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6화(20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6화
지은이 지금 설명하고 있는 계획은 엄청난 것이었다. 직접 지은이 던전 공략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분점을 통해 지상에서 만든 음식을 던전 안의 토벌대에게 전해 줄 수 있다는 뜻은, 던전 토벌 역사상 단 한 번도 이뤄진 적 없는 보급의 개념이며 새로이 등장한 병참의 개념이었다.
“제가 가진 지금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예요. 그게 정말 아쉬워요.”
전 세계의 그 어떤 헌터도 상상만 했지 실행으로 옮길 방법이 없었던 던전 안에서의 보급. 그 문제를 지금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었음에도 정작 본인은 설치할 수 있는 분점의 숫자가 아직 적은 것이 불만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혁명이나 다름없는 새로운 방향의 던전 개척을 제시한 사람의 표정치고는 너무나 덤덤한 지은의 모습을 보며 모두가 말을 잃었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는지 눈만 또르륵 굴려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왜 다들 말이 없으세요?”
누구 때문에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말이 없어졌는데, 정작 그 장본인은 하품을 하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을 이어 나갔다.
“레벨 업도 해야 하는데, 일단은 숙련도를 올리는 거에 만족해야 할까 봐요. 오늘은 이걸 말씀드리려고 다 같이 모였으면 했던 거예요.”
“어…… 지은아, 항상 힘내고.”
“항상 파이팅이야.”
쏟아지는 격려를 받으며 지은이 피곤에 찌든 눈을 끔뻑이며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1인 보급 체제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시범을 보이려는 지은의 열정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그저 지은에게 힘내라는 격려를 할 뿐이었다.
“덕분에 힘이 나네요! 들어가서 조금 쉬었다가 마저 음식을 만들어야겠어요.”
물론 그 따뜻한 격려의 한 마디가 지은에게는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감사하고 또 소중했지만 말이다.
조금 쉬겠다는 말에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빨리 들어가라며 지은의 등을 떠밀었다. 마지막으로 길드장실을 나서며 인사해 보이는 지은에게 모두가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문이 닫히고 지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참았던 숨을 간신히 토해 내는 듯 모두가 숨을 파! 하고 내쉬었다.
“이게 말이 돼?”
“정말 처음 등장부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지은이의 능력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야. 애초에 그런 능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본인이 잘 알고 있잖아. 제일 대단한 건 바로 그 점이라고.”
던전 안에 안전 영역, 즉 세이프티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분점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토벌대에 신선한 음식을 보급하겠다는 발상은 고작 토벌전에 단 한 번 참가했던, 각성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비전투 계열 각성자가 쉽게 떠올리지 못할 혁신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모두가 지은을 칭찬하기 바쁜 이때, 뜬금없이 아쉬운 점이 있다며 말하는 주혁을 향해 모두의 되바라진 시선이 꽂혔다. 주혁 역시 자신의 말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는지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런 종류의 아쉽다는 점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아쉽다는 건데? 저렇게 대단한 발상이 어디 있다고! 이건 혁명이야!”
“제가 아쉽다고 했던 점은, 지은 씨는 항상 자신이 제일 고생하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한 번도 티 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네.”
방금 전만 해도 하루 200인분의 음식을, 그것도 무려 사흘 치나 이미 만들어 뒀다고 말하는 지은은 눈을 감기만 해도 잠이 들 것 같은 표정을 하면서도 전혀 피곤한 티를 내지 않았다. 입을 가리면서 하품을 했으면서도 자신이 피곤한 상태라는 것을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는 듯 자신들을 바라보며 웃어 보였던 지은이었다.
거기에 조금만 쉬었다가 마저 음식을 만들겠다고 말하며 퇴장하지 않았던가. 이런 지은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부담이 가득했을 첫 토벌전 때에도 지은은 먼저 강제로 쉬라고 하기 전까진 단 한 번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판단 실수로 지은이 비오는 산맥에서 무거운 장비를 입고 산을 오르다가 다쳤을 때에도 지은은 끝끝내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아기 캥거루처럼 아공간 가방에 넣어져 이동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곯아떨어졌음에도, 단 한 번도.
‘그리고 지난번 생에도 그건 마찬가지셨죠, 지은 씨.’
지은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이었다. 구도자의 능력을 각성한 순간 1회 차의 기억이 물밀 듯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기억하는 그 시절의 모습과 변한 것이 없는 지금 지은의 모습은 너무나도 위태롭게 보였다.
‘이번에도 만약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그땐 당신이 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 기회였고, 지은의 안배로 모든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지금. 주혁은 속으로 다짐했다.
비슷한 상황이 찾아와 다시 지은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이 없도록 반드시 자신이 지은을 지켜 낼 거라고. 그것이 실패한 1회 차의 자신에 대한 속죄를 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테니까.
지은이 놓고 간 던전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주혁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
* * *
“지은아, 다 왔어.”
“우으응…… 언니.”
어떻게 차에 탔고,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안전벨트를 메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던 지은이 유라가 덮어 준 담요를 걷으며 기지개를 켰다. 눈을 감은 채로 귀여운 소리를 내는 지은의 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으며 유라가 못 말린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잠은 제대로 자야겠어, 안 자야겠어?”
“잠은 자고 일해야겠어요.”
“그래, 제발 들어가서 잠 좀 자. 재료만 미리 꺼내 놓으면 언니가 재료 손질은 해 놓을게.”
