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20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207화(20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207화
이른 아침 일어난 유라는 지은이 만들어 낸 김밥들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하룻밤 사이에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테이블 위에 우뚝 솟아난 두 개의 김밥의 산.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온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세상에…….”
“아! 언니 일어났어요?”
호일에 두 줄씩 쌓여 있는 김밥은 두 종류였다. 하나는 참치김밥이었고 하나는 깻잎과 게맛살을 추가한 누드김밥이었다.
한 종류의 김밥을 이렇게 많이 만들기도 어려운데, 두 종류의 김밥을 만들었다니. 놀란 유라가 자신에게 김밥 꼬투리를 건네는 지은에게 입을 벌려 김밥 한 알을 받아먹고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지은아, 너 진짜 대단하다…….”
“헤헤…… 어제는 정말 푹 잤어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어디 김밥 납품하는 것도 아니…… 납품하는 게 맞구나.”
“아침 먹어야죠.”
“응? 아, 이 김밥이 오늘 아침이야?”
“아뇨? 아침밥은 따로 했는데요?”
“뭐?”
이 200줄의 김밥을 만들고도 아침을 따로 만들 시간이 있었는지, 모두 포장이 끝난 김밥들을 자신의 인벤토리에 저장한 지은이 식탁을 무적 수건으로 닦아 내며 말했다.
“준비하고 나와요. 국은 끓인 지 조금 오래돼서 다시 데워야 해요.”
그렇게 말하며 살짝 풀린 머리를 다시 질끈 묶는 지은을 보며 유라는 4년이 되어 가는 자신의 독립생활 중에 이렇게 자신이 호강했던 적이 있었나 되짚어 봐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완벽한 룸메이트는 절대로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냥 우리 토벌전 이후로도 계속 쭉 같이 살면 안 될까, 지은아?”
“저는 너무 좋죠!”
“진짜?”
“네! 진짜 좋아요!”
조만간 자신의 집에 들려 제대로 짐을 옮겨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유라가 신난 발걸음으로 씻으러 간 사이, 지은은 미리 끓여 둔 구수한 된장찌개를 다시 데우기 시작했다. 이제 토벌대가 출발하기까지는 고작 일주일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그 전에 최소한 10일 치는 다 끝내야 해.”
오늘부터는 한그루나 이태서에게 부탁해 버프를 잔뜩 받을 예정이었다. 기본 스탯과 함께 기력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확실히 한 번에 2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지은에게도 힘에 부치는 싸움이었다.
“내가 왔습니다, 주인!”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드루이얼이 등장했다. 언제든 까망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있는 곳에 현신할 수 있게 된 드루이얼이 막 5층 토벌대가 진입할 새로운 던전의 입구를 찾아내고 복귀한 것이었다.
“고생하셨네요.”
“그래! 주인의 말대로 나는 고생을 많이 했다!”
자신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내놓으라는 듯 식탁 의자를 자연스럽게 빼고 앉으며 자신 몫의 수저를 챙기는 드루이얼의 모습을 보며 지은이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안 그래도 마침 잘 오셨어요. 같이 아침 먹어요.”
그와 동시에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편한 복장으로 나온 유라가 드루이얼의 옆에 착석했다. 물기가 뚝뚝 떨어진다며 자신은 흙이라 물에 젖으면 찝찝하다고 말하는 드루이얼을 무시한 채 유라도 수저를 챙기고는 말했다.
“밥 주세요, 지은 엄마.”
혼자일 때는 느끼지 못했던 정겨운 아침 풍경이었다. 그런 한 사람과 한 정령왕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봉밥을 듬뿍 푼 지은이 말했다.
“그래요. 밥 지금 나갑니다!”
* * *
유라가 출근하고 난 뒤에 지도를 펼쳐 [타락한 불의 정령왕의 안식처]에서 이어지는 다음 던전의 입구를 표시한 지은이 드루이얼에게 말했다.
“다음 던전엔 무슨 속성의 몬스터가 나오죠?”
“습기 차고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이 물 속성의 몬스터가 나오는 것 같더구나.”
“그러면 토벌대에 수 속성 저항이 달려 있는 장비를 준비하라고 알려 줘야겠네요.”
“나는 이제 두 번째 할 일을 하면 되는 거겠군. 너희가 말하는 그 별동대의 출발이 언제라고 했지?”
“내일이에요.”
5층 토벌대의 대대적인 출발에 앞서 미리 이동 경로상에 발생한 몬스터를 처리하는, 이른바 청소 작업은 내일부터 시작한다.
몇 년 만에 이루어진 대대적인 길드 연합 토벌전. 그 명목에 맞게 각 길드의 내로라하는 랭커들이 참가하는 이번 토벌전의 멤버는 무려 100명.
대규모 토벌대인 만큼 이동 시간은 길어질 것이고, 각 길드의 총책임자들의 어깨도 무거울 것은 분명했다.
이런 대규모의 토벌대가 이동할 때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힘을 비축해야 했는데, 그것을 돕는 것이 바로 길드 연합에서 주관하는 던전 청소 작업이었다.
“그 청소 작업에 참가하는 명목으로 별동대가 이동할 거예요. 저마다 길드에서 청소 작업이란 명목으로 들어가는 날짜는 모두 다르지만, 모이기로 한 날짜는 삼 일 뒤, 바로 여기죠.”
지은이 지도의 한구석을 짚었다. 3층에서 가장 위험해 랭커들이 이동해도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을 곳은, 바로 3층에서 가장 많은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는 [여왕개미의 둥지]였다.
“아슬아슬하게 토벌대의 이동 경로와 겹치니까 의심을 피할 수도 있을 테고요.”
“흐음. 그럼 난 여기에서 주인이 말한 다섯 명의 인간을 인솔해서 그림자의 본거지까지 안내하면 되는 거겠군.”
“네, 맞아요. 단 드루이얼 님은 절대 토벌에 휘말리면 안 돼요.”
“내가 가세한다면 더 빠르게 그림자의 떨거지들을 처리할 수 있을 터인데?”
“드루이얼 님이 능력을 사용해 자신의 본거지를 찾았다는 사실을 키드가 알면 안 되니까요.”
“호오.”
“오직 주혁 씨의 능력으로 찾은 것처럼 보여야 해요. 그래야 키드는 주혁 씨의 움직임만을 신경 쓸 테니까요.”
두 가지의 수가 있으면 하나는 반드시 숨기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었다. 이미 숨길 수 없는 패가 주혁이라고 한다면, 숨길 수 있는 패는 드루이얼이었다.
철저하게 주혁에게만 시선이 쏠려 키드가 방심하고 있을 때를 노려야 했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키드와의 결착을 내는 시기가 될 것이었다.
“생각보다 머리가 잘 굴러가는 주인이구나.”
“……생각보다라니요. 이 일을 잘 마무리하시면 휴가를 드리려 했는데.”
“…….”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네요. 역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소중한 패를 놀릴 순 없죠.”
“저…… 제가 말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인간계에 나온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가끔 이런 실수를 하곤 한답니다, 주인?”
이 일만 끝나면 당분간 지은이 말한 대로 가이드 역을 해 줄 인간과 함께 펑펑 돈을 쓰며 유희를 즐길 생각에 가득 차 있었던 드루이얼이 차가운 지은의 표정을 보며 두 손을 모아 빌기 시작했다.
“마음을 바꾸려면 빠르고 안전하게, 제 소중한 사람들을 잘 수행해 주세요.”
“빈틈없이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주인!”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해 주세요. 미리 그쪽까지 가면서 길도 좀 다져 주시고요. 한참 여왕개미 네임드들의 구역 전쟁이 진행되고 있을 테니 미리 몬스터들도 어느 정도 청소해 주시면 더 좋고요.”
“……지금 바로?”
“네, 지금 바로요.”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마친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건만, 철저한 갑의 위치에서 명령하는 지은의 말을 결국 거스를 순 없었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풀이 잔뜩 죽은 드루이얼이 모습을 감췄다.
“던전 공략은 앞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거야.”
가장 무책임한 것 같았던 대지의 정령왕 드루이얼에게 이런 숨겨진 능력이 있었을 줄이야. 드루이얼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해 빠르게 정령왕들을 찾아 까망이의 힘이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신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창조의 권능을 다시는 넘보지 못할 것이다.
“이제 해야 할 일이…….”
토벌대에 보급할 음식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은에게는 이제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큰일을 앞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던 비밀.
“이미 신은 움직였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이미 신은 자신을 향해 경고를 날렸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기습에서 지은은 은은한 취침 등 너머로 자신에게 암기를 날렸던 그 침입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 얼굴을 확인했었다.
얼굴을 확인했었음에도, 지은이 마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던 이유는 그 정체가 밝혀지면 이어질 뒷수습이 매우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유라를 비롯한 호위 팀은 물론이고, 까망이와 아실리아의 능력으로도 쫓을 수 없었던 침입자. 그 정체를 알고 있는 지은에게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어떤 능력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상식을 벗어난 존재. 그 침입자의 능력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그 침입자를 모르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모두가 이미 머릿속에서 배제한 대상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은이 확인했던 그 얼굴은 틀림없이 죽었다고 알려진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랭킹에서도 이름이 삭제되어 완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죽었다고 각인되었던 랭커.
“이미 죽었던 것이 맞을지, 아니면 죽었던 척한 것일지 모르지만.”
그 얼굴을 떠올리니 지은은 다시 한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죽은 자가 버젓이 살아서 자신의 집에 침입할 수 있었을까.
“안 그래요, 제임스?”
그날 밤. 잠깐이었지만, 옅은 취침 등 불빛에 드러났던 제임스의 얼굴을 지은은 분명히 봤다.
너무 놀라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암기를 날리기 직전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그 푸른 눈과 선한 눈매는 분명 제임스였다.
한강의 경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평화로운 바깥을 바라보며 지은이 중얼거렸다.
“어디에서 나를 보고 있을까요, 당신은.”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지금. 그 사람들에게 이것보다 커다란 문제를 안겨 주긴 싫었던 지은이었다.
마지막 순간 자신을 공격하려는 듯 암기를 날렸던 제임스는 잠깐이긴 했지만 분명 망설였다.
아무런 능력도 사용하지 않은 채 닿지 않을 공격을 했었던 그는 도대체 뭘 망설였던 것일까. 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정말로 지은의 목숨을 노리고 왔다면, 어째서.
밝혀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가 어떻게 멀쩡히 살아 자신의 앞에 나타났는지, 그 눈빛은 뭘 의미하고 있었는지. 지은의 고민은 계속해서 깊어져 갔다.
“조만간 봐요, 우리.”
* * *
던전 입구를 가득 채운 시민들 – [LIVE]!
“안녕하세요! 바로 오늘이죠! 새로운 5층 토벌의 시대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그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이 겨울에 새로운 5층 던전을 토벌할 역사적인 길드 연합의 대규모 토벌대가 바로 오늘! 출정합니다! 저희 랭커가중계와 함께 그 현장의 열기를 직접 확인하시죠!”
토벌대의 공식 출정식 날.
저마다의 부푼 기대를 안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던전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5층의 시대를 열었던 청명 길드의 업적에 대한 열기가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곧바로 전례 없는 길드 연합의 대규모 토벌대 결성.
빅 쓰리 길드의 길드장들은 모두 빠졌지만, 그 전력은 청명 길드 단독의 토벌대와 비교해 전혀 밀릴 것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랭커들이 대다수 출정하는 이번 토벌전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특히 이번 토벌대는 길드 연합의 깃발 아래 모든 길드가 참여하는 토벌대였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다. 이미 며칠 전 청소 작업을 하기 위해 토벌대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길드장들과 부길드장들이 직접 헌터들을 이끌고 던전에 들어갔던 선발대 출정식보다도 더욱 많은 인파가 몰린 지금.
맨 선두에서 길드 연합의 깃발을 들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사람은 바로 한설아였다.
이번 토벌대의 총책임자로 막강한 길드의 힐러 전력을 모두 데려온 아리아 길드의 상징인 새하얀 제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흥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