은 3일 치의 식사가 첫 보급이 될 거라고 말하며 설명을 이어 가기 시작했다.
“토벌전에 참가했던 경험을 토대로 동선을 짜 봤어요. 어차피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까지는 동선이 동일할 테니까요.”
“세상에…….”
지은이 펼쳐 든 지도에는 5층까지의 최단 거리가 그대로 그려져 있었다. 붉은색으로 이어져 있는 선을 따라 중간중간에 6개의 푸른 점이 찍혀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지은이 말하는 분점의 위치인 것 같았다.
“첫 보급은 사흘이 걸릴 거라고 예상되는 2층의 네오 평야예요. 저희가 네오를 만났던 네오 강 입구에 첫 분점이 있을 거예요.”
“분점이 정확하게 무슨 역할을 하길래…….”
“토벌대가 편하게 쉴 수 있는 안전 영역이자, 제가 만든 요리를 보급받을 수 있는 보급 창고가 될 거예요.”
“뭐?”
“아무래도 토벌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으니 보급을 제때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땐 그만큼의 추가분을 다음 분점으로 이동시킬 테니 어느 분점에서든 식사를 수령하시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