요리를 만드는 재료의 손질까지는 남의 손을 타도 충분했다. 사실 아르바이트생으로 지정된 사람과는 함께 공동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추가해 지금 지은의 숙련도는 많이 올라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을 기존의 다섯 명이 아닌 여섯 명까지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지은은 던전 공략 및 별동대의 준비로 바쁜 다른 사람들의 손을 절대 빌리려고 하지 않았다.
“언니도 피곤하잖아요.”
자신의 호위도 모자라 토벌대에 참가하는 성진과 주혁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길드의 모든 결제를 맡아서 하고 있는 유라의 부담을 늘릴 순 없었기에 지은은 완강하게 고집을 피웠다. 그런 지은과 몇 번 실랑이를 했지만 결국 지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유라였다.
“내가 못살아.”
차에서 내려 흐느적흐느적 걸어가는 지은의 뒷모습을 보며 유라는 마찬가지로 토벌대의 준비로 인해 바쁜 이태서를 오늘은 꼭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그루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회복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이태서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지은의 피곤을 덜어 주고 싶었다.
“같이 가!”
이제는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 고개를 푹 박은 채 거의 서서 기절한 지은의 모습을 보며 유라가 못 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지은을 부축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날 지은은 결국 이태서의 회복 마법을 받으며 모처럼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지은이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은 결국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이 되어서였다.
점심나절에 잠을 잤으니 사실상 반나절 이상을 기절해 있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 급하게 눈을 비비며 나온 지은은 세수를 하고 앞치마를 두른 채 다시 주방에 섰다.
“숙련도 확인.”
[현재 각성자의 클래스 숙련도는 Lv.4 : 프랜차이즈 계약을 눈앞에 둔 사장님입니다!] [단기간 반복된 단련으로 숙련도의 상승 폭이 줄어든 상태입니다.]“스탯 확인.”
[각성자 : 민지은 (Lv.29)] [기본 스탯]– 기력 : 1,200 마나 : 2,000
– 힘 : 47 지능 : 60 민첩 : 60 행운 : 10 정신력 : 60 히든(공격력) : 20
[숙련 레벨의 영향을 받은 스탯 상승치가 반영된 스탯입니다.] [전용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종합 힘 : 47
– 근력 : 30
– 지구력 : 3단계
(30퍼센트의 추가 기력이 생성됩니다. 추가 기력은 상세 정보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 종합 지능 : 60
– 기억 능력 : 30
– 초장기 기억 능력 : 3단계 (사물이나 지식을 기억하는 주기가 매우 길어집니다.)
– 문제 해결력 : 3단계 (특정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 종합 민첩 : 60
– 순발력 : 3단계 (숙달된 요리사의 순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 멀티 플레이 : 40
– 종합 정신력 : 60
– 현혹 저항 : 25
– 정신계 공격 저항 : 30
– 근성 : 3단계 (웬만한 시련도 당신 앞에선 그저 스쳐 가는 한때일 뿐!)
[내성 스탯]– 빙결 내성 : 0
– 화염 내성 : 10
– 중독 내성 : 40
– 정신 내성 : 40
처음 레벨 1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룬 스탯들이었다. 거기에 숙련도가 벌써 4레벨을 돌파한 상황에서 적정 레벨에 맞지 않는 던전에 입장했을 때의 페널티 감소 효과도 벌써 30퍼센트나 받게 되었다.
사실상 이제는 4층이나, 5층의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 던전의 경우에는 페널티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스탯과 히든 효과였다.
레벨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클래스 숙련도를 올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남운의 말이 비로소 확실하게 체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뿌듯하다…….”
고작 슬라임에게 한 대만 맞아도 빈사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처음 까망이의 신랄한 비판이 떠올라 지은은 계속해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참을 자신의 스탯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다른 스탯들은 모두 숙련도 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10포인트씩 올랐지만 처음 숙련 2레벨을 달성하고 10포인트가 올랐던 행운 스탯은 여전히 10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일단 해방의 날개 길드를 소탕한다면, 그때부턴 던전에서 레벨 업도 해야지.”
할 일이 참 많았다. 숙련 레벨은 역시 쉽게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헌터 마켓의 온라인 판매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자율 판매로도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사흘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요리에만 매달려 600인분의 음식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찾아온 결과가 단순 작업을 반복했기에 경험치 상승이 줄어드는 페널티라니!
이로써 지은은 숙련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던전 안에서의 판매가 가장 효과가 좋다는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입증한 셈이었다.
“토벌대, 나도 참가하고 싶다.”
던전 안에서 물론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즐겼던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 웃으며 식사하고 밥을 먹으며 누군가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다함께 뒷정리를 하는 즐거움은 좀처럼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소소한 행복을 다시 누리기 위해선 지금 당장은 참아야 했다.
“일단 신의 계획을 빨리 알아내야 할 텐데.”
시스템의 투철한 신고 정신으로 인해 신 역시 이제 정말로 움직임을 보일 때가 됐다. 지은은 본능적으로 지금이 가장 위험한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전력이 신의 그림자인 키드를 상대하러 들어가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지은은 이제 그 모든 돌발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혼자서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되뇌며 지은은 자신이 만들 샌드위치와 김밥의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부디 이 음식들을 먹고 아무도 다치는 사람 없이 무사히 던전에서 나오길 기원하면서, 지은